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책값 받아달라"…100만원 남기고 사라진 손님

"15년 전 책값 받아달라"…100만원 남기고 사라진 손님

2024.03.20. 오전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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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책값 받아달라"…100만원 남기고 사라진 손님
교보문고 광화문점 (사진 출처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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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서점에서 책과 학용품을 훔쳤다는 30대가 뒤늦게 현금 100만 원을 건네고 죄를 뉘우친 사연이 전해졌다.

19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교보문고 강남점 카운터에 한 고객이 말없이 봉투를 내민 뒤 사라졌다. 당시 봉투를 열어본 직원들은 5만 원권 20장을 발견하고는 단순 분실물로 생각해 보관해뒀다. 이후 보관 기간이 길어지자 지난 6일 봉투를 다시 열어봤다가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편지에서 고객은 고등학생 시절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책과 학용품을 수차례 훔쳤다고 고백했다. 그의 도둑질은 몇 번이나 반복되다가 서점 직원에게 걸려 아버지가 책값을 대신 치러주는 것으로 끝이 났다.

현재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는 그는 "문득 뒤돌아보니 내게 갚지 못한 빚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가족에게 삶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잘못은 이해해 줄지언정 그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뭘 했는지 말하고자 하면 한없이 부끄러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교보문고에 신세 졌던 만큼 돕고 베풀며 용서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보고받은 안병현·김상훈 교보문고 공동 대표이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창 돈 들어갈 곳이 많은 30대 가장이 선뜻 내놓기 어려운 금액이라 그 마음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며 "창립자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창립자 신용호 전 회장은 광화문에 서점을 처음 세우며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그 대상이 초등학생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존댓말을 쓸 것 ▲책을 한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이것저것 보기만 하고 구매하지 않더라도 눈총을 주지 말 것 ▲책을 앉아서 노트에 베끼더라도 제지하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훔쳐 가더라도 절대로 도둑 취급하여 망신을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등의 5가지 운영 지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교보문고는 고객이 건넨 돈에 100만 원을 더해 총 200만 원을 아동 자선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할 예정이다.

YTN 서미량 (tjalfi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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