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스크 대란 틈타 '불량 필터' 기승..."차단율 18% 짜리도"

단독 마스크 대란 틈타 '불량 필터' 기승..."차단율 18% 짜리도"

2020.03.12. 오전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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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중개상이 건넨 샘플 절반 불량…"차단율 18%짜리도"
필터 성능 제대로 검사하자는 말에 대부분 '연락 두절'
마스크 공장 절반 시험 장비 없어…"바로 검증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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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스크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정부가 긴급 조치로 마스크 인허가 규제를 완화했는데요.

이런 상황을 악용해 불량 필터를 납품하는 중개상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YTN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박희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이달 초 가동을 멈춘 마스크 공장입니다.

필터가 부족해 열흘 넘게 조업을 못 했는데, 그 사이 무려 50명이 넘는 필터 중개상이 연락해왔습니다.

필터를 구해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 : 처음 보는 필터 중개상들이 와서 요구하는 게, KF94 필터다 해서…. 대기업 업체 필터랑은 조금 달라요.]

중개상 열 군데에서 필터 샘플을 받아 자체 시험을 해봤더니 절반이 불량이었습니다.

KF94 마스크용이라 오염 물질을 94% 이상 걸러내야 하는데, 평균 50% 수준.

심지어 차단율이 18%에 불과한 필터도 있었습니다.

겉으로 볼 때 크게 차이가 없는 이 두 필터를 시험용 기계로 직접 검사해봤습니다.

이렇게 정상적인 필터는 오염물질 차단율이 99% 정도지만, 낮은 건 20%도 채 되지 않습니다.

역시 필터 때문에 생산을 멈춘 또 다른 마스크 공장도 중개상에게서 수없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필터 성능을 먼저 검사해보겠다고 하면 대부분 연락을 끊어 버렸습니다.

[김재청 /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 : 검사 결과가 사전에 제공해준 성적서 수치하고 일치하면 사용하겠다(고 제시합니다.) 그다음에는 열이면 아홉은 더 접근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필터 대란'이 일어나면서 최근 이런 거래를 제안하는 중개상들이 부쩍 많아졌는데, 태반이 불량이라는 게 마스크 업체들 이야깁니다.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 140여 곳 가운데 필터 시험 장비가 있는 업체는 절반가량.

자체 장비가 없는 영세업체들은 납품받아도 바로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마스크 공인 시험기관 관계자 : 접수에서 나가는 것까지 일주일 아니면, 품질검사는 이틀이면 가능합니다. 하루는 안 되고….]

사정이 이런데 필터 제조부터 유통까지 관리하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개상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개상은 관리 감독 대상이 아니란 입장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 판매업자들이 거래하는 물건에서는 함량 미달의 제품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관리하는 판매량, 재고량, 생산량에 불법적인 것까지 들어와 있진 않다는 말씀이에요.]

경찰과 검찰의 수사도 신고가 들어와야 조사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성능이 엉망인 필터가 거래되고 있지만, 시중에 불량 마스크가 얼마나 유통됐는지는 알 수 없는 실정입니다.

YTN 박희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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