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일가족 자살’? ‘극단적 선택’? 과연 이게 맞는 말인가?

[열린라디오 YTN] ‘일가족 자살’? ‘극단적 선택’? 과연 이게 맞는 말인가?

2025.08.30. 오전 01:2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8월 30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미디어비평, 오늘은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전화 연결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하 유현재) : 예, 안녕하십니까? 유현재입니다.

◆ 최휘 : 최근 부모의 손에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아이들이 생활고를 이유로 아버지에게 아무것도 모른 채 살해당한 사건도 있었고요. 대구에서는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10대 남매와 어머니가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참 가슴 아픈 사건들이 최근 유독 많이 전해지는 것 같은데요. 교수님은 이 사건들 어떻게 보셨습니까?

◇ 유현재 : 연구자로서도 참 안타까웠고 또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나 했었는데요. 복합적인 것 같아요. 보통 ‘자살사건’ 이렇게 보도가 되기도 하고 또 하나는 가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라든가 개념이라든가 고쳐져야 될 우리나라 문화라든가 아니면 잘못된 언론 관행이라든지 이런 사안들을 한꺼번에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최휘 : 네, 가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와 언론 관행 하나씩 짚어볼 텐데요. 먼저 이번에 고등학생 아이들이 사망한 사건의 경우 부모는 결국 살아남았습니다. 경제난을 이유로 아내와 동반 자살을 결심했다고 밝혔는데요. 언론에서도 이런 사건들을 두고 ‘가족 동반 자살’, ‘일가족 자살 시도’ 이렇게 표현을 하더라고요. 사실 이게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연히 살해이지 않습니까? 용어들이 갖는 문제점이 있어 보이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 유현재 : 예, 굉장히 잘못됐다고 보고요. 제가 한 10년 전에 이런 실험을 했었던 적이 있었어요. 동반 자살이라는 상황도 다 똑같고 이런 영상을 보여준 다음에 어떤 그룹 사람들한테는 ‘동반 자살’이라는 용어를 써서 설명을 해 주고 다른 그룹에는 ‘살해 후 자살’이라는 용어, 이게 맞지 않습니까? 그 용어를 써준 다음에 양쪽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사람들의 감정 추이나 이런 것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거든요. 동반 자살이라고 하면 굉장히 왜곡된 감정, 심리,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이런 느낌들, 본 사람들이 막 눈물도 흘리고 이런 상황을 마주할 수가 있었어요. 근데 엄격하게 따지면 살인이죠 살인. 살해를 한 거죠. 그런 다음에 자살을 하거나 아니면 자살 미수가 되거나 이런 건데,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가족에 대해서 굉장히 삐뚤어진 개념인 거죠. 부모 입장에서는 내 소유다, 내가 이렇게 비참하니까 내가 만약에 없어지면 이 친구들도 비참해질 거 아니냐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범하는 것 같아요. 그때가 10년 전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동반자살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고 제가 그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자살보도 권고 기준이라는 원칙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 원칙들에도 명확하게 쓰여 있는데 그게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일부 언론이긴 합니다마는 많이 사용되고 있더라고요. 이번 사건 이후에도 그런 보도들이 꽤 있었어요. 그래서 그게 안타깝고, 베르테르 효과라든가 자살에 대한 동정, 왜곡된 인식 이런 것들을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간접적 변수가 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 최휘 : 네, 부모라고 해도 아이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가 없죠. 단순히 동반 자살로 볼 게 아니라 명백한 아동 살해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 유현재 : 이게 참 쉽지가 않은 게 한 10년 전만 해도 그런 인식은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었어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전 세계에서 자살률 1위잖아요. 자살과 관련돼서 굉장히 다양한,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안이 이거라고 보고요. 용어를 바꾼다고 뭐가 변하겠느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은 지금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 될 때거든요. 법도 중요하고 정책도 중요하고 그렇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일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화, 일부 언론이 갖고 있는 선정성이라든가 용어에 대한 부정확성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분명히 신경 써야 될 시점이라고 봅니다.

◆ 최휘 : 자살보도 권고 기준 앞에서 잠깐 말씀해 주셨는데 엄연한 아동 학대, 아동 살해 사건으로 봐야 하는 만큼 언론에서도 관련해서 기준을 마련하기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권고 기준이 마련돼 있을까요?

◇ 유현재 : 제가 관련해서 연구를 시작한 게 2010년, 2011년인데요. 그때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이라는 게 나오게 돼요. 전을 기억해 보시면 유명 연예인 자살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언론 보도가 이렇게 되면 안 되겠다, 자살 도구나 방법 같은 것들이 너무나 자세하게 보도되고 해서 다시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정리를 했죠. 그래서 나온 게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이었고요. 그다음에 미디어 환경도 변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다음에 나온 게 3.0, 작년에 나온 게 4.0입니다. 작년에는 ‘자살예방 보도준칙’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저도 같이 연구해서 만들어내고 그랬는데, 그 안에 그런 것들이 있어요. 자살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걸 기자들한테 보도 하지 마라, 그건 안 되잖아요. 그런데 보도를 하려면 어떻게 하세요, 그리고 가급적이면 하지 마세요, 사건 보도 말고 심층 보도를 많이 해 주세요 이런 상식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말도 지양해 주세요. 자살은 선택이 되면 안 되니까. 그런 굉장히 디테일한 사안을 이미 만들었어요. 많이 퍼뜨리기도 했고 한국기자협회 웹사이트에 가면 또 있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근데 모든 언론이 그렇게 하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충분히 지켜주세요.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자살 사건과 관련된 걸 클릭의 어떤 변수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 최휘 :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일부 언론들의 잘못된 보도 행태.

