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녀 살해한 부모가 살기 좋은 나라? 비속살해에 관대한 형량, 왜?

한국, 자녀 살해한 부모가 살기 좋은 나라? 비속살해에 관대한 형량, 왜?

2025.05.13. 오후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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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5월 13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황근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하나 드리면서 시작해 볼까 합니다. 한 마을에서 동시에 두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 건은 20대 여성이 50대 여성인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고요. 또 다른 한 건은 20대 여성이 이제 막 태어난 지 하루 된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두 사건의 차이점은 단 하나 피해자의 나이였죠. 한 명의 피해자는 50대 여성이고요. 또 다른 피해자인 한 명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 아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럴 경우 과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될까요? 같은 처벌을 받게 될까요? 아니면 피해자의 나이에 따라 누구 한 명이 더 중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을까요? 지금은 폐지됐습니다만 제법 얼마 전까지만 해도요. 우리 형법에는 영아살해죄라는 게 있었습니다. 영아살해죄는 보통 살인죄와는 달리 가해자가 참작할 만한 특수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그것을 고려해 형이 감경되게끔 돼 있었죠. 그러니까 앞서 질문 드렸던 것처럼 동일한 조건에서 살인이 발생했을 때 50대 여성을 살해한 여성과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영아를 살해한 여성이 있다면 후자의 여성이 훨씬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죠. 아무튼 논란이 거듭되면서 2024년 2월 9일 결국 영아살해죄는 폐지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영아를 살해한 경우 다른 살인죄에 비해 낮은 형량을 받게끔 하는 법적 꼼수가 반복되고 있는데요. 혹자는 이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가리켜 자녀를 살해한 부모가 살기 좋은 나라다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곤 합니다. 과연 어떤 식의 꼼수가 적용되고 있는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다양한 사례와 함께 이 문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황근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황근주 변호사(이하 황근주)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황근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지금은 폐지됐습니다만 형법에 영아살해죄라는 게 있었잖아요. 이게 사망한 피해자의 나이가 영아일 경우에 해당이 되는 거죠?

◇ 황근주 : 네 그렇습니다. 영아라는 것은 분만 중이거나 혹은 분만 직후의 아이로 의미되는데요. 폐지하기 전 형법 제251조에 의하면 직계 존속 즉 아버지나 어머니가 치욕을 은폐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여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일반 살인죄와 비교를 해 보자면 일단 영아살해죄 적용받을 수 있는 주체가 직계 존속으로 제한이 되어 있고요. 그 동기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치욕을 은폐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고 저지른 범행이어야 합니다. 영아 살해의 경우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형인데요. 살인의 경우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형입니다. 단순 비교해 봐도 살인죄 징역형이 훨씬 무겁습니다.

◆ 이원화 : 참작할 만한 특수한 상황이 있을 때 영아살해죄를 적용한다라고 조건이 붙어 있긴 합니다만 영아살해죄가 적용이 됐던 사례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이거는 어떤 연유인 건가요?

◇ 황근주 : 영아살해죄는 지난 1953년 형법이 제정됐을 때부터 도입된 범죄거든요. 그런데 법문을 보시면 치욕을 은폐하거나 또는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한 때에 적용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치욕을 은폐한다는 의미는 지금의 감성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겠지만 적법한 혼인 관계 이외의 관계에서 출산한 경우나 성범죄 등으로 인해서 원치 않는 성관계로 출산한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시 시대 상황에 비춰 봤을 때 적법한 혼인 관계 이외의 관계에서 출산을 했을 경우에는 설령 원하지 않는 성관계로 인한 임신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부모나 아이 모두 정상적으로 생활하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라면 더더욱 자기의 생존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거고요. 더군다나 출산 직후에는 정신적으로 더욱 불안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적법한 혼인 관계가 아닌 상태의 출산인데 가족이나 이웃의 적절한 지원을 받았을 리는 더더욱 없지 않겠습니까?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한다라는 건 대체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생각을 해 볼 수 있겠는데요. 마땅한 피임 방법도 없고 사회복지 대책도 미비했던 지난 시절의 모습을 반영한 구절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6.25 전쟁 직후를 떠올리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러한 사정을 참작해서 일반 살인보다는 감경해서 처벌하는 규정을 두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난 70년간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2000년대 이후에도 영아살해죄가 적용돼서 가볍게 처벌된 사례도 꽤 있었습니다.

◆ 이원화 : 그래서 살인을 저질러 놓고도 집행유예를 받은 가해자들이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황근주 : 2017년 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총 33건의 영아 살해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 집행유예가 선고된 판결이 총 17건에 달했습니다. 거의 절반 가까이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입니다.

◆ 이원화 : 누군가의 목숨을 해하는 데 있어서 경중이 있겠냐 싶습니다만 그래도 굳이 고민을 해보라고 하면 오히려 자신을 방어할 만한 힘이 전혀 없는 영아를 죽였다 그게 더 괘씸하다 싶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심지어 아까 저희가 처음에 예를 들었던 50대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례는 존속 살해이기 때문에 더 센 처벌을 받아요. 근데 이게 이해가 안 간다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거든요.

◇ 황근주 :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영아살해죄가 폐지된 상황인데요.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되는데도 매번 처벌 수위가 낮으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꽤 커졌습니다. 그런데 영아살해죄 폐지 논의가 급진전되어서 순식간에 국회에서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게 만든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어떤 사건이었죠?

◇ 황근주 : 2023년도에 발각된 사건입니다. 수원의 모 가정집에서 영아를 살해해서 그 시신을 냉장고에 몇 년 동안이나 보관해 오다 적발된 사건이었는데요. 이 사건은 병원에서 출산한 기록은 있는데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에 대해서 보건복지부가 수원시에 통보했고 수원시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이 친모의 주거지를 수색하면서 적발됐습니다.

