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조훈현이 100전 100패한 의외의 상대 “이창호 9단은 오히려 쉽지...”

‘승부’ 조훈현이 100전 100패한 의외의 상대 “이창호 9단은 오히려 쉽지...”

2025.05.12. 오전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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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5년 5월 12일 (월)
□ 진행 :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자 : 조훈현 9단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박귀빈 아나운서 (이하 박귀빈) :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 <이슈 초대석> 시간입니다. 오늘의 손님, 살아있는 레전드 모셨습니다. 이분 소개하자면 세계 최고 바둑 대회에서 국내 최초 우승 타이틀을 따낸 살아있는 레전드, 한국 바둑의 전성시대를 이끈 바둑계 슈퍼스타, 바둑 황제입니다. 바로 조훈현 9단인데요. 최근 조훈현 9단과 그의 제자죠. 이창호 9단의 바둑 대결을 그린 영화 승부가 흥행을 달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도 공개가 됐죠. 영화 승부의 실제 주인공 조훈현 9단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조훈현 9단 (이하 조훈현)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귀빈 : 저희 청취자분들에게 짧게 인사 한 말씀 해 주시겠어요?

◇ 조훈현 : 네 안녕하세요. 옛날에 응창배에서 우승해가지고 바둑 황제라는 칭호까지 듣고 한때는 날렸는데, 요새 ‘승부’라는 영화가 떠가지고 갑자기 또 다시 한 번 표면 앞에 나오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귀빈 :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정말 제가 여러분 신을 영접했습니다. 신께서 오셨고 앞서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가 잠깐 나왔어요. 이창호 9단의 어린 시절과 조훈현 9단님을 연기한 이병헌 씨가 한 대사 중에 “아저씨가 바둑 제일 세다면서요” 실제 이런 대화가 오갔었어요?

◇ 조훈현 : 실제하고 영화하고는 다른데, 그냥 영화는 영화로서 보셨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실제적으로는 재미가 하나도 없어요. 바둑을 둔다, 뭐 영화는 여러 가지 얘기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냥 10시간 동안 가만히 있는 거거든요. 그거는 영화가 안 되죠. 무슨 의미겠어요? 그런데 그 영화에서는 둘이 관계라든가 그런 거를 표현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렇게 봐주시면, 그러니까 실제하고 영화하고는 다르다는 거 말씀드릴게요.

◆ 박귀빈 : 대국 내용이라든가 그건 다 실제를 기본으로 해서 영화를 만든 거고, 영화 어떻게 보셨어요?

◇ 조훈현 : 저는 걱정이 많았거든요. 바둑은 둘이 앉아서 머릿속으로만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바둑 수는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거지 그걸 어떻게 영화로 표현을 할 수 있나. 재미없잖아요 둘이 10시간 동안 앉아 있는 거. 그걸 어떻게 영화로 하나, 무슨 재미로. 재미는 있어야 되고 뭐가 뜻이 있어야 되는데. 그래서 제일 걱정했는데 나도 모르게 잘 표현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 박귀빈 : 실제 이병헌 씨의 연기를 보면서 어떠셨어요? ‘나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드셨어요?

◇ 조훈현 : 연구 많이 했어요. 담배 피우는 장면이라든가, 다리 떠는 거, 뭐 하는 거. 하여튼 여러모로 연구를 많이 했어요. 포스터가 나왔거든요. 언뜻 제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내가 왜 저기 있지?’ 언뜻 그 표정이 ‘야 역시 배우의 표현이라는 것이 대단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박귀빈 : 이창호 9단과의 스토리가 나오는데, 이창호 9단은 영화 속에서 유아인 씨가 연기를 했고요. 이창호 9단하고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그 이후에 나눠보셨어요?

◇ 조훈현 : 별로 안 했죠. 원래 이창호 9단이 말 수가 없어요. 크게 특별한 일이 아닐 때는 그냥 지나가는 거죠.