◇ 유현재 :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동반 자살이라고 해서 영상에서 잔잔한 음악을 깐다든가 또는 예를 들어서 자살 사건이 벌어졌다, 경제 문제다, 무슨 문제다 이렇게 일반화를 시켜버리지 않습니까? 그리고 극단적 선택 이렇게 되면 아까 말씀드렸던 모방 효과나 베르테르 효과이런 것들도 문제지만 또 하나가 유가족이 상처를 받아요. 선택이라고 그러는데 내가 지켜주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사안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복합적인 것들이 빨리 개선돼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가 자살률 세계 1위를 한 게 거의 20년이 가까워 오고 있어요. 굉장히 세심한 변수들까지 챙겨야만 자살률이 떨어질 것이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자살 예방 정책이라고 하면 자살률을 낮추는 자살 예방 정책이 저출산 정책과도 맥이 닿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보면 디테일하게 해야 되고 지금이라도 언론인 여러분들은 자살보도 권고기준 어디 있을까 한다면 한국기자협회 가면 다 있으니까 내용들을 찬찬히 읽어보시고 100%는 아니겠습니다마는 어느 정도 지켜주실 마음이 생길 거라고 믿고요. 한번 봐주시기를 아무튼 요청을 드려봅니다.

◆ 최휘 : 자녀 살해 뒤 자살하는 범행, 이 원인에 대해서도 보통 채무 부분만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거든요.

◇ 유현재 : 예, 맞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위험해 보여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중에서 한 30%가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자녀 살해 후 자살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요. 굉장히 적지 않은 거예요. 그리고 또 늘어나고 있고요. 그런데 언론 보도에서는 아무래도 정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잖아요. 경제 상황이다 무슨 상황이다 뭐 가정 불화다 이렇게 일반화시켜서 이렇게 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봤을 때도 ‘내 경제 상황이나 사안들도 사고를 당한 사람들에 비해서 결코 좋은 게 아닌데 그러면 나도 그래야 되나’ 이런 비이성적인 동일화, 일반화를 할 수도 있거든요. 이게 상당히 위험합니다. 경찰이 또 1차로 발표를 했다고 해도 언론인들은 그 안에 있는 세부 사항이 무엇일까 이런 것들을 자세하게 전달해야 된다고 보고요. 또 한 가지는 심층취재, 이게 가장 일반적이긴 합니다마는 심층취재에 노력을 더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 최휘 : 그럼 어떤 심층적인 보도들이 나와야 한다고 보세요?

◇ 유현재 : 첫 번째는 문화와 관련돼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오죽하면 부모가 그러겠냐’ 이게 얼마나 잘못됐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이번 사건 다음에 제가 외국 사례들을 찾아보니까 외국에서는 참 거짓말처럼 자살한 부모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그렇게 부각시키지 않더라고요.

◆ 최휘 : 그럼요?

◇ 유현재 : 남은 자들인 거죠. 남은 자들이거나 아니면 살해된 아이들 있잖아요. 그 아이들에 대해서 이게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그러니까 그 살인범이죠. 기소가 안 될 뿐이지 살인범이고 또 미수로 그쳤을 때는 이 사람이 어떤 처벌을 받고 미수로 그쳤을 때 참 걱정되는 것은 그렇게 된 다음에 부모가 풀려나면 그 아이와 어찌 보면 그 살인을 계획했던 그 사람이랑 같이 살아가는 부정적인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든가.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었던 어떤 정책이나 법으로 포용되지 않았던 그런 사안들에 대해서 언론인들이 얘기를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책을 제안할 수도 있고 아니면 법이 이 정도 있어야 되는데 완비되지 않았다고 얘기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삐뚤어진 문화가 어떤 상황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심층취재를 하실 수도 있고. 보도가 양질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최휘 : 네, 마지막으로 짧게 아동 살해 후 자살 또 이런 자살 시도를 막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할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유현재 : 저는 두 개라고 보는데요. 하나는 문화와 관련돼서, 자살과 관련돼서 우리가 쉽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습이라든가 이런 사안들이 분명히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아까 우리가 얘기했던 것처럼 부모가 힘들 때 뭐 오죽하면 그랬겠어요 이런 아주 삐뚤어진 온정주의 같은 것들이 개선돼야 하고 이게 잘못돼 있다는 것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얘기를 해 줘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는 법을 현실화시켜서 자식을 죽이려고 뭔가 시도를 했다거나 아니면 그렇게 하고 자살한 사람들에 대해서 사회가 정확하게 ‘이건 범죄고, 당신은 살인범이다’라고 얘기를 해줘야 될 것 같아요. 이게 굉장히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그 선언을 해 주는 순간 우리가 자살이나 아니면 이런 굉장히 비정상적인 사건에 대해서 보는 시각 같은 것들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거라고 보고요. 이게 아마 우리가 갖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는 출발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최휘 : 네, 동반 자살이 아니라 아동학대 살해 범죄로 명확히 규정해야 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유현재 : 예, 고맙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