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수사 34년 만에 종료...살인 14건·성폭행 9건

'이춘재 연쇄살인' 수사 34년 만에 종료...살인 14건·성폭행 9건

2020.07.02. 오후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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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춘재 수사 종료…"살인 14건·강간 9건"
30여 년 미제사건…이춘재 DNA 검출되며 재수사
재수사 시작 당시 이춘재, 처제 살인으로 수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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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0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입니다.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으로 꼽히던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환기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이 사건.

범인의 실체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드디어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이 남아 있던 증거물 가운데 일부의 감정을 국과수에 의뢰한 겁니다.

사건 발생 당시엔 검출하지 못했던 범인의 DNA를 이제는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유전자 정보가 일치한 사람은 다른 범죄로 수감 중이던 이춘재였습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경기남부경찰청에 수사본부를 꾸렸습니다.

프로파일러 등 전문가를 투입해 50차례 넘게 접견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DNA 감정 의뢰 이후 1년 가까이 지난 오늘(2일).

경찰은 이춘재가 살인 14건, 성폭행 9건을 저질렀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윤 모 씨에 대해서도, 당시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가혹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공식 명명된 희대의 잔혹 범죄.

첫 사건 발생 이후 34년 만에 재수사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이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이 1년에 걸친 경찰의 재수사로 34년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경찰은 이춘재가 살인 14건과 강간 9건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지었는데,

이춘재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가학적인 형태의 연쇄 범행을 저질렀고,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취재 기자 연결합니다. 신준명 기자!

오늘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자세한 내용 전해주시죠.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재수사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춘재가 살인 14건과 강간 9건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은 지난 1986년부터 1991년 4월까지 당시 경기 화성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잇따라 살해당한 사건입니다.

30여년 동안 미제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당시 사건 현장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습니다.

당시 이춘재는 지난 1994년 처제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상태였는데요,

이춘재는 지난해 9월 최초 경찰 접견 조사 당시만 해도 범행을 부인했지만, DNA 검출 사실과 가석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듣고 나서 자신을 범행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춘재는 우선 살인 14건을 자백했습니다.

이춘재는 어떤 사건에서 자신의 DNA가 검출됐는지 전혀 모르고, 개별 사건에 대한 설명이나 자료제시도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해 범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 사건 가운데 5건의 증거물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되면서 자백의 진실성이 뒷받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춘재는 살인 사건에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강간 34건을 저질렀다고도 자백했습니다.

이춘재가 저지른 연쇄살인 사건의 시기와 지역이 일치해 자신의 실제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경찰은 입증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서 9건만 이춘재의 범행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은 또, 살인 사건에 비해 강간 사건에 대해서는 이춘재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피해신고가 되지 않은 사건도 많았으며, 피해자가 진술을 원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추가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럼 이춘재가 왜 연쇄살인과 강간을 저질렀는지, 범행 동기는 밝혀졌나요?

[기자]
경찰은 이춘재가 자신의 억압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경찰이 전국의 프로파일러들과 함께 이춘재의 범행 동기를 조사한 결과인데요,

평소 내성적이었던 이춘재가 군대에서 처음으로 성취감과 주도적인 역할을 경험한 뒤,

군 전역후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에 욕구불만 상태가 지속됐고, 군대에서 느꼈던 자신의 주도권을 표출하기 위해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춘재는 범행을 이어가면서 죄책감 등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범행 수법도 갈수록 잔혹해지고 가학적인 형태로 진화했다고 경찰을 판단했습니다.

경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이춘재는 범행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경찰은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과시하고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상위 65%~85%에 해당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지금까지 경기 남부지방경찰청에서 YTN 신준명[shinjm752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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