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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 진행 : 김혜민 PD
■ 방송일 : 2022년 3월 7일 (월요일)
■ 대담 :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혜민의 이슈&피플] 단단한 개인들의 건강한연대. 오랜시간 베셀인 이유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요즘 서점가에는 지친 일상에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건네는 책들이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 맨 앞에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교보문고 32주간 1위, 15만부 이상 팔린 힐링 도서, ‘불편한 편의점’이 오늘 신상 언박싱의 주인공입니다. 신상인데 신상 아닌 신상인 책,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와 함께합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작가(이하 김호연)> 안녕하세요. 김호연입니다.
◇ 김혜민> 제가 신상인 듯 신상 아닌 신상인 책이라고 소개한 이유는 이 책이 나온 지 꽤 됐죠.
◆ 김호연> 예, 작년 4월에 출간되었습니다.
◇ 김혜민> 작년 4월에 출간됐는데 지금까지 1위예요. 이렇게 많이 사랑받을 거라고 알고 계셨어요.
◆ 김호연> 전혀 예측할 수 없었죠. 저희 업계에서는 흥행은 신의 영역이라고 그러거든요. 저희 일반인들로서는 알 수가 없고요. 제 작품은 대중에게 책이나 영화로 완성되어 보여지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흥행은 제가 건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요. 책이 4월에 나왔을 때만 해도 바로 이렇게 인기를 얻지 못했고 잔잔하게 움직이다가 여름 시장 지나면서 조금씩 더 올라왔던 것 같아요.
◇ 김혜민> 출간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하셨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니 더 감격스러우실 것 같아요. 불편한 편의점. 이 책의 제목처럼 한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일과 그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사실 15만 부 팔렸으면 많은 분들이 보셨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이 책의 내용을 좀 요약해 주시겠어요.
◆ 김호연> 염영숙 여사라는 분이 계신데요. 교직을 정년 퇴임하고 서울역 부근 청파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계세요. 그런데 어느 날 서울역에 갔다가 노숙자 독고 씨로부터 잃어버린 파우치를 이제 독고 씨가 제 찾아주면서 인연이 됩니다. 그래서 겨울에 갈 데가 없는 노숙자인 독고 씨가 자기에게 잘해주고 성의를 보이는 걸 보고 마침 자리가 빈 편의점 야간 알바 자리를 제안해서 노숙자 독고 씨가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김혜민> 말씀하신 것처럼 독고가 사장님의 분실물을 찾아주고, 그게 시작이 돼서 자신의 편의점에 전용 알바 자리까지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은 지갑을 찾아준 일에 감사를 표할 수도 있고 노숙자에게 식사 한 끼를 대접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사업장에 일을 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요. 이 사장님은 독고 씨의 어떤 점을 보고 그런 결심까지 하게 되신 걸까요.
◆ 김호연> 그러니까 이저라도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염 여사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그런 마음 씀씀이와 헤아림이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개연성을 만들기 위해서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설정을 했기 때문에 종교도 있는 분으로 했고요. 그리고 직업 역시 학생들을 많이 살펴보고 그래서 안목도 있고 그런 인자하신 선생님으로 설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잡았고 무엇보다 책을 읽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갑자기 야간 알바 공백이 생겨요. 마침. 그래가지고 염 여사님이 야간 알바를 하다가 봉변도 당할 뻔하고, 그런 일이 생기기 때문에 타이밍 좋게 마침 야간 알바가 필요하게 됐다는 이제 극적 설정을 집어넣어서 일단 한번 써보자, 이렇게 시작한 거죠.
◇ 김혜민> 타이밍이라는 게 운명인 거니까요. 그 당시 모든 우주의 기운이 도와줘야 사람들이 만나고 일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런 배경과 함께 사장님의 선한 마음뿐만 아니라 사람의 겉모습이 아닌 속 모습을 보는 안목까지 독고 씨를 일하는 사람으로 발탁하게 된 배경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그래서 저는 이 사장님의 모습을 통해서 작가가 이 시대가 정말 원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좀 들었거든요.
