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고전문학자"조선시대 고통 받던 민중의 모습 현재와 닮아"

[잠시만요] 고전문학자"조선시대 고통 받던 민중의 모습 현재와 닮아"

2021.11.15. 오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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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1년 11월 14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정환국 동국대학교 국어국문 문예창작학부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고전문학자"조선시대 고통 받던 민중의 모습 현재와 닮아"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답답할 때는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간 이들의 발자취를 돌아봅니다. 그들의 이정표를 살펴보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곤 하는데요. 오늘 이 시간 조선시대의 야담 속에서 우리 삶의 지혜를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정환국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정환국 동국대학교 국어국문 문예창작학부 교수(이하 정환국)> 네. 안녕하십니까. 정환국입니다.

◇ 이성규> 정한국 교수님.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 직접 한번 소개를 좀 해주시죠.

◆ 정환국> 네. 저는 고전문학을 공부했고요.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 문예창작학부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고전문학도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되게 넓을 수 있는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주로 고전 소설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고전문학하고 소설이 이제 전공 분야라고 알려졌는데요. 원래는 한국 한문학을 전공하셨다고요.

◆ 정환국> 그러니까 저희 분야로 보면 고전 문학이라 그러면은 이제 한자로 된 문학들 전반을 포함한 한국 한문학도 고전문학 안에 포함은 되거든요. 다만 지금은 학계상에 고전문학과 한문학은 좀 분리돼 있는데, 원래 저는 이제 한국 한문학을 전공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공부를. 그런데 이제 좀 이유라면 한국 정통 한국 한문학은 여러분들이 아실 수 있는 한시라든지 이런 것들을 공부하는 것인데요. 제가 이제 공부를 해보니까 어떤 문제가 있냐면 정통 한문학은 당대의 그야말로 소수의 엘리트들이 말하자면 창작한 작품들인데 이것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게 자칫하면 당대의 어떤 기득권층의 논리를 우리가 대변하는 그런 우려를 범하는 건 아닌가, 그런 고민이 있었고. 그런 고민 속에 자연스럽게 이제 옛날이야기. 즉 소설 쪽이 흥미로워져서. 또 그리고 소설 쪽은 주로 이제 중하층민들이 많은 인물로 등장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저 생각으로는 그런 쪽이 오히려 좀 더 연구를 하는 게 맞지 않느냐. 그런 취지에서 자연스럽게 소설 쪽으로 연구 분야가 옮겨오게 된 것입니다.

◇ 이성규> 요즘 같은 펜트하우스가 아니라 중하층민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더 가셨군요.

◆ 정환국> 그렇죠.

◇ 이성규> 지금은 또 한국 한문소설뿐만이 아니고 또 관심 있는 분야를 상당히 넓혀가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 정환국> 그게 이제 뭐 사실 청취자 여러분들은 이쪽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그런 걸 잘 모르실 겁니다마는 사실 또 그만큼 역할도 그렇게 많지 못했고요. 그런데 이제 저희 고전문학 쪽 분야를 보면 의외로 요즘 우리가 이제 문학 그러면 시, 소설, 수필. 이렇게 크게 나누지만 고전문학 쪽은 이 글쓰기 양식이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정말 이 부분은 그동안에 잘 안 알려져서 그런 면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한시뿐만 아니라 산문 종류 중에서도 아주 다양한, 또 실제 삶에서 필요한 실용적인 글들도 문학 범주에서 많이 다루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한문 소설 쪽을 제가 전공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 영역만을 공부한다고 해서 절대 이 고전문학의 어떤 깊이와 또 어떤 범위를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항상 생기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자연스럽게 소설 외에 여러 분야들을 좀 살펴보게 되었고 특히 우리는 전통시대의 어떤 문화적, 지형적 성격이라는 게 우리 한반도 내에 있는 문학이라든지 또는 텍스트만을 가지고 연구할 수는 없는. 그래서 동아시아적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베트남 지역을 대단히 흥미롭게 연구하고 있고요. 그 다음에는 이제 사실 저희 국민 모두의 참 아픔이자 슬픔인 세월호 사건. 그 이후에는 제가 그동안 되게 육지 중심으로, 육지와 관련된 자료와 문학이 대부분이었는데 새로 이제 바다와 해양 쪽을 우리가 좀 문학 방면에서 알아야 되겠다 싶어서 요즘은 고전 해양문학 쪽에 또 관심을 가지고 몇 년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우리한테도 그런 해양 문학들이 좀 있나요.

