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세라티 뺑소니 살인사건', 사건 전말 다시보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세라티 뺑소니 살인사건', 사건 전말 다시보기

2025.10.20. 오전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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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10월 20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김 씨는 그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흔히들 해외에 나간다고 하면 잔뜩 들뜨기 마련이라지만 김 씨의 경우는 달랐죠.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 초조해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이죠. 김 씨는 술을 마신 채 고가의 수입차인 마세라티를 몰다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2명을 사상케 한 범죄자였습니다. 심지어 사고를 낸 후 아무 조치 없이 도주했고, 이후 태국으로 도피를 시도했는데 자신에게 출국 금지가 내려졌다 생각해 지레 겁을 먹고 떠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죠. 김 씨는 결국 사건 발생 67시간여 만에 체포됐는데, 김 씨를 수사하던 경찰은 뺑소니 사고 말고도 김 씨에게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는 점을 포착했습니다. 과연 사건의 전말은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의 엑스파일 이원화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로얄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남채은 변호사(이하 남채은): 안녕하세요.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지난해 이맘 때쯤 발생했던 비극적인 사건이죠. 일명 마세라티 뺑소니 살인 사건인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짚어볼까요?

◇남채은: 네, 이 사건은 2024년 9월 24일 새벽 3시 11분경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매우 비극적인 교통사고이자 뺑소니 사건입니다. 피해자들은 이제 막 20대였던 젊은 연인이었습니다. 남자친구는 그날도 새벽까지 배달 일을 했고, 일을 마친 뒤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함께 퇴근하던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흰색 마세라티 승용차가 신호를 무시한 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질주해 오더니 남자친구가 운전하던 오토바이의 뒷부분을 그대로 들이받았는데, 당시 현장 CCTV 영상을 보면 마세라티 차량은 브레이크를 밟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토바이는 충돌 후 수십 미터 튕겨나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고,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두 젊은 연인 역시 도로 위로 그대로 튕겨져 나갔습니다. 이 사고로 안타깝게도 뒷좌석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고, 운전자인 남자친구는 골반뼈와 턱뼈가 으스러지는 등 전치 24주에 달하는 매우 심각한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원화: 사고가 난 곳의 제한 속도가 50킬로미터였다고 하는데 사고를 낸 마세라티 차량의 속도가 당시 무려 128킬로미터였다고 하니 사고가 난 오토바이에 가해진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싶습니다.

◇남채은: 네, 말씀하신 대로 제한 속도가 시속 50킬로미터인 도심 도로에서 시속 128킬로미터로 달렸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살인 행위에 가까운 폭주였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사고는 단순 과속 사고가 아니라 두 대의 차량이 벌인 광란의 질주 중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고 당시 가해자의 마세라티 차량 옆에는 그 일행이 몰던 검은색 벤츠 차량이 함께 있었는데, 이 두 차량은 도심 한복판에서 위험천만한 추격전을 벌인 것입니다.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바로 가해자의 태도입니다.

◆이원화: 이 사람이 사고를 내놓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도주했다고 알려졌는데 맞습니까?

◇남채은: 네, 그렇습니다. 가해자는 시속 128킬로미터의 속도로 충돌해 끔찍한 사고를 내고도 피해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구호 조치는커녕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도주를 선택했습니다. 가해자의 도주 과정은 매우 계획적이었는데요. 사고 현장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곳까지 차를 몰고 간 뒤 수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마세라티 차량을 그대로 길에 버리고 함께 질주를 벌인 벤츠 운전자에게 연락해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한 뒤 그 차를 타고 현장을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그가 차량을 쉽게 버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차가 소위 대포차였기 때문인데요. 경찰이 번호판을 조회해 보니 차량은 서울의 한 법인 소유로 되어 있었고, 보험 가입자 역시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심지어 의무보험조차 가입되지 않은 무보험 차량이었죠. 경찰은 우선 사고 현장 주변의 CCTV를 분석해 가해자가 사고 전 상무지구의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사실을 확인했고, 그를 태워 도주한 벤츠 운전자의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CCTV를 통해 그의 동선을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 사고 발생 67시간 만인 9월 26일 밤 서울 강남의 한 유흥가에서 그를 긴급 체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앞서 마세라티 말고도 함께 광란의 질주를 벌이던 차량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운전자들은 사고가 났다는 걸 몰랐을까요?

◇남채은: 사고 당시 마세라티 차량에는 동승자가 1명 타고 있었고, 가해 차량 옆에는 벤츠 차량 1대가 나란히 주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고 직전까지 함께 술을 마신 일행이었는데 상식적으로 바로 옆에서 시속 128킬로미터로 달리던 차가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박살을 내는 장면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더욱이 이들은 함께 질주를 벌인 것을 넘어 사고를 목격하고도 신고 조치는커녕 가해자의 도주를 직접적으로 도왔습니다. 이외에도 가해자의 도주 과정에는 많은 조력자들이 있었는데요. 서울로 도주한 가해자가 만난 고등학교 동창은 가해자가 뺑소니 사망 사고를 낸 사실을 알면서도 경찰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텔레그램을 통해 구매한 대포폰을 주었고, 심지어 해외 도피를 위해 태국행 항공권 예매까지 해주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건 왜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팅까지 해놓고 결국 출국은 안 했는가 이 부분이거든요. 도망치려던 마음과 자수에 대한 고민, 갈등이 있었던 건가요?

