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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6월 20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은택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지난 1997년이었습니다. 당시 58세의 한 남성이 보라매병원 중환자실로 후송됐죠.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만 뇌 수술로 인해 환자는 자가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니까 인공호흡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였죠.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환자의 보호자가 ‘자신의 동의 없이 수술이 이뤄졌고 경제적 여유가 없다’며 환자의 퇴원을 요구했던 것이죠. 그렇게 환자는 결국 퇴원조치 됐는데 환자는 산소호흡기를 뗀 지 단 5분여 만에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담당 의사는 살인죄로 기소됐는데 당시 재판부는 의사에게 살인방조죄를 적용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었죠. 해당 사건이 발생 후 우리사회에선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28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요. 과연 존엄사는 법적으로 가능해졌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살인방조죄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될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권은택 변호사(이하 권은택)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1997년에 있었던 보라매병원 사건, 우리나라에 존엄사 논쟁을 촉발시킨 그런 사건이 아니었나 싶거든요.
◇권은택: 네, 맞습니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존엄사'라는 단어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계기였습니다. 당시 환자는 뇌수술 이후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보호자는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퇴원을 요구했는데요. 결국 퇴원 후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 환자가 사망하면서, 담당 의사와 보호자 모두 살인 혐의로 기소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원화: 담당 의사와 배우자가 모두 살인죄로 기소됐었죠.
◇권은택: 네, 다만 재판부는 의사의 경우 방조를 인정했습니다.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한 환자의 배우자는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지만, 배우자의 요구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담당 의사에게는 살인 행위를 도왔다는 이유로 살인방조죄를 적용했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원화: 당시만 해도, 의학적 권고에 반하는, 사망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퇴원이, 보호자가 원하면, 공공연히 이뤄지기도 했다, 이런 인식 같은 게 있었는데, 이 판결이 나오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뒤바뀌었던 것 같거든요. 그러면서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었고요.
◇권은택: 네, 그렇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퇴원 후 사망은 환자 가족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암묵적으로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보라매병원 사건을 통해 법원이 처음으로 환자의 생명에 대한 의료인의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이죠. 이후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을 던졌고,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여 년 뒤, 또 다른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원화: 어떤 사건이었죠.
◇권은택: 2009년 김모 할머니 사건입니다. 김모 할머니는 폐조직 검사 중 출혈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고, 자녀들이 병원 측에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원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가 뭐였죠.
◇권은택: 할머니가 평소에 '기계에 의존해서는 살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자녀들은 이를 존중해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한 것이었습니다. 병원이 이를 거부하자 법적 대응에 나선 거죠.
◆이원화: 2009년이라고 해주셨는데 당시만 해도 관련법이 없지 않았나요. 그래서 쉽진 않았겠다 싶은데 재판부 판단은 어땠습니까.
◇권은택: 네, 말씀하신 대로 당시엔 ‘존엄사’ 관련 법이 없었기 때문에 판결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9년 5월, 회생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 행복추구권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사례였습니다.
◆이원화: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첫 판례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었다,라고 보여지는데 그래도 여전히 관련법은 없는 상황이다 보니 가족이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하거나, 의료진이 이를 중단하는데 여전히 법적 제약이 있었던 거죠? 자칫하면 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상황인 거잖아요.
◇권은택: 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의료진 입장에서도 연명치료를 중단하면 자칫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었고요. 가족들 역시 고인의 뜻을 따라도 법적으로 뒷받침받을 수 없었죠. 실제로 당시 의료계에선 ‘형사책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빈번했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관련법은 언제 시행됐던 겁니까.
◇권은택: ‘연명의료결정법’, 일명 ‘존엄사법’이 2018년 2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원화: 보라매병원 사건이 발생한 지 18여 년 만에 법제화가 이뤄졌던 건데 그렇다고 무조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냐, 그건 아니고 대상이나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게 돼있죠.