◆ 김호연> 제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편의점 취재도 하고 편의점에서 일했던 직원들, 알바들 이야기도 들어봤는데 편의점에서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많지만 제일 중요한 거는 사장님의 성격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장님이 좋으신 분이면 편의점 일이 좀 힘들어도 오래 일할 수 있는데, 사장님이 좀 고약하거나 이러면 편의점 일이 힘들다고 그러더라고요. 어쨌든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님 정도면 기성세대잖아요. 그리고 어쨌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분들이니까 이런 기성세대 어른들이 좀 더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좀 했고요, 그래서 염 여사는 그런 생각이 모여서 만들어진 캐릭터고요. 우리가 그런 걸 좀 잊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 김혜민> 그래서 저는 이 사장님 모습 중에 가장 마음에 남았던 모습이 이거예요. 제가 한 구절을 읽어보면 자신은 교사 연금으로 살고 이 매장으로 식구들 생계가 해결된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처음부터 그럴 줄은 몰랐지만 이제 오 여사와 성필 씨는 이 편의점이 아니면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고, 시연 역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드는 돈을 여기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평생 사장이나 자영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염 여사가 편의점 경영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은 이 사업장이 자기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삶이 걸린 문제라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였다. 저는 이 구절이 함께 사는 상생, 그리고 조금 더 가진 자의 책임. 이런 것들을 느끼게 하는 어른의 태도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호연> 예, 맞습니다.
◇ 김혜민> 그리고 이 안에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 사회가 약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잖아요. 사업에 실패한 사람도 있었고 또 청년들. 여기에 일부러 청년 세대를 시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넣은 이유가 있으세요.
◆ 김호연> 청년들이 다 9급 공무원 많이 준비하고 미래가 불안정하니까 안정적인 일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많이 준비하잖아요. 근데 어떤 꿈이나 자기 목표를 찾아서라기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이 중요한 사회가 됐잖아요. 그런 것에 대한 안쓰러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준비할 수밖에 없는, 자기의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 혹은 자기가 진심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사회가 너무 불안하고 미래가 두려우니까 그런 것에서 주저하는 어떤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런 친구가 독고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장점,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싶었어요.
◇ 김혜민> 맞아요. 성찰할 수 있고 자기의 숨은 능력을 보게 한 사람이 이제 노숙인이라는,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의 약자 중에 약자. 실패자라고 불리는 노숙인인 독고 씨잖아요. 독고 씨라는 인물을 처음에 그렇게 노숙인으로 잡고 구상하게 되신 이유나 계기가 있으셨나요.
◆ 김호연> 이건 작품 초반에 캐릭터를 구상할 때 생각을 하는 건데, 원래 노숙인이 아니고요. 쉽게 말하면 우리 사회 밖에서 우리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이방인 같은 캐릭터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일반적인 사람은 안 되겠죠. 그래서 제가 심지어 탈북자도 생각했고 외국인 노동자도 생각했고요. 실제 외국인 유학생들이 편의점 알바도 많이 하시거든요. 그리고 조선족 아주머니도 있었고 재미 교포인데 한국 와서 적응 못하고 이런 캐릭터도 생각하고, 심지어 외계인까지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노숙자였고 그리고 과거가 있는, 그래서 과거에 평범한 삶을 살다가 노숙자의 삶으로 전락했다가 다시 염 여사의 손길로 인해서 자기 인생도 돌아보며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바깥에 나갔다 온 캐릭터죠. 그래서 노숙자로 설정을 했습니다.
