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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9월 29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요. 정말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은 사건들이 참 많이도 일어납니다. 듣고 계신 여러분들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 확신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해 볼 사건은요. 저 역시도 참 난감하다 싶은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습니다. 협력업체 직원이던 A 씨는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허락 없이 간식을 꺼내 먹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문제가 된 간식은 400원짜리 초코파이 1개와 600원짜리 커스터드 과자 1개였죠. 이런 일로 재판까지 가냐 농담 아니냐. 하실 수 있지만, 이 사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상황은 어떨까요? A 씨는 결국 1심에서 벌금 5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액수만 보자면 아주 적은 돈이지만 A 씨는 도저히 이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죠. 이에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요. 이처럼 회사 탕비실에서 간식을 꺼내 먹는 경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텐데요. 무심코 집어든 과자 한 봉지가 절도 혹은 횡령죄가 될 수도 있는 걸까요? 만약 직원 복지용으로 탕비실에 비치된 과자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금전적 이득을 봤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관련 이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의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흥준 : 안녕하세요. 로열 법무법인의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직장 다니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탕비실이라고 해서 뭐 커피 차, 작은 간식 같은 것들 놓여 있는 공간들이 있곤 하잖아요. 요즘 복지 좋은 회사들은 탕비실이 거의 편의점 수준으로 잘 돼 있다고.
◇ 임흥준 : 대기업은 정말 편의점 수준으로 잘 돼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회사도 탕비실 너무나 잘 돼 있죠. 매달 한 번씩 맛있는 간식들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탕비실에 놓인 간식들이 무한히 샘솟는 게 아니다 보니까. 알아서 적당히 먹는 게 암묵적인 룰인 거잖아요. 그런데 혹시 남들이 한두 개 먹을 때 누가 막 10개씩 먹는다. 이런 거 절도가 될 수도 있는 겁니까?
◇ 임흥준 : 비품이라는 게 어쨌든 한정적인 자원이다 보니 저도 예의상 보통 하루에 한두 개 집어먹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끔 좀 과하게 드시는 분들 계시죠? 집에 가지고 가시는 분도 종종 있고요. 그럼 이게 절도죄가 되느냐 답은 아니다입니다. 절도죄가 되려면 명확히 다른 사람 소유의 물건을 불법 영득 의사로 가져가야 하는데 회사 탕비실에 비치된 간식은 보통 회사 재산이면서 동시에 직원들의 복리 후생 차원에서 제공되는 부분이라 직원에게도 일정 부분 소비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비치된 간식이라면 몇 개를 먹든 회사 자원을 많이 소비했다 정도의 문제이지 형사적으로 절도라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 이원화 : 최근 어떤 기사를 보니까요. 탕비실에 놓인 과자를 잔뜩 챙겨서 중고거래 플랫폼에 되판 사례도 있던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임흥준 : 작년 이맘때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이죠. 당근에 회사 비품을 판매하는 글이 올라온 것인데요. 판매 글을 보면은 회사 비품처럼 보이는 과자나 믹스커피 등이 대부분이었고 그 개수도 거의 200개에 달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경우와는 달리 절도죄가 성립할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허용된 범위 즉 복리 후생을 넘어 집에 가져가 가족과 먹거나 판매하는 행위 즉 개인적 이익을 위해 비품을 잔뜩 챙겨 갔다면 이는 절도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방금 이야기 나눈 절도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다른 게 횡령이라는 개념이거든요. 탕비실에서 과자를 가져간 게 절도가 아닌 횡령이 될 수도 있습니까?