◇남채은: 자수에 대한 고민이라기보다는 해외 도피 시도가 실패한 것에 가깝습니다. 가해자는 실제로 태국행 비행기 표를 구매하며 해외 도피를 치밀하게 계획했는데 정작 공항에 가서는 두 차례나 탑승을 포기했습니다. 그 이유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신에게 이미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졌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겁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경찰이 출국 금지를 신청했지만 아직 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원화: 음주에 뺑소니에 구호 조치도 하지 않고 치밀한 도주 계획도 세우고 물론 성공하지 못했습니다만 죄질이 굉장히 불량하다 봐야 할 것 같은데 처벌 수위가 꽤나 셀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땠습니까?

◇남채은: 네, 말씀하신 대로 음주운전,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상, 범인 도피 교사 등 여러 범죄 혐의가 적용되었는데, 특히 도주 치사상은 흔히 뺑소니라 불리는 범죄로 처벌이 매우 무거운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검찰은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해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여 피고인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구형량과 같은 징역 10년이라는 무거운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이원화: 어떤 부분에서 판결이 뒤집혔습니까?

◇남채은: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 6개월로 2년 6개월이나 감형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형량을 낮춘 결정적 이유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했던 혐의 중 음주운전과 범인 도피 교사 이 두 가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입니다. 1심에서 검찰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0.093%로 추정된다며 도로교통법 위반상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했는데,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위드마크 공식의 증명력을 문제 삼았습니다.술을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사고 당시의 정확한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를 법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범인 도피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자신의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는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의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의 일환에 해당한다는 법리에 따라 피고인이 친구들에게 숨겨달라고 말한 것 자체를 범인도피 교사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 측과 합의를 한 점도 감형에 유리한 요소로 고려되었습니다. 현재 피고인은 7년 6개월의 형이 무겁다며 대법원에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재판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본 사건과 별개로 실제 도피를 도운 공범들에 대한 범인 도피 재판이 진행 중인데요. 조력자들에게 범인 도피를 지시한 범인 도피 교사 혐의로 가해자에 대한 별건 재판이 바로 내일 열릴 예정입니다. 최근 가해자는 이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재판 결과에 따라 그의 총 형량은 다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원화: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 얘기가 나왔으니까 처벌 문제도 한번 짚어보죠. 앞서 이야기 나온 바에 따르면 마세라티를 함께 타고 있던 동승자가 있고 사고 후 운전자를 태워 이동시킨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포폰을 구해준 사람도 있었고요. 이들 중 누가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는 겁니까?

◇남채은: 이 사건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조력자는 대포폰을 제공하고 항공권 예매까지 도운 고교 동창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 그 동창은 범인 도피 혐의로 구속된 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가해자에게 숙소를 제공했던 다른 조력자에 대해서는 검찰이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이 사건이 그저 뺑소니 사건으로만 끝난 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의외의 사실이 추가적으로 드러났다면서요?

◇남채은: 네 그렇습니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가해자와 그 주변인들에게 수상한 점이 많다고 판단했는데요. 무직 상태인데도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수개월씩 태국 등 동남아에 장기 체류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들 대부분이 사기 등 다수의 전과 기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원화: 사건 알려지고 초반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냐면 이 사람들 조폭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알려졌고요. 최근 수사 결과가 전해졌죠, 어떤 여지가 있었던 겁니까?

◇남채은: 네, 광주경찰청 사이버 범죄 수사대의 발표에 따르면 가해자와 그의 일당은 2022년부터 사고가 발생한 2024년 9월까지 동남아 등 해외에 서버와 사무실을 차려놓고 총 4개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 규모도 상당한데 이 도박 사이트에서 오고 간 도박 자금이 총 870억 원에 달합니다. 이들은 수많은 대포통장을 이용해 자금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범죄 수익을 챙겨왔습니다. 이 사건 가해자는 이 범죄 조직 내에서도 단순 가담자가 아니라 직접 사이트 운영을 주도하는 주범격 인물로 파악됐습니다. 이 수사를 통해 경찰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범죄 수익금, 세탁책, 대포통장, 유통책 등 범행에 가담한 공범 60명을 입건하고 그중 9명을 구속했으며, 도박 사이트를 이용한 440여 명까지 함께 입건했습니다. 뺑소니 사고 하나가 500명이 넘는 범죄 관련자들을 줄줄이 엮어낸 거대한 범죄 네트워크의 실체를 드러낸 계기가 된 셈입니다.

◆이원화: 네,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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