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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9월 27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 (이하 선정수) :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 위험을 높인다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정보들인데요. 먼저 어떻게 나온 이야기인지 맥락을 좀 살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선정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이를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FDA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열"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하겠지만, 조금만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FDA는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라벨 변경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이는 임산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아동의 자폐증 및 ADHD와 같은 신경계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증거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고요. FDA는 또한 의사들에게 관련 서한을 발송해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 최휘 : 왜 이런 발표가 나왔을까요? 미국 내 자폐증 상황은 어떤가요?
◇ 선정수 : 트럼프는 미국 내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발생 증가의 원인을 임산부의 임신 기간 중 타이레놀 복용으로 지목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를 보면 1994년생 미국 출생 어린이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은 1000명 당 6.7명이었는데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를 나타내 2014년 생 어린이는 1000명 당 32.2명으로 늘었습니다. 지난 4월 16일,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폐증 진단 증가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내용을 밝히면서 이를 "환경 독소"로 인한 "전염병"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후 자폐증 원인 연구 기금이 편성됐는데요. 연구 기금이 늘어나면 과학계는 좋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당시엔 달랐습니다. 과학계에선 자폐증 진단 증가와 발달 장애의 원인에 대한 수십 년간의 연구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반발의 목소리가 컸는데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환경적 요인보다 유전적 요인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미 밝혀져 있고요. 자폐증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상태입니다.
◆ 최휘 :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 선정수 : FDA는 트럼프 발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태아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및 ADHD 같은 신경계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몇 개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연구에서는 임신 기간 동안 아세트아미노펜을 만성적으로 복용할 경우 위험이 가장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는데요. 굉장히 마지못해서 하는 티가 납니다. FDA는 이어 "아세트아미노펜과 신경계 질환 사이의 연관성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지만, 인과관계는 확립되지 않았으며 과학 문헌에는 상반되는 연구들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아놨고요. "또한,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발열 치료에 승인된 유일한 일반의약품이며, 임산부의 고열은 태아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아스피린과 이부프로펜은 태아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잘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최휘 :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심하다는데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이번 발표에 대해 '비과학적'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는 타이레놀이 임신부에게 안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COG는 성명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통증 완화에 여전히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밝혔습니다. 타이레놀 제조사는 두 말할 것도 없고요. 미국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에 이번 발표와 관련된 팩트시트를 올려놨는데요. 임산부가 임신 후반에 만성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면 자녀에게 장기적인 신경학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힙니다. 그러면서도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발열 치료에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일반의약품이다. 산모의 발열 자체에도 신경관 결손 및 조산 등의 위험이 있다."라고 인정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단기간 적절한 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안전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만성 또는 임신 후기 노출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남아 있다는 정도인데요. "전문가들은 아세트아미노펜 노출로 인한 잠재적 위험을 인정하는 동시에, 치료하지 않은 산모의 발열과 통증으로 인한 위험을 인식하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강조한다"라고 밝힙니다. 굉장히 애매모호하죠. 이번 발표를 보고 임산부가 고열에 시달리는데도 해열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는데요. 임산부가 고열에 시달릴 경우 오히려 태아의 자폐증 발생 위험이 급증하게 된다고 합니다.
◆ 최휘 : 세계 각국의 의학계도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고 하는데요?
◇ 선정수 : 공신력 높은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트럼프의 주장과는 다른 결론을 내린 연구를 모은 특집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은 1995~2019년 사이 태어난 248만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임신 중 타이레놀 성분 처방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약에 노출된 어린이 1.42%가 자폐 진단을 받았고, 노출되지 않은 경우엔 1.33%가 자폐를 앓았습니다. 매우 작은 차이라고 평가 절하했는데요. 특히 형제자매끼리 비교했을 땐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일본 국립 아동건강 발달센터가 20만명 어린이를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도 같은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영국의 웨스 스트리팅 보건 장관은 방송에서 "임신 여성의 파라세타몰 사용과 그 자녀의 자폐증이 연관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영국에선 아세트아미노펜을 파라세타몰이라고 부릅니다. 스트리팅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에 대해 한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말라. 정치인인 내 말도 듣지 말라. 영국의 의사, 영국의 과학자,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말을 들으라”고 강조했습니다.
◆ 최휘 : 미국에서 자폐증이 늘어났다는 점은 통계를 통해 입증되는 사실 아닌가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건가요?
◇ 선정수 : 많은 연구에 따르면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덴마크, 한국, 일본을 포함한 다른 고소득 국가에서도 자폐증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유 중 하나로 진단 기준이 꼽히는데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과 국제질병분류(ICD)의 진단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에 진단 건수가 늘어났다는 추정입니다. 1990년대 초까지 자폐 진단 기준 자체가 엄격했는데, 2013년 아스퍼거 증후군과 같은 일부 개별 진단명을 폐지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용어로 통합했습니다. 덴마크 연구에 따르면 1980년부터 1991년까지 출생자 중 2011년까지 진단을 받은 덴마크 사람들의 자폐증 유병률 증가 원인 가운데 60%가 1990년대 초반 진단 기준의 변화와 진단 보고 방식 변화로 설명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또 자폐증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증상에 대해 널리 알려지면서 교사, 의료전문가, 일반 대중의 낙인이 줄어든 것도 진단 건수가 늘어난 것에 한 몫했다는 추론도 있습니다. 부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자폐증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고요. 고소득 국가에서 평균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자폐증 유병률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 고농도 오존 노출 등 대기 오염과 자폐증의 연관성에도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원인입니다.