◇ 김혜민> 우리 사회를 관찰할 수 있는 캐릭터여야 했고 또 하나는 누구나 사실 실패할 수 있고 그 실패가 생각처럼 복구가 되지 않으면 노숙자의 삶을 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누구나에게 가능성이 있는 삶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노숙자라고 캐릭터를 잡으신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책을 보면서 하게 됐습니다. 오늘 신상 언박싱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입니다.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소설이 두 종류인 것 같아요 소설 하나는 아까 말한 외계인이 나오는 이런 판타지 같은 소설과 또 하나는 아주 현실적인 소설. 그러니까 불편한 편의점은 굉장히 지명도 가상의 지명이 아니라 우리가 청파동, 숙대 입구, 우리에게 있는 지명이고 나오는 캐릭터들도 아까 이야기했지만 시연이 같은 청년. 자영업자나 직장인 같은 우리 사회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근데 작가님 전작도 그렇고요. 망원동 브라더스도 그렇고 이렇게 현실 밀착형 소설을 쓰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 김호연> 저는 우리의 삶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쓰고 싶고요. 소설은 말씀하신 대로 여러 장르와 분야와 스타일이 있죠. 말씀하신 것처럼 판타지 소설도 있고 문학성을 중시하는 문학성 깊은 소설도 있어요. 그리고 제 소설 같은 경우는 대중들과 밀착해서 대중들이 쉽게 가독성 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의 소설을 저는 추구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소설의 카테고리가 결국은 인간에 대한 고민과 질문에서 시작되고 있어요. 그래서 고전부터 노벨 문학상을 받는 작품부터 베스트셀러까지, 그리고 판타지 소설, SF 소설, 모두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저는 그것들은 다 같이 파고든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판타지에 능하지도 않고 문학성도 약해서 대중들에게 쉽게 잘 읽히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애쓰고 있어요. 말 그대로 생활 밀착형 스토리텔러로서의 소설가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다 잘할 수는 없으니까요.
◇ 김혜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는 거기도 하겠죠. 아까 인간에 대한 고민과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하셨는데 사실 이 책에는 악인이 나오지 않잖아요. 나쁜 모습을 보이는 건 실수나 잘못된 선택이라는 관점에서도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사람들이고. 제가 채사장 작가하고 인터뷰했을 때 채사장 작가는 인간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선한 출발은 하지 않더라고요. 그게 작품에 묻어나기도 했고. 근데 이 책을 보면 우리 작가님은 인간은 굉장히 선하고 연대의 중요성, 이런 것들을 굉장히 많이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맞습니까.
◆ 김호연> 오래된 성선설, 선악설을 떠나서 인간은 좀 입체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요. 내 안에도 나쁜 게 있 수 있고 착한 게, 선한 게 있을 수 있고요. 저는 선한 본성에 대한 이야기와 그리고 사람이 사람과 연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죠. 그리고 염 여사가 독고에게 손을 내밀었듯이 독고가 변했고, 그리고 독고의 충고와 오지랖으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 알바생이나 손님들이 변화하죠. 그리고 영향을 받죠. 이로 인해 독고 자신도 또 다시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런 영향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이제 영향을 준다면 이게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고요, 또 그런 독자들의 반응들 있잖아요. 리뷰나 한 줄 평이나 감상평들을 보고 작가인 저 역시 변화됩니다.
◇ 김혜민> 어떤 부분인가요.
◆ 김호연> 저 역시 감명 받고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의 것들을 발견해 주실 때, 제 작품을 저도 돌아보고 제 자신이 좀 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이라는 게, 이 이야기의 순환이라는 게 참으로 단단한 공감의 연대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 김혜민> 맞습니다. 책 한 권이 주는 그 공감과 연대의 힘이 크죠. 그래서 이 신상 언박싱 코너를 만든 겁니다. 때로는 어떤 분들이 책 홍보해 주는 코너야, 이런 분들도 계세요. 청취자 분들 중에. 그런데 15만 부 파신 분한테 제 홍보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홍보가 아니라 정말 제가 이 책을 보면서 작가를 통해 배운 인간에 대한 애정과 개념, 연대. 이런 것들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우리 불편한 편의점뿐만 아니라 좋은 책들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 있다는 거, 제가 조금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아까 충고와 오지랍이라고 하셨는데 이게 연대의 시작 같아요. 그렇죠, 작가님.
