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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5월 10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이하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계란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 10가지'인데요. 계란은 굉장히 친숙한 식재료죠. 저렴하고 간단한 요리법도 많고요. 그런데 이 계란과 관련한 잘못 알려진 사실이 많다면서요?
◇ 선정수 : 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많이 먹는 식재료다보니 설왕설래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정보는 계란이 위험하다고 하고요. 어떤 정보는 또 많이 먹으라고 하는데요. 과유불급이죠. 일단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최휘 : 먼저 짚어볼 내용은 '계란은 심장에 나쁘다?'입니다. 계란에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는 인식이 많은데요.
◇ 선정수 : 식약처의 식품영양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봤습니다. 계란 100g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은 303mg 정도인데요. 계란 규격 중에서 가장 큰 왕란(68g) 기준으로 변환하면 계란 왕란 1개를 먹었을 때 섭취하게 되는 콜레스테롤은 206mg 정도입니다. 1일 영양섭취기준의 68.75% 정도인데요. 오징어(21mg) 흰다리새우(37mg), 삼겹살(70mg), 명란젓(245mg) 등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고 알려진 식재료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기존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계란, 새우 같은 식품들은 가급적 적게 먹는 것이 혈관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식품을 먹으면 혈액 속 콜레스테롤 양이 많아져 결과적으로 동맥경화증, 심장병을 유발한다는 생각이었는데요. 2015년 미국 식사지침자문위원회(DGAC)은 '건강한 사람은 계란 같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식품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식품 속 콜레스테롤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인다는 뚜렷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아 권고를 철회한 겁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얼마나 먹느냐보다는 적정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고콜레스테롤혈증을 갖고 있는 분들은 하루 300mg으로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하니까 잘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분들은 계란 드실 때 노른자는 빼고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 최휘 : 계란의 영양과 관련된 속설도 굉장히 많은데요. 흰색 계란이 더 영양가가 높다, 계란 노른자의 색이 진할수록 영양가가 높다. 뭐 이런 말들이 많은데요.
◇ 선정수 : 하나씩 살펴보죠. 껍질이 흰색인 계란이 영양가가 높다. 사실이 아닙니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계란의 색은 닭의 품종으로 결정된다고 하는데요. 대개 갈색 닭은 갈색 계란을, 흰색 닭은 흰색 계란을 낳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갈색 계란을 선호하는 이유는 예부터 길러온 갈색 닭으로 인해 갈색 계란에 익숙해졌기 때문인데요. 갈색 계란이 흰색 계란보다 껍질의 이물질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도 한 이유라고 합니다. 색깔에 따라 영양에 차이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테지만 흰색 계란과 갈색 계란의 영양적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노른자 색도 마찬가지인데요. 계란 노른자의 색깔은 크산토필(xanthophyll)이라는 황색 색소가 많을수록 더 짙게 보입니다. 알을 낳는 닭이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 이 크산토필 농도가 결정되는데요. 크산토필은 시금치, 케일 등 녹색 잎채소, 당근, 호박 등 노란색 식품에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따라서 흰색 옥수수 사료보다 노란색, 주황색, 적색이 풍부한 식물성 사료를 먹었을 때 노른자색이 진하게 나온다고 합니다. 반대로 야외에서 풀 등을 먹고 자란 닭은 옅은 노란색 노른자를 가진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크산토필은 비타민 A의 구성 성분이기는 하지만 인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지 않아 노른자의 색깔과 영양소는 차이가 없습니다.
◆ 최휘 : 마트에 가면 매대에 다양한 종류의 계란이 진열된 걸 볼 수 있는데요. 동물복지, 유기농, 유정란 이렇게 표시된 것들이 눈에 띕니다. 이런 계란들은 일반 계란보다 영양이 더 뛰어날까요?
◇ 선정수 : 세계의 축산 연구자들도 굉장히 관심을 가지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해당 주제에 대한 연구 논문이 굉장히 많이 나와있는데요. 스페인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선 무게와 모양과 관련된 외적 형질은 강화 케이지 사육 시스템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더 좋았지만, 유기농 계란은 껍질이 더 잘 깨지지 않았습니다. 케이지 계란은 흰자의 품질이 더 높았고 노른자 색깔이 더 진했습니다. 그러나 유기농 계란은 노른자 함량이 더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영양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강화 케이지에서 사육된 암탉의 계란은 주로 단일불포화지방 함량이 더 높았지만, 유기농 계란은 다중불포화지방산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었습니다. 일장일단이 있다는 걸로 받아들여집니다. 폴란드 연구진의 논문에선 유기농으로 사육된 닭의 계란은 칼슘, 마그네슘, 아연 함량이 더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캐나다 연구진의 연구에선 단백질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방목 계란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국립축산과학원은 "맛과 영양의 차이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고 밝힙니다.
