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와이] 4대강 평가, 권위에 호소하는 '아전인수'

[팩트와이] 4대강 평가, 권위에 호소하는 '아전인수'

2020.01.03. 오전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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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대강 사업의 진실을 확인하는 팩트체크 연속 보도.

오늘은 최근 다시 등장한 국제기구나 외신들의 평가가 얼마나 정확한지 살펴봤습니다.

공신력 있는 평가라며 반복 인용되는 자료들을 확인해봤더니, 과거의 보고서나 보도 일부를 아전인수식으로 끌어다 붙여,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팩트와이, 이정미 기자입니다.

[기자]

[이재오 前 국회의원 / 유튜브 '이재오의 와이러니'(지난해 4월) : 외국의 환경학자나 외국의 건축학자들도 대한민국에 4대강이 완성됨으로 비로소 선진국에 들어갔다, 이렇게 평가하거든요.]

[정종환 前 국토부 장관/ 유튜브 '이재오의 와이러니'(지난해 4월) : 네, 강을 아는 분들은 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외국에선 4대강을 좋게 본다"

최근 들어 처음 등장한 주장은 아닙니다.

정종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10년 전에도 4대강이 녹색 사업으로 평가받는다며 유엔환경계획의 보고서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 1. UN, 4대강 긍정 평가?

2010년 유엔환경계획이 한국의 '녹색 성장 전략' 보고서에 '4대강 복원'의 긍정적인 전망을 담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목적 자체가 '녹색 성장'에 동참하겠다는 대한민국의 정책을 소개하는 데 있습니다.

당시 근거 자료도 이명박 정부에서 받았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결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계획에 대한 기대라서, "예상치 못한 환경 문제가 나타날 수 있으니 생태계 기능 유지에 특히 주의하라"는 권고도 담았습니다.

[김정욱 /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 정부에서 올린 보고서를 그대로 소개한 거에 지나지 않는데, 4대강 사업하는 걸 하천 복원 사업으로 소개해놨고요. 나중에 확인하고 최종 보고서에는 부정적인 내용 다 들어가 있습니다.]

■ 2. 4대강은 1석 5조 사업?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문제연구소장 / 유튜브 '펜앤드마이크TV'(지난해 11월) : 해외 평가도 아주 좋았잖아요. OECD도 1석 5조 사업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아주 높게 평가했고 말입니다.]

4대강을 1석 5조라 평가했다는 2012년 OECD 환경전망 2050.

다가올 물 부족을 경고하고 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4대강 사업을 소개하긴 합니다.

하지만 1석 5조는 평가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 자료를 인용해 4대강 사업의 목적 5가지를 그대로 나열한 것에 불과합니다.

OECD는 당시에도 생태계 균형 파괴에 대한 우려를 함께 표명했습니다.

2017년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홍수 발생이 줄고, 수자원 확보는 됐지만, 서식지에 영향을 미쳐 수생 생물 개체 수가 감소했다며 4대강의 장단점을 균형 있게 다뤘습니다.

■ 3. 월스트리트저널 "4대강 잘 마무리됐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도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은, "4대강이 잘 마무리됐다"는 평가 보도가 아니라 "4대강이 거의 완성됐다"라는 사실 보도였습니다.

[에반 람스타드 기자 / 월스트리트저널(음성 대역) : 여기서 Well은 '잘' 이 아니라 '음…, 저기…같은 감탄사입니다. 기사를 보게 하려는 대화식 제목이죠. 4대강 사업이 잘됐는지 못됐는지에 대한 판단은 이 기사 어디에도 없습니다.]

물론 4대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끝난 지 6년.

객관적인 재평가가 진행되는 시점에 과거의 전망 보고서나 보도 일부를 왜곡 인용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할 우려가 큽니다.

YTN 이정미입니다.

인턴기자 김미화 [3gracepeace@naver.com]
취재기자 이정미 [smiling3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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