◇ 임흥준 : 그렇습니다. 청취자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절도죄는 타인이 소유 및 점유하는 재물을 몰래 훔치는 죄이고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가로채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만약 탕비실 비품을 관리하고 채워 넣는 업무 담당자가 과자 한 박스를 통째로 자기 집에 가져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그는 회사에 위탁을 받아 과자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는 명백한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탕비실 간식 말고 업체들마다 사은품 형태의 회사 로고가 새겨져 있다거나 하는 기념품들이 있는 곳들이 있잖아요. 가령 뭐 YTN 라디오라고 하면 이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이라든지 뭐 팬 수첩 이런 것들. 이거 별도 허락 없이 그냥 가지고 나가서 누군가한테 나눠준다. 이런 것도 혹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까?
◇ 임흥준 : 문제가 됩니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가 있어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 회사에서 직원이 고객 사은품인 머그컵 세트 5개와 달력 1개를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탕비실에서 무단으로 반출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고객 사은품 무단 반출, 무단 반출에 따른 회사 재산 손실 및 업무 수행 지장 초래 업무 지시 불이행 및 회사 내 보고 지휘 체계 무시를 사유로 이 직원을 해고하기에 이릅니다. 직원은 즉시 부당해고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는데요. 지노위는 무단 반출과 업무 지시 불이행 및 회사 내 보고 지휘 체계 무시라는 사유가 해고 사유로는 부적절하다고 보고 구제 신청을 인용해 주었습니다. 이에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게 되었고, 중노위는 머그컵 세트 무단 반출에 대한 부분은 정당한 징계로 인정되지만 나머지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징계가 과하다고 판단해 다시 한 번 직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회사는 결국 법의 심판을 받기 위해 행정 소송까지 하게 됩니다.
● 이원화 : 행정소송까지 갔군요. 재판부 판단은 어땠습니까?
◇ 임흥준 : 재판부의 판단도 역시 동일했습니다. 재판부는 머그컵 세트를 무단 반출한 것은 징계 사유로 인정하지만 절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일단 직원이 사적 이익을 위해 머그컵 세트를 가져간 것이 아니라 5개 중 2개는 이미 고객에게 증정했고, 나머지 3개도 고객에게 증정하기 위해 가지고 있다가 반납했다는 것입니다. 직원의 행위로 고객에게 머그컵 세트 증정이 한 달 정도 지연됐지만 회사의 업무 수행에 큰 지장이 초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아울러 달력은 일반 고객들에게 두루 증정하기 위해 탕비실에 보관됐던 것으로 보이고, 평소 달력 반출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를 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보고 지휘 체계를 무시한 것이라고까지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최근에 굉장히 논란이 불거졌던 그런 사건이 하나 있었죠. 초코파이와 커스터드 과자를 하나씩 집어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당했던,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 소개를 한번 해 주시죠.
◇ 임흥준 :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협력업체 소속 보안 직원이 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짜리 커스터드 합계 1050원 상당의 과자를 꺼내 먹었는데요. 회사는 이 직원이 회사 비품을 허락도 없이 먹었다는 이유로 절도죄로 고소했고 결국 기소까지 된 사건입니다.
● 이원화 : 앞서 이야기했던 사례들과 다른 점이라면 그 회사 직원이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 그러니까 외부인이었다라는 거네요.
◇ 임흥준 : 그렇습니다. 외부인이죠. 그러니 회사 내 사원들처럼 복리 후생 차원에서 회사 비품을 소비할 권리가 당연하게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검찰은 사건을 경미하게 보고 벌금 5만 원으로 약식 기소를 합니다. 그런데 직원은 너무나 억울했기에 정식 재판을 청구하며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사실 금전적인 부분만 놓고 본다면 정식 재판으로 가는 게 굉장히 소모적인 일이긴 하잖아요. 그럼에도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하는 건 벌금 액수를 떠나서 그만큼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이런 것 같거든요.