◆ 정환국> 그러니까 사실은 실제 남아 있는 자료상으로 보면 어떤 비율적으로 그렇게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양들이 찾아지면 있습니다. 사실 이쪽은 이제 계속 발굴하고 있는 과정인데요. 이 해양문학이라고 했을 때는 그 이미지가 상당히 다릅니다. 그래서 일반 지금 우리 고전문학에서 이해되는 국면이 아닌 새로운 국면을 발굴할 수가 있고 좀 더 나아가서는 전통시대의 어떤 문화. 전통시대의 문화의 지형을 새롭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여지도 해양문학 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성규> 주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야담. 그리고 전통 서사물을 번역을 하셨다고 알려졌는데 그 책 중에 하나를 제가 보니까요. 정본 한국 야담 전집 1, 이렇게 돼 있는데 어우야담. 이래놓고 여기에서 책임 교열 정환국. 이렇게 돼 있어요. 그런데 주로 번역했으면 책임 번역이나 책임 집필이나 이렇게들 쓸 텐데 교열이라는 얘기가 들어보니까 조금 생소해요. 이게 어떤 얘기입니까.

◆ 정환국> 사실은 지금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지금 말씀하신 그 자료에 대해서 좀 표현이 적절치는 않습니다마는 청취자 여러분께 소개도 하고 또 홍보도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커서 여기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금 말씀해 주신 그 자료는요. 제가 가장 최근에 만들어 발간된 10권짜리 책이고요. 그 전에는 주로 제가 연구하던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번역하는 작업을 나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뭐 그런 중에는 지금 이 야담 전집에 들어있는 천혜록이라는 작품. 주로 이제 비현실적인 귀신, 이런 소재들을 다룬 작품이거든요. 이걸 번역을 했고. 또 근대 황성신문이라는 신문지에 연재된 한문 현토 소설이라는 게 있거든요. 신당 공안이라고 이런 자료들도 번역을 했고. 기타 중국 쪽의 소설 관련 자료들도 번역을 해왔고. 또 금오신화 같은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그런 자료를 또 청소년용으로 조금 조정해서 번역을 한 사례도 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말씀해 주신 대로 교열이라고 하는 것은. 이번에 정본 야담 전집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번역을 한 게 아니고 한문 원전으로 남아 있는 것을 우리식으로 토를 달고 또 뭐라고 합니까. 주석을 달아서 말하자면 자료에 대해서 가장 기본적인 정비를 해놓은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교감이라고도 하는데 실제 저희가 연구한 내용들이 상당히 복잡해서, 그 전체 과정을 교열이라고 그렇게 명칭을 붙여서 제가 연구 책임자로서 이 결과물을 냈기 때문에 책임 교열이라고 한 것입니다.

◇ 이성규> 근데 이게 보니까 그 한자 원문은 그대로 있고 밑에다가 쭉 그렇게 해설 아닌, 읽을 수 있는 그런 여지를 조금 주신 것 같아요. 그게 교열 교감. 이렇게 부르나요.

◆ 정환국> 그렇죠. 그래서 이 자료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자료를 기초로 해서 계속 한글로 번역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 이성규> 그때쯤 돼야 조금 저같이 이쪽의 문외한도 읽을 수 있고 재미를 느끼는 그런 형태가 되겠네요.

◆ 정환국> 빨리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 이성규> 하실 일이 많네요. 앞으로. 그 역할도 결국은 맡아서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 정환국> 아마도 그래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실은 좀 더 뒤에 더 본격적으로 소개를 하겠습니다마는 워낙 자료가 방대해서 어느 정도 진척이 될지는, 저도 장담을 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 이성규> 아까 제가 정본 한국 야담 전집 1, 이렇게 소개를 드렸는데 전체 여기에 몇 작품 정도의 야담이 나와요?

