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으로 마지막까지 6명 살리고 떠난 60대 의사

장기 기증으로 마지막까지 6명 살리고 떠난 60대 의사

2020.12.31. 오후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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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으로 마지막까지 6명 살리고 떠난 60대 의사
사진 제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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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추정 판정을 받았던 60대 정신과 의사가 6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의사로 일하던 김시균(60) 씨가 삼성서울병원에서 간(분할), 신장(좌, 우), 각막(좌, 우)과 조직 기증을 하고 삶을 마무리를 했다고 밝혔다.

강원도 동해 동인병원에 근무하던 김 씨는 지난 20일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낸 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급하게 119 응급차로 이송했지만 결국 김 씨는 뇌출혈로 인한 뇌사 추정 판정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가족들의 동의를 통해 김 씨는 장기 기증으로 6명을 살렸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온 그는 정신과 의사로 평생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후배 의료진들을 위해 본인이 죽게 된다면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가족들은 고인의 이런 뜻을 지켜주고자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김 씨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평소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해 월드비전을 통해 15년간 5명의 아이에게 꾸준히 기부했고, 집에 돌아와 쉬는 날에도 환자 걱정을 하던 의사였다고 한다.

아내 나혜준 씨는 "가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줘서 감사하다. 당신의 아내였던 것이 영광이었고 사랑한다. 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에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는 것에 감사하고, 평생을 아픈 사람을 위해 힘써왔는데 마지막 길도 아픈 이를 위해 가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둘째 딸 김현진 씨는 "다시는 아빠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힘들고 슬펐지만 아빠가 다른 생명을 살려서 자랑스럽고 큰 위안이 된다"라며 "그동안 잘 키워주신 것에 감사하고 사랑한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김 씨의 기증을 담당했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중부지부 박수정 코디네이터는 "아픈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아픈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주셔서 기증자와 가족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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