◇권은택: 네, 환자가 임종기에 접어든 상태여야 하고,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치료,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의 연명의료 행위가 치료 효과가 없다는 점이 전문가에 의해 확인돼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환자의 의사입니다. 직접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문서로 남기거나, 가족 2명이 평소 환자의 뜻이라고 증언해야만 중단됩니다. 또한 본인 의사를 추정할 수 없는 경우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중단됩니다.
◆이원화: 앞서 관련법이 마련돼있다, 이야기 해주셨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현행법을 반대하는 분들도 있는 반면, 이 정도로 안 된다,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법안이 필요하다,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권은택: 존엄사, 안락사는 모두 죽음을 앞둔 환자의 선택과 관련한 용어이지만, 그 의미와 범위가 다릅니다. 존엄사는 연명의료를 중단하여 자연스러운 죽음을 허용하는 것이고, 안락사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켜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입니다. 우리나라는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하고 있지만, 안락사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면서 동시에,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를 존중해줘야 하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논의되고 있는 건 단순히 ‘연명의료 중단’이 아니라,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존엄사'에 대한 부분인데요. 이는 약물 등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하며, 의사의 적극적인 조력이 포함되는 점에서 ‘적극적 안락사’와도 연결되는 논쟁입니다.
◆이원화: 해외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국가들이 몇몇 있죠.
◇권은택: 네, 해외에서는 이미 몇몇 국가가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스위스, 벨기에,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안락사 또는 조력자살이 합법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조력존엄사법’이 국회에 발의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입법화되지 않았습니다.
◆이원화: 법안이 나와 있긴 하군요.
◇권은택: ‘조력존엄사법’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길 원할 경우, 의사의 도움으로 약물을 처방받아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단, 심사위원회 심사, 의사 두 명의 동의, 환자의 반복적인 의사 확인 등 매우 엄격한 요건이 붙어 있죠. 그러나 법안 발의 이후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원화: 앞서 존엄사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큰 전환점이 됐던 사건들, 예를들어 보라매병원사건이나 2009년 대법원판결, 언급해주셨는데. 지금 말씀드릴 이 사건도, 어쩌면 몇 년 후에는 존엄사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런 사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관련해서 헌법소원이 제기돼있는 상태죠?
◇권은택: 네,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이명식 씨가 낸 헌법소원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고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척수염’ 진단을 받고 5년째 하반신 마비와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만, 국내에서는 조력존엄사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자신의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원화: 딸이 자칫 자살방조죄로 처벌될까봐, 그래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거였군요.
◇권은택: 네. 이 씨는 스위스에 있는 디그니타스라는 조력사망 단체에 가입까지 했는데요. 문제는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서 딸이 스위스까지 데려다줘야 하는 상황인데, 그러면 현행법상 딸은 자살방조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실제로 기소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조력자살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법적 불안감이 매우 큽니다
◆이원화: 그런데 전에도 비슷한 헌법소원이 접수됐었는데 바로 각하됐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뭐가 달랐던 겁니까. 아니면 시대적 흐름이 반영됐다, 봐야할까요.
◇권은택: 올해 1월, 헌법재판소가 조력 존엄사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본안 심리 대상으로 회부했습니다. 2017년, 2018년 유사한 청구가 각하되었던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우리 사회가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여 마침내 ‘죽음’이라는 금기를 공론의 장에 올려놓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사건의 본질은 명확합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이 없고, 형법 제252조 제2항은 자살에 조력한 행위자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환자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의료적 조력을 제공한 경우조차 예외 없이 금지한다는 점이 그 심판대상입니다.
◆이원화: 여전히 심리가 진행중인 상황인가요?
◇권은택: 네, 심판이 정식으로 회부된 상태고요. 아직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공개변론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고, 심리를 위해 복지부·법무부 등 관련 부처의 의견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원화: 변호사님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어떤 결과 나올까요.
