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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6월 25일 (금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태상호 군사전문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한 달에 한 번 밀리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합니다. 밀덕쑥덕 시간입니다. 나폴레옹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군대는 위장으로 행군한다", 그만큼 군량이 중요하다는 거겠죠. 최근 군대 급식과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면서 군대 내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짬밥부터, 각종 부식과 요즘 인터넷으로도 시켜먹는다는 전투식량까지 어쩌면 무기보다 중요하다는 군량! 하나하나 짚어보는 시간 가지려고 하는데요. 함께 말씀 나눌 분 모시겠습니다. 태상호 군사전문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태상호 군사전문기자(이하 태상호):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저희 제작진이 군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엄청난 찬성을 했거든요. 저도 2년 동안 열심히 헌병에서 근무를 해왔는데, 짬밥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옛날 생각이 많이 납니다. 짬밥이라는 게 군대 식사를 낮춰서 부르는 말 아니겠습니까?
◆ 태상호: 네, 그런데 우리가 먼저 짬밥의 어원에 대해서 알아보고 짬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짬밥의 어원은 여러 가지 학설도 있고,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최형진: 학설도 있습니까?
◆ 태상호: 아이 뭐, 그렇다고 해야죠. 하하. 그런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게 아마 정설일 것이다, 라고 하는 게 대궁밥 즉 손님을 위해서 거하게 차려진 밥을 없던 시기니까 손님이 다 먹지 않고 남은 밥을 남은 가족들이 먹는다고 해서, 잔반. 남겨져 있는 밥을 식구들이 먹는다고 하는 좀 슬픈 단어에서 온 잔반이 발음이 좀 세게 되어 가지고 짬밥으로 변했다.
◇ 최형진: 잔반이 짬밥으로 변했다.
◆ 태상호: 그래서 이런 설이 제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게 맞을 것 같아’, 이런 의견을 받고 있고요. 추가로 다른 전해지는 얘기로는 찐밥이 짬밥이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조금 전에 부실급식 논란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면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게 짬밥, 군대 부식, 군대 식사가 점점 상향 평준화가 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일부 부대에서 격리하는 용사들에 대한 관리 소홀, 잘 챙겨줬어야 되는데 못 챙겨줬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고요. 그리고 이를 무마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부대에서 문제를 일으킨 거지 부식 자체나 군대 식사가 질이 나빠지고 아주 문제가 있다, 이건 조금 아닌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전체적으로 급식들이 많이 상향됐고 맛도 있어졌다, 이런 말씀이셨는데요. 오늘은 예전 군대이야기하면서 편하게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내가 먹어본 최고의 짬밥, 그리고 최악의 짬밥’ 여러분의 문자도 받아보겠습니다. 혹시 기자님께서 과거에 군대에서 최악이든 최고든 짬밥, 어떤 게 있겠습니까?
◆ 태상호: 저는 90년도에 군생활을 해서 지금하고는 식사가 좀 다르지 않을까 싶긴 한데, 제 경험으로 보면 저희 때 처음으로 나온 게 후라이드 치킨이었습니다. 저희 고참들은 잘 못 먹었다가 저희 때 후라이드 치킨이 나와서 그때 당시에는 신세대 병사들의 입맛에 맞춘 거였죠. 그래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고요. 별로 인기가 없었던 것은 주로 어류, 어패류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 지금은 많이 바뀌었겠지만 저희 때는 집단 행사가 있으면 그게 나온다든지, 그런 게 많았어요. 귤농사가 너무 잘 되면 귤이 막 나오고요.
◇ 최형진: 이건 제가 팩트다 아니다 하기 그렇습니다만, 갑자기 치킨이 많이 나옵니다. 그때 조류독감 시즌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사실.
◆ 태상호: 의심이 조금 가긴 했죠.
◇ 최형진: 매일 치킨이 나와요.
◆ 태상호: 그렇죠. 평소에는 한 마리 보기도 힘든데요.
◇ 최형진: 그런 것도 있었고요. 제가 먹어 본 최악의 짬밥이라고 하면 전체를 통칭하기는 그렇지만 저 때는 똥국이라고 해서 된장국인데, 건더기가 없어요. 그냥 물이에요. 물. 그거 주기적으로 나왔고요. 재미있네요. 이번 부실 급식과 함께 등장한 문제가 조리병 혹사와 관련된 논란입니다. 명절엔 돌밥돌밥이라는 말이 있어요.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리고... 취사병이야말로 1년 365일 돌아서면 밥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준비해야 하는 양도 어마어마합니다. 과거에는 선호하는 보직이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기피 보직으로 꼽히기도 한다고요?