◆ 김호연> 이게 까딱 잘못하면 꼰대가 되거든요. 그런데 좋은 충고는 충분히 있어요.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필요한 충고가 있고 살짝 건드려지기만 해도 변하는 게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서로에 대해서 관심과 관심의 눈으로 바라봐야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충고랍시고 자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헤아려줄 줄 알아야 된다는 거죠. 염 여사의 마음 같은, 그런 것들을 저는 좋아하고 좀 서로를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 김혜민> 충고와 오지랖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선택도 굉장히 중요하다, 라는 게 저는 이 책의 메시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타인과의 연대와 도움도 중요하지만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저는 이 메시지를 읽었는데 어떻습니까.
◆ 김호연> 예리하십니다. 우리 사회가 연대를 넘어서 사실 좀 집단 문화가 강했잖아요. 어쩔 수 없이 힘든 근대화 시기가 있었고 가족주의도 강하고, 군대에서 집단 문화들을 경험하고, 학교나 사회에서도 집단 교육을 벗어나면 왕따를 당하곤 하잖아요. 이런 것 때문에 좀 개인주의적인 사람들에게 이제 개인주의가 팽배하다는 그런 평가를 하면서 안 좋게 표현하는데 저는 개인주의가 권장돼야 된다고 생각하고, 제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점점 우리도 개인주의가 정착되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개인의 중요성들을 지키고 서로의 선을 유지하는 것 같아서, 조금씩 그것들이 소중한 가치가 되는 것 같아서 좋고요. 연대는 그다음이 아닐까 해요. 단단한 개인들이 연대를 하는 거지,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이 서지 못한 상태에서 집단이 뭉치면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집단주의가 됩니다. 그래서 단단한 개인들의 건강한 연대야말로 이 건강한 사회의 기본이라고 생각을 하고 편의점에서는 그것이 동화처럼, 어떻게 보면 좀 기발하게 얽힌 건데요. 약간 저만의 행복 회로로 설정을 한 게 있죠. 다만 이제 요즘 코로나에 여러 가지로 힘드니까 독자님들이 따뜻하게 엮어준 이야기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 김혜민> 저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 것도 참 좋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감동받고 마음이 움직였다는 거잖아요. 마음에 있는 연대와 치유의 불씨를 이 책이 잘 불러일으켜준 것 같아서 그래, 우리 사회가 아직 따뜻하고 아직 연대에 대한 공감과 갈증이 있구나, 라는 걸 방증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에 삶은 관계이고 관계는 소통이다. 행복은 내 옆에 사람과 나누는 데 있다. 저는 이 문장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 독자들에게 이 문장과 관련해서 한 말씀 해 주신다면요.
◆ 김호연> 그러니까 이런 말이 있잖아요. 행복하다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랑 맛있는 거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있어요. 원래 인간은 원시 시대 때부터 사냥해서 잡은 음식을 부족들, 피붙이들과 같이 나눠 먹으면서 행복했거든요. 그 DNA가 수만 년 동안 이어져 온 거지, 오히려 현대 사회는 얼마 안 됐잖아요. 길고 오래 자리 잡고 있는 이 DNA 때문에 세상에 아무리 첨단이 되고 인공지능이 어떻게 되더라도 결국 인간은 옆에 있는 사람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지 않으면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독자 여러분이랑 방청객 여러분, 그리고 PD님. 모두 오늘도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 나누시면서 삶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으시길 바라겠습니다.
◇ 김혜민> 감사합니다. 제가 그래서 이 직업을 좋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을 쓴 작가와 함께 이렇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게 저에게는 너무 큰 행복이고요. 그 행복을 우리 청취자분들께 전달해 드릴 수 있는 게 또 저의 감사이기도 합니다. 작가님,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이런 작품들을 통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따뜻함, 또 치유. 건네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김호연> 예, 감사합니다.