◇ 임흥준 : 그렇죠. 현재까지 변호사비만 천만 원을 넘게 썼다고 하는데 이게 거의 피해금의 1만 배에 달합니다. 그런데 직원 입장도 이해가 되는 게 설령 잘못이 있다고 하여도 피해 액수가 극히 경미한데 절도의 전과가 생겨버리니 상당히 억울할 만 하거든요. 어쨌든 지난 5월 1심 재판부는 결국 직원에게 절도 혐의를 인정해 벌금 5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냉장고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사무 공간 끝부분에 있었다면, 피고인도 물품에 대한 처분 권한이 자신에게 없음을 알았을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물론 직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바로 항소했습니다.
● 이원화 : 항소심에서 쟁점은 뭐라고 보세요?
◇ 임흥준 : 법적으로는 결국 직원에게 간식에 대한 처분 권한이 주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라고 봅니다. 회사는 허락 없이 간식을 가져간 사례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직원 입장에서는 간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겠죠. 현재 변호인 측에서 증인 2명을 신청했는데 아마 협력업체 직원도 자유롭게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을 증언해 줄 만한 인물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검찰이 애초에 기소유예 처분을 하지 않아 일이 커진 것 같은데 전주지검에서는 이제라도 시민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재판부도 참 난처할 텐데 만약 유죄의 심증이 가더라도 선고 유예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원화 : 오늘 절도 혐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있습니다만 최근 절도 하면 떠오르는 게 저는 방송인 박나래 씨거든요. 수천만 원대의 금품이 털렸다 지인의 소행일 수 있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상당했었죠
◇ 임흥준 : 지난 4월 방송인 박나래 씨가 자신의 집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절도당하면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특히 경찰 조사 초기 일부 보도에서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내부 사람이나 가까운 지인의 소행일 수 있다는 루머도 퍼졌습니다. 다행히 경찰이 신속하게 절도범을 체포하면서 내부자의 범행이라는 추측은 빠르게 정리되었습니다. 다만 경찰 수사 내용 중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는데요. 피고인이 박나래 씨 집인 줄 모르고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부분입니다. 박나래 씨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집을 여러 차례 공개해 외부는 물론 내부 구조까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무턱대고 믿을 수만은 없지만요.
● 이원화 : 절도범이 했다는 발언 가운데 박나래 씨 집인 줄 몰랐다는 부분, 그리고 훔친 물건을 장물로 내놓은 부분 이런 것들이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나요?
◇ 임흥준 : 소위 양형에 영향이 있습니다. 절도죄의 성립에 누구의 집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범인이 박나래 씨의 집인 점을 알고 들어갔다면 피고인의 의도성, 계획성이 고려되어 죄질이 나쁘게 평가되겠죠. 처분 과정이 조직적 상습적이거나 장물범과 연계된 경우라면 역시 가중 요소로 작용되겠습니다. 어쨌든 피고인은 결국 징역 2년 선고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자수 의사를 밝혔으며 피해자에게 금품이 반환된 점을 참작했다면서도 피고인에게 동정 전과가 있는 점, 집행유예 기간에 범죄를 저지른 점, 이 사건 각 범행의 피해 물품이 상당히 고가인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피고인 결국 실형 선고에 항소했는데요.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면 1심에서도 공소 사실을 인정한 만큼 2심에서도 공소 사실은 인정할 것 같고요. 다만 양형 부당을 주된 항소 이유로 삼을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 공부하실 때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이례적으로 절도인데 무기징역이 구형된 케이스 있었잖아요.