◆ 최휘 : 우리나라도 산란계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계란만 보도도 알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죠?
◇ 선정수 : 네 계란을 자세히 보신 분들은 아실텐데요. 계란 껍질에 10자리의 숫자와 기호가 써있습니다. 맨 앞의 4자리는 생산 월일을 나타내고요. 그다음 영문과 숫자가 섞여있는 5자리는 생산자 고유번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번호가 1~4까지로 표시되는데요. 사육환경 번호입니다. 1번은 방사, 닭을 풀어 키우는 것이고요. 2번은 평사, 넓은 우리에 가둬놓고 키우는 것이고요. 3번은 개선 케이지, 4번은 기존 케이지를 나타냅니다. 4번은 닭 한 마리에게 허용되는 공간이 0.05㎡인 케이지를 뜻합니다. 이걸 층층이 높이 쌓아서 닭을 키우는 방식이고요. A4용지보다도 좁은 면적입니다. 3번은 이보다 더 넓은 0.075㎡ 당 한 마리가 살도록 만든 케이지입니다. 유정란, 동물복지, 풀어키운 닭 이런 표현이 들어가는 계란은 1번 또는 2번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건 계란의 영양과는 관계없이 어떤 환경에서 키우느냐에 관련된 겁니다. 애초 이 제도는 산란계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에서 출발한 것이기도 하고요. 유럽에선 우리로 치면 4번에 해당하는 배터리 케이지에서 닭을 키우는 게 2012년부터 금지됐습니다.
◆ 최휘 : 유정란이 더 영양이 풍부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사실인가요?
◇ 선정수 : 닭들이 자유롭게 방목지에서 마음껏 햇볕을 쬐고 돌아다니면서 풀을 뜯고 짝짓기를 하고 그렇게 낳은 유정란이니까 우리 몸에도 더 좋을 거야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신다는 말이죠. 낭만적이기는 하지만 사실과는 다릅니다. 유정란이 영양가가 더 높다는 과학적인 증명은 없다. 농진청은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유정란과 무정란의 영양학적 차이는 없다”며 “다만 유정란은 사육농가에서 암탉과 수탉을 같이 풀어 키워 생산한 계란으로 부화가 가능한 닭”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농무부도 "유정란을 먹어도 아무런 이점이 없다. 유정란과 무정란 사이에는 영양학적 차이가 없다. 오늘날 판매되는 대부분의 계란은 무정란이며, 수탉은 산란계와 함께 사육되지 않는다. 검란 과정에서 세포 발달이 확인된 유정란은 판매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 최휘 : 최근에 계란 프라이를 조리하는 온도에 따라 유해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이건 어떻습니까?
◇ 선정수 : 계란 프라이를 섭씨 177도보다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면 콜레스테롤이 산화하면서 옥시스테롤이라는 유해물질이 생성된다는 내용인데요. 여러 국내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영국의 황색 언론이죠. 데일리메일 보도를 인용한 건데요. "화씨 350도(섭씨 176도)와 같은 고온에서 계란을 요리하면 옥시스테롤이 형성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고 언급합니다. 온라인판에 출처 링크도 없고, 관련 검색을 해봐도 계란을 고온에서 조리하면서 옥시스테롤 형성을 연구한 논문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여러 논문들에서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식품은 제조 및/또는 가공 중 고온에 노출되면 다양한 양의 옥시스테롤을 형성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는 있습니다.
여러 보도들은 계란을 바싹하게 튀겨내는 것처럼 조리하는 자장면에 올라가는 계란 프라이를 위험하다고 지목하는데요. 미국의 건강매체 헬스라인은 이렇게 평가합니다. "혈액 내 산화 콜레스테롤과 옥시스테롤이 심장병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에게는 우려 사항입니다. 산화 콜레스테롤의 주요 식품 공급원은 튀긴 닭고기, 생선, 감자튀김과 같은 상업적으로 튀긴 음식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계란 섭취와 심장병 위험 증가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라고 말이죠.