◇ 김혜민> 지금까지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YTN 김혜민 (visionm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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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혜민 PD
■ 방송일 : 2022년 3월 7일 (월요일)
■ 대담 :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혜민의 이슈&피플] 단단한 개인들의 건강한연대. 오랜시간 베셀인 이유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요즘 서점가에는 지친 일상에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건네는 책들이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 맨 앞에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교보문고 32주간 1위, 15만부 이상 팔린 힐링 도서, ‘불편한 편의점’이 오늘 신상 언박싱의 주인공입니다. 신상인데 신상 아닌 신상인 책,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와 함께합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작가(이하 김호연)> 안녕하세요. 김호연입니다.
◇ 김혜민> 제가 신상인 듯 신상 아닌 신상인 책이라고 소개한 이유는 이 책이 나온 지 꽤 됐죠.
◆ 김호연> 예, 작년 4월에 출간되었습니다.
◇ 김혜민> 작년 4월에 출간됐는데 지금까지 1위예요. 이렇게 많이 사랑받을 거라고 알고 계셨어요.
◆ 김호연> 전혀 예측할 수 없었죠. 저희 업계에서는 흥행은 신의 영역이라고 그러거든요. 저희 일반인들로서는 알 수가 없고요. 제 작품은 대중에게 책이나 영화로 완성되어 보여지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흥행은 제가 건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요. 책이 4월에 나왔을 때만 해도 바로 이렇게 인기를 얻지 못했고 잔잔하게 움직이다가 여름 시장 지나면서 조금씩 더 올라왔던 것 같아요.
◇ 김혜민> 출간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하셨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니 더 감격스러우실 것 같아요. 불편한 편의점. 이 책의 제목처럼 한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일과 그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사실 15만 부 팔렸으면 많은 분들이 보셨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이 책의 내용을 좀 요약해 주시겠어요.
◆ 김호연> 염영숙 여사라는 분이 계신데요. 교직을 정년 퇴임하고 서울역 부근 청파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계세요. 그런데 어느 날 서울역에 갔다가 노숙자 독고 씨로부터 잃어버린 파우치를 이제 독고 씨가 제 찾아주면서 인연이 됩니다. 그래서 겨울에 갈 데가 없는 노숙자인 독고 씨가 자기에게 잘해주고 성의를 보이는 걸 보고 마침 자리가 빈 편의점 야간 알바 자리를 제안해서 노숙자 독고 씨가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김혜민> 말씀하신 것처럼 독고가 사장님의 분실물을 찾아주고, 그게 시작이 돼서 자신의 편의점에 전용 알바 자리까지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은 지갑을 찾아준 일에 감사를 표할 수도 있고 노숙자에게 식사 한 끼를 대접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사업장에 일을 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요. 이 사장님은 독고 씨의 어떤 점을 보고 그런 결심까지 하게 되신 걸까요.
◆ 김호연> 그러니까 이저라도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염 여사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그런 마음 씀씀이와 헤아림이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개연성을 만들기 위해서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설정을 했기 때문에 종교도 있는 분으로 했고요. 그리고 직업 역시 학생들을 많이 살펴보고 그래서 안목도 있고 그런 인자하신 선생님으로 설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잡았고 무엇보다 책을 읽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갑자기 야간 알바 공백이 생겨요. 마침. 그래가지고 염 여사님이 야간 알바를 하다가 봉변도 당할 뻔하고, 그런 일이 생기기 때문에 타이밍 좋게 마침 야간 알바가 필요하게 됐다는 이제 극적 설정을 집어넣어서 일단 한번 써보자, 이렇게 시작한 거죠.
◇ 김혜민> 타이밍이라는 게 운명인 거니까요. 그 당시 모든 우주의 기운이 도와줘야 사람들이 만나고 일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런 배경과 함께 사장님의 선한 마음뿐만 아니라 사람의 겉모습이 아닌 속 모습을 보는 안목까지 독고 씨를 일하는 사람으로 발탁하게 된 배경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그래서 저는 이 사장님의 모습을 통해서 작가가 이 시대가 정말 원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좀 들었거든요.