◇ 임흥준 : 다들 잘 알고 계신, 대도 조세형 건입니다. 1983년 4월 14일 검찰이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최초로 조세영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그런데 조세형이 중범죄자임에도 대도라는 친구를 얻게 된 데에는 가난한 사람의 집은 털지 않는다, 훔친 돈의 30%를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준다, 흉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등의 절도 원칙이 알려지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물론 부자는 털어도 된다는 것을 옹호하는 것이 절대 아니고 당시 시대상이 좀 그랬습니다. 5공 시절 만연한 권력층 부정부패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서민들에게 조세형은 홍길동처럼 보였고 일종의 대리만족을 안겨주었던 것이죠.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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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 : 2025년 9월 29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요. 정말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은 사건들이 참 많이도 일어납니다. 듣고 계신 여러분들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 확신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해 볼 사건은요. 저 역시도 참 난감하다 싶은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습니다. 협력업체 직원이던 A 씨는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허락 없이 간식을 꺼내 먹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문제가 된 간식은 400원짜리 초코파이 1개와 600원짜리 커스터드 과자 1개였죠. 이런 일로 재판까지 가냐 농담 아니냐. 하실 수 있지만, 이 사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상황은 어떨까요? A 씨는 결국 1심에서 벌금 5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액수만 보자면 아주 적은 돈이지만 A 씨는 도저히 이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죠. 이에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요. 이처럼 회사 탕비실에서 간식을 꺼내 먹는 경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텐데요. 무심코 집어든 과자 한 봉지가 절도 혹은 횡령죄가 될 수도 있는 걸까요? 만약 직원 복지용으로 탕비실에 비치된 과자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금전적 이득을 봤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관련 이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의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흥준 : 안녕하세요. 로열 법무법인의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직장 다니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탕비실이라고 해서 뭐 커피 차, 작은 간식 같은 것들 놓여 있는 공간들이 있곤 하잖아요. 요즘 복지 좋은 회사들은 탕비실이 거의 편의점 수준으로 잘 돼 있다고.
◇ 임흥준 : 대기업은 정말 편의점 수준으로 잘 돼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회사도 탕비실 너무나 잘 돼 있죠. 매달 한 번씩 맛있는 간식들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탕비실에 놓인 간식들이 무한히 샘솟는 게 아니다 보니까. 알아서 적당히 먹는 게 암묵적인 룰인 거잖아요. 그런데 혹시 남들이 한두 개 먹을 때 누가 막 10개씩 먹는다. 이런 거 절도가 될 수도 있는 겁니까?
◇ 임흥준 : 비품이라는 게 어쨌든 한정적인 자원이다 보니 저도 예의상 보통 하루에 한두 개 집어먹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끔 좀 과하게 드시는 분들 계시죠? 집에 가지고 가시는 분도 종종 있고요. 그럼 이게 절도죄가 되느냐 답은 아니다입니다. 절도죄가 되려면 명확히 다른 사람 소유의 물건을 불법 영득 의사로 가져가야 하는데 회사 탕비실에 비치된 간식은 보통 회사 재산이면서 동시에 직원들의 복리 후생 차원에서 제공되는 부분이라 직원에게도 일정 부분 소비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비치된 간식이라면 몇 개를 먹든 회사 자원을 많이 소비했다 정도의 문제이지 형사적으로 절도라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 이원화 : 최근 어떤 기사를 보니까요. 탕비실에 놓인 과자를 잔뜩 챙겨서 중고거래 플랫폼에 되판 사례도 있던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임흥준 : 작년 이맘때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이죠. 당근에 회사 비품을 판매하는 글이 올라온 것인데요. 판매 글을 보면은 회사 비품처럼 보이는 과자나 믹스커피 등이 대부분이었고 그 개수도 거의 200개에 달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경우와는 달리 절도죄가 성립할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허용된 범위 즉 복리 후생을 넘어 집에 가져가 가족과 먹거나 판매하는 행위 즉 개인적 이익을 위해 비품을 잔뜩 챙겨 갔다면 이는 절도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방금 이야기 나눈 절도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다른 게 횡령이라는 개념이거든요. 탕비실에서 과자를 가져간 게 절도가 아닌 횡령이 될 수도 있습니까?
