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자에 배달·마스크 자비 부담"...불안에 떠는 배달기사들

"격리자에 배달·마스크 자비 부담"...불안에 떠는 배달기사들

2020.03.08. 오전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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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중 고객 자가격리 사실 알아 "감염 우려로 불안"
"업체에 고객 확진자 여부 문의했으나 답변 거부"
음식 배달 절반 여전히 대면 접촉…불특정 다수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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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거리가 부쩍 늘어난 배달 기사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굴을 보고 물건을 전달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데도, 마스크는 직접 마련해야 하고 배달 단말기 소독마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나혜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29일, 아르바이트 배달원 박승일 씨는 떡볶이를 배달하러 갔습니다.

가는 길에 고객 요청사항을 보니 '자가격리 중이니 문 앞에 놔두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배달하고 급히 나왔지만, 어디서 바이러스에 노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습니다.

[박승일(가명) / 아르바이트 배달원 : 이쪽 지역이 또 처음에 5번 확진자분이 좀 계셨던, 왔다 갔다 하셨던 동선이 공개돼서 그 부분이 좀 찜찜했죠.]

업체에 해당 고객이 확진자인지, 단순 접촉자인지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돌아온 답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는 것.

이렇게 고객 관련 정보도 알지 못한 채로 여전히 음식 배달의 절반가량은 직접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 평균 14시간 넘게 일하는 택배 기사들.

종일 수백 곳씩 돌아다니다 보면 혹 자신이 매개체가 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게 됩니다.

[김도균 / 택배 기사 : 불특정 다수들을 저희가 대면하기 때문에, 저희가 만약에 감염된다고 해도 역학조사가 불가능하고요. 걱정이 좀 크죠. 취약계층이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 많고…]

그런데도 배달차나 배송확인 단말기조차 소독하지 않는 물류업체가 있었습니다.

마스크도 배달기사가 직접 마련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택배업체 대부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 모두에게 나눠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올해 산업안전보건법이 바뀌어 특수고용노동자인 배달기사도 의무적으로 안전·보건조치를 받게 되긴 했지만, 마스크 같은 방역 물품 지급 조항은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박지순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런 비상 상황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권한들을 좀 동원해서 필요한 조치들을 사업주들이 취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코로나19 확산이 걷잡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배달기사들이 또 다른 감염원이 되지 않도록 방역 지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YTN 나혜인[nahi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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