◆ 김호연> 제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편의점 취재도 하고 편의점에서 일했던 직원들, 알바들 이야기도 들어봤는데 편의점에서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많지만 제일 중요한 거는 사장님의 성격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장님이 좋으신 분이면 편의점 일이 좀 힘들어도 오래 일할 수 있는데, 사장님이 좀 고약하거나 이러면 편의점 일이 힘들다고 그러더라고요. 어쨌든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님 정도면 기성세대잖아요. 그리고 어쨌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분들이니까 이런 기성세대 어른들이 좀 더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좀 했고요, 그래서 염 여사는 그런 생각이 모여서 만들어진 캐릭터고요. 우리가 그런 걸 좀 잊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 김혜민> 그래서 저는 이 사장님 모습 중에 가장 마음에 남았던 모습이 이거예요. 제가 한 구절을 읽어보면 자신은 교사 연금으로 살고 이 매장으로 식구들 생계가 해결된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처음부터 그럴 줄은 몰랐지만 이제 오 여사와 성필 씨는 이 편의점이 아니면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고, 시연 역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드는 돈을 여기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평생 사장이나 자영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염 여사가 편의점 경영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은 이 사업장이 자기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삶이 걸린 문제라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였다. 저는 이 구절이 함께 사는 상생, 그리고 조금 더 가진 자의 책임. 이런 것들을 느끼게 하는 어른의 태도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호연> 예, 맞습니다.
◇ 김혜민> 그리고 이 안에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 사회가 약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잖아요. 사업에 실패한 사람도 있었고 또 청년들. 여기에 일부러 청년 세대를 시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넣은 이유가 있으세요.
◆ 김호연> 청년들이 다 9급 공무원 많이 준비하고 미래가 불안정하니까 안정적인 일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많이 준비하잖아요. 근데 어떤 꿈이나 자기 목표를 찾아서라기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이 중요한 사회가 됐잖아요. 그런 것에 대한 안쓰러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준비할 수밖에 없는, 자기의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 혹은 자기가 진심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사회가 너무 불안하고 미래가 두려우니까 그런 것에서 주저하는 어떤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런 친구가 독고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장점,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싶었어요.
◇ 김혜민> 맞아요. 성찰할 수 있고 자기의 숨은 능력을 보게 한 사람이 이제 노숙인이라는,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의 약자 중에 약자. 실패자라고 불리는 노숙인인 독고 씨잖아요. 독고 씨라는 인물을 처음에 그렇게 노숙인으로 잡고 구상하게 되신 이유나 계기가 있으셨나요.
◆ 김호연> 이건 작품 초반에 캐릭터를 구상할 때 생각을 하는 건데, 원래 노숙인이 아니고요. 쉽게 말하면 우리 사회 밖에서 우리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이방인 같은 캐릭터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일반적인 사람은 안 되겠죠. 그래서 제가 심지어 탈북자도 생각했고 외국인 노동자도 생각했고요. 실제 외국인 유학생들이 편의점 알바도 많이 하시거든요. 그리고 조선족 아주머니도 있었고 재미 교포인데 한국 와서 적응 못하고 이런 캐릭터도 생각하고, 심지어 외계인까지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노숙자였고 그리고 과거가 있는, 그래서 과거에 평범한 삶을 살다가 노숙자의 삶으로 전락했다가 다시 염 여사의 손길로 인해서 자기 인생도 돌아보며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바깥에 나갔다 온 캐릭터죠. 그래서 노숙자로 설정을 했습니다.