◆ 박귀빈 : 바둑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슈퍼스타, 한때 황제였습니다고 말씀하시지만 여전히 황제의 자리는 굳건히 지키고 계신 것 같고요. 처음에 ‘이 영화가 제작될 겁니다, 영화 만들게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셨을 거 아니에요?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조훈현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영화를 만들건가. 솔직히 이상한 얘기지만 일단 제 이름으로 나가는 거잖아요. 제 이름으로 나가는데 혹시 영화가 망하면 저도 한편으로는 망신이거든요. 괜히 영화 찍어 가지고 이름까지 나와 가지고 예를 들어서 영화관에 한 명밖에 안 들어왔다 그러면 사실 망신이니까 안 하니만 못한다 괜히. 또 생각이 재미있게나 영화처럼 만들어줘야 하는데 바둑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 박귀빈 : 그러면 영화감독님이나 제작진한테 특별히 당부하는 거 있으세요? 이것만큼은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 조훈현 : 폭력하고 사기 같은 거, 그거는 하지 말아달라고 그랬어요. 나머지는 괜찮은데 이건 폭력하고는 상관이 없잖아요. 아니 얘기를 왜 했냐면 전에 바둑에 관한 ‘신의한수’라든가 ‘귀수’라든가 그런 게 나왔는데 너무 폭력적이에요. 그건 바둑이 아니에요. 말하자면 그냥 바둑을 소재로 했는데 그거는 바둑이 아니거든요.

◆ 박귀빈 : 바둑이라는 거에 대해서 제대로 전달해달라.

◇ 조훈현 : 그거죠.

◆ 박귀빈 : 이거를 원하신 거였군요. 영화 승부가 흥행이 되고 또 넷플릭스에서도 공개가 되다 보니까 다시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바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지 않았나 싶은데, 실제 느끼세요?

◇ 조훈현 : 예, 그렇지 않아도 옛날에 한 번 응창배 이겼다 돌아왔던 그때 하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못지않은, 다들 사진 찍어 달라든가 사인해 달라든가. 영화 나오기 전에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때 생각이 나게 되고요. 하여튼 저도 벌써 30년 40년 정도 되는데 다시 한 번 그 영화 때문에 다시 살아난 것 같습니다.

◆ 박귀빈 : 맞죠? 청취자분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전설을 영접하다니 반갑습니다’ 문자 주셨고요. 다른 청취자님들도, ‘와우’ 말을 잊지 못하시고요. ‘저도 영화 봤는데요. 여러분 황제가 돌아왔습니다 하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어요’라고 하셨고요. ‘영웅의 이야기를 영화로 보는데 보는 내내 제 청춘 시절도 떠올랐습니다. 카퍼레이드 하던 모습 아직도 생생합니다’ 라고 하셨는데 영화 속에도 나오지만, 당시 기억하세요?

◇ 조훈현 : 예, 생각지도 못했어요.

◆ 박귀빈 : 처음에 바둑 기사로는 처음으로 카퍼레이드 하신 분이시잖아요.

◇ 조훈현 : 맞습니다. 보통 체육대회, 올림픽이라든가 체육단이 와가지고 다 같이 하고 했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는 알고는 있었지만 그거는 봤는데 갑자기 차에 태우고 카퍼레이드를 한다고 하길래 내가 무슨 카퍼레이드를 하냐, 생각지도 못했어요. 오니까 오픈카 타가지고 간다 해가지고 생각지도 못하게 카퍼레이드를 하고. 바둑계로서는 또 처음이자 현재로서는 마지막이고 그 후로는 또 그게 없어졌어요. 없어진 거라기보다는 안 하는 거 같아요.

◆ 박귀빈 : 맞죠. 그런 장면을 저희가 보기가 힘들고요. 당시에 그러니까 세계 바둑 1등 되고 나서 금의환양 하실 때잖아요. 서비평 9단 이기고 나서 돌아오실 때. 그리고 그때부터 아마도 우리나라가 그게 내용에도 나오는데 바둑 변방국에서 바둑 강국으로 전환되는 아주 굉장히 의미 있는 장면이잖아요. 그 이후에 실제로 바둑이 굉장히 우리나라가 알아주는 나라가 됐죠?

◇ 조훈현 : 네 맞습니다. 그때부터 그전까지는 변방의 나라라서 상대도 안 해줬거든요. 세계적으로. 근데 여기서 이기고 나서는 ‘나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을 든 거예요. 일본, 중국 별거 아니구나. 우리도 이길 수 있다. 생각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때부터 한국 기사들이 세계를 재패하기 시작했어요. 그래 가지고 3년 동안 세계 대회를 안 내준 적도 있었어요. 그거는 기록적인 거죠.

