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끌고 약 사는 '창고형 약국' 등장에...속 끓는 약사들

카트 끌고 약 사는 '창고형 약국' 등장에...속 끓는 약사들

2025.06.16. 오후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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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끌고 약 사는 '창고형 약국' 등장에...속 끓는 약사들
국내 첫 '창고형 약국'(왼쪽)과 실내 모습(오른쪽) / 업체 제공(왼쪽), 유튜브 채널 '감자와 매일매일' 캡처(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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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창고형 약국'이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에 문을 열며 약국 유통 구조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총 430㎡(약 130평) 규모의 '창고형 약국' A매장에는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용 의약품 등 약 2,500개 품목이 진열돼 있다. 진통제, 파스, 반창고는 물론, 칫솔·염색약 같은 생활잡화까지 마치 대형마트처럼 구비돼 있고, 모든 제품에는 가격표가 붙어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비교할 수 있다.

매장 운영 방식은 고객이 장바구니나 카트를 이용해 약을 고르고, 약사의 설명을 통해 복약 정보를 확인하는 '자율 쇼핑+전문 상담' 형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가격 경쟁력이다. 진통제나 연고류가 일반 약국보다 최대 2,500원까지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은 소용량 구성으로 체험 구매가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량 구매에 따른 할인 정책이 적용되는 구조여서 가능한 가격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약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약사회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한 지역 약사는 "이런 방식의 약국이 늘어나면 인근 소규모 약국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의약품은 필요할 때만 복용해야지, 쇼핑처럼 구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통업계와 일부 소비자들은 새로운 약국 모델의 등장을 '소비자 선택권 확대'로 긍정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CVS, 일본의 마츠모토키요시 같은 해외 드러그스토어 모델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A매장의 대표는 서울 종로에서 대형 약국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약사로 알려졌으며,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약사법 위반은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민원이 다수 접수된 만큼 현장 확인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매장 측은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유통 마진을 줄여 가격 부담을 낮췄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상권 경쟁이 덜한 지역을 선택했다"며 "약국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소비문화를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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