AD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10월 23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40대 여성 A씨는 자신의 9살 딸을 살해하고 10대 아들마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도대체 그녀는 왜 자신의 딸과 아들을 해치려 했던 걸까요? A씨는 20대 때부터 망상성 장애를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8년부터는 치료도 받아왔지만 사건 발생 몇 달 전 약물 치료를 중단하면서 증상이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죠. A씨는 결국 심신미약이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또 다른 케이스도 하나 살펴볼까요? 과연 이 남성이 말한 극비리의 1위란 무엇이었을까요? 극비리의 일이란 해당 지역의 미사일 폭격이 있을 거란 아주 충격적인 제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제보는 사실이 아니었죠. 망상에 빠진 남성이 그저 환청을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 남성, 그는 존속 살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치료감호 처분을 명령받았는데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는 망상 장애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내려지는 치료감호, 도대체 어떤 제도고 치료감호가 선고되면 징역형은 어떻게 되는 건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의 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남채은: 안녕하세요.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재판부가 치료감호 처분을 내리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일단 ‘치료감호’가 뭔지부터 설명을 해 주시죠.
◇남채은: 네, ‘치료감호’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심신장애 상태에 있거나 마약, 알코올 등 약물에 중독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될 때 내려지는 일종의 보안 처분입니다. 대상자는 판결이 확정된 후 일반 교도소 대신 치료감호 시설에 수용되어 정신과 치료 등을 받게 됩니다. 치료감호의 기간 경우 법률에 마약 알코올 중독자는 2년, 나머지 범죄자는 15년으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데 치료감호 기간은 재범의 위험성에 따라 단축되거나 연장될 수 있습니다.
◆이원화: 교도소가 아닌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다라고 보면 되는 건가요?
◇남채은: 네 맞습니다. 일반 교도소와는 개념이 다른데요. 물론 수용 시설이라는 점은 같지만 형벌을 집행하는 교정 시설이라기보다는 치료와 재활에 중점을 둔 의료 시설에 더 가깝습니다. 치료감호가 선고되면 충남 공주에 있는 국립법무병원 즉 치료감호소에 수용되는데요. 이곳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심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 인력들이 팀을 이루어 체계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약물 치료는 기본이고 개인 및 집단 심리 치료, 인지 행동 치료, 사회 기술 훈련 등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이 병행됩니다.
◆이원화: 만약 살인이나 폭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동시에 치료감호 처분을 명령받았다라고 하면, 형량이라든지 뭐 집행 순서라든지 이런 거는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할 것 같거든요.
◇남채은: 우리 법은 징역형과 치료감호가 함께 선고될 경우,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범죄자는 판결이 확정되면 먼저 교도소가 아닌 치료감호소로 보내집니다. 그곳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어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판단되면 그때 교도소로 이송되어 선고받았던 징역형의 남은 기간을 복역하게 됩니다. 치료감호 기간은 징역형의 형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원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어떨까 싶은데 치료감호가 내려진 대표적인 사례, 어떤 경우가 있었죠?
◇남채은: 가장 충격적이고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소위 ‘바퀴벌레 망상 존속 살해 사건’이 있습니다. 이는 한 40대 남성이 자신의 부모님이 이미 3년 전에 사망했음에도 바퀴벌레들이 부모님의 몸을 차지한 후, 마치 부모님이 살아있는 듯한 행세를 해오고 있다는 망상에 빠진 나머지 80대 노모를 등산화로 밟아 살해하고 70대 부친마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10년과 함께 치료감호 및 10년간의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습니다.
◆이원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아버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남채은: 이 사건은 2021년 3월 13일 새벽에 시작되었는데요. 피고인은 부산 일원에 미사일 폭격이 있을 예정이니 대피하라는 환청을 듣게 됩니다. 그는 이 환청을 사실로 믿고 부모님을 대피시키기 위해 부산에 있는 부모님 댁으로 찾아간 다음 부모님께 ‘오늘 하룻밤만이라도 저를 믿고 모텔에서 지내봅시다’라고 제안해 함께 택시를 타고 서울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이원화: 미사일 폭격이 있을 거라면서 어머니를 대피시켜 놓고 갑자기 부모가 아니라 바퀴벌레가 몸을 차지했다. 이건 또 뭔가요?
