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전남 영광 여고생 사망, 성폭행 후 방치 가해자 '치사죄' 논란..왜?

'그알' 전남 영광 여고생 사망, 성폭행 후 방치 가해자 '치사죄' 논란..왜?

2025.09.30. 오전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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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9월 30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 파일. 당시 16살이던 여고생 A양과 17살이던 B군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오빠 동생 사이였습니다. 이들은 어느 날 또 다른 친구인 C군과 함께 마을의 한 모텔에 가게 됐죠. 소주 6병을 사서 게임을 하며 놀기로 한 건데, 게임에서 진 사람이 벌주를 마시는 방식이었다고 하죠. 그렇게 게임에서 계속 진 A양이 마신 술은 무려 소주 3병 게임을 시작한 지 1시간 30여 분 만이었습니다. 결국 A양은 만취해 쓰러졌고, 함께 있던 두 남학생은 마치 이 상황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돌변했죠. B군과 C군은 만취해 쓰러진 A양을 성폭행하고 사진과 동영상까지 찍은 뒤 그대로 객실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A 양은 모텔 주인에 의해 발견됐는데 이미 방 안에서 숨진 상태였습니다. 사인은 급성 알코올 중독이었죠. 재판부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1심은 가해자들이 A양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했다 보기 어렵다며 치사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찰 측은 즉각 항소를 제기했죠. 과연 항소심에선 1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그러니까 가해자들의 치사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발견됐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끝까지 추적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흥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이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경찰청장이 나서 경찰의 부실 대응을 공식 인정하기도 했던 그런 사건이죠. 전남 영광 여고생 사망 사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차근히 짚어볼까?

◇ 임흥준 : 전라남도 영광군 인구 불과 5만의 작은 도시죠. 이 도시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여학생 A양과 남학생 B군, C군이 함께 허름한 모텔에 가게 됩니다. 그리고 모텔에서 이들은 모종의 게임을 합니다.

● 이원화 : 게임이요?

◇ 임흥준 : 바로 게임을 해서 지게 되면 술을 마시는 소위 술 게임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A양은 절대 이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B군과 C군이 미리 게임의 질문과 정답을 짜놓았기 때문이죠. 아무튼 B군과 C군은 무려 소주 6병을 사서 모텔에 갔으며 게임을 약 1시간 반가량 진행하며 A양에게 소주 3병을 가까이 마시게 했습니다. A양이 만취해 쓰러지자 B 군과 C씨 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A양을 성폭행하고 심지어 나체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까지 촬영한 뒤 모텔을 빠져나왔습니다.

● 이원화 : 상당히 계획적이었다 보여지는데 그래서 이후에 어떻게 됐습니까?

◇ 임흥준 : 들어보면 게임을 짠 것뿐만 아니라 숙취 해소제도 미리 챙겨 먹었다네요. 상당히 계획적입니다. 범행을 마친 B군 등은 사건 당일 오전 4시 25분쯤 A양을 모텔에 두고 떠났으며 A양은 같은 날 오후 4시쯤까지 모텔 방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객실 청소를 하러 온 모텔 주인에게 숨진 채 발견되었던 것이죠.

● 이원화 : 사인이 나왔나요?

◇ 임흥준 : 부검 결과 A양의 사인은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추정됐으며 혈중 알코올 농도가 무려 0.405%를 넘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술 좀 많이 마셨다 하면 0.1% 내외로 수치가 나오잖아요. 근데 무려 4배의 수치입니다. 이에 처음 가해자들이 직접적으로 살해를 하지 않았다고 보아 특수강간으로 입건해 수사하던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혐의를 특수강간 치사로 변경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아무래도 수사기관에서는 성폭행 과정에서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에 주목하여 B군과 C군의 행동을 단순 음주로 인한 방치라고 본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이원화 : 가해자들이 방에서 빠져나올 때 여학생이 완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이야기를 해 주셨잖아요.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가해자들이 당초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더라도 피해자가 사망할 거라는 거를 예상할 수 있었는가. 이 부분일 것 같거든요.

◇ 임흥준 : 맞습니다. 결국 치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결국 피해자가 심각하게 취한 상태였다는 사실과 가해자들이 그걸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는 사실, 그럼에도 방치했다는 사실 등이 핵심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가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모텔에서 성관계할 때만 해도 A양에게 의식이 있었고 씻고 나오니 A양이 깊이 잠들어 있어 그냥 나왔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의도적으로 피해자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강간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방치한 채 모텔을 빠져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 이원화 : 방치하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서 사망까지 갈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본 거네요.