◆ 박귀빈 : 맞습니다. 바둑 강국의 힘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영화를 저도 재미있게 봐서 되게 궁금한 것들이 많아요. 실제 주인공이 나오시면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영화는 단순히 바둑 이야기만 하고 있지는 않고 굉장히 내면의 심리적인 그런 거를 상상을 하면서 가서 같이 느끼면서 보게 되거든요. 이창호 9단과의 대결에서 세계를 재패하고 나서 5개월 만에 이루어진 제자와의 대결에서 제자가 이겼잖아요.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조훈현 : 물론 지는 거는 기분이 안 좋죠. 사람이 때리면 아프니까. 사실 제가 이거를 약간 생각을 못했어요. 제가 너무 젊어서 제자를 받았고, 제자가 이렇게 빨리 올라올 줄은 몰랐어요. 사실 바둑뿐만 아니라 어느 세계든 스승과 제자의 싸움이라는 건, 그것도 정상을 놓고 진검승부로 싸우는 게임은 거의 아마 없을 겁니다. 아마 여기 최초로 시작이 된 것 같은데, 그러니까 누가 제자가 약하든지 스승이 약하든지 확연히 눈에 보이는데 갑자기 빨리 제자를 받았고 빨리 올라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울 수밖에 없는 숙명이 돼가지고 하여튼 깜짝 놀랐고요. 이렇게는 저도 생각 못 했고. 그다음에 그때만 해도 진다는 거는 물론 한 판, 한 판 질 수도 있지만은 그 타이틀에서 진다는 거는 크게 생각해 보지 못했거든요. 지는 거는 뭐 승부사의 승륜이니까. 비록 졌지만은 제자한테 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주는 것보다는 제자한테 넘겨줬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귀빈 : 알겠습니다. 저희가 바둑 황제를 모신 만큼 잠깐 오늘 코너 속 코너로 작은 밸런스 게임을 준비해 봤는데요. ‘전신 조훈현 9단, 나에게 더 어려운 것은 뭐다’라고 빠르게 하나를 답해 주시면 돼요. 그리고 나서 인터뷰를 풀어보겠습니다. 시작해 보죠. ‘바둑이 어렵다, 정치가 어렵다’

◇ 조훈현 : 저로서는 정치가 훨씬 어렵습니다.

◆ 박귀빈 : 2번, ‘이창호 9단 이기기 VS 정미화 여사 이기기’ 뭐가 더 어렵습니까?

◇ 조훈현 : 정미화 여사 이기기.

◆ 박귀빈 : 3번, ‘담배 끊기 VS 인터넷 바둑게임 끊기’

◇ 조훈현 : 인터넷 바둑게임 끊기.

◆ 박귀빈 :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인터넷 바둑 게임 하세요?

◇ 조훈현 : 하죠. 심심하니까 요새는 전부 인터넷으로 하기 때문에.

◆ 박귀빈 : 인터넷 바둑 게임 끊기가 어렵나요?

◇ 조훈현 : 아니요. 담배는 이제 끊었으니까.

◆ 박귀빈 : 담배 어떻게 끊으셨어요? 굉장히 많이 피우셨다면서요?

◇ 조훈현 : 그때 이창호한테 다 뺏기고 또 애꿎은 담배 탓만 하는 거야. 남들이 담배 너무 피우니까 어쩌고저쩌고. 그다음에 담배 끊으라는 소리도 하여튼 귀가 따갑게 들었고 또 나도 뭘 변화를 구해야 되니까. 그다음에 이기려면 체력하고 정신력이 받쳐줘야 되거든요. 물론 공부도 해야 되겠지만. 또 한 가지는 뭐냐 하면 담배 피우는 게 너무 괴로웠어요. 처음에 배울 때는 아무데나 담배 버려도 되고 아무 때나 피웠는데 세월이 끊을 때쯤 되니까 뭐 여기는 빌딩에서 안 돼, 열차에서 안 돼, 피울 데가 없고 끽해야 집에서 하는데 그때가 제가 골초라 한 10분이나 10 15분에 한 대씩 피웠거든요. 피우는 게 더 괴로운 거예요. 대국장에서도 안 되고. 그래서 여러모로 ‘에이 끊자’ 해가지고 끊었더니 머리가 맑아지고 산에 다니고 하다 보니까 모든 게 좋아지대요.