◆ 태상호: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이야기하기 전에 시대적인 상황을 봐야 합니다. 70년도 80년도 당시에는 사실은 다 가난했죠. 다 못 먹고 못 사는 그런 시대였으니까 취사병으로 가면 그래도 밥은 좀 잘 먹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있었고요. 70~80년도에는 북의 무력 도발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휴전선이나 최전방으로 가면 갈수록 위험하다, 이런 생각이 있어서 취사병이 그래도 꽃보직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그런 개념은 벌써 90년도에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취사병의 인기는 90년도 정도에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 최형진: 그러면 기자님이 생각하시는 꿀보직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거 말씀 잘 하셔야 됩니다.
◆ 태상호: 제가 보기에는, 그리고 앞으로도 그래야 되지만 군인의 꿀보직은 총을 들고 지키는 게 꿀보직이 되어야 해요. 지금 어차피 인구절벽의 벽에 부딪혔잖아요. 군대에는 사실은 군인이 하지 않아도 되는 장병들이 되게 많아요. 지금은. 그래서 그런 분들이 총을 들고 군인 본연의 임무를 하는,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꿀보직 임무를 수행하는 그런 날이 올 거고요. 그게 꿀보직이 되어야죠.
◇ 최형진: 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PX병은 어떻습니까?
◆ 태상호: 옛날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PX병도 나름대로의 고뇌가 있습니다. 만약 돈이 빈다든지 뭐가 사라져버리면 자신이 메워야 해요. 세상에 꿀보직은 없습니다.
◇ 최형진: 개인적으로 헌병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태상호: 헌병도 힘들죠. 일단은 저희 때는 키를 봤어요. 아나운서님이 지금 앉아있어서 진짜지 모르겠지만, 저희 때는 170센티미터가 넘어야지 헌병대가 될 수 있었고요. 그 말의 뜻은 근무가 많아요. 게다가 서서 한 번 근무 나가면 몇 시간 서 있어야 되고요.
◇ 최형진: 무릎 나갑니다.
◆ 태상호: 그렇죠. 그래서 헌병도 꿀보직이냐, 그건 아닌데. 그래도 좀 멋있잖아요. 다른 병과나 다른 분들은 1년에 군복 두 벌로 다 나야하는데, 헌병은 또 다른 복장도 받고 그런 면은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최형진: 네, 청취자 의견들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만둣국이 나왔는데 속은 없고 만두피만 한가득 있었어요’ 군대다 보니까 어쩔 수 없고요. 마스터 빼놓을 수 없잖아요. ‘딸기잼. 햄버거 주말마다 고기에 발라먹던 딸기잼’, 공감합니다. 그리고 저는 군대 가서 굉장히 파격적이었던 게 건빵을 부셔서 우유를 넣어서 건프레이크라고 하잖아요. 안 먹어보신 분들은 어떻게 먹어 하는데, 저도 군대 가기 전에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게 진짜 맛있더라고요.
◆ 태상호: 저희 때는 그렇게 안 먹었고요. 일단 튀김이 나오는 날 취사병 분들하고 친한 내무반의 반장들, 요령이 있고 평소에 대인관계가 좋은 분들은 건빵을 박스채로 들고 닭이나 어류를 튀기기 전에 먼저 그 건빵을 튀깁니다. 그리고 그걸 싹 건져내서 설탕을 싹 뿌려서 가져오면, 그날 그 내무반장은 인기 폭발이죠.
◇ 최형진: 군 급식 문제 해결 방안을 얘기하면서 미군 부대의 식사가 화재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고급 레스토랑에서 파는 것 같은 두툼한 스테이크가 차려져 있더라고요. 우리랑 체계가 다른 겁니까? 거긴 급식 아닙니까?
◆ 태상호: 이게 약간 좀... 우리가 보는 것과 실제로 가서 하는 것과의 차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미국도 부대마다 편차가 아주 크게 존재하고요. 큰 부대 같은 경우엔 민간기업이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하지만 작은 부대 파견되어 있는 소규모 부대는 부대 안의 취사병이 식당을 운영합니다. 그럼 취사병들 손에 달렸죠. 그런 분에 잘못 가면 한국군 식당은 맛있구나, 이런 걸 느끼게 되십니다.
◇ 최형진: 오늘 6.25 71주년이고, 사실 최근에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투식량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군대 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증폭했는데, 저 같은 경우는 밥에 고추장 양념 맛다시를 구매했는데요,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게 실제로 군에 배급이 되는 겁니까?
◆ 태상호: 일단 군납제품과 똑같은 제품을 시중에 유통한다는 게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 제품을 납품했던 회사가 비슷한 제품을 유통하는 건 그다지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제품들이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아예 민간시장을 겨냥해서 만든 제품이 있습니다. 특히 요새는 밀러터리 관련 콘텐츠들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죠. 그래서 이 시류에 편승해서, 심지어 얼마 전에는 모 기업에서 군데리아 이런 것도 만들었잖아요.