계란 프라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튀긴 음식을 좀 줄이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염려가 크시다면 채소를 많이 넣은 계란 오믈렛을 해 드시라고 권고합니다.
◆ 최휘 : 계란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조리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 선정수 : 네 계란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폭발합니다. 전자레인지의 전자파가 계란 속에 들어있는 물 입자를 진동시켜서 계란 내부에서 끓게 만들죠. 그런데 계란 껍질에 갇혀 있기 때문에 수분이 증발한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계속 압력이 높아지다가 펑 터지게 되는 것이죠. 계란 한 개 정도 터졌다고 전자레인지가 폭발하지는 않겠지만, 전자레인지 내부가 온통 계란 잔해로 뒤덮이기 때문에 청소하기 굉장히 귀찮습니다.
◆ 최휘 : 마트에서 사온 계란 껍질에 무언가 묻어있을 때가 있어요. 이걸 물로 씻는다는 분들도 있고, 씻으면 안 된다는 분도 있는데요?
◇ 선정수 : 국립축산과학원은 "계란은 물에 씻지 않고 보관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계란 껍데기의 큐티클 층은 미생물의 침입을 막고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데, 계란을 물에 씻으면 큐티클 층이 사라집니다. 깨끗하게 오래 보관하려고 물로 씻었는데 오히려 계란이 빨리 상하게 되는 거죠.
종이 포장 형태로 보관하면 냉장고 안의 음식 냄새가 계란 내부로 흡수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계란은 보관 과정에서 계란 내 공기가 드나드는 공간(기실)을 통해 수분이 증발합니다. 계란 안에 빈 공간이 많다는 것은 보관 기간이 길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흔히 계란을 흔들었을 때 출렁거리거나, 물에 담갔을 때 뜨면 오래됐다고 판단하는데요. 이는 기실에 공기가 들어있는 원리를 활용한 것입니다. 기실을 통한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서는 낮은 온도와 높은 습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란의 이상적인 보관 조건은 온도 2도(℃), 상대습도 80퍼센트(%) 입니다. 계란은 온도 변화가 자주 생기는 냉장고 문보다 온도 변화가 적은 냉장고 안쪽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 최휘 : 계란에 대한 상식들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계란 먹을 때 잘 알고 먹으니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팩트체커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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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이하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계란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 10가지'인데요. 계란은 굉장히 친숙한 식재료죠. 저렴하고 간단한 요리법도 많고요. 그런데 이 계란과 관련한 잘못 알려진 사실이 많다면서요?
◇ 선정수 : 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많이 먹는 식재료다보니 설왕설래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정보는 계란이 위험하다고 하고요. 어떤 정보는 또 많이 먹으라고 하는데요. 과유불급이죠. 일단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최휘 : 먼저 짚어볼 내용은 '계란은 심장에 나쁘다?'입니다. 계란에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는 인식이 많은데요.
◇ 선정수 : 식약처의 식품영양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봤습니다. 계란 100g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은 303mg 정도인데요. 계란 규격 중에서 가장 큰 왕란(68g) 기준으로 변환하면 계란 왕란 1개를 먹었을 때 섭취하게 되는 콜레스테롤은 206mg 정도입니다. 1일 영양섭취기준의 68.75% 정도인데요. 오징어(21mg) 흰다리새우(37mg), 삼겹살(70mg), 명란젓(245mg) 등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고 알려진 식재료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기존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계란, 새우 같은 식품들은 가급적 적게 먹는 것이 혈관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식품을 먹으면 혈액 속 콜레스테롤 양이 많아져 결과적으로 동맥경화증, 심장병을 유발한다는 생각이었는데요. 2015년 미국 식사지침자문위원회(DGAC)은 '건강한 사람은 계란 같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식품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식품 속 콜레스테롤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인다는 뚜렷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아 권고를 철회한 겁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얼마나 먹느냐보다는 적정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고콜레스테롤혈증을 갖고 있는 분들은 하루 300mg으로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하니까 잘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분들은 계란 드실 때 노른자는 빼고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 최휘 : 계란의 영양과 관련된 속설도 굉장히 많은데요. 흰색 계란이 더 영양가가 높다, 계란 노른자의 색이 진할수록 영양가가 높다. 뭐 이런 말들이 많은데요.
