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MZ 그만 끼워 넣어라..."주 최대 60시간도 과로"

청년들 "MZ 그만 끼워 넣어라..."주 최대 60시간도 과로"

2023.03.22. 오후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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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황보혜경 / 사회1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Q]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둘러싸고 이른바 'MZ 세대'라고 불리는 청년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특히 MZ 세대를 콕 집어 의견을들어보라고 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청년들은 자신들을 그만 끼워 넣으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얘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사회1부 황보혜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황보혜경 기자가 취재한 내용에 댓글이 많이 달릴 정도로 관심이 많고 댓글의 연령대도 꼭 MZ세대만 있는 게 아니라 50대분들도 있는 만큼 이 사안에 관심이 많습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일단 대학생들 반응을 먼저 전해 주세요.

[기자]
우선 고용노동부는 현행 주 52시간제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더 넓혀서 '일이 많을 때는 몰아서 일하고, 적을 때는 푹 쉬자'는 취지의 개편안을 내놓았는데요. 가장 논란이 된 건 최대 근로 허용 시간입니다.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해질 거란 우려가 커지면서 대학가에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서울대학교 노동자·학생 연대 활동기구인'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 붙인 건데요.

정부 개편안은 노동자의 선택권을 늘리기는커녕, 건강과 안전만 해칠 것이라면서 주 최대 69시간 개편안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앵커]
황보혜경 기자, 그리고 앞서 서울대학교 학생들 만나기도 했는데. 주로 정부 개편안에 대해서 어떤 생각들이던가요?

[기자]
대학생들은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거나취업을 앞둔 만큼 정부 노동 정책에 누구보다 민감합니다. 무엇보다 '몰아 일하고 몰아 쉬기'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는데요. 동료들은 오랜 시간 근무하는데 나만 장기 휴가를 떠나서 이른바 제주도 한달살이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겁니다.

일을 몰아서 하고 나중에 쉬라는 건, 매를 먼저 맞으라는 느낌이라고 말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실제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최시우 / 서울대학교 1학년 : 일을 몰아서 하고, 휴식을 몰아서 한다는 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느낌인 것 같은데, 업무 특성상 불가능한 곳도 있겠고….]

[기자]
정부는 유연근무가 가능해질 거라고 얘기하지만 주 52시간 제도 안에서 유연화를 추구해야지 주 최대 69시간은 유연 근무가 아니라, 초과 근무를 의미하는 거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유연함'이란이런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최은율 / 서울대학교 1학년 : 유연화가 업무시간을 늘리는 건 아니고 주어진 현재 업무시간 안에서 휴식을 조금 더 보장한다든지, 잦은 휴식을 가질 수 있게 한다든지 이런 게 저희가 원하는 유연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주 52시간'을 '주 평균 52시간'으로 유연화한 거라면서 주 최대 69시간은 극단적인 경우일 뿐, 근로 총량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아까 최명신 기자 리포트 속에 노동부 장관 주요 일정표에 3번씩 MZ세대 간담회가 있다고 하는데. 굳이 시간 내지 않고 지금 방금 나간 대학생들 목소리만 반영해도 답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근로자에는 20대도 있고 30대도 있습니다마는 60대까지 다양한데 왜 이렇게 MZ세대가 더 주목받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이른바 'MZ 세대'라는 키워드가 언론은 물론 정부 브리핑에서도 자주 등장을 합니다. 고용노동부도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MZ 세대'의 특별히 언급했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발언부터 들어보시죠.

[이정식 / 고용노동부 장관(지난 6일) : MZ 세대들은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냐, 라고 해서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 과거의 우리 같은 나이 많은 기성세대들하고는 달리….]

[기자]
그러니까 MZ 세대는 일을 몰아서 하고 몰아서쉬는 걸 좋아하고, 유연화를 선호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번 제도 개편 과정에서 MZ 세대를 고려했다고 특별히 내비친 건데요. 그런데 제가 만난 학생들은 정부가 MZ 세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일침을가했습니다.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김소안 / 서울대학교 1학년 : MZ 세대 단어 자체가 원래는 20~30대를 표현하는 말이었는데, 근무할 때 눈치를 안 보는 식으로 의미가 변화된 것 같아요.]

[기자]
"유연하게 근무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MZ라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특히,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 'MZ 세대'만 콕 집어서 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 정책은 모든 세대에 전방위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도 MZ 세대에 속하는데, 제가 느끼는 MZ의 특성은 함부로 규정짓는 걸싫어한다는 겁니다. 청년층은 'MZ라서 이럴 것이다', '이게 MZ가 원하는 바다' 이런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정부 정책 발표에서 MZ만 콕 짚어서 이야기하지 마라. 또 급기야 MZ세대 좀 그만 끌어들여라 이런 목소리도 나왔다고요?

