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브리핑] 신천지 이만희 교주, 혼돈의 기자회견

[기자브리핑] 신천지 이만희 교주, 혼돈의 기자회견

2020.03.03. 오후 7:4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진행 : 변상욱 앵커, 안귀령 앵커
■ 출연 : 이연아 기자

[앵커]
어제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현장을 취재한 이연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이만희 교주가 고령에도 직접 절도 하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죠?

[기자]
이 교주는 일명 '평화의 궁전'으로 불리는 가평 신천지 연수원 건물 내부에 있다가 오후 3시 15분쯤 대문을 열고 걸어 나왔습니다.

부축하는 인력 없이 혼자 준비된 의자에 앉아서 기자회견문을 차분히 낭독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민과 정부에 사죄한다며 두 번이나 큰 절을 했는데, 도움 없이 스스로 무릎을 굽혀 절을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기자회견을 이어갔습니다.

어제 현장 날씨 꽤 쌀쌀했습니다만, 이 교주는 반팔 셔츠를 입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만희 교주 나이가 90세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건강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만희 교주가 차고 나온 이른바 박근혜 시계를 놓고 논란인데요 신천지 측 해명은 없나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평소 시계를 착용하지 않는 이만희 씨가 어제 왼손에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금색 청와대 시계를 차고 나와 논란인데요.

신천지 측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 활동을 했던 신도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정치적인 뜻을 전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논란이 커지자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시계는 은색만 만들었다며 금색인 해당 시계는 가짜라고 반박했습니다.

실제 제가 예전 기사를 찾아보니 2014년에 이른바 시계 골목으로 알려진 서울 예지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가짜 시계를 만들어 판 시계업자가 검찰에 적발된 사례가 있기도 했습니다.

[앵커]
근데 만약 저 시계가 가짜라면 20만 명이 넘는 신도를 거느린 이만희 씨가 기자회견장에 굳이 가짜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올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진위 여부를 떠나 왜 하필 박 전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차고 기자회견장에 나왔느냐를 놓고 공방은 뜨겁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인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설부터 언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고도의 작전이라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의혹이 커지자 미래통합당은 신천지와의 관련 여부에 서둘러 선을 그었지만, 여권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만희 씨는 어제 기자회견장에 노란색 실크 넥타이를 매고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 씨가 황제의 상징인 노란색을 좋아해 평소에도 자주 착용하는 것이라고 알려졌는데,

유명 명품 브랜드 넥타이로 추정되고, 가격은 20만 원 정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이 교주의 청력과 인지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직접 보니까 어떻던가요?

[기자]
현장 상황을 말씀드리면, 이 교주가 준비한 기자회견문 낭독 후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기자들이 마이크를 사용해 질문을 했지만 이 씨는 신천지 관계자의 도움을 얻어 질의 응답을 이어갔고요.

관계자 없이는 원만한 의사소통이 어려워 보일 정도였습니다.

또 취재진의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하는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코로나19는 마귀가 한 짓이라고 발언한 이유가 무엇이냐?" 질문했는데, "코로나19에 대해 잘 모른다. 검사를 받으라 연락이 왔고, 왔으니 받아야 한다"는 엉뚱한 답변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왕건과 견훤 이야기를 하며, 현재 상황을 비유하는가 하면 취재진을 향해 갑자기 소리를 치기도 했는데요

당시 상황 직접 보시겠습니다.

[이만희 /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 (어제) : 조용 합시다. 조용. 우리는 다 성인입니다. 우리는 다 조용하고 질서가 없으면 난장판이 돼서 안 됩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교주는 목소리가 올라가거나, 책상을 두 번 주먹으로 치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자리를 뜨면서는 교단 수뇌부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도 연출했습니다.

[앵커]
어제 기자회견장에서 이만희 교주 옆을 지켰던 여성은 누군가요?

[기자]
인터넷 상에서는 이른바 인간보청기로 불리고 있는데요,

당시 현장에서는 자신을 김 모 행정서무로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신천지 내부 실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김 씨는 현장에서 이 교주의 답변을 직접 수정하도록 지시해 기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는데요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고요 이만희 씨 퇴장 후에도 자리에 남아 신천지 입장을 설명하고, 질의 응답을 직접 받기도 했습니다.

[앵커]
어제 현장에 신천지 피해자연대 측 관계자들도 있었죠?

[기자]
네,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피해자연대 측 관계자들도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연우 / 신천지 피해자 (어제) :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집으로 돌려보내고, 코로나 검진받게 집으로 돌려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사기꾼 이만희는 가출한 우리 자녀들을 당장 집으로 돌려보내라.]

피해자들은 자녀들이 신천지에 빠져 가출한 뒤 생사조차 모른다고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기자회견은 신천지 연수원 내부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는데, 피해자들의 외침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왔습니다.

[앵커]
이만희 씨의 코로나19 검사를 둘러싸고 경기도와의 갈등도 벌어졌는데요

어제저녁에 이 기자가 현장에서 소식을 전할 때도 굉장히 혼란스러웠다고요?

[기자]
네, 이 씨가 기자회견에서 민간병원에서 받은 음성 판정 기록을 내보이면서 논란이 커졌는데요

경기도는 이에 대해 공식기록상 확인되지 않아 신뢰가 어렵다며 검체 채취를 거듭 요구했고요

급기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강제 채취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어젯밤 급하게 과천 보건소에서 검사를 진행한 겁니다.

어제 제가 현장에서 방송에 참여할 때가 저녁 8시 무렵이었는데요.

당시 여러 대의 차량이 연수원에서 나오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하며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이재명 지사는 강제 채취를 위해 신천지 연수원을 찾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 경기도지사 (어제) : 좀 아쉬운 것은 처음부터 응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요란하게 상황을 만든 점은 안타깝습니다.]

이 교주의 과천보건소 재검사 결과 '음성'이 최종적으로 나왔습니다.

[앵커]
기자회견을 직접 지켜본 입장에서 많은 의혹이 해소됐다고 봅니까?

[기자]
2시간 가까이 실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의혹이 해소되기 보다는 증폭된 상황입니다.

신천지 측은 허위 명단 제출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기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긴 시간을 투자해 여러 신천지 관계자들이 날짜별, 지역별, 국가별 신도들의 숫자와 교육생들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또 방역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자체별 신천지가 제공한 명단 자료가 실제와 다르다며 검찰 고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의혹은 여전합니다.

또 이 교주의 "지금은 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는 답변 등을 근거로 보면, 사과는 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애매한 기자회견이었다는 평가가 다수입니다.

이연아 [yalee21@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