◆ 이원화 : 기억나는 게 엄마라는 사람이 영아 시체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죠. 자기 집 냉장고에 보관한 걸 두고 이거 사채 은닉한 거 아니다. 오히려 거기 두고 계속 살았던 걸 보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니 정신 감정 필요하다 이런 얘기 나왔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 황근주 : 맞습니다. 경찰은 출산 후에 하루 정도 지난 상태에서 친모가 출산 장소인 병원이 아닌 집으로 이동해 영아를 살해했다는 점을 고려해서 출산 직후로 볼 수 없다며 살인죄를 적용했는데요. 이에 대해 친모의 변호인은 영아살해죄는 분만 직후라는 시간적 간격이 아니라 산모의 심리 상태에 따라 판단되어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몇 년 동안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한 피고인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라고 볼 수는 없으니 정신 감정을 받아봐야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요. 친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서 징역 8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형은 항소심을 거쳐 상고심에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 이원화 : 보통 살인죄가 적용됐다고는 하지만 형량은 여전히 좀 낮아 보이긴 합니다. 아무튼 영아 살인죄는 폐지됐기 때문에 이전 같으면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었다고 해도 이 혐의를 적용할 수 없게 된 거잖아요. 그런데 최근 나오는 영아 살해 사건을 보면 영아살해죄 수준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는 꼼수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던데 실제 그렇습니까?

◇ 황근주 : 최근에 있었던 사건입니다만 작년 6월경에 만 19살의 산모가 가족들 몰래 아이를 출산한 뒤에 질식해서 사망하도록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산모는 살인죄로 재판을 받았는데요. 1심 재판부에서는 산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낮은 형량을 선고한 사건이 있었고요. 영아살해죄가 폐지되기 이전인 2023년 1월에 발생한 유사한 사건에서도 징역 3년형을 선고하는 데 그쳤습니다.

◆ 이원화 : 어떤 방법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고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한데요.

◇ 황근주 : 물론 당시 재판을 진행했던 재판부에서는 사람의 생명이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될 가치이고 부모라고 해서 자식의 생명을 함부로 침해할 수 없다, 그리고 갓 태어난 생명이라고 해서 다른 생명과 그 가치에 차이가 있지는 않다는 점 등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범행의 동기가 문제였는데요. 대체로 피고인들의 나이가 이제 막 20살이 되었을 정도로 어리고 출산으로 인해서 극도의 불안정과 스트레스 그리고 우울감 등으로 인해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을 선고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정인이 사건 많이들 기억하시겠습니다만 아동학대 살해죄가 4년 전쯤인가 신설됐잖아요. 이거 적용하면 일반 살인죄보다 더 중한 처벌도 가능한거죠?

◇ 황근주 : 현행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따라서 아동 학대 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는데요. 살인죄의 형량이 사형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거에 비해서 아동학대 살해의 경우에는 더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1살도 안 된 아이에게 밥을 안 주거나 방치하는 것도 학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아 살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살인죄를 적용할지 아동학대 살해죄를 적용할지 이건 어떻게 결정하는 거예요? 뚜렷한 기준이 있습니까?

◇ 황근주 : 아동학대 사례의 경우에는 아동학대 범죄를 범한 사람이 고의로 아동을 살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따라서 아동에 대한 별도의 학대 행위 없이 살해하는 경우에는 일반 살인죄가 적용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1살도 안 된 아이에게 밥을 안 주거나 방치해서 아이가 굶어 죽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보호 의무자의 유기 행위도 어디까지나 아동학대 범죄에 포함되기 때문에요. 아동학대 치사 범죄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고요. 처음부터 죽일 생각으로 굶긴 것이라면 아동학대 살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께서 검찰에 계실 때나 지금도 이런 사건들이 많을 접하시겠습니다만 왜 이렇게 가벼운 처벌이 내려진다고 보세요? 관행 같은 거라고 봐야 하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 황근주 : 영아 살해나 아동학대는 서로 구분되는 개념이긴 합니다만요. 영아 살해의 경우 영아살해죄가 유지되던 때에도 치욕을 은폐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고 저지른 살해 행위만 영아살해죄 적용을 받게 되고요. 이런 동기가 아니라 다른 동기로 저지른 영아 살해 행위는 일반 살인죄 적용 대상입니다. 지금이야 상당 부분 싱글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양육에 대한 제도적인 조력이 정착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영아살해죄가 살인죄에 우선해서 적용됐던 과거에는 그만한 이유가 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생명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겠지만 이미 태어난 생명에 대해서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잘 길러내야 되겠다는 인식이 조금 더 굳건해지고 주 양육자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도 확충이 된다면 영아 살해에 대한 논란도 좀 사그라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이거 궁금하다는 분도 계실 것 같아요. 뭐냐면 영아살해죄가 폐지된 게 2024년 그러니까 작년 2월이었잖아요. 그런데 만약 사건이 발생한 게 24년 2월 이전이라면 영아살해죄를 적용할 수 있습니까? 아니면 10년 전 사건이라고 해도 지금 발각돼 재판에 넘겨지면 영아살해죄 적용이 안 되나요?

◇ 황근주 : 일단은 공소시효의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 영아살해죄의 형량에 비춰 봤을 때 공소시효는 10년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고요. 따라서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적어도 2015년 5월 이후에 발생한 사건이어야 됩니다. 이 경우 행위시법주의에 의해서 기소 기존의 영아살해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사건이라면 설령 재판은 지금 진행이 된다고 하더라도 살인죄보다 가벼운 영아살해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 이원화 : 만약에 영아살해죄가 보통 살인죄보다 더 무거운 죄였다면은 적용이 안 됐겠겠지만 가벼운 죄니까 적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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