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로 빚더미"...끝나지 않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치료비로 빚더미"...끝나지 않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2022.01.14. 오전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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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용 뒤 폐 질환으로 투병
10년 넘게 이어진 투병…병원비 감당 힘들어
간병비만 430만 원…지원금은 절반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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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지 벌써 11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끝나지 않는 고통 속에 간병비조차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며 눈물로 피해 회복을 호소했습니다.

김혜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배구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건강했던 안은주 씨는 지난 2011년 폐 질환으로 쓰러졌습니다.

원인은 3년 동안 사용한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

10년 넘게 이어진 투병 생활에 끝에 남은 건 5억 원이 넘는 빚과 갖가지 합병증입니다.

[안은주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재작년 1월) : 나는 거기(가슴)가 아프니까, 숨도 못 쉬겠고.]

안 씨는 두 차례 폐 이식 수술로 상태가 악화해 3년 넘게 병원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 달 간병비만 430만 원에 달하지만, 피해구제법에 따라 정부에서 지원받는 금액은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서울과 경남 함안을 오가며 안 씨를 돌보는 일조차도 가족들의 정성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입니다.

[안희주 / 안은주 씨 언니 : (동생이) 말도 못하면서 입 모양으로 언니 사랑한다, 언니 살고 싶다, 언니 너무 아파, 너무 아파. (그럽니다). 근데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면서, 그 사람들이 얼마나 아파하면서 (버티고 있는지 알아주세요.)]

지난 2020년 8월, 김태종 씨는 폐 질환을 앓던 부인을 떠나보냈습니다.

12년 넘는 투병 생활 동안 정부 지원만으로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는 김 씨.

이제 남은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현실적인 보상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태종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 12년 1개월 투병하면서 받은 금액은 전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그야말로 최소의 금액을 지급해 왔습니다. 간병비와 장례비 등이 현실에 맞게끔 조정안이 만들어지기를 피해자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10년째 되는 날 피해 배·보상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조정안은 5개월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그 사이 폐 이식을 받고 투병하던 김응익 씨가 숨지고 안은주 씨는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최예용 /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안은주 씨는) 제가 죽어 자식에게 어떻게 이런 빚을 안기고 저는 도저히 억울해서 두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 '옥시'에 대해선 이미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지만,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하루빨리 현실성 있는 피해 회복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거리로 나선 가운데, 제조 업체들이 조정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김혜린입니다.


YTN 김혜린 (khr08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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