◇ 김혜민> 우리 사회를 관찰할 수 있는 캐릭터여야 했고 또 하나는 누구나 사실 실패할 수 있고 그 실패가 생각처럼 복구가 되지 않으면 노숙자의 삶을 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누구나에게 가능성이 있는 삶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노숙자라고 캐릭터를 잡으신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책을 보면서 하게 됐습니다. 오늘 신상 언박싱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입니다.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소설이 두 종류인 것 같아요 소설 하나는 아까 말한 외계인이 나오는 이런 판타지 같은 소설과 또 하나는 아주 현실적인 소설. 그러니까 불편한 편의점은 굉장히 지명도 가상의 지명이 아니라 우리가 청파동, 숙대 입구, 우리에게 있는 지명이고 나오는 캐릭터들도 아까 이야기했지만 시연이 같은 청년. 자영업자나 직장인 같은 우리 사회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근데 작가님 전작도 그렇고요. 망원동 브라더스도 그렇고 이렇게 현실 밀착형 소설을 쓰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 김호연> 저는 우리의 삶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쓰고 싶고요. 소설은 말씀하신 대로 여러 장르와 분야와 스타일이 있죠. 말씀하신 것처럼 판타지 소설도 있고 문학성을 중시하는 문학성 깊은 소설도 있어요. 그리고 제 소설 같은 경우는 대중들과 밀착해서 대중들이 쉽게 가독성 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의 소설을 저는 추구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소설의 카테고리가 결국은 인간에 대한 고민과 질문에서 시작되고 있어요. 그래서 고전부터 노벨 문학상을 받는 작품부터 베스트셀러까지, 그리고 판타지 소설, SF 소설, 모두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저는 그것들은 다 같이 파고든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판타지에 능하지도 않고 문학성도 약해서 대중들에게 쉽게 잘 읽히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애쓰고 있어요. 말 그대로 생활 밀착형 스토리텔러로서의 소설가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다 잘할 수는 없으니까요.
◇ 김혜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는 거기도 하겠죠. 아까 인간에 대한 고민과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하셨는데 사실 이 책에는 악인이 나오지 않잖아요. 나쁜 모습을 보이는 건 실수나 잘못된 선택이라는 관점에서도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사람들이고. 제가 채사장 작가하고 인터뷰했을 때 채사장 작가는 인간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선한 출발은 하지 않더라고요. 그게 작품에 묻어나기도 했고. 근데 이 책을 보면 우리 작가님은 인간은 굉장히 선하고 연대의 중요성, 이런 것들을 굉장히 많이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맞습니까.
◆ 김호연> 오래된 성선설, 선악설을 떠나서 인간은 좀 입체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요. 내 안에도 나쁜 게 있 수 있고 착한 게, 선한 게 있을 수 있고요. 저는 선한 본성에 대한 이야기와 그리고 사람이 사람과 연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죠. 그리고 염 여사가 독고에게 손을 내밀었듯이 독고가 변했고, 그리고 독고의 충고와 오지랖으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 알바생이나 손님들이 변화하죠. 그리고 영향을 받죠. 이로 인해 독고 자신도 또 다시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런 영향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이제 영향을 준다면 이게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고요, 또 그런 독자들의 반응들 있잖아요. 리뷰나 한 줄 평이나 감상평들을 보고 작가인 저 역시 변화됩니다.
◇ 김혜민> 어떤 부분인가요.
◆ 김호연> 저 역시 감명 받고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의 것들을 발견해 주실 때, 제 작품을 저도 돌아보고 제 자신이 좀 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이라는 게, 이 이야기의 순환이라는 게 참으로 단단한 공감의 연대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 김혜민> 맞습니다. 책 한 권이 주는 그 공감과 연대의 힘이 크죠. 그래서 이 신상 언박싱 코너를 만든 겁니다. 때로는 어떤 분들이 책 홍보해 주는 코너야, 이런 분들도 계세요. 청취자 분들 중에. 그런데 15만 부 파신 분한테 제 홍보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홍보가 아니라 정말 제가 이 책을 보면서 작가를 통해 배운 인간에 대한 애정과 개념, 연대. 이런 것들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우리 불편한 편의점뿐만 아니라 좋은 책들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 있다는 거, 제가 조금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아까 충고와 오지랍이라고 하셨는데 이게 연대의 시작 같아요. 그렇죠, 작가님.