◆ 박귀빈 : 그러시군요. 담배 끊기도 실제 담배 피우시는 분한테 여쭤보면 되게 어렵다고 하시던데 그 담배를 끊으셨고 그런데 인터넷 바둑 게임 끊기는 더 어렵다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담배 끊으시고 나서 영화 보니까 대국 장면에서 캬라멜 드시더라고요. 실제 그러셨어요?

◇ 조훈현 : 그건 영화고요.

◆ 박귀빈 : 실제로 안 드셨어요? 그렇구나. 그러면 실제 담배 끊고 아무것도 안 하신 거예요?

◇ 조훈현 : 예 맞습니다. 물이나 차.

◆ 박귀빈 : 그렇군요. 그리고 또 정치 생활도 하셨습니다. 실제로 국회의원 활동도 하셨는데 바둑보다 정치가 더 어렵군요.

◇ 조훈현 : 그전에 제가 정치인인 분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요. 거꾸로 제가 물어봤죠. 그랬더니 ‘조 국수, 바둑도 굉장히 어렵네. 그렇지만 그보다 몇 배 어려운 게 정치일세’ 딱 그렇게 답을 내려주시고 실제로 들어가 보니까 이건 뭐 바둑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 박귀빈 : 어머나, 바둑의 신께서 바둑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실 정도로 여러분 정치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창호 9단보다 정미화 여사가 이기기가 더 어려우시군요?

◇ 조훈현 : 이창호한테는 이겨 봤잖아요. 영화에서 보듯이 이창호도 이겨봤고.

◆ 박귀빈 : 아내분께는 이기신 적이 없으세요?

◇ 조훈현 : 여태까지 제가 이겨본 적 없고요. 백전백패인데, 어떻게 1승이라도 한 번 남기고 싶은데 아직까지 기록이 없습니다. 그래서 훨씬 어렵습니다.

◆ 박귀빈 : 정미화 여사님 대단하신 분이고요. 바둑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시지만 기본적으로 바둑이 어렵다 보니까 잘 몰라요. 그리고 영화 속에 나온 것 중에 제가 제일 궁금했던 건 뭐냐면 이창호 9단이 어렸을 때 왼손으로 바둑을 두는데, 오른손으로 두는 거라고 가르치셨거든요. 그 이유가 있나요?

◇ 조훈현 : 이유라기보다는 일단 예의상 오른손으로 두게 돼 있어요. 규정으로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일단 기본적인 예의라든가 기본적인 규칙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예의이기 때문에 그거는 지켜야 되지 않느냐. 그래서 괜찮으면 그쪽으로 둬라. 처음에는 왼손인가 그랬어요, 그랬었는데 그거는 고쳐라 해가지고 그러니까 밥 먹을 때는 왼손으로 밥 먹어요.

◆ 박귀빈 : 실제 이창호 9단이요.

◇ 조훈현 : 근데 바둑 둘 때는 오른손으로 두죠.

◆ 박귀빈 :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그다음부터 오른손으로 하는군요. 청취자님이 ‘저도 어젯밤에 보고 잤어요.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라고 하셨고요. 다른 청취자님, ‘바둑은 못 두지만 대한민국 국민 중에 조훈현 레전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도 학창 시절에 알까기랑 오목으로 돈 잃어봤네요’ 알까기랑 오목도 종종 하십니까?

◇ 조훈현 : 오목은 필수라기보다도 바둑보다도 미리 먼저 배우니까. 알까기도 실은 좀 했어요. 근데 이거는 금지거든요. 우리 바둑 프로기사한테는.

◆ 박귀빈 : 아까 예의 중요하다고 하셨잖아요. 바둑에서 그런데 알까기가 웬말입니까. 그렇군요.

◇ 조훈현 : 안 된다는 걸로 돼 있기 때문에 들키면 혼나죠.