[기자]
MZ 세대들의 솔직한 발언은 이랬습니다. "MZ 세대도 아닌 사람들이 MZ 세대의 속사정을 얼마나 알고 MZ라는 말을 쓰는 건가 이게 굉장히 불편하다. "기성세대의 머리에서 나온 정책을 발표하면서, 'MZ 세대'를 포장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김소안 / 서울대학교 1학년 : (MZ 세대를) 굳이 앞에 끼워 넣어서 이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는 말인 것 같아서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청년층에서 정부 노동 정책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는 건가요? 어떻습니까?

[기자]
물론, 정부 정책에 동의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 쉬는 것이 더 맞는 사람도 있을 것이란 의견입니다. 또 주 최대 69시간을 일하면 적어도 지금보다 돈은 더 벌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다만 현재 청년들이 처한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는데요.

제가 어제 만난 서울대학생들의 경우에는 중고생 과외나 학원 조교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데. 과외는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학원 아르바이트는 임금이 낮은 건 물론 계약서를 쓰지 않고 4대 보험도 없이 일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무엇보다, 주 52시간제는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나왔는데, 이번 개편안은 사용자의 권리만 부각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는데요. 노동자가 을의 위치에서 과연 한달살이 같은 장기 휴가, 이런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실제로 직장인들도 있는 연차 제대로 못 쓰고 있다, 이런 반발도 나오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민단체가 직장인 단체 119가 직장인 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지난해 연차를 엿새도 쓰지 못했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대다수가 말단 노동자일 20대 가운데 연차를 엿새 미만으로 썼다고 답한 비율은 55%, 절반이 넘었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희망 근무 시간도 정부 정책과 괴리가 큽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를 보면국민이 원하는 희망 근무시간은 36.7시간, 40시간도 안 된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 주 52시간도 너무 길다는뜻인데요.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 단위가 '연'일 경우주 평균 최대 근로시간이 48.5시간으로 지금 보다 줄어드는 내용도 이번 개편안에 담겨 있다면서 이런 개편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대통령이 주 60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고 상한선을 제시해서 눈길을 끌었거든요. 주 60시간은 어디서 나오는 기준일까요?

[기자]
지난 2018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실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한 안이 나왔죠. 당시 중소기업의 충격을 완화하고자 상시 30명 미만이 일하는 사업장에선 한시적으로 주 60시간까지 근로시간을 허용했습니다.

이 부분이 윤 대통령이 말한 주 60시간 상한의 근거가 된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문제는 주 60시간까지 일하는 것엔 어떤 문제가 없느냐는 겁니다. 심·뇌혈관 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기준이 되는 고용노동부 고시를 보면 질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 60시간까지 일하는 것도 과로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김광훈 / 노무사 : 실무에서는 60시간이 아닌 52시간만 초과해도 업무상 질병이 인정되는 추세라서, 주 60시간 근로는 과로로 인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개편안에 합리적인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현행 방식은 기업마다 업종이나 규모가 다른데도 일률적으로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 상한을 제한하는데 이를 개선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겁니다.

다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회사에서 장기간 연차 사용 같은 것들을 악용할까 봐 우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예를 들어 주 52시간을 초과할 경우 추가적인 가산수당을 지급하는 등 별도 조치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주 52시간이었다가 주 69시간도 될 것 같다고 했다가 또 주 60시간 넘지 말라, 이런 얘기들. 정부 입장이 오락가락하다 보니까 혼란을 겪는 건 결국 현장에 있는 노동자, 근로자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은 지난 16일에 처음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말에 대해 나흘 뒤 대통령실은 근로시간 개편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다 어제는 다시 '주 60시간은 안 된다고 못을 박은 건데요.

며칠 사이에 계속 우왕좌왕하는 모습인데 고용노동부는 취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는 해명뿐, 혼선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비슷한 일 있었는데요. 지난해 8월, 교육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이후 박순애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퇴하며 사실상 백지화 됐는데요.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지, 번복과 재번복이 반복되면 국민은 정책과 정부를 믿을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이 커집니다.

다음 달 17일까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 입법예고 기간인데요. 이제라도 국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보완 대책 내놓길 바랍니다.

[앵커]
규정 짓기를 싫어한다는 MZ세대를 대표하는 황보혜경 기자가 취재한 노동 정책에 대한 청년층의 반응을 짚어봤는데 쭉 얘기를 듣다 보니까 MZ, MZ 우리가 하고 있지만 결국 MZ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 생긴 일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회1부 황보혜경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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