◆ 김호연> 이게 까딱 잘못하면 꼰대가 되거든요. 그런데 좋은 충고는 충분히 있어요.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필요한 충고가 있고 살짝 건드려지기만 해도 변하는 게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서로에 대해서 관심과 관심의 눈으로 바라봐야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충고랍시고 자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헤아려줄 줄 알아야 된다는 거죠. 염 여사의 마음 같은, 그런 것들을 저는 좋아하고 좀 서로를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 김혜민> 충고와 오지랖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선택도 굉장히 중요하다, 라는 게 저는 이 책의 메시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타인과의 연대와 도움도 중요하지만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저는 이 메시지를 읽었는데 어떻습니까.
◆ 김호연> 예리하십니다. 우리 사회가 연대를 넘어서 사실 좀 집단 문화가 강했잖아요. 어쩔 수 없이 힘든 근대화 시기가 있었고 가족주의도 강하고, 군대에서 집단 문화들을 경험하고, 학교나 사회에서도 집단 교육을 벗어나면 왕따를 당하곤 하잖아요. 이런 것 때문에 좀 개인주의적인 사람들에게 이제 개인주의가 팽배하다는 그런 평가를 하면서 안 좋게 표현하는데 저는 개인주의가 권장돼야 된다고 생각하고, 제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점점 우리도 개인주의가 정착되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개인의 중요성들을 지키고 서로의 선을 유지하는 것 같아서, 조금씩 그것들이 소중한 가치가 되는 것 같아서 좋고요. 연대는 그다음이 아닐까 해요. 단단한 개인들이 연대를 하는 거지,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이 서지 못한 상태에서 집단이 뭉치면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집단주의가 됩니다. 그래서 단단한 개인들의 건강한 연대야말로 이 건강한 사회의 기본이라고 생각을 하고 편의점에서는 그것이 동화처럼, 어떻게 보면 좀 기발하게 얽힌 건데요. 약간 저만의 행복 회로로 설정을 한 게 있죠. 다만 이제 요즘 코로나에 여러 가지로 힘드니까 독자님들이 따뜻하게 엮어준 이야기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 김혜민> 저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 것도 참 좋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감동받고 마음이 움직였다는 거잖아요. 마음에 있는 연대와 치유의 불씨를 이 책이 잘 불러일으켜준 것 같아서 그래, 우리 사회가 아직 따뜻하고 아직 연대에 대한 공감과 갈증이 있구나, 라는 걸 방증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에 삶은 관계이고 관계는 소통이다. 행복은 내 옆에 사람과 나누는 데 있다. 저는 이 문장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 독자들에게 이 문장과 관련해서 한 말씀 해 주신다면요.
◆ 김호연> 그러니까 이런 말이 있잖아요. 행복하다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랑 맛있는 거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있어요. 원래 인간은 원시 시대 때부터 사냥해서 잡은 음식을 부족들, 피붙이들과 같이 나눠 먹으면서 행복했거든요. 그 DNA가 수만 년 동안 이어져 온 거지, 오히려 현대 사회는 얼마 안 됐잖아요. 길고 오래 자리 잡고 있는 이 DNA 때문에 세상에 아무리 첨단이 되고 인공지능이 어떻게 되더라도 결국 인간은 옆에 있는 사람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지 않으면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독자 여러분이랑 방청객 여러분, 그리고 PD님. 모두 오늘도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 나누시면서 삶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으시길 바라겠습니다.
◇ 김혜민> 감사합니다. 제가 그래서 이 직업을 좋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을 쓴 작가와 함께 이렇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게 저에게는 너무 큰 행복이고요. 그 행복을 우리 청취자분들께 전달해 드릴 수 있는 게 또 저의 감사이기도 합니다. 작가님,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이런 작품들을 통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따뜻함, 또 치유. 건네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김호연> 예, 감사합니다.
◇ 김혜민> 지금까지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YTN 김혜민 (visionm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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