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버틴 '공포의 50분'…광명 화재 아파트 생존자의 증언

화재 현장 살펴보는 관계자들 ⓒ 연합뉴스

지난 17일 밤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한 10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3층에 머물다 구조된 A씨는 "정말 무서워서 심장이 떨렸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다"며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공포를 털어놨다.

화재는 오후 9시 10분께 10층짜리 아파트의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불은 순식간에 건물 외벽을 타고 위층으로 번졌고, 특히 저층부에 있던 가구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 화재로 주민 3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 당시 A씨는 가족과 함께 집 안에서 쉬고 있었다.

'불이야!'라는 외침에 창밖을 열자, 시야를 가릴 정도의 짙은 연기가 이미 퍼져 있었다. 발화 지점은 1층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 천장으로, A씨의 집은 불과 수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위험을 직감한 A씨는 가족들을 불러 모은 뒤 화장실로 대피했다.

119에 신고하자 "수건을 적셔 입을 막고 화장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가 이어졌다. 이후 50분간, 가족 3명은 불 꺼진 화장실 안에서 구조만을 기다리며 극심한 공포와 싸워야 했다.

정전과 단수까지 겹친 어둠 속, 재차 119에 전화를 걸며 애타게 기다리던 A씨 가족은 밤 10시쯤 소방대원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집 내부는 대부분 불에 탔지만, 복도 쪽으로 들어간 화장실 위치와 수돗물 덕분에 이들의 생명을 지켜냈다.

임시 숙소 마련된 광명시민체육관 ⓒ 연합뉴스

A씨는 "무사히 살아나와 다행이지만 집을 잃어 막막하다"며 "언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A씨 가족은 광명시민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으며, 이곳에는 총 13세대, 약 30명이 머물고 있다. 텐트, 침구, 식수 등 기본 물품이 준비됐고 외부 출입은 통제되고 있다.

이번 화재는 1시간 20여 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지만, 삽시간에 건물 옥상까지 화염이 번지며 대형 인명 피해를 불러왔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