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참사 떠올린 지하철 화재...피해 줄인 '시민 대응' 재조명

대구 참사 떠올린 지하철 화재...피해 줄인 '시민 대응' 재조명

2025.06.02. 오후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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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참사 떠올린 지하철 화재...피해 줄인 '시민 대응' 재조명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왼쪽)와 2025년 5월 31일에 발생한 5호선 방화(오른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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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말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발생한 열차 화재 사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지난달(5월) 31일 오전 8시 43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달리던 열차 안에서 60대 남성이 방화를 저질러 승객 400여 명이 지하 터널로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열차의 네 번째 칸에 탑승했던 범인은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액체를 바닥에 뿌리고 불을 붙였다. 객실은 순식간에 연기로 가득 찼지만 불길은 번지지 않았고, 연기 흡입 등으로 23명이 병원에 이송된 것 외에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129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이번 서울 지하철 5호선 화재도 방화라는 유사한 범행 방식이었지만, 결과는 극명하게 달랐다.

전문가들은 22년간 축적된 제도 개선과 시민의식의 변화가 차이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대구 참사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지하철 차량 내부 자재를 불연성·난연성 소재로 교체했다.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불이 난 뒤 2~3분 만에 불길에 휩싸였는데, 이 요인으로 우레탄폼, 폴리우레탄 등 전동차 내 가연성 소재가 지목됐다.

이번 사고 차량 역시 바닥은 합성고무, 벽체는 알루미늄, 좌석은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져 불길이 번지지 않았다.

기관사의 대응도 크게 달라졌다. 그는 승객의 비상전화 신고를 받고 CCTV로 상황을 확인한 뒤, 곧바로 관제실에 알리고 안내 방송을 했다. 이후 직접 화재가 발생한 칸으로 가 소화기를 들고 진화에 참여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대구 참사 이후 3~4개월마다 객실 화재 대응 훈련을 해 왔고, 해당 기관사도 한 달 전 유사한 훈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철 5호선 방화 화재로 대피하는 승객들 ⓒ 연합뉴스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 역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객실 내 비상통화장치로 신고하고, 좌석 아래에 설치된 비상 개폐 장치를 이용해 스스로 문을 열고 대피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체 출입문 64개 중 약 60%를 승객들이 직접 열었다.

관제실은 후속 열차를 즉시 멈추고 터널 대피를 유도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

반면 대구 참사 당시에는 이런 대응 체계가 미비했다. 기관사는 관제실에 알리지 않고 먼저 탈출했고, 승객들은 비상장비 사용법을 몰라 대부분 대피하지 못했다.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대규모 질식 사고로 이어졌으며, 다수의 사망자는 닫힌 문 앞에서 발견됐다.

한편, 방화 용의자 A씨는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약 1시간 뒤 여의나루역에서 들것에 실려 나오던 중 손에 묻은 그을음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에 혐의를 시인하며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번 방화로 지하철 1량 일부가 소실돼 약 3억 3,0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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