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참사에 전 국민 트라우마...'심리적 셧다운'

서울 한복판 참사에 전 국민 트라우마...'심리적 셧다운'

2022.11.01. 오전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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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대근 앵커, 안보라 앵커
■ 출연 :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특보-이태원 참사]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부상자들과이 사고를 목격한 국민, 그리고 유가족까지.정신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자세한 내용은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이야기 나눠 봅니다. 교수님, 지금 이태원 참사 발생하고 며칠이 지났는데 많은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아파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는 것 같아요.

[한덕현]
맞습니다. 특히 젊은 층 그리고 일반적인 상황 그리고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져서 더 많이 공감하고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그렇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앵커]
이게 또 골목길에서 벌어진 참사였잖아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한 번쯤은 다녀왔을 법한 그런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골목길에서 벌어진 대형참사라는 점 때문에 다가오는 충격도 좀 더 클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떻습니까?

[한덕현]
이런 어떤 트라우마가 예측됐던, 그리고 우리가 한 번쯤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비행기든 다리든 아니면 자연재해든 이런 것들에 의해서 우리가 이런 트라우마를 입었으면 내가 위험한 것들을 경험해서 그다음에 자연재해가 있어서, 이런 것들에 탓을 할 수 있는 대상이라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도 없이 막연하게 이런 사고가 발생을 하고 트라우마를 받았기 때문에 당사자나 혹은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이나 우울감은 좀 더 심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내가 특별히 위험한 행동을 하다가 이렇게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그냥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어쩌다 보니 사고에 휩쓸린 그런 상황인 거잖아요.

[한덕현]
실제로 환자분들을 제가 한두 분들을 벌써 만났는데 그분들 이야기는 정말 조금이라도 자기가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했으면 억울하지 않기라도 할 텐데 이게 그냥 나는 길 가고 그냥 그런 재미있는 장소가 있어서 간 거고.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도저히 이해도 안 가고 납득할 수도 없고 그런 우울감들을 많이 호소합니다.

[앵커]
이게 사실 즐기러 간 거잖아요. 누구나 다 휴가는 가고 즐겼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는다면 우리나라 국민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은데 특히나 젊은 층은 또래들이 많이 희생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분들이 받는 충격은 또 남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덕현]
20대 특히 저희 병원에 있는 직원들도 그렇고 심지어는 그걸 본 정신과 젊은 의사들조차도 새벽 두세 시까지 그 모습들을 보면서 잠을 못 잤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내가 저기 있었을 수도 있는데, 내 동생이 저기 있었을 수도 있는데, 그리고 그 일이 마치 내 일처럼 여겨지고 그리고 나서 그게 어느 정도 지나게 되면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되지? 왜 존재해야 하는가. 삶이 좀 허무하고 허망 이런 것들이 이인감, 내가 나 같지 않고 그다음에 내가 지금 여기가 현실인지 아니면 현실이 아닌지 이런 해리감 이런 것들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런 어떤 사고 장면을 계속 뉴스나 유튜브를 보면서 관찰했던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감정들입니다.

[앵커]
그런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친구랑 같이 갔다가 골목에서 친구를 구하려고 했는데 못 구했다거나 자기만 다치지 않았다거나 이런 경우에도 충격이 상당할 것 같아요.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들도 있을 것 같고요. 어떻습니까?

[한덕현]
그런 경우들이 스스로 자기를 희생양을 만들어버리는 거거든요. 그런 사고나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런 사고나 문제가 자기 머릿속 안에서 합리적으로 풀어져 나가려면 그 잘못된 문제를 일으킨 누군가는 있고 어떤 원인은 있는데 그게 지금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까 결국의 그런 비합리적이고 잘못된 문제를 일으킨 것은 나다. 그러니까 내가 나쁜 사람이다라고 해서 스스로를 원망하고 스스로를 자꾸 죄인을 만드는 그런 과정들이 시작이 됩니다.

[앵커]
스스로를 희생양으로 만들고, 앞서 말씀해 주셨던 이인감이라든지 내가 내가 아닌 것 같고 해리감을 느낀다든지 이런 부분들이 트라우마라는 증상으로 설명이 될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런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치유가 필요한 겁니까?