◇남채은: 네, 이 사건의 피고인은 과거 필로폰 투약 후유증으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평소 국정원이나 미국 정보기관 같은 곳에서 전파로 자신에게 명령을 내린다는 환청을 듣거나 이들 기관이 사람들의 신체를 조종하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울로 가던 중 80대 노모가 멀미 증상을 호소하자 경북 칠곡군의 한 모텔에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혼자 다시 택시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데, 그는 갑자기 택시 기사에게 아버지 몸에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병에 걸렸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 경찰서로 가자라고 하는 등 횡설수설하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그를 다시 모텔로 데려다 줬습니다. 모텔로 돌아온 그의 머릿속은 이미 끔찍한 망상으로 완전히 지배된 상태였고, ‘내 부모님은 이미 3년 전에 사망했고, 적이 있는 저들은 부모님의 몸을 차지한 바퀴벌레들이다’라는 확신에 빠진 것입니다. 결국 그는 부모님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아 있던 어머니의 안면부를 등산화를 신은 발로 걷어차고 수차례 밟아 현장에서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에게도 똑같이 폭력을 가해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재판부가 ‘교도소에 수감시키는 것보단 치료가 우선이다’ 이런 판단으로 치료 명령을 내린 거군요.
◇남채은: 네, 바로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심신미약을 인정하면서도 범죄의 중대성을 간과하지 않고 직계 존속을 살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범죄이며, 범행 방법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하여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 피고인을 단순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만으로는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피고인이 치료감호 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징역 10년이라는 실형과 함께 치료감호를 명령한 것입니다.
◆이원화: 치료감호는 검찰 측에서 청구하는 건지 아니면 피고인 측에서도 가능한지 뭐 혹은 재판부 재량인지 이 부분도 궁금한데요?
◇남채은: 현행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치료감호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검사에게만 있습니다. 다만 검사가 청구하지 않았더라도 법원이 보기에 피고인에게 치료감호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이원화: 제가 알기로는 대법에서 치료 과목 미청구를 문제 삼아 파기환송한 판례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맞습니까?
◇남채은: 네, 맞습니다. 바로 그 판례가 최근 사법부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아주 중요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음주운전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의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낸 후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심각한 알코올 중독 상태에 있었고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았는데도 1, 2심 재판부와 검찰 모두 치료감호를 검토하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하여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관이 치료감호 요구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고인에게 치료감호의 필요성이 보이는데도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은 재판부의 잘못이고 앞으로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치료감호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필요하다면 검사에게 청구를 요구하는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이 판결 이후 법원행정처는 전국의 법관들에게 이 판결문을 안내하며 치료감호 제도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심신장애나 중독 같은 정신적 문제로 범죄가 발생하는 건수에 비해 치료감호 명령이 내려지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남채은: 네, 그 점이 바로 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정신장애가 있는 범죄자는 매년 5천 명에서 9천 명에 달합니다. 엄청난 숫자죠. 하지만 이들에 대해 검찰이 치료감호를 청구한 비율은 고작 0.5%에서 1%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치료감호 청구 건수는 해마다 급감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184명이던 청구 인원이 2020년에는 65명으로 뚝 떨어졌고 계속해서 100명 이하를 맴돌다가 지난해에는 46명으로 50명 선마저 무너졌습니다. 매년 수천 명의 치료가 필요한 범죄자가 발생하는데 정작 제도의 문턱을 넘는 사람은 수십 명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검찰의 소극적인 청구에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검사만이 청구권을 가지고 있는데 그 문이 너무 좁은 것이죠. 이렇게 된 데는 몇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어떤 경우에 치료감호를 청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통일된 실무 기준이 없다 보니 담당 검사의 재량에 따라 청구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치료감호를 청구하려면 재범의 위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원 역시 그동안 검사에게 청구를 요구하는 권한 행사에 소극적이었던 측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런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제도가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원화: 실제 치료감호가 필요해 보임에도 명령이 내려지지 않아 문제가 된 사례들도 있겠다 싶거든요.