◇ 임흥준 : 그렇죠. 그래서 피해자 측 대리인이 광주지검에 검찰이 항소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1심이 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부당한 만큼 항소를 통해 이를 바로잡아 달라는 취지입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제시했는데요. 판례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음주 상태로 운전한 행위는 구체적인 사고 형태까지 몰랐더라도 사망 같은 중대한 결과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폭행이나 상해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면 가해자가 죽음 자체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망 결과 발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으므로 치사 책임이 인정된다입니다. 즉 소주 3병을 10대 여학생에게 단시간에 마시게 한 후 피해자가 쓰러졌음에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충분히 예상하고도 방치한 것이므로 치사 책임이 성립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A 양의 친구들도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려 가해자들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고 20만 명 이상이 동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친구들이 올렸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 내용은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요?

◇ 임흥준 : 기본적으로 추모 및 엄벌 탄원이 줄을 이루고 있는데요. 놀라운 내용이 한 가지 있습니다. 충격적이게도 가해자들이 모텔에서 빠져나온 뒤 후배들에게 모텔에 찾아가 피해자가 살아있으면 데리고 나오고, 죽었으면 버리고 그냥 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 이원화 : 그 말이 사실이라면 피해자가 사망할 걸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사실이 아니었다. 완전히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는 그런 부분으로 보이는데요.

◇ 임흥준 : 1심에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점을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이유에서 치사죄가 무죄가 나왔었는데 이 정도라면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보는 게 맞아 보입니다. 심지어 가해자들은 범행 한 달 전쯤에도 비슷한 수법을 사용해 피해자를 강간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 이원화 : 비슷한 사건이 한 달 전쯤에 또 있었다는 거죠.

◇ 임흥준 : 이 사건으로부터 한 달 전쯤 A양은 영광의 한 병원 화장실에서 B군 등 남학생 3명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이날도 함께 술을 마시다가 완전히 정신을 잃은 A양을 B군 일행이 병원 화장실로 옮겨 범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당시 A양을 발견한 병원 관계자는 A양의 속옷과 바지가 벗겨져 있어서 출동한 여자 경찰이 옷을 입혔고 함께 응급실로 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당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을 것 같은데 그때 처벌이 안 됐었던 건가요? 왜 한 달 만에 또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거죠?

◇ 임흥준 : 일단 병원 관계자와 경찰의 진술이 조금 엇갈립니다. 경찰은 출동했을 때 A양의 옷이 모두 입혀진 상태였다고 반박했고, 그래서 성폭행 정황이 없다고 판단해 수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이 단순 주취 사건으로 사건을 종결하다 보니 문제가 재차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그때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졌더라면 A양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 임흥준 : 경찰이 조금 더 세심하게 살폈다면 가해자들이 재범을 하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어쨌든 당시 김창룡 경찰청장도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 관련해서 지적을 받았고, 현장 경찰관이 최선을 다해서 철저하게 자기 임무에 충실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부실 대응을 인정한다. 앞으로 철저히 하겠다. 이러면 뭐 끝인가요?

◇ 임흥준 : 그렇지 않죠. 피해자가 여고생이고 만취 상태로 병원 화장실에서 발견됐는데 단순히 취중 소란으로 치부한 것은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정도가 심하면 때에 따라서는 해당 경찰에게 직무유기죄를 묻거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A양은 B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B 군의 연락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B군이 지속적으로 A양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고, A양이 닿지 않으면 ‘너 안 나오면 후회한다’라는 등의 음성 메시지도 남겼다고 하네요.

● 이원화 : 악질적이네요. 그래서 항소심 결과는 어떻게 됐죠? 치사 혐의 이번엔 인정이 됐나요?

◇ 임흥준 : 다행히도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 과정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의식 불명인 피해자를 보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범행 현장을 나갔으며,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자, 후배에게 전화해 죽었을지 모르니까 가서 깨워달라는 통화를 한 적도 있기에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B군에게는 징역 9년, C군에게는 징역 장기 8년, 단기 6년을 선고했습니다.

● 이원화 : 아마 청취자분들이 들으시기에는 사건의 내용에 비해 조금 약한 형이 아닌가 싶은데 가해자들의 나이 때문인 거죠?

◇ 임흥준 : 그렇습니다. 소년법 제 59조에 따라 소년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때는 장기와 단기를 정해야 합니다. 일명 부정기형이라고도 하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소년이기에 재사회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연하게 형기를 설정하기 위함입니다. 아마 가해자들이 소년이 아니었다면 주범은 최소 15년 이상, 공범은 최소 7년 이상의 형을 받지 않았을까 싶긴 하네요. 어쨌든 소년법상 형기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이 사건에서도 그렇고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것 같습니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흉악 범죄의 저연령화를 근거로 들고 유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형량을 올려도 범죄 예방 및 재사회화 효과는 미미하다고 주장합니다. 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소년범에 대한 재사회화의 가능성은 열어두되 중대한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소년법 적용을 제한하거나 형량 상한을 높이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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