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아기 '묻지마 폭행'...아이 아빠, 정당방위 인정 안 된 이유는

14개월 아기 '묻지마 폭행'...아이 아빠, 정당방위 인정 안 된 이유는

2022.05.24. 오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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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후 14개월 아기가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폭행'에 뇌진탕을 입었다는 보도, 앞서 전해드렸죠.

아이 아빠 행동은 왜 정당방위로 볼 순 없었던 건지 이번 사건을 취재한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황보혜경 기자 안녕하세요.

자세한 사건 경위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먼저 폭행 당시 CCTV를 함께 보시겠습니다.

부모가 아이 둘을 데리고 저녁을 먹고 있습니다.

한 남성이 가족을 향해 다가옵니다.

이 남성이 14개월 된 아기가 앉아 있던 의자를 붙잡더니, 갑자기 뒤로 내던져버립니다.

놀란 엄마가 바닥에 떨어진 아기부터 살피고, 아빠는 가해 남성을 뒤쫓아 갑니다.

지난해 말 경기 김포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피해 아동 나이는 고작 생후 14개월이었습니다.

[앵커]
당시 아기가 곧바로 응급실에 갈 수도 없었다고 하는데, 상태는 어떤가요?

[기자]
네 작년 말이면 코로나19가 한창 극심했던 시기죠.

응급실에 소아 병동이 부족하거나, 코로나19로 운영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이 부모도 대형병원 세 군데에서 거절당한 끝에 한 종합병원에서 아이 진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검사 결과 아이는 뇌진탕 진단을 받았습니다.

잠을 잘 자던 아기가 이날 이후론 밤에 비명을 지르며 깨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하는데요,

아이 부모는 뇌 발달이 한창 이루어지는 시기에 당한 사고라 나중에라도 후유증이 나타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피해 아동 어머니 : 겨우 CT 촬영해서 결과를 봤더니 뇌진탕 3주 진단받았어요. 아이가 클 때까지 지켜보며 불안함 속에 살아야 하는 거죠.]

[앵커]
그런데 '묻지마 폭행'을 가한 남성이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고요?

[기자]
네, 가해자인 20대 남성 A 씨 부모는 아들이 지난 2014년부터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를 진단받은 정신장애 3급 환자라고 말했습니다.

사건은 A 씨가 입원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지 열흘쯤 됐을 때 발생했는데요,

당시 A 씨 부모는 "아들이 아프다, 조현병 환자"라면서 선처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 부모는 아이를 다치게 한 혐의로 A 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A 씨는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아이 아빠도 폭행 혐의로 함께 검찰에 넘겨졌어요. 무슨 이유인가요?

[기자]
앞서 보여드린 CCTV 영상에는 아이 아빠가 A 씨를 뒤쫓아가는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아빠는 A 씨가 아이를 내던지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서 가는 모습에 너무나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뒤쫓아가 뒤통수를 두 차례 때렸다고 하는데요,

얼마 뒤 아이 아빠 역시 A 씨 측에게 고발당했다는 연락을 받은 겁니다.

혐의는 폭행입니다.

아이 아빠 역시 검찰에 넘겨져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아이 아빠의 말을 들어보시죠.

[피해 아동 아버지 :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나고 이성을 잃어서 그 사람을 쫓아가 가격을 하게 됐는데, 그것 때문에 저희 딸 피해가 묻히는 것 같아서 자책감이 듭니다.]

[앵커]
경찰이 아이 아빠의 폭행을 정당방위로 볼 수는 없었던 건가요?

[기자]
이번 사건 자문을 의뢰한 변호사들은 안타깝지만, 정당방위가 성립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제삼자인 아이가 부당하게 공격을 당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아이 아빠가 쫓아가서 때린 건 이미 가해자의 폭행이 완료된 뒤라서 정당방위 요건 가운데 '현재성'을 충족하진 않는 겁니다.

다만 '정당행위'를 따져볼 수는 있는데요,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경미한 폭행이 발생한 것이라면 정당한 행위로 본 판례도 있습니다.

열쇠로 차를 긁고 도망가려는 사람을 도망가지 못하게 멱살을 잡고 흔든 경우였는데요.

사회적으로 봤을 때 폭행이 아주 가벼운 수준인 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문제는 아이 아빠가 가해자에게 똑같이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때린 거라고 경찰에 진술했기 때문에, 경찰도 보복성 폭행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보긴 어려운 거군요.

그럼 A 씨 측 입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기자]
A 씨 부모는 아이를 먼저 다치게 한 건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아이 아빠 역시 아들 머리를 때리는 바람에 아들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고 주장하는데요,

A 씨는 조현병 증세와 폭력성이 더욱 심해져 지금은 입원이나 약물치료로도 조절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치료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라도 법적 다툼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후속도 준비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이번 일이 자칫 조현병 환자에 대한 혐오로 번질까 봐 조심스럽습니다.

전체 범죄율만 따져보면 조현병 환자가 비 조현병 인구보다 범죄 발생률이 4분의 1가량 낮은데요,

다만 살인이나 방화와 같은 강력 범죄에선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 발생률이 많게는 8배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강제입원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입원 결정을 가족들에게 맡기고 있어서 환자들이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려고 합니다.

[앵커]
네, 후속 보도도 곧 전해주시죠.

황보혜경 기자 잘 들었습니다.




YTN 황보혜경 (bohk10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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