◇ 선정수 : 하나씩 살펴보죠. 껍질이 흰색인 계란이 영양가가 높다. 사실이 아닙니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계란의 색은 닭의 품종으로 결정된다고 하는데요. 대개 갈색 닭은 갈색 계란을, 흰색 닭은 흰색 계란을 낳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갈색 계란을 선호하는 이유는 예부터 길러온 갈색 닭으로 인해 갈색 계란에 익숙해졌기 때문인데요. 갈색 계란이 흰색 계란보다 껍질의 이물질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도 한 이유라고 합니다. 색깔에 따라 영양에 차이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테지만 흰색 계란과 갈색 계란의 영양적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노른자 색도 마찬가지인데요. 계란 노른자의 색깔은 크산토필(xanthophyll)이라는 황색 색소가 많을수록 더 짙게 보입니다. 알을 낳는 닭이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 이 크산토필 농도가 결정되는데요. 크산토필은 시금치, 케일 등 녹색 잎채소, 당근, 호박 등 노란색 식품에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따라서 흰색 옥수수 사료보다 노란색, 주황색, 적색이 풍부한 식물성 사료를 먹었을 때 노른자색이 진하게 나온다고 합니다. 반대로 야외에서 풀 등을 먹고 자란 닭은 옅은 노란색 노른자를 가진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크산토필은 비타민 A의 구성 성분이기는 하지만 인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지 않아 노른자의 색깔과 영양소는 차이가 없습니다.
◆ 최휘 : 마트에 가면 매대에 다양한 종류의 계란이 진열된 걸 볼 수 있는데요. 동물복지, 유기농, 유정란 이렇게 표시된 것들이 눈에 띕니다. 이런 계란들은 일반 계란보다 영양이 더 뛰어날까요?
◇ 선정수 : 세계의 축산 연구자들도 굉장히 관심을 가지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해당 주제에 대한 연구 논문이 굉장히 많이 나와있는데요. 스페인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선 무게와 모양과 관련된 외적 형질은 강화 케이지 사육 시스템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더 좋았지만, 유기농 계란은 껍질이 더 잘 깨지지 않았습니다. 케이지 계란은 흰자의 품질이 더 높았고 노른자 색깔이 더 진했습니다. 그러나 유기농 계란은 노른자 함량이 더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영양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강화 케이지에서 사육된 암탉의 계란은 주로 단일불포화지방 함량이 더 높았지만, 유기농 계란은 다중불포화지방산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었습니다. 일장일단이 있다는 걸로 받아들여집니다. 폴란드 연구진의 논문에선 유기농으로 사육된 닭의 계란은 칼슘, 마그네슘, 아연 함량이 더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캐나다 연구진의 연구에선 단백질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방목 계란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국립축산과학원은 "맛과 영양의 차이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고 밝힙니다.
◆ 최휘 : 우리나라도 산란계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계란만 보도도 알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죠?
◇ 선정수 : 네 계란을 자세히 보신 분들은 아실텐데요. 계란 껍질에 10자리의 숫자와 기호가 써있습니다. 맨 앞의 4자리는 생산 월일을 나타내고요. 그다음 영문과 숫자가 섞여있는 5자리는 생산자 고유번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번호가 1~4까지로 표시되는데요. 사육환경 번호입니다. 1번은 방사, 닭을 풀어 키우는 것이고요. 2번은 평사, 넓은 우리에 가둬놓고 키우는 것이고요. 3번은 개선 케이지, 4번은 기존 케이지를 나타냅니다. 4번은 닭 한 마리에게 허용되는 공간이 0.05㎡인 케이지를 뜻합니다. 이걸 층층이 높이 쌓아서 닭을 키우는 방식이고요. A4용지보다도 좁은 면적입니다. 3번은 이보다 더 넓은 0.075㎡ 당 한 마리가 살도록 만든 케이지입니다. 유정란, 동물복지, 풀어키운 닭 이런 표현이 들어가는 계란은 1번 또는 2번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건 계란의 영양과는 관계없이 어떤 환경에서 키우느냐에 관련된 겁니다. 애초 이 제도는 산란계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에서 출발한 것이기도 하고요. 유럽에선 우리로 치면 4번에 해당하는 배터리 케이지에서 닭을 키우는 게 2012년부터 금지됐습니다.
◆ 최휘 : 유정란이 더 영양이 풍부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사실인가요?