◆ 정환국> 네. 여러분들께서도 한국 야담이라고 그러면 정확하게는 의미를 잘 모르실 수 있다 하더라도 많이 들어보셨고. 사실은 야담, 그러면 지금 시대에도 계속 만들어지는 이야기거든요. 그냥 일상에 저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하나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는 것이 야담이고. 그건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아마도 지금 시대의 이 이야기가 우리가 조금 더 지나가면 또 한국 야담으로 분명히 만들어질 겁니다. 마찬가지인데 다만 조선 후기 야담이라는 것은 우리 문학 사회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흐름 중에 하나였어요. 17세기 초부터 20세기 초, 약 300년 동안 이어져 왔던 이야기들을 전체적으로 다 모았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고요. 그러면 이때 조선 후기 야담이라는 건 뭐냐, 라고 했을 때 한마디로 말씀드리기 상당히 어렵습니다마는 그 시대 사람들. 민중들의 현실. 그 현실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현실일 수도 있고 또 상당히 에너지가 넘치는 현실일 수도 있고요. 그런 현실을 어떻게 보면 그대로 묘사했다. 그 다음에 한편으로는 그런 현실 속에서 사람이라면 항상 더 나은 어떤 거를 욕망하지 않습니까. 그런 욕망의 문제도 이 야담들에게는 켜켜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사실은 이 아담은 짧은 단편 형식이거든요. 그러니까 한 편 가지고 조선 후기 사회와 인간 세계를 다 반영한다, 이럴 수는 없는데 아까 물어보신 대로 여기는 도합 20종의 야담집과 그 야담집 안의 작품 수를 따지면 총 약 한 4200여 편 정도가 이 10책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다 조합시켜보면 우리가 왜 퍼즐 맞춘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작품 하나는 조선 후기 퍼즐 한 조각. 그래서 이것을 말하자면 이 4천여 개를 다 조합을 시키면 그야말로 조선 후기 사회와 인간과 그들이 꿈꾸는 욕망. 이런 것들이 그야말로 총천연색으로 펼쳐져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그 말씀을 이렇게 쭉 종합을 하고 퍼즐을 맞춘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핵심적인 코드를 쉽게 표현해 주시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정환국> 쉽게 표현하는 게 오히려 좀 어려운데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사천 개 넘는 이야기가 있단 말이죠. 그런데 사실은 이제 과거에 80년대 이럴 때 한참. 저희 민주화 시대. 이럴 때는 그 시대에 부응해서 이른바 민중성이라고 표현해야 될까요. 야담에 나오는 무슨 신분제의 저항이라든지, 이런 점들이 부각돼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이제 조선 후기에는 신분 변동이 많이 일어나면서 하층의 저항 같은 것들이 이런 이야기에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신분제 타결을 위한 하나의 방향이었던 거고요. 근데 이제 이번에 제가 이 전체 야담집들을 정리하면서 이제 다시 느끼는 건 결국은 크게 두 가지 코드를 읽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하나는 주로 이제 양반층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급제. 결국 출세라는 거거든요. 그 코드가 상당히 많다는 거 하고, 또 하나는 이제 중하층의 어떤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상당히 많은 작품들의 다양한 형태로 축적돼 있습니다.

◇ 이성규> 치부담이라는 게 그래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차지한다, 고.

◆ 정환국> 그래서 이제 요즘 우리가 이제 말하자면 이제 갑부가 된다. 이 표현을 전문 용어로는 치부, 그러니까 부를 이루었다, 라는 말로요. 이제 그런 이야기 유형을 치부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이 지점은 조금 한 가지 더 이해가 필요한 건, 조선 후기가 되면 여러분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과거제의 폐단. 이런 얘기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과거 제도라는 게 사실은 말하자면 관리 채용 제도로는 상당히 그전에는 합리적인 것이었는데 점점 그쪽에 이제 부패가 늘어나면서 또 그것보다는 과거 길이 좁아진 거죠. 양반 수는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까 몰락 양반들이 생기는데 그 몰락 양반들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과거급제를 통한 출세라는 것은. 그리고 이제 일반 민중들 같은 경우는 사실 조선 후기의 사회 경제가 변하면서 이런 신분이 낮은 계층에게는 하나의 기회의 땅이 될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품을 거래한다든지 농사 중에 특용작물을 재배한다든지 해서 그런 부를 이루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어떤 욕망들이 이런 작품에 말하자면 잘 반영되어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고요. 결과적으로 잘 사는 문제였다는 것이죠. 이 조선 후기 야담의 가장 핵심 포인트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그건 지금이나 얘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 이성규> 치부 쪽에 관련해서 그쪽을 추구하는 얘기 중에 좀 재밌는 거 있나요.