◆ 최휘 : 트럼프의 타이레놀 공격에 대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에 주목하는 분석들이 많은데요.
◇ 선정수 : 트럼프가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등 공중보건 음모론을 지지하는 인물입니다. 미국에선 '선택의 자유'를 내세운 백신 반대 운동이 공화당 내에서 한 세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이들을 등에 업고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했고요. 치열한 선거전이 치러지던 중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면서 후보를 사퇴했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트럼프는 재선 뒤 로버트 케네지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고요. 미국의 공중보건 정책은 이후 백신 접종 정책은 엄청나게 후퇴하게 됩니다. 지난 2월 미국 텍사스주에선 30년 만에 대규모 홍역 환자가 발생했는데요.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6세 아이가 홍역으로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최대 발병지인 게인스 카운티에선 14%의 학령기 아동이 필수 백신 접종을 거부했는데요. 95%가 접종받아야 유지되는 집단면역이 무너진 사례로 꼽힙니다. 당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 어렸을 땐 다 홍역에 걸렸다”고 말하며 사태의 위험성을 축소하기에 급급했습니다. 또 “생선 간유, 비타민A로 기적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대체요법을 제시해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했죠. 당시 홍역에 감염된 어린이 환자들이 집에서 간유와 비타민A 보충제를 고용량 복용해 간 손상 징후를 나타내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공중보건 최고 책임자가 내놓은 비과학적인 처방을 따르면서 피해를 키운 셈이죠.
◆ 최휘 : 미국 보건당국은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은 자폐증 위험을 높인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우리나라 보건당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이번 발표에 대해 우리나라 식약처는 향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을 함유하는 제제의 제조, 수입업체들에 미국 정부의 타이레놀 관련 발표에 대한 의견 및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관련 자료 및 근거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산부들은 너무 두려워 마시고 평소 진찰받으시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해서 복약 여부를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휘 :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많은 자폐 아이 부모님들, 임산부들이 이번 논란으로 많은 혼란의 시간을 겪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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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 (이하 선정수) :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 위험을 높인다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정보들인데요. 먼저 어떻게 나온 이야기인지 맥락을 좀 살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선정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이를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FDA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열"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하겠지만, 조금만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FDA는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라벨 변경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이는 임산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아동의 자폐증 및 ADHD와 같은 신경계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증거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고요. FDA는 또한 의사들에게 관련 서한을 발송해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 최휘 : 왜 이런 발표가 나왔을까요? 미국 내 자폐증 상황은 어떤가요?
◇ 선정수 : 트럼프는 미국 내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발생 증가의 원인을 임산부의 임신 기간 중 타이레놀 복용으로 지목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를 보면 1994년생 미국 출생 어린이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은 1000명 당 6.7명이었는데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를 나타내 2014년 생 어린이는 1000명 당 32.2명으로 늘었습니다. 지난 4월 16일,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폐증 진단 증가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내용을 밝히면서 이를 "환경 독소"로 인한 "전염병"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후 자폐증 원인 연구 기금이 편성됐는데요. 연구 기금이 늘어나면 과학계는 좋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당시엔 달랐습니다. 과학계에선 자폐증 진단 증가와 발달 장애의 원인에 대한 수십 년간의 연구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반발의 목소리가 컸는데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환경적 요인보다 유전적 요인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미 밝혀져 있고요. 자폐증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상태입니다.
◆ 최휘 :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 선정수 : FDA는 트럼프 발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태아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및 ADHD 같은 신경계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몇 개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연구에서는 임신 기간 동안 아세트아미노펜을 만성적으로 복용할 경우 위험이 가장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는데요. 굉장히 마지못해서 하는 티가 납니다. FDA는 이어 "아세트아미노펜과 신경계 질환 사이의 연관성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지만, 인과관계는 확립되지 않았으며 과학 문헌에는 상반되는 연구들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아놨고요. "또한,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발열 치료에 승인된 유일한 일반의약품이며, 임산부의 고열은 태아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아스피린과 이부프로펜은 태아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잘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최휘 :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심하다는데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이번 발표에 대해 '비과학적'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는 타이레놀이 임신부에게 안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COG는 성명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통증 완화에 여전히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밝혔습니다. 타이레놀 제조사는 두 말할 것도 없고요. 미국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에 이번 발표와 관련된 팩트시트를 올려놨는데요. 임산부가 임신 후반에 만성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면 자녀에게 장기적인 신경학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힙니다. 그러면서도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발열 치료에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일반의약품이다. 산모의 발열 자체에도 신경관 결손 및 조산 등의 위험이 있다."라고 인정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단기간 적절한 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안전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만성 또는 임신 후기 노출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남아 있다는 정도인데요. "전문가들은 아세트아미노펜 노출로 인한 잠재적 위험을 인정하는 동시에, 치료하지 않은 산모의 발열과 통증으로 인한 위험을 인식하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강조한다"라고 밝힙니다. 굉장히 애매모호하죠. 이번 발표를 보고 임산부가 고열에 시달리는데도 해열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는데요. 임산부가 고열에 시달릴 경우 오히려 태아의 자폐증 발생 위험이 급증하게 된다고 합니다.