◇ 임흥준 : 그렇습니다. 청취자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절도죄는 타인이 소유 및 점유하는 재물을 몰래 훔치는 죄이고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가로채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만약 탕비실 비품을 관리하고 채워 넣는 업무 담당자가 과자 한 박스를 통째로 자기 집에 가져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그는 회사에 위탁을 받아 과자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는 명백한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탕비실 간식 말고 업체들마다 사은품 형태의 회사 로고가 새겨져 있다거나 하는 기념품들이 있는 곳들이 있잖아요. 가령 뭐 YTN 라디오라고 하면 이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이라든지 뭐 팬 수첩 이런 것들. 이거 별도 허락 없이 그냥 가지고 나가서 누군가한테 나눠준다. 이런 것도 혹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까?
◇ 임흥준 : 문제가 됩니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가 있어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 회사에서 직원이 고객 사은품인 머그컵 세트 5개와 달력 1개를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탕비실에서 무단으로 반출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고객 사은품 무단 반출, 무단 반출에 따른 회사 재산 손실 및 업무 수행 지장 초래 업무 지시 불이행 및 회사 내 보고 지휘 체계 무시를 사유로 이 직원을 해고하기에 이릅니다. 직원은 즉시 부당해고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는데요. 지노위는 무단 반출과 업무 지시 불이행 및 회사 내 보고 지휘 체계 무시라는 사유가 해고 사유로는 부적절하다고 보고 구제 신청을 인용해 주었습니다. 이에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게 되었고, 중노위는 머그컵 세트 무단 반출에 대한 부분은 정당한 징계로 인정되지만 나머지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징계가 과하다고 판단해 다시 한 번 직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회사는 결국 법의 심판을 받기 위해 행정 소송까지 하게 됩니다.
● 이원화 : 행정소송까지 갔군요. 재판부 판단은 어땠습니까?
◇ 임흥준 : 재판부의 판단도 역시 동일했습니다. 재판부는 머그컵 세트를 무단 반출한 것은 징계 사유로 인정하지만 절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일단 직원이 사적 이익을 위해 머그컵 세트를 가져간 것이 아니라 5개 중 2개는 이미 고객에게 증정했고, 나머지 3개도 고객에게 증정하기 위해 가지고 있다가 반납했다는 것입니다. 직원의 행위로 고객에게 머그컵 세트 증정이 한 달 정도 지연됐지만 회사의 업무 수행에 큰 지장이 초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아울러 달력은 일반 고객들에게 두루 증정하기 위해 탕비실에 보관됐던 것으로 보이고, 평소 달력 반출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를 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보고 지휘 체계를 무시한 것이라고까지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최근에 굉장히 논란이 불거졌던 그런 사건이 하나 있었죠. 초코파이와 커스터드 과자를 하나씩 집어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당했던,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 소개를 한번 해 주시죠.
◇ 임흥준 :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협력업체 소속 보안 직원이 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짜리 커스터드 합계 1050원 상당의 과자를 꺼내 먹었는데요. 회사는 이 직원이 회사 비품을 허락도 없이 먹었다는 이유로 절도죄로 고소했고 결국 기소까지 된 사건입니다.
● 이원화 : 앞서 이야기했던 사례들과 다른 점이라면 그 회사 직원이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 그러니까 외부인이었다라는 거네요.
◇ 임흥준 : 그렇습니다. 외부인이죠. 그러니 회사 내 사원들처럼 복리 후생 차원에서 회사 비품을 소비할 권리가 당연하게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검찰은 사건을 경미하게 보고 벌금 5만 원으로 약식 기소를 합니다. 그런데 직원은 너무나 억울했기에 정식 재판을 청구하며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사실 금전적인 부분만 놓고 본다면 정식 재판으로 가는 게 굉장히 소모적인 일이긴 하잖아요. 그럼에도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하는 건 벌금 액수를 떠나서 그만큼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이런 것 같거든요.
