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으로 얻은 쌍둥이 살해…"육아 스트레스가 원인"

시험관으로 얻은 쌍둥이 살해…"육아 스트레스가 원인"

2025.08.27. 오전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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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수술로 어렵게 얻은 쌍둥이 딸들을 살해한 40대 친모의 살해 동기는 극심한 육아 스트레스로 밝혀졌다.

26일 광주고법 제2형사부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A 씨(44)에 대한 항소심 변론 절차를 종결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전남 여수시 자택에서 생후 7개월 된 쌍둥이 자매를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 한 번의 유산 뒤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가진 아이들이었으나, 26주만에 600g도 되지 않는 초미숙아로 태어났다.

이후 병원 3곳을 옮기며 집중치료를 받았고 치료 과정에서 의사로부터 아이들이 영구 장애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양육 도중 남편으로부터 "남들도 다 하는 데 왜 못하냐”며 폭행을 당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 받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A 씨는 재판장에서 “장애로 인한 사회적 시선이 얼마나 차가운지 아는데 아이들이 그런 고통을 받을까 봐 두려웠다"면서 “남편이 ‘아이들을 시설에 맡기겠다’고 하자 그동안의 헌신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고 산후우울증과 겹쳐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결국 A 씨는 아이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에 자수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참작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나 검찰은 “모든 상황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을 살해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부모에겐 아이들 목숨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A 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눈을 뜨고 감을 때마다 아이들이 생각난다. 이름을 부르는 것도 죄스럽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A씨 남편도 "모든 게 제 잘못"이라며 "아이 엄마는 항소할 생각도 없었는데 제가 항소를 하자고 해서 여기에 서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도 A 씨의 남편은 "아내에게 '애 낳은 것 빼고 한 게 뭐가 있냐. 밖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쏘아붙였다"라며 "아내의 우울증을 너무 가볍게 생각해 한 번도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제가 아내에게 조금만 다정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YTN digital 정윤주 (younj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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