◇ 최형진: 그렇죠.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제가 군대 다닐 때 수통이 6.25때 쓰던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물을 한 잔 마시면서 그 숭고한 희생에 감복하면서 먹곤 했는데 사실입니까?
◆ 태상호: 일단은 아나운서님이 몇 년도에 군대 가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군대 현역 때 썼던 수통은 1945년도 미국에서 생산된 수통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역사, 이런 걸 찾을 수는 없지만 그게 두만강까지 갔다가 내려온 게 아닐까...
◇ 최형진: 두만강까지 흘러갔다고요?
◆ 태상호: 그럴 수도 있다, 제 생각입니다.
◇ 최형진: 수통에 대한 역사도 있어요. 군대를 다녀오신 분은 아는데, 딱 봐도 굉장히 오래된 느낌이 들어요. 씻을 때 치약 넣어서 칫솔로 막 닦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 태상호: 이게 알루미늄이라서 아무리 씻어도 그 안에서 무언가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 최형진: 맛도 나고요.
◆ 태상호: 그런 느낌이 있었죠.
◇ 최형진: 그 냄새가 굉장히 잊혀지지 않습니다. 수통 냄새. 우리 군의 전투식량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게 6.25 때쯤부터라고요?
◆ 태상호: 맞습니다. 6.25 정도쯤에 우리 군의 전투식량이 점점 시작되긴 했죠. 하지만 그때 당시에 전투식량을 만들려면 첫 번째로 원천기술이 있어야겠죠. 식품 가공과 보관 등에 대한 원천기술이 있어야 되는데, 전쟁이 벌어졌고, 전국토가 황폐화됐는데 그런 게 어디 있겠어요. 갑자기 말들 수가 없었겠죠. 당시에 비빔밥 통조림이라는 제품이 나왔는데 아주 평가가 나빴습니다. 그래서 그냥 사라져버렸고요. 그 뒤로는 대부분 건빵, 미숫가루, 그리고 그냥 취사를 해서 먹는 경우가 많았고, 가장 유명한 6.25 당시 전투식량은 주먹밥이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 최형진: 제가 08군번입니다. 저때만 해도 전투식량 괜찮았거든요. 맛있었어요. 지금은 더 좋아졌다고 하는데, 혹시 최근에 전투식량 드시거나 보신 적 있으십니까?
◆ 태상호: 최근에 제가 먹은 게 2년 된 것 같습니다.
◇ 최형진: 그때 드셨을 때 어떠셨어요?
◆ 태상호: 우리 때는 그냥 동결·건조식 이런 거였거든요. 형이 1형/2형이 있었어요. 그런데 요새는 1형/2형이 나눠져서 동결·건조형이 2형, 레트로팩이 1형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맛과 여러 가지 종류가 생긴 것 같아요.
◇ 최형진: 애청자 의견입니다. ‘76년 1월 김해공병학교 모처럼 특식으로 양고기 찌개가 나왔어요. 먹을 땐 좋았는데 식기 닦을 때는 깔창으로 닦았습니다’라고 하셨고요. ‘77년 육균 의장대, 일요일 점심으로 찐 라면 드셔보셨는지...’라고도 하셨고요. ‘저는 계룡대 육군본부 사진병으로 근무했는데요. 해외에서 높은 분이 방한했을 때 계룡스파텔이라는 호텔에 저녁 만찬 사진지원 갔다가 호텔 랍스터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못 먹는 걸 그때 먹었습니다’, 추억이 굉장히 많습니까.
◆ 태상호: 대전에 있는 계룡스파텔...
◇ 최형진: 지금도 있어요?
◆ 태상호: 네, 아주 좋은 곳이죠. 기억 납니다.
◇ 최형진: 애청자들의 의견입니다. ‘90년도에 GOP에서 먹었던 군데리아 생각나요. 이등병 막내는 빵을 정량보다 많이 먹어야 했죠. 패티와 감자 으깬 걸 딸기잼으로 다 소화해야 했던 이등병 막내 시절 생각납니다. 소총수 백입니다’ 라고 하셨고요. ‘저는 논산 훈련소에서 먹었던 시래국이 환상이었습니다. 76년이요’ 라고 하셨고요. ‘전 마지막 빼당, 백난로병이었어요. 반합에 라면 먹고 벽난로에 30초만 끓이면 엄청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라고 하셨는데, 벽난로병도 있었어요?
◆ 태상호: 여러 가지 명칭이 있습니다. 페치카병, 빼당병, 이런 게 있었는데 심지어 90년 군번인 저희 때도 일제히 사라져가고 있었죠. 정확히 말씀드리면 저는 90년 중반 군번이죠.
◇ 최형진: 알겠습니다. 선배님. (웃음)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태상호: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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