[한덕현]
그게 트라우마는 다른 어떤 정신과적 원인하고 조금 다른 게 이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충격, 자극보다 훨씬 10배, 100배 강한 자극들을 경험하고 그다음에 심리나 신체에서 나타나는 증상들 이렇게 되는 과정들을 겪어서 트라우마 장애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래서 트라우마를 받자마자 급성에서 보이는 대응이 있고 그다음에 좀 지났을 때 좀 시간이 지난 다음에 보이는 대응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지금은 사고가 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급성 대응 반응에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정입니다. 그래서 나를 가장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것, 그리고 나를 가장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내 스스로가 보호받고 있고 안정 상태에 있다라는 것들을 느끼게 해 주는 과정들이 지금 현재는 제일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이게 트라우마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도 있던데 이게 같은 말인가요?

[한덕현]
트라우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일어나게 하기 위한 큰 사고나 사건들을 트라우마라고 얘기를 하고 그것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심리적인 증상들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얘기를 합니다.

[앵커]
그래서 불안감이라든가 여러 가지 증상을 겪는 분들이 계실 텐데 지금 안정이 일단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고요. 주변에서 대할 때 태도도 중요할 것 같아요. 말 한마디도 신경을 써야 되는 그런 상황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덕현]
적절한 반응이 사실은 제일 중요합니다. 지나친 공감도 환자에게는 부담이 되고요. 그리고 괜찮다,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하는 비현실적인 위로도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 정도의 슬픔과 그 정도의 놀람과 그 정도의 트라우마에 의한 증상들이 있으면 그 증상들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인정을 하고 그 증상들이 회복될 수 있게끔 적절한 지지적인 말들이 필요합니다.

[앵커]
생존자나 목격자, 유가족은 더더욱 주위의 관심과 위로가 필요할 것 같은데 사실 이렇게 큰 충격을 받은 지인이 있으면 곁에서 뭔가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럴 때는 말씀하신 것처럼 지나친 공감도 안 되고 비현실적인 위로도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그냥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분들께 도움이 되는 겁니까?

[한덕현]
맞습니다. 실질적으로 이분들이 어떤 사고를 당했을 때 옆에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가 사실 없었다는 게 굉장히 당황스러웠던 거거든요.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이분들한테는 굉장한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앵커]
지금 저희가 자막으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한 통합심리지원 안내 번호가 나가고 있습니다. 심리상담 핫라인 1577-0199로 전화하셔서 상담을 받으시고요. 국가트라우마센터도 운영되고 있으니까 홈페이지도 한번 방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 그런데 일부에서는 거기를 왜 가서 사고를 당한 거야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건 좀 지양해야 되는 행동이 아닌가 싶은데 이런 영향이 또 있을 것 같아요.

[한덕현]
사실은 유튜브나 거기에 올라온 댓글 중에 지워진 것 중에 많은 것들이 그런 것들이죠. 왜 우리나라 행사도 아닌 그런 행사에 왜 그런 곳에 가서 왜 네가 그런 것들을 해서 그런 일을 당했으니 너는 그런 일을 당해 마땅하다, 이런 어떤 말도 안 되는 악플이나 이런 것들을 나타내는 일들이 있는데 그거는 실질적으로 그것이야말로 비현실적인 멘트거든요.

내가 지나가다가 길을 걷다가 다리가 무너졌으면 너 왜 그 다리를 건너갔어, 이렇게 얘기하는 거하고 똑같은 거거든요. 그래서 그 자리에 내가 계획한 대로 내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자유는 누구나 있는 거고 그것을 방해하고 그걸 간 걸 비난한다면 대한민국 국민 어느 누구도 여가를 즐기고 내가 어떤 축제에 참여하고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들, 즐길 수 있는 권리는 아무도 없게 되는 겁니다.