◇남채은: 네, 치료감호 명령을 간절히 원했지만 결국 받지 못하게 된 케이스가 있습니다. 바로 중증 정신질환으로 어머니를 공격해 재판에 넘겨진 사건인데요. 피고인은 모친이 사탄으로 보이는 망상에 시달리다 끝내 모친을 흉기로 찔러 존속 살해 미수로 기소되었는데요. 부모님은 아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원망하기보다는 아들의 병을 먼저 받습니다. 그래서 재판 과정 내내 ‘아들에게는 처벌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합니다. 교도소가 아닌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받게 해 주세요’라고 간절히 탄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끝내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않았고, 법원도 검찰의 청구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피고인에게는 1심보다 1년 감형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만 선고되었습니다. 결국 피고인은 교도소에 수감되어 그곳에서 치료다운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여전히 엄마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리고 있고, 그의 부모님은 매주 아들을 면회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원화: 네,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5년 10월 23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40대 여성 A씨는 자신의 9살 딸을 살해하고 10대 아들마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도대체 그녀는 왜 자신의 딸과 아들을 해치려 했던 걸까요? A씨는 20대 때부터 망상성 장애를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8년부터는 치료도 받아왔지만 사건 발생 몇 달 전 약물 치료를 중단하면서 증상이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죠. A씨는 결국 심신미약이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또 다른 케이스도 하나 살펴볼까요? 과연 이 남성이 말한 극비리의 1위란 무엇이었을까요? 극비리의 일이란 해당 지역의 미사일 폭격이 있을 거란 아주 충격적인 제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제보는 사실이 아니었죠. 망상에 빠진 남성이 그저 환청을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 남성, 그는 존속 살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치료감호 처분을 명령받았는데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는 망상 장애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내려지는 치료감호, 도대체 어떤 제도고 치료감호가 선고되면 징역형은 어떻게 되는 건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의 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남채은: 안녕하세요.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재판부가 치료감호 처분을 내리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일단 ‘치료감호’가 뭔지부터 설명을 해 주시죠.
◇남채은: 네, ‘치료감호’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심신장애 상태에 있거나 마약, 알코올 등 약물에 중독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될 때 내려지는 일종의 보안 처분입니다. 대상자는 판결이 확정된 후 일반 교도소 대신 치료감호 시설에 수용되어 정신과 치료 등을 받게 됩니다. 치료감호의 기간 경우 법률에 마약 알코올 중독자는 2년, 나머지 범죄자는 15년으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데 치료감호 기간은 재범의 위험성에 따라 단축되거나 연장될 수 있습니다.
◆이원화: 교도소가 아닌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다라고 보면 되는 건가요?
◇남채은: 네 맞습니다. 일반 교도소와는 개념이 다른데요. 물론 수용 시설이라는 점은 같지만 형벌을 집행하는 교정 시설이라기보다는 치료와 재활에 중점을 둔 의료 시설에 더 가깝습니다. 치료감호가 선고되면 충남 공주에 있는 국립법무병원 즉 치료감호소에 수용되는데요. 이곳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심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 인력들이 팀을 이루어 체계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약물 치료는 기본이고 개인 및 집단 심리 치료, 인지 행동 치료, 사회 기술 훈련 등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이 병행됩니다.
◆이원화: 만약 살인이나 폭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동시에 치료감호 처분을 명령받았다라고 하면, 형량이라든지 뭐 집행 순서라든지 이런 거는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할 것 같거든요.
◇남채은: 우리 법은 징역형과 치료감호가 함께 선고될 경우,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범죄자는 판결이 확정되면 먼저 교도소가 아닌 치료감호소로 보내집니다. 그곳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어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판단되면 그때 교도소로 이송되어 선고받았던 징역형의 남은 기간을 복역하게 됩니다. 치료감호 기간은 징역형의 형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원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어떨까 싶은데 치료감호가 내려진 대표적인 사례, 어떤 경우가 있었죠?
◇남채은: 가장 충격적이고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소위 ‘바퀴벌레 망상 존속 살해 사건’이 있습니다. 이는 한 40대 남성이 자신의 부모님이 이미 3년 전에 사망했음에도 바퀴벌레들이 부모님의 몸을 차지한 후, 마치 부모님이 살아있는 듯한 행세를 해오고 있다는 망상에 빠진 나머지 80대 노모를 등산화로 밟아 살해하고 70대 부친마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10년과 함께 치료감호 및 10년간의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습니다.
◆이원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아버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남채은: 이 사건은 2021년 3월 13일 새벽에 시작되었는데요. 피고인은 부산 일원에 미사일 폭격이 있을 예정이니 대피하라는 환청을 듣게 됩니다. 그는 이 환청을 사실로 믿고 부모님을 대피시키기 위해 부산에 있는 부모님 댁으로 찾아간 다음 부모님께 ‘오늘 하룻밤만이라도 저를 믿고 모텔에서 지내봅시다’라고 제안해 함께 택시를 타고 서울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이원화: 미사일 폭격이 있을 거라면서 어머니를 대피시켜 놓고 갑자기 부모가 아니라 바퀴벌레가 몸을 차지했다. 이건 또 뭔가요?
