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은폐 지시에 비서관들 "미쳤어, 뒷감당 어떡해"

서훈 은폐 지시에 비서관들 "미쳤어, 뒷감당 어떡해"

2023.01.10. 오전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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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은폐 지시에 비서관들 "미쳤어, 뒷감당 어떡해"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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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사건 은폐를 결정한 직후, 일부 국가안보실 비서관들이 거세게 반발한 사실을 검찰이 서 전 실장 공소장에 적시한 거로 나타났습니다.

YTN이 확보한 서 전 실장 공소장을 보면 서 전 실장은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9시쯤 연 국가안보실 비서관 회의에서, '사건 발표를 신중히 검토하겠으니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여기에 일부 비서관들이 반대했고, 사무실로 돌아와선 '국민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실장들이고 뭐고 다들 미쳤어'라고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이보다 앞선 같은 날 새벽 1시에 열린 1차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도 서 전 실장이 은폐 지시를 내렸고,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이를 강도 높게 이행했다고 적시했습니다.

당시 서 전 장관은 최고 수준의 작전 보안을 유지하며 첩보·보고서 등 모든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56개 부대에 수신된 전문과 군사정보망 내 60건, 18개 부대의 정보유통망 내부 첩보 5천4백여 건이 삭제된 거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도 이후 피격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서 전 실장은 9월 24일 오전 3차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고인이 자진 월북한 것처럼 발표하도록 서 전 장관과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에게 지시했습니다.

검찰은 또 이날 오후 서 전 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 회의에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합법적 관광이었던 박 씨 사건과는 달리 이번 사건은 자진 월북 정황이 있단 취지로 차별화하려 했다고 적시했습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서 전 실장이 해경으로부터 고인 수색에 대한 보도자료 초안을 보고받은 뒤, 고인이 자진 월북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 발견·목포에서 가족 간 문제로 혼자 생활 중' 등의 내용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직접 가필한 거로 파악했습니다.

서 전 실장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지시했고, 김 전 청장이 이를 실무자에게 전달한 거로 검찰은 판단했습니다.

서 전 실장은 이 사건으로 지난해 12월 9일 구속기소 됐고, 김 전 해경청장도 같은 날 불구속기소 됐습니다.

지난해 말엔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도 불구속기소 됐습니다.


YTN 임성호 (seongh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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