◇ 임흥준 : 그렇죠. 현재까지 변호사비만 천만 원을 넘게 썼다고 하는데 이게 거의 피해금의 1만 배에 달합니다. 그런데 직원 입장도 이해가 되는 게 설령 잘못이 있다고 하여도 피해 액수가 극히 경미한데 절도의 전과가 생겨버리니 상당히 억울할 만 하거든요. 어쨌든 지난 5월 1심 재판부는 결국 직원에게 절도 혐의를 인정해 벌금 5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냉장고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사무 공간 끝부분에 있었다면, 피고인도 물품에 대한 처분 권한이 자신에게 없음을 알았을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물론 직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바로 항소했습니다.
● 이원화 : 항소심에서 쟁점은 뭐라고 보세요?
◇ 임흥준 : 법적으로는 결국 직원에게 간식에 대한 처분 권한이 주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라고 봅니다. 회사는 허락 없이 간식을 가져간 사례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직원 입장에서는 간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겠죠. 현재 변호인 측에서 증인 2명을 신청했는데 아마 협력업체 직원도 자유롭게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을 증언해 줄 만한 인물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검찰이 애초에 기소유예 처분을 하지 않아 일이 커진 것 같은데 전주지검에서는 이제라도 시민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재판부도 참 난처할 텐데 만약 유죄의 심증이 가더라도 선고 유예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원화 : 오늘 절도 혐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있습니다만 최근 절도 하면 떠오르는 게 저는 방송인 박나래 씨거든요. 수천만 원대의 금품이 털렸다 지인의 소행일 수 있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상당했었죠
◇ 임흥준 : 지난 4월 방송인 박나래 씨가 자신의 집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절도당하면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특히 경찰 조사 초기 일부 보도에서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내부 사람이나 가까운 지인의 소행일 수 있다는 루머도 퍼졌습니다. 다행히 경찰이 신속하게 절도범을 체포하면서 내부자의 범행이라는 추측은 빠르게 정리되었습니다. 다만 경찰 수사 내용 중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는데요. 피고인이 박나래 씨 집인 줄 모르고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부분입니다. 박나래 씨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집을 여러 차례 공개해 외부는 물론 내부 구조까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무턱대고 믿을 수만은 없지만요.
● 이원화 : 절도범이 했다는 발언 가운데 박나래 씨 집인 줄 몰랐다는 부분, 그리고 훔친 물건을 장물로 내놓은 부분 이런 것들이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나요?
◇ 임흥준 : 소위 양형에 영향이 있습니다. 절도죄의 성립에 누구의 집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범인이 박나래 씨의 집인 점을 알고 들어갔다면 피고인의 의도성, 계획성이 고려되어 죄질이 나쁘게 평가되겠죠. 처분 과정이 조직적 상습적이거나 장물범과 연계된 경우라면 역시 가중 요소로 작용되겠습니다. 어쨌든 피고인은 결국 징역 2년 선고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자수 의사를 밝혔으며 피해자에게 금품이 반환된 점을 참작했다면서도 피고인에게 동정 전과가 있는 점, 집행유예 기간에 범죄를 저지른 점, 이 사건 각 범행의 피해 물품이 상당히 고가인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피고인 결국 실형 선고에 항소했는데요.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면 1심에서도 공소 사실을 인정한 만큼 2심에서도 공소 사실은 인정할 것 같고요. 다만 양형 부당을 주된 항소 이유로 삼을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 공부하실 때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이례적으로 절도인데 무기징역이 구형된 케이스 있었잖아요.
◇ 임흥준 : 다들 잘 알고 계신, 대도 조세형 건입니다. 1983년 4월 14일 검찰이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최초로 조세영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그런데 조세형이 중범죄자임에도 대도라는 친구를 얻게 된 데에는 가난한 사람의 집은 털지 않는다, 훔친 돈의 30%를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준다, 흉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등의 절도 원칙이 알려지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물론 부자는 털어도 된다는 것을 옹호하는 것이 절대 아니고 당시 시대상이 좀 그랬습니다. 5공 시절 만연한 권력층 부정부패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서민들에게 조세형은 홍길동처럼 보였고 일종의 대리만족을 안겨주었던 것이죠.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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