◇권은택: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시대가 많이 변했고 국민 여론도 성숙해졌습니다. 이미 다수 국민이 ‘존엄한 죽음’을 원하고 있고, 제도적 공백으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조력존엄사를 전면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 아래에서 ‘삶을 마무리할 권리’가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것은 단순히 죽음을 허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지막까지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5년 6월 20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은택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지난 1997년이었습니다. 당시 58세의 한 남성이 보라매병원 중환자실로 후송됐죠.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만 뇌 수술로 인해 환자는 자가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니까 인공호흡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였죠.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환자의 보호자가 ‘자신의 동의 없이 수술이 이뤄졌고 경제적 여유가 없다’며 환자의 퇴원을 요구했던 것이죠. 그렇게 환자는 결국 퇴원조치 됐는데 환자는 산소호흡기를 뗀 지 단 5분여 만에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담당 의사는 살인죄로 기소됐는데 당시 재판부는 의사에게 살인방조죄를 적용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었죠. 해당 사건이 발생 후 우리사회에선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28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요. 과연 존엄사는 법적으로 가능해졌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살인방조죄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될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권은택 변호사(이하 권은택)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1997년에 있었던 보라매병원 사건, 우리나라에 존엄사 논쟁을 촉발시킨 그런 사건이 아니었나 싶거든요.
◇권은택: 네, 맞습니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존엄사'라는 단어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계기였습니다. 당시 환자는 뇌수술 이후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보호자는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퇴원을 요구했는데요. 결국 퇴원 후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 환자가 사망하면서, 담당 의사와 보호자 모두 살인 혐의로 기소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원화: 담당 의사와 배우자가 모두 살인죄로 기소됐었죠.
◇권은택: 네, 다만 재판부는 의사의 경우 방조를 인정했습니다.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한 환자의 배우자는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지만, 배우자의 요구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담당 의사에게는 살인 행위를 도왔다는 이유로 살인방조죄를 적용했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원화: 당시만 해도, 의학적 권고에 반하는, 사망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퇴원이, 보호자가 원하면, 공공연히 이뤄지기도 했다, 이런 인식 같은 게 있었는데, 이 판결이 나오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뒤바뀌었던 것 같거든요. 그러면서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었고요.
◇권은택: 네, 그렇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퇴원 후 사망은 환자 가족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암묵적으로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보라매병원 사건을 통해 법원이 처음으로 환자의 생명에 대한 의료인의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이죠. 이후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을 던졌고,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여 년 뒤, 또 다른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원화: 어떤 사건이었죠.
◇권은택: 2009년 김모 할머니 사건입니다. 김모 할머니는 폐조직 검사 중 출혈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고, 자녀들이 병원 측에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원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가 뭐였죠.
◇권은택: 할머니가 평소에 '기계에 의존해서는 살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자녀들은 이를 존중해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한 것이었습니다. 병원이 이를 거부하자 법적 대응에 나선 거죠.
◆이원화: 2009년이라고 해주셨는데 당시만 해도 관련법이 없지 않았나요. 그래서 쉽진 않았겠다 싶은데 재판부 판단은 어땠습니까.
◇권은택: 네, 말씀하신 대로 당시엔 ‘존엄사’ 관련 법이 없었기 때문에 판결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9년 5월, 회생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 행복추구권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사례였습니다.
◆이원화: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첫 판례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었다,라고 보여지는데 그래도 여전히 관련법은 없는 상황이다 보니 가족이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하거나, 의료진이 이를 중단하는데 여전히 법적 제약이 있었던 거죠? 자칫하면 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상황인 거잖아요.
◇권은택: 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의료진 입장에서도 연명치료를 중단하면 자칫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었고요. 가족들 역시 고인의 뜻을 따라도 법적으로 뒷받침받을 수 없었죠. 실제로 당시 의료계에선 ‘형사책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빈번했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관련법은 언제 시행됐던 겁니까.
◇권은택: ‘연명의료결정법’, 일명 ‘존엄사법’이 2018년 2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원화: 보라매병원 사건이 발생한 지 18여 년 만에 법제화가 이뤄졌던 건데 그렇다고 무조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냐, 그건 아니고 대상이나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게 돼있죠.
