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도 없이 '수의 대신 비닐가방'...코로나19 시대의 '죽음'

유족도 없이 '수의 대신 비닐가방'...코로나19 시대의 '죽음'

2021.02.13. 오전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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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는 장례 문화도 바꿨습니다.

특히 코로나19에 확진돼 숨진 이들의 장례는 가족조차 함께 하지 못한 채 쓸쓸하게 치러질 수밖에 없는데요.

유족을 대신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지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후 세 시 반,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코로나19 사망자의 관을 실은 응급차가 화장장으로 향합니다.

우선 장례지도사가 병동 안에서 비닐 가방으로 2차 밀봉까지 마친 뒤 시신을 안치실로 옮깁니다.

"이쪽은 코로나19 사망 환자분들 안치 모실 수 있게끔 따로 구분을 지어놓은 거고요."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수의도 입히지 않고 염습도 하지 않습니다.

[김태균 /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지도사 : 환자복 입은 방호복 채로 나간다고 생각하시면 되고…. 수의라도 넣어주고 싶다는 분들이 너무 많으셔 가지고 저희가 미리 사 놓은 걸 넣어드렸던 적이 있어요.]

유가족 A 씨도 두 달 전 코로나19로 숨진 아버지의 장례가 가슴에 한으로 남았습니다.

함께 살던 가족들이 자가격리 대상이 된 탓에 임종을 못 지켰고, 화장도 먼 친척에게만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A 씨 / 코로나19 유가족 : (어머니도) 못 오시게 하고 조금 떨어진 친척이 오시는 거로 (하자고) 보건소에서…. 그분도 차에서 못 내리시고 차 안에만 계시고….]

시신 대부분은 가족도 없이 쓸쓸히 화장장에 도착합니다.

방역 당국 방침에 따라 도착부터 화장로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5분 남짓.

이마저도 감염 우려 탓에 화장장 운영이 다 끝난 저녁에만 이뤄집니다.

[이진환 / 수원 연화장 승화원 대리 : 돌아가시자마자 화장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족이) 돌아가시는 것도 못 보시고, 특히 요양병원은 몇 달 동안 계속 못 보다가 어느 날 소식만 듣고 왔는데 화장이 된 경우도….]

코로나19 사망자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한 화장장 직원들.

부모의 죽음을 자책하는 자식부터, 가족들에게 유골마저 거부당했던 고인까지,

1년 새 60명 넘는 망자를 떠나보내는 동안 안타까운 사연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유족 몫까지 다하고 있는 직원들은 그 누구보다 코로나19 없는 세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진환 / 수원 연화장 승화원 대리 : 마지막 예도 치를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워서요. 빨리 종식돼서 예전처럼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YTN 김지환[kimjh070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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