◆ 정환국> 사실은 여러 유형들이 있어서 그걸 다 소개해 주면 좋겠는데요. 어떤 걸 소개해도 사실은 다 좋을 것 같은데 먼저 그냥 바로 기억나는 것 중에 하나는 양반인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조선 후기는 몰락 양반들이 많이 생겨가지고. 원래 양반은 과거에는 이제 농사를 짓고 싶어도 지을 수 없는 거거든요. 양반이 할 수 있는 것은 학문과 덕행을 닦는 거였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까 이제 찢어지게 가난한 그런 양반들이 생겨나요. 그런데 이제 아버지마저 죽고 나니까 형제들이 남았는데, 이제 먹고 살 일이 막막한데. 공부만 하던 친구들이. 그래서 이제 둘째가 작심을 하고 형과 아우를 산사에 보내서 공부를 시키고, 본인의 부인과 종과 결합해서 갖은 노동을 실제로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불문율을 깨고 재산 모으는 데 진력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서 그 모으는 과정에는 그야말로 우리 표현에 이런 구두쇠가 없을 정도로 해서 결과적으로 부를 이루고 형과 아우는 과거 급제하는데 마지막에 재밌는 건 둘째, 부를 이룬 이 둘째는 자기 인생을 상당히 회한스럽게 바라보면서. 그런 중에 부인마저 죽게 됩니다. 그래서 한탄하는 식으로 끝나는데 어떻게 보면 이 양반이 이렇게 실제 농사에 참여해서 부를 이룬다는 이런 사례도 상당히 흥미롭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 집안에 종으로 있던 여성이, 또는 남성. 그러니까 우리가 노비하면 여종과 남종을 합쳐 부르는 개념이거든요. 그 노비들이 어떤 기회를 틈타서 망한 그 집안의 재산을 가지고 부를 축적하는 이런 사례들도 일어나죠. 그래서 이런 어떤 계층이 상당히 요동하고 있다는 그런 실제 예를 잘 보여줍니다.

◇ 이성규> 이거 밤새 들어도 한이 없겠어요.

◆ 정환국> 사실은 할 얘기가 상당히 많은데요. 제약된 시간 안에 얼마나 여러분들한테 잘 귀가 솔깃하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동국대학교 정환국 교수입니다. 정 교수님. 이 조선 후기 야담의 메시지가 뭔가 지금하고 조금 맞닿는 부분이 있다, 하면 어떤 것이라고 표현하시겠습니까.

◆ 정환국> 사실은 이제 시대가 다르고요 또 어떤 경제적 조건이라든지 또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시피 신분제 사회라는 이런 특성. 이런 것에 따라서 분명히 지금 시대와 야담이 주는 메시지는 차이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근데 저는 조금 이 시각을 달리하는 건 사실은 조선후기 야담의 어떤 중요한 코드를, 핵심적인 코드를 얘기해 보라 하면 결국은 잘 살고 싶은 욕망. 인간이라면 당연히 꿈꾸는 제일 보편적인 욕망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잘 살고 싶은 욕망을 추진해 가는 과정은 지금하고 좀 다르긴 합니다. 일례로 그때는 풍수담이 유행을 해서요. 어디에 묫자리를 잡는다든지 어디에 집터를 잡으면 이제 집 안에 부가 들어온다 해서 그런 풍수담도 상당히 많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도 사실 지금도 여전히 일면이 있는 것 같고요. 그런 부분이 가장 어떻게 보면 지금과 연속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국면이라고 보고요.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좀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조선 후기 야담에서는 이런 어떤 난관. 그러니까 이제 치부를 한다. 뭐 잘 살게 된다든지. 결과적으로 잘 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그 이야기 중에는.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역시 그 가족들이 혼연 일체가 돼서 자기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실행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이거든요. 물론 지금 시대는 저희 가족 단위도 많이 바뀌고 했지만 쉽게 말하면 가족애가 넘쳐난다는 거죠. 이 점이 아주 상당히 우리가 한번 다시 살펴볼 지점인데, 단순히 그냥 가족애가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역할을 어떻게 이행해야 된다는 것이 그게 어떻게 보면 신분제였기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어쨌든 그 역할에 명확하게 규정이 돼서 진행되고 있는 점들은 다시 한 번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 이성규> 네. 그리고 지금 코로나19 참 어려운데요. 조선시대 역병이 있었잖아요.

◆ 정환국> 많았죠.

◇ 이성규> 거기에 관련된 야담도 좀 있나요.