[앵커]
사고 당시에 많은 인파가 몰렸던 장면을 보면서 일반 시민들 가운데서는 출퇴근길에 지하철이 붐비는 상황을 떠올리시는 분들, 계단을 오르거나 에스컬레이터를 오를 때 혹시라도 넘어지지 않을까 이런 상황을 가정하면서 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하시는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이게 심리적 셧다운, 이런 말도 나오던데 이것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볼 수 있는 겁니까?

[한덕현]
질환, 장애로 보려면 어떤 증상의 강도도 중요하지만 기간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사고가 일어나고 이 사고 장면을 TV에서든 아니면 현장에서든 목격한 분들이 지금 말씀하신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이게 3~4일, 일주일 정도면 나타날 수 있겠죠. 그런데 이것을 저희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을 하려면 1개월 이상이 됐을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보기 때문에 1개월 이내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게 질환으로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고, 그런데 1개월 이상 이게 지속되고 그 증상들이 계속된다면 그건 질환으로 생각돼서 전문가의 치료를 받으시는 게 꼭 필요합니다.

[앵커]
그러면 일단 그 정도 기간이 지나지 않더라도 내가 일상생활하는 데 두려움이나 갑갑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한덕현]
앞서 보도된 트라우마센터라든지 전문가를 만나셔서 꼭 질환이나 어떤 병으로 진단받지 않더라도 불편한 점을 해소하는 부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앵커]
전문가들이 국민적 트라우마가 우려된다면서 현장 영상을 보는 것을 자제해 주시고 뉴스를 통해서도 너무 자주 접하지 않게 자제를 당부했거든요. 저희는 언론인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저희가 방송을 하면서도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이런 부분들도 참 고민이 됩니다. 저희 언론의 역할, 방송을 보는 시민들의 자세,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지적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한덕현]
물론 언론은 사실을 보도하고 있는 그대로에 대한 것들을 국민들이 알게 해야 하는 그런 사명감이나 일은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같은 장면이 계속 노출이 되다 보면 사람이 보여지는 사실을 보려고 하지 않고 같은 장면이 계속되면 머리 안에서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 상상을 하게 되면 자꾸 그 나타나는 사실을 왜곡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이런 트라우마나 부정적인 일은 자꾸 부정적인 왜곡을 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게 반복적인 나쁜 장면에 대한 노출을 피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게 내보내지 마세요, 이거를 최소한으로 하세요, 이런 내용보다는 그 사람들이 자꾸 봤을 때 스스로의 부정적인 왜곡이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그런 감정적인 보도라든지 지나치게 많은 반복적인 자극적인 장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아마 얘기를 한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연관해서요, 이번 참사를 두고 세월호 참사 당시의 얘기를 하는 경우도 많아서요. 그때를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있고 그리고 그때 상황을 바탕으로 이번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될지 이 고민도 하셨을 것 같아요.

[한덕현]
어떻게 보면 세월호 이전에도 국가적인 재난사태는 저희가 경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세월호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무것도 없었단 말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눈앞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죽어가는데 뭔가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없었다라는 게 국민들이 생각할 때 많이 실망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세월호하고 이 부분은 배고 여기는 일반 도로고 하는 게 다르기는 하지만 그런 심리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또 한 번 저희가 속는 심정으로라도 이번에도 비슷한, 눈앞에서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과정이 있을 때 그것들을 빨리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이 꼭 마련이 되고 미리 그것들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우리들한테 빨리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정부에서도 지금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바라고요. 그리고 이런 얘기도 있더라고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유통기한이 있다. 이게 어떤 의미입니까?

[한덕현]
그게 아까 말씀드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 내리려고 하면 1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고통스러운 증상들이 유지가 되고 그리고 그 기간 내에 일정 시간 내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그 후유증으로 우울증이라든지 공황장애라든지 이런 것들이 추가적으로 공존질환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발생부터 시작해서 치료까지 이것들을 잘 관리해야 된다라는 그런 내용입니다.

[앵커]
정부에서도 오늘 발표 내용을 보면 일반 시민들도 심리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이 나오는지 지켜보고 또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함께 이번 참사 관련해서 트라우마 관련된 얘기를 해 봤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겠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YTN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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