◇ 선정수 : 닭들이 자유롭게 방목지에서 마음껏 햇볕을 쬐고 돌아다니면서 풀을 뜯고 짝짓기를 하고 그렇게 낳은 유정란이니까 우리 몸에도 더 좋을 거야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신다는 말이죠. 낭만적이기는 하지만 사실과는 다릅니다. 유정란이 영양가가 더 높다는 과학적인 증명은 없다. 농진청은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유정란과 무정란의 영양학적 차이는 없다”며 “다만 유정란은 사육농가에서 암탉과 수탉을 같이 풀어 키워 생산한 계란으로 부화가 가능한 닭”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농무부도 "유정란을 먹어도 아무런 이점이 없다. 유정란과 무정란 사이에는 영양학적 차이가 없다. 오늘날 판매되는 대부분의 계란은 무정란이며, 수탉은 산란계와 함께 사육되지 않는다. 검란 과정에서 세포 발달이 확인된 유정란은 판매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 최휘 : 최근에 계란 프라이를 조리하는 온도에 따라 유해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이건 어떻습니까?
◇ 선정수 : 계란 프라이를 섭씨 177도보다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면 콜레스테롤이 산화하면서 옥시스테롤이라는 유해물질이 생성된다는 내용인데요. 여러 국내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영국의 황색 언론이죠. 데일리메일 보도를 인용한 건데요. "화씨 350도(섭씨 176도)와 같은 고온에서 계란을 요리하면 옥시스테롤이 형성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고 언급합니다. 온라인판에 출처 링크도 없고, 관련 검색을 해봐도 계란을 고온에서 조리하면서 옥시스테롤 형성을 연구한 논문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여러 논문들에서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식품은 제조 및/또는 가공 중 고온에 노출되면 다양한 양의 옥시스테롤을 형성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는 있습니다.
여러 보도들은 계란을 바싹하게 튀겨내는 것처럼 조리하는 자장면에 올라가는 계란 프라이를 위험하다고 지목하는데요. 미국의 건강매체 헬스라인은 이렇게 평가합니다. "혈액 내 산화 콜레스테롤과 옥시스테롤이 심장병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에게는 우려 사항입니다. 산화 콜레스테롤의 주요 식품 공급원은 튀긴 닭고기, 생선, 감자튀김과 같은 상업적으로 튀긴 음식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계란 섭취와 심장병 위험 증가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라고 말이죠.
계란 프라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튀긴 음식을 좀 줄이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염려가 크시다면 채소를 많이 넣은 계란 오믈렛을 해 드시라고 권고합니다.
◆ 최휘 : 계란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조리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 선정수 : 네 계란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폭발합니다. 전자레인지의 전자파가 계란 속에 들어있는 물 입자를 진동시켜서 계란 내부에서 끓게 만들죠. 그런데 계란 껍질에 갇혀 있기 때문에 수분이 증발한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계속 압력이 높아지다가 펑 터지게 되는 것이죠. 계란 한 개 정도 터졌다고 전자레인지가 폭발하지는 않겠지만, 전자레인지 내부가 온통 계란 잔해로 뒤덮이기 때문에 청소하기 굉장히 귀찮습니다.
◆ 최휘 : 마트에서 사온 계란 껍질에 무언가 묻어있을 때가 있어요. 이걸 물로 씻는다는 분들도 있고, 씻으면 안 된다는 분도 있는데요?
◇ 선정수 : 국립축산과학원은 "계란은 물에 씻지 않고 보관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계란 껍데기의 큐티클 층은 미생물의 침입을 막고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데, 계란을 물에 씻으면 큐티클 층이 사라집니다. 깨끗하게 오래 보관하려고 물로 씻었는데 오히려 계란이 빨리 상하게 되는 거죠.
종이 포장 형태로 보관하면 냉장고 안의 음식 냄새가 계란 내부로 흡수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계란은 보관 과정에서 계란 내 공기가 드나드는 공간(기실)을 통해 수분이 증발합니다. 계란 안에 빈 공간이 많다는 것은 보관 기간이 길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흔히 계란을 흔들었을 때 출렁거리거나, 물에 담갔을 때 뜨면 오래됐다고 판단하는데요. 이는 기실에 공기가 들어있는 원리를 활용한 것입니다. 기실을 통한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서는 낮은 온도와 높은 습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란의 이상적인 보관 조건은 온도 2도(℃), 상대습도 80퍼센트(%) 입니다. 계란은 온도 변화가 자주 생기는 냉장고 문보다 온도 변화가 적은 냉장고 안쪽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 최휘 : 계란에 대한 상식들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계란 먹을 때 잘 알고 먹으니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팩트체커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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