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러브버그 박멸 못하는 속사정, '생태계'에 대한 고민

[팩트체크] 러브버그 박멸 못하는 속사정, '생태계'에 대한 고민

2025.07.07. 오전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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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7월 5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이하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러브버그'인데요. 서울 수도권 일대 많은 시민들이 벌레 때문에 민원을 쏟아내고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러브버그 어떤 벌레인지 좀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우리가 지금 러브버그라고 부르는 벌레의 이름은 붉은등우단털파리입니다. 파리목 털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인데요. 몸에 털이 많아서 털파리이고요. 등부분이 붉은색을 띄고 우단(벨벳이라고도 하고 어르신들은 비로도라고도 부르는 것)과 질감이 비슷해 붉은등우단털파리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은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짝짓기하는 상태로 혼인비행을 하기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플로리다 등 미국 남부 지역에서도 해마다 5월 무렵이면 러브버그가 엄청나게 발생해 골치를 썩고 있는데요. 미국의 원조 러브버그는 한국에서 보이는 종과는 친척관계 쯤 된다고 합니다.

◆ 최휘 : 이 러브버그가 떼지어 나타나 불편하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데요. 실제 상황은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서울, 수도권 주민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저렇게 난리인가 싶을 겁니다. 그런데 서울 은평구 등 일부 지역, 인천 연수구 등 일부 지역에선 조금 과장해서 새까맣게 하늘을 덮을 정도로 수가 많아져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거리를 걸을 때 얼굴을 비롯한 온몸에 달라붙어서 혐오감을 유발한다", "자동차에 벌레 사체가 새까맣게 쌓여 도색을 부식시킨다", "가게에 새까맣게 들어와 문을 열어놓을 수 없다", "방충망에 온통 달라붙어 있어 무섭다" 이런 민원들이 많이 제기됩니다.
대발생이라고 부르는데요. 메뚜기떼가 하늘을 뒤덮고 곡창지대를 황폐화시켰다는 옛 기록처럼 특정 종의 곤충이 동시에 대량으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 최휘 : 이 벌레들은 예전엔 볼 수 없었던 것 같은데요. 어떤 경로로 한국에 들어오게 됐는지 밝혀졌나요?

◇ 선정수 :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펴낸 ‘대발생 생물 발생원인 및 관리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가 있는데요. 이 보고서를 살펴보면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중국 칭다오에서 한국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걸로 나옵니다. 물류를 운반하는 배에 실려 들어오거나 태풍에 실려 넘어왔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국에서는 2015년에 처음 관찰된 걸로 알려지고 있고요. 이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빛을 좇아 주민 생활공간에도 모여들면서 시민들의 눈에 잘 띄게 됐습니다. 2022년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서 대발생이 관찰되면서 주민 민원 급증으로 이어졌고요. 점점 확산해 올해는 서울 전역과 인천 경기도 북부 대부분 지역과 수원 안산 등 경기 남부 지역 일부에서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 최휘 : 익충이냐 해충이냐 논란도 많은데요.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정부 당국은 붉은등우단털파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성충은 화분매개자로 알려져있고, 애벌레는 토양유기물을 분해하여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역할을 하며, 독성이 없고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음." 전통적 의미의 익충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일각에선 아무리 이롭다고 해도 사람을 괴롭게 한다면 해충으로 정해 박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용식 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자유일보라는 매체에 <러브버그, 누가 서울을 벌레도시로 만들었나>라는 제목의 언론 기고를 통해 환경단체에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는 기고문에서 <일부 환경·동물보호 단체들은 이 곤충을 마치 지켜야 할 생명인 양 감싸고 돈다. 작년 서울시의회가 러브버그 같은 대량 발생 곤충의 체계적 방제를 위한 조례를 추진하자, 그린피스와 카라는 "화학 방제는 꿀벌과 나비도 죽일 수 있다"며 조직적으로 입법을 막았다. 그들은 이 조례를 ‘곤충 데스노트’라 규정하고 비이성적 반대를 펼쳤다.
그 결과가 지금의 벌레 천국이다. 조례는 막혔고, 방제는 멈췄고, 시민들은 그대로 벌레 속에 남겨졌다. 결국 무대책, 무논리로 시의회의 방제 조례를 막은 환경단체들 때문에 시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라고 지적합니다.

◆ 최휘 : 환경단체의 반대로 조례가 막혔다. 사실인가요?