◇권은택: 네, 환자가 임종기에 접어든 상태여야 하고,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치료,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의 연명의료 행위가 치료 효과가 없다는 점이 전문가에 의해 확인돼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환자의 의사입니다. 직접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문서로 남기거나, 가족 2명이 평소 환자의 뜻이라고 증언해야만 중단됩니다. 또한 본인 의사를 추정할 수 없는 경우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중단됩니다.
◆이원화: 앞서 관련법이 마련돼있다, 이야기 해주셨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현행법을 반대하는 분들도 있는 반면, 이 정도로 안 된다,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법안이 필요하다,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권은택: 존엄사, 안락사는 모두 죽음을 앞둔 환자의 선택과 관련한 용어이지만, 그 의미와 범위가 다릅니다. 존엄사는 연명의료를 중단하여 자연스러운 죽음을 허용하는 것이고, 안락사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켜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입니다. 우리나라는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하고 있지만, 안락사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면서 동시에,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를 존중해줘야 하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논의되고 있는 건 단순히 ‘연명의료 중단’이 아니라,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존엄사'에 대한 부분인데요. 이는 약물 등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하며, 의사의 적극적인 조력이 포함되는 점에서 ‘적극적 안락사’와도 연결되는 논쟁입니다.
◆이원화: 해외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국가들이 몇몇 있죠.
◇권은택: 네, 해외에서는 이미 몇몇 국가가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스위스, 벨기에,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안락사 또는 조력자살이 합법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조력존엄사법’이 국회에 발의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입법화되지 않았습니다.
◆이원화: 법안이 나와 있긴 하군요.
◇권은택: ‘조력존엄사법’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길 원할 경우, 의사의 도움으로 약물을 처방받아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단, 심사위원회 심사, 의사 두 명의 동의, 환자의 반복적인 의사 확인 등 매우 엄격한 요건이 붙어 있죠. 그러나 법안 발의 이후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원화: 앞서 존엄사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큰 전환점이 됐던 사건들, 예를들어 보라매병원사건이나 2009년 대법원판결, 언급해주셨는데. 지금 말씀드릴 이 사건도, 어쩌면 몇 년 후에는 존엄사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런 사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관련해서 헌법소원이 제기돼있는 상태죠?
◇권은택: 네,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이명식 씨가 낸 헌법소원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고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척수염’ 진단을 받고 5년째 하반신 마비와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만, 국내에서는 조력존엄사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자신의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원화: 딸이 자칫 자살방조죄로 처벌될까봐, 그래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거였군요.
◇권은택: 네. 이 씨는 스위스에 있는 디그니타스라는 조력사망 단체에 가입까지 했는데요. 문제는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서 딸이 스위스까지 데려다줘야 하는 상황인데, 그러면 현행법상 딸은 자살방조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실제로 기소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조력자살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법적 불안감이 매우 큽니다
◆이원화: 그런데 전에도 비슷한 헌법소원이 접수됐었는데 바로 각하됐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뭐가 달랐던 겁니까. 아니면 시대적 흐름이 반영됐다, 봐야할까요.
◇권은택: 올해 1월, 헌법재판소가 조력 존엄사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본안 심리 대상으로 회부했습니다. 2017년, 2018년 유사한 청구가 각하되었던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우리 사회가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여 마침내 ‘죽음’이라는 금기를 공론의 장에 올려놓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사건의 본질은 명확합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이 없고, 형법 제252조 제2항은 자살에 조력한 행위자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환자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의료적 조력을 제공한 경우조차 예외 없이 금지한다는 점이 그 심판대상입니다.
◆이원화: 여전히 심리가 진행중인 상황인가요?
◇권은택: 네, 심판이 정식으로 회부된 상태고요. 아직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공개변론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고, 심리를 위해 복지부·법무부 등 관련 부처의 의견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원화: 변호사님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어떤 결과 나올까요.
◇권은택: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시대가 많이 변했고 국민 여론도 성숙해졌습니다. 이미 다수 국민이 ‘존엄한 죽음’을 원하고 있고, 제도적 공백으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조력존엄사를 전면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 아래에서 ‘삶을 마무리할 권리’가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것은 단순히 죽음을 허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지막까지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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