◇남채은: 네, 이 사건의 피고인은 과거 필로폰 투약 후유증으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평소 국정원이나 미국 정보기관 같은 곳에서 전파로 자신에게 명령을 내린다는 환청을 듣거나 이들 기관이 사람들의 신체를 조종하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울로 가던 중 80대 노모가 멀미 증상을 호소하자 경북 칠곡군의 한 모텔에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혼자 다시 택시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데, 그는 갑자기 택시 기사에게 아버지 몸에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병에 걸렸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 경찰서로 가자라고 하는 등 횡설수설하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그를 다시 모텔로 데려다 줬습니다. 모텔로 돌아온 그의 머릿속은 이미 끔찍한 망상으로 완전히 지배된 상태였고, ‘내 부모님은 이미 3년 전에 사망했고, 적이 있는 저들은 부모님의 몸을 차지한 바퀴벌레들이다’라는 확신에 빠진 것입니다. 결국 그는 부모님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아 있던 어머니의 안면부를 등산화를 신은 발로 걷어차고 수차례 밟아 현장에서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에게도 똑같이 폭력을 가해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재판부가 ‘교도소에 수감시키는 것보단 치료가 우선이다’ 이런 판단으로 치료 명령을 내린 거군요.
◇남채은: 네, 바로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심신미약을 인정하면서도 범죄의 중대성을 간과하지 않고 직계 존속을 살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범죄이며, 범행 방법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하여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 피고인을 단순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만으로는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피고인이 치료감호 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징역 10년이라는 실형과 함께 치료감호를 명령한 것입니다.
◆이원화: 치료감호는 검찰 측에서 청구하는 건지 아니면 피고인 측에서도 가능한지 뭐 혹은 재판부 재량인지 이 부분도 궁금한데요?
◇남채은: 현행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치료감호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검사에게만 있습니다. 다만 검사가 청구하지 않았더라도 법원이 보기에 피고인에게 치료감호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이원화: 제가 알기로는 대법에서 치료 과목 미청구를 문제 삼아 파기환송한 판례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맞습니까?
◇남채은: 네, 맞습니다. 바로 그 판례가 최근 사법부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아주 중요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음주운전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의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낸 후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심각한 알코올 중독 상태에 있었고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았는데도 1, 2심 재판부와 검찰 모두 치료감호를 검토하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하여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관이 치료감호 요구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고인에게 치료감호의 필요성이 보이는데도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은 재판부의 잘못이고 앞으로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치료감호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필요하다면 검사에게 청구를 요구하는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이 판결 이후 법원행정처는 전국의 법관들에게 이 판결문을 안내하며 치료감호 제도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심신장애나 중독 같은 정신적 문제로 범죄가 발생하는 건수에 비해 치료감호 명령이 내려지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남채은: 네, 그 점이 바로 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정신장애가 있는 범죄자는 매년 5천 명에서 9천 명에 달합니다. 엄청난 숫자죠. 하지만 이들에 대해 검찰이 치료감호를 청구한 비율은 고작 0.5%에서 1%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치료감호 청구 건수는 해마다 급감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184명이던 청구 인원이 2020년에는 65명으로 뚝 떨어졌고 계속해서 100명 이하를 맴돌다가 지난해에는 46명으로 50명 선마저 무너졌습니다. 매년 수천 명의 치료가 필요한 범죄자가 발생하는데 정작 제도의 문턱을 넘는 사람은 수십 명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검찰의 소극적인 청구에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검사만이 청구권을 가지고 있는데 그 문이 너무 좁은 것이죠. 이렇게 된 데는 몇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어떤 경우에 치료감호를 청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통일된 실무 기준이 없다 보니 담당 검사의 재량에 따라 청구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치료감호를 청구하려면 재범의 위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원 역시 그동안 검사에게 청구를 요구하는 권한 행사에 소극적이었던 측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런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제도가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원화: 실제 치료감호가 필요해 보임에도 명령이 내려지지 않아 문제가 된 사례들도 있겠다 싶거든요.
◇남채은: 네, 치료감호 명령을 간절히 원했지만 결국 받지 못하게 된 케이스가 있습니다. 바로 중증 정신질환으로 어머니를 공격해 재판에 넘겨진 사건인데요. 피고인은 모친이 사탄으로 보이는 망상에 시달리다 끝내 모친을 흉기로 찔러 존속 살해 미수로 기소되었는데요. 부모님은 아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원망하기보다는 아들의 병을 먼저 받습니다. 그래서 재판 과정 내내 ‘아들에게는 처벌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합니다. 교도소가 아닌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받게 해 주세요’라고 간절히 탄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끝내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않았고, 법원도 검찰의 청구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피고인에게는 1심보다 1년 감형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만 선고되었습니다. 결국 피고인은 교도소에 수감되어 그곳에서 치료다운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여전히 엄마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리고 있고, 그의 부모님은 매주 아들을 면회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원화: 네,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