◇ 선정수 : 조례안은 작년 8월에 발의가 됐고, 논란이 일자 9월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한 차례 보류가 됐다가 지난 3월 통과됐습니다. 환경단체가 이 조례애 대해 반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통과가 막혔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릅니다. 결국 원안대로 통과됐으니까요.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인데요. <시민들에게 상당한 불편을 유발하는 대발생 곤충의 적절한 관리 및 방제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시민들의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또 이 조례에선 <"대발생 곤충"이란 감염성 병원체를 매개하지는 않지만, 주거ㆍ상업 지역 등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지역에 대량으로 출현하여 시민들에게 상당한 신체적ㆍ정신적 피해 또는 불편을 주는 곤충을 말한다.>라고 정의를 했고요. 서울시가 곤충 대발생을 관리하고 방제를 지원하도록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정하고 있고요. 방제할 때는 친환경적 수단을 우선고려 해야 한다라고 시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 최휘 : 조례는 이미 통과가 됐군요. 그럼 조례에 따른 서울시의 대책은 무엇인가요?

◇ 선정수 : 서울시는 지난 6월 대발생 예상 지역에 포충기를 설치하는 등 비화학적인 방법으로 개체수를 조절해 시민 불편을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놨었습니다. 인천 연수구는 보건소에서 대발생 지역에 물을 뿌리는 방법으로 방제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편이고요. 등산로에 끈끈이 트랩을 설치하고 사체를 쓸어내는 방식으로 치우고 있습니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들은 살충제를 이용한 방제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정부와 당국, 전문가들은 화학적 방제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화학적 방제를 하면 러브버그 외에 다른 곤충들도 모두 죽일 수 있고,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며 “‘그물’처럼 이어진 생태계에 구멍이 생기면, 새 종이 유입됐을 때 또 대발생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 박선재 연구관도 “러브버그를 박멸할 방법은 없고, ‘공존’하는 방법뿐이다. 서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접점을 찾기 위한 ‘친환경 방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 최휘 : 미국에서도 러브버그 때문에 골치라고 하셨는데요. 미국은 어떤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나요?

◇ 선정수 : 미국 플로리다주 여러 도시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었습니다. 미국의 러브버그는 1940년대 원산지인 중앙아메리카에서 날아와 1970년대부터 대발생으로 이어졌는데요. 지난해부터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여러가지로 추정되고 있는데 아직 확실히 밝혀진 건 없고요. 미국에선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이 벌레를 박멸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습니다. 대발생 기간이 비교적 짧고 인간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미국 러브버그는 우리나라와 달리 4~5월과 8~9월 두차례 대발생을 일으키는데요. 주민들은 불편하지만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매미가 울거나 제비가 돌아오는 것 같은 계절을 알리는 자연현상과 같이 취급하는 거죠.

◆ 최휘 : 이 러브버그의 대발생 기간이 매우 짧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올해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나요?

◇ 선정수 : 지역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앞으로 1주, 길면 2주 이내에 자취를 감출 걸로 예상됩니다. 성충의 수컷의 수명은 3~5일 정도, 암컷은 7일 내외로 짧기 때문인데요. 앞으로 어느 지역까지 확산이 될지, 또 언제까지 대발생이 계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외래 유입종은 우리 생태계에서 지낸 기간이 짧기 때문에 천적이 없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개체수가 조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때 이슈가 됐었던 황소개구리나 꽃매미 등을 보면 자연스럽게 개체수가 줄어들었거든요. 분명한 건 이 붉은등우단털파리를 박멸하겠다고 산에다가 살충제를 쏟아부으면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과학은 특정 종만 선별적으로 죽일 수 있는 화학약품을 만들지 못합니다. 살충제를 뿌리면 붉은등우단털파리 이외의 많은 곤충이 무차별적으로 죽게 되고요. 곤충 뿐만 아니라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에게도 피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사람한테도 좋을 게 없고요.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해법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 최휘 : 속 시원하게 살충제를 확 뿌려달라는 일부 시민의 요구도 그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선진국 대한민국이 됐고요. 예전처럼 "사람이 아닌 것들은 사람을 위해 다 죽여도 상관없어"라고 말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겁니다. 예전에는 눈앞의 불편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생태계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진 거죠. 그리고 결국 한 생물종이 사라지면 연쇄적으로 다른 생물종에게 영향을 미치고, 결국엔 사람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습니다.
붉은등우단털파리 뿐만 아니라 집이나 집 근처에 벌레 잡는다고 살충제 뿌리지 마시고 가급적 물리적 방법으로 잡는 걸 권합니다. 살충제가 벌레만 죽일 것 같지만, 벌레 이외의 생물, 특히 사람에게도 좋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외출 가급적 줄이시고, 불가피하게 외출하실 일 있으시면 선글라스와 마스크 착용하시고, 평소엔 방충망 잘 닫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발생이 일어나는 지역 지자체는 붉은등우단털파리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고, 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 최휘 : 네. 요즘 러브버그로 스트레스 받는다는 분들 많은데, 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을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하겠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선정수 : 고맙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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