◆ 최휘 : 세계 각국의 의학계도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고 하는데요?
◇ 선정수 : 공신력 높은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트럼프의 주장과는 다른 결론을 내린 연구를 모은 특집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은 1995~2019년 사이 태어난 248만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임신 중 타이레놀 성분 처방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약에 노출된 어린이 1.42%가 자폐 진단을 받았고, 노출되지 않은 경우엔 1.33%가 자폐를 앓았습니다. 매우 작은 차이라고 평가 절하했는데요. 특히 형제자매끼리 비교했을 땐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일본 국립 아동건강 발달센터가 20만명 어린이를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도 같은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영국의 웨스 스트리팅 보건 장관은 방송에서 "임신 여성의 파라세타몰 사용과 그 자녀의 자폐증이 연관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영국에선 아세트아미노펜을 파라세타몰이라고 부릅니다. 스트리팅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에 대해 한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말라. 정치인인 내 말도 듣지 말라. 영국의 의사, 영국의 과학자,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말을 들으라”고 강조했습니다.
◆ 최휘 : 미국에서 자폐증이 늘어났다는 점은 통계를 통해 입증되는 사실 아닌가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건가요?
◇ 선정수 : 많은 연구에 따르면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덴마크, 한국, 일본을 포함한 다른 고소득 국가에서도 자폐증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유 중 하나로 진단 기준이 꼽히는데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과 국제질병분류(ICD)의 진단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에 진단 건수가 늘어났다는 추정입니다. 1990년대 초까지 자폐 진단 기준 자체가 엄격했는데, 2013년 아스퍼거 증후군과 같은 일부 개별 진단명을 폐지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용어로 통합했습니다. 덴마크 연구에 따르면 1980년부터 1991년까지 출생자 중 2011년까지 진단을 받은 덴마크 사람들의 자폐증 유병률 증가 원인 가운데 60%가 1990년대 초반 진단 기준의 변화와 진단 보고 방식 변화로 설명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또 자폐증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증상에 대해 널리 알려지면서 교사, 의료전문가, 일반 대중의 낙인이 줄어든 것도 진단 건수가 늘어난 것에 한 몫했다는 추론도 있습니다. 부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자폐증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고요. 고소득 국가에서 평균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자폐증 유병률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 고농도 오존 노출 등 대기 오염과 자폐증의 연관성에도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원인입니다.
◆ 최휘 : 트럼프의 타이레놀 공격에 대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에 주목하는 분석들이 많은데요.
◇ 선정수 : 트럼프가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등 공중보건 음모론을 지지하는 인물입니다. 미국에선 '선택의 자유'를 내세운 백신 반대 운동이 공화당 내에서 한 세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이들을 등에 업고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했고요. 치열한 선거전이 치러지던 중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면서 후보를 사퇴했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트럼프는 재선 뒤 로버트 케네지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고요. 미국의 공중보건 정책은 이후 백신 접종 정책은 엄청나게 후퇴하게 됩니다. 지난 2월 미국 텍사스주에선 30년 만에 대규모 홍역 환자가 발생했는데요.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6세 아이가 홍역으로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최대 발병지인 게인스 카운티에선 14%의 학령기 아동이 필수 백신 접종을 거부했는데요. 95%가 접종받아야 유지되는 집단면역이 무너진 사례로 꼽힙니다. 당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 어렸을 땐 다 홍역에 걸렸다”고 말하며 사태의 위험성을 축소하기에 급급했습니다. 또 “생선 간유, 비타민A로 기적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대체요법을 제시해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했죠. 당시 홍역에 감염된 어린이 환자들이 집에서 간유와 비타민A 보충제를 고용량 복용해 간 손상 징후를 나타내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공중보건 최고 책임자가 내놓은 비과학적인 처방을 따르면서 피해를 키운 셈이죠.
◆ 최휘 : 미국 보건당국은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은 자폐증 위험을 높인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우리나라 보건당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이번 발표에 대해 우리나라 식약처는 향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을 함유하는 제제의 제조, 수입업체들에 미국 정부의 타이레놀 관련 발표에 대한 의견 및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관련 자료 및 근거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산부들은 너무 두려워 마시고 평소 진찰받으시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해서 복약 여부를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휘 :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많은 자폐 아이 부모님들, 임산부들이 이번 논란으로 많은 혼란의 시간을 겪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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