◆ 박귀빈 : 영화 속에서 앞서 이창호 9단과의 첫 대결에서 제자에게 패한 기분을 제가 여쭤봤는데, 사실 제가 더 인상 깊게 본 장면은 다시 심기일전하고 한 계단 한 계단 오르셔서 다시 이겨내고 다시 정상에 오르시는 모습이었어요. 그때 어떤 마음으로 그게 가능했을지 여쭤보고 싶어요. 굉장히 어려운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 조훈현 :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는데 창호한테 다 뺏긴 거예요. 마지막 하나 남는 것까지 뺏겼거든요. 그랬더니 완전히 무관이 된 거죠. 그러다가 ‘아 내가 창호한테는 못 이기겠구나’ 그런 생각이 한동안 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등산을 하다 보니까 내가 산에 올라갈 때 입구에서부터 정상에 올라가거든요. 나는 정상에만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낭떠러지로 떨어져서 떨어졌는데, 생각이 든 게 ‘내가 언제 정상에서 살았느냐 입구에서부터 올라가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처음부터 다시 정상을 향해서 올라가 보자. 그래서 창호한테 내가 백전백패지만 한 번이라도 이기려고 노력을 하면은 그걸로 된 거 아니냐 열 판 둬서 한 판 이기면 그걸로 된 거고, 그렇잖아요. 그다음에 승부라는 게 한 판 이기면 두 판을 이기게 돼 있어요. 두 판 이길 수가 있어요. 그래서 두 판 이기면 세 판을 이길 수가 있어요. 4판쯤 이기면 승부가 돼요. 물론 4대 6으로 지지만은 5대 5에 가깝잖아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열 판 두면 다 지지만 네 판정도 되면 이건 승부가 되거든요. 바둑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이 기전에서는 전패를 하더라도 이 기전에서 6판만 이기면 내가 이기는 거잖아요. 그걸 뺏어올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맨날 4대 6으로만 지는 게 아니라. 그러다 보면 하나씩 뺏어올 수가 있거든요. 이길 수가 있기 때문에 한 판 한 판 이긴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그 당시 창호가 도전을 해 왔을 때는 내가 부담이 돼 가지고 ‘내가 지면 손해 망신 이기면 본전’ 근데 거꾸로 된 거예요. 창호가 다 이기고 있기 때문에 창호 입장에서는 뭐냐 하면 내가 지면 손해고 이겨도 본전인 거예요. 근데 나는 반대죠. ‘이기면 대박 지어도 본전’이니까 그런 승부가 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두다 보니까 승부가 돼 가지고 이기게 되고 뺏어오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5대 5 싸움이 된 거죠.

◆ 박귀빈 : 그렇죠. 말씀은 이렇게 하시지만 정말 세계 최고였고, 나의 제자에게 패했다가 다시 제자에게 도전하는 그 마음,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자체가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영화 속에도 명대사로 이런 게 나오거든요. ‘돌 하나를 놓더라도 반드시 이유가 있고 손을 뺄 때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사님의 철학이 있으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바둑을 통해서 배운 인생의 철학 깨달음도 있으실 것 같아요. 한 말씀 부탁드려요.

◇ 조훈현 : 깨달았다기보다는 평생 바둑을 둬왔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아마 이 길로 이 길로 갈 것 같아요. 뭐 이걸 깨달음으로 할까 배움이라 할까 모르지만 처음에 바둑 배웠고, 또 우리 선생님한테 배우고 또 인생을 배우고 하다 보니까 또 그게 계속 가다 보면은 막히고 막히고 그걸 뚫다 보면 다시 새로운 벽이 나오고 했기 때문에 깨달았다기보다는 계속해서 갈 수밖에 없어요. 계속 그냥 가다 보면 막혀요. 무조건 평생 좋은 날은 없거든요. 그러면 뚫으려면 고생을 해야 되겠죠. 뚫다 보고 가다 보면 길이 막기 때문에 뭐 언젠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은 나는 그 그 길로 끝까지 가야 되겠죠.

◆ 박귀빈 :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바둑계의 살아있는 레전드 조훈현 9단과 함께했는데요. 여러분 저도 이렇게 직접 말씀 나누면서 무언가 가슴에 울림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시지 않았을까 싶고요. 오늘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조훈현 9단이었습니다.

◇ 조훈현 : 감사합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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