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돌아가면 사형"...공항서 햄버거로 5개월 버틴 기니인

"고국 돌아가면 사형"...공항서 햄버거로 5개월 버틴 기니인

2025.09.25. 오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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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돌아가면 사형"...공항서 햄버거로 5개월 버틴 기니인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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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김해국제공항 출국(송환) 대기실에 머물며 난민심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기니 국적 남성이 출입국 당국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됐다.

25일 난민인권네트워크와 공익법단체 두루,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원회는 부산 연제구 국가인권위원회 부산 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 난민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도착한 공항 난민 A씨에 5개월 동안 똑같은 치킨 햄버거만 제공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지난 4월 27일 김해공항에서 입국이 거절된 뒤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터미널 보안 구역 내 출국 대기실에 5개월 가까이 지내고 있다. 그는 기니에서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시위에 참여해 발생한 흉터 등을 증거로 난민 심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출입국 당국은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난민심사에 회부하지 않았다.

이후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난민센터에 소송을 제기한 A씨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상급심이 끝날 때까지 1년 가까이 김해공항 내 출국대기소에 머물러야 하는 처지다.

A씨는 "살해위협 때문에 한국에 망명을 신청했다"며 "기니로 돌아가면 종신형에 처할 위협이 있는데 계속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압박을 받았고, 중국 항공사는 강제로 비행기에 태우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햄버거 2개만 불규칙한 시간에 제공받던 A씨는 최근부터 6,000원 한도 내에서 공항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 단체는 "난민 보호의 첫 단추는 난민 인정심사를 받을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는 것인데, 출입국 당국이 난민 심사 불회부를 남발하면서 공항 난민이 증가하고 이들의 기본적인 인권이 침해 당하고 있다"며 "비인간적인 출국 대기실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들이 송환 전 임시로 머무는 출국 대기실은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 단체는 이러한 공항 장기체류자를 '공항 난민'으로 규정하고 수년째 관련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공항 밖에 출국대기소를 설치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인천공항에서는 난민심사 불회부 소송 1심에서 승소한 외국인이 공항 밖에 위치한 난민지원센터에서 생활할 수 있게 조처하고 있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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