◆ 정환국> 그쪽도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번역을 했다고 아까 말씀드린 그 천혜록이라는 작품에는요. 뭐라고 표현해야 되나요. 거기 천혜록 같은 경우는 그래서 귀신이 되거나 이런 사례들도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아마 여러분 서구에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중세 시대 페스트라는 게 있었고, 저희 쪽에는 돌림병이라는 역병이 많이 돌았죠. 그런데 이게 지금 조선시대는 그것보다 훨씬 더 범위가 넓고 컸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이 재앙을 어떻게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재앙이 어떻게 시작됐느냐고 이런 인식을 보면 이 역병을 퍼트리는 귀신이 있다고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을 이제 역귀라고 했는데 역귀가 퍼트리는 병이다. 이렇게 인식을 했어요. 그래서 이제 그러면 그 역귀를 어떻게 처치를 해야 되느냐. 처리를 해야 되느냐. 그런 관련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 이성규> 선행. 또 나눠 쓰는 것. 이런 것일 텐데 이때 야담 중에 남을 돕는 사람에 관한 그런 이야기도 좀 있죠.

◆ 정환국> 네. 적지 않아 있습니다.

◇ 이성규> 한번 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 정환국> 이런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는 건 참 여러 가지 작품들이 많아서 그렇긴 한데요. 지금 순흥의 만석꾼 이야기인데요. 순흥 지역에서 이제 만석꾼, 그러면 한 해에 만 섬을 거둬들일 수 있는 그런 부자를 만석꾼이라고 그러거든요. 천석꾼도 있고요 만석이면 요즘으로 치면 정말 엄청난 갑부죠. 그런데 이 부자가 주변 자기 마을에 가난한 선비나 이런 사람들을 일단 부자가 된 이후에는 상당히 많이 도와줍니다. 과거 급제도 시켜주고. 그런데 이분이 왜 이렇게 도와주냐, 하니까 그 남기는 말이 상당히 흥미로운데요.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왜 그렇게 처음에 재산 모을 때는 정말 그런 구두쇠, 이런 구두쇠도 없더니 어떻게 이렇게 도와주냐, 했더니 이런 표현을 해요. 많이 쌓아놓고 베풀지 않으면 나중에 그걸 뭐 하겠는가. 주인이 바뀌지 않은 재물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런 표현을 씁니다. 그래서 우리가 또 이렇게 알 수 있는 이런 말까지 해요. 이렇게 급하게 이룬 부. 벼락부자죠. 일종의 벼락부자는 금방 망치고 마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치다. 이런 부자이면서도 이런 이제 하나의 어떤 돈, 내지는 경제 이치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죠. 이건 상당히 저희가 한번 어떻게 보면 뻔하지만, 한번 잘 명심해 볼 부분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이성규> 이제 쭉 연구를 하시다 보니까 동아시아 고전 중에서 특히 우리 조선 후기 야담이 뭔가 좀 다른 게 있나요.

◆ 정환국> 네. 이거는 사실은 상당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거는 약간 전문 영역이라서 쉽게 말씀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동아시아에서 조선 후기의 이런 야담의 형식을 갖춘 것은 다른 나라에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제 다른 나라에도 무슨 자기들만의 서사들이 있는데요. 이런 어떤 즉자적인 방식. 즉 그 시대에 일어난 사건이 그대로 바로 단편으로 엮어지면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조선 후기 사회가 하나의 모자이크 식으로 다 구성되는 이런 사례는 중국이나 일본의 어디에도 없거든요. 그래서 이것만은 정말 조선인의 삶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서사다. 아주 독보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성규> 지금 이쪽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마지막으로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 꼭 하시고 싶은 말씀 하시죠.

◆ 정환국> 사실 저희가 대외적으로 보면 벌써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 수치상으로도 요즘 나오고 그러지 않습니까. 일종의 경제적으로도 그렇고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문화적으로도 요즘 한류, 또는 오징어 게임이니 K컬쳐 산업이라는 게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요. 그런 중인데 사실은 저희 인문학. 인문학 분야는 이런 어떤 세계적 수준으로 비약하고 있는 중에서 보면 상당히 뒤쳐져 있습니다. 제가 그걸 감히 그걸 가지고 제가 어떻게 책임을 지고 그랬다는 건 아니고 저희 고전문학이 좀 더 지금보다 요즘 사람들에게도 실제 도움이 되고, 소통이 되고 호흡할 수 있는 그런 대상으로 좀 더 많은 연구와 교육을 통해서 이것을 실현함으로써 한국 인문학의 기초가 조금이라도 더 도약할 수 있는 그런 계단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성규> 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정본 한국 야담 전집 책임교열을 맡으신 동국대학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정환국 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정환국> 네. 고맙습니다.

◇ 이성규> 예, <이런 사람도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YTN 박준범 (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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