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진으로 추적한 불법 산림 훼손...축구장 만 천여 개 규모

항공사진으로 추적한 불법 산림 훼손...축구장 만 천여 개 규모

2019.12.18. 오전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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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으로 숲 훼손 후 농경지 조성
불법 산림 벌채 후 옹벽 공사
산림청,산림전용 공간DB 없어 불법훼손 추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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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몰래 산림을 불법적으로 훼손하는 일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항공사진으로 추적해보니 기존에 알고 있던 불법 훼손지보다 훨씬 더 많은 숲이 부지불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데이터저널리즘팀 함형건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설악산 국립공원 부근의 산림.

2012년만 해도 울창했던 숲 한복판이 지난해 들어서는 면도날로 도려낸 듯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누군가 농사를 지으려고 허가 없이 나무를 베어낸 것입니다.

경기도 가평군의 한 사유림.

지난해엔 멀쩡했던 숲이 올해 들어 계단식으로 뜯겨져 나가 누런 밑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산지전용허가를 받지않고 불법으로 산림을 벌채했습니다.

현장에는 옹벽을 쌓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산림청의 산림 사법수사대가 적발한 사례들입니다.

그렇다면 하늘에서 내려다본 사진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추적하면 어떨까?

산림청 산하 단체인 한국산지보전협회가 매년 대상 지역을 달리하며, 7년동안 전국의 불법 산림 훼손지를 항공사진으로 찾아냈습니다.

그 결과 8천186 헥타르, 축구장 만 천 464개 규모의 숲이 불법적으로 훼손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개발압력이 높은 경기도가 특히 심했습니다.

불법적으로 산림이 훼손된 것으로 보이는 면적이 여주, 화성, 평택, 가평, 이천의 순서로 컸습니다.

훼손 지점을 지도에 표시하니, 동서남북으로 사방에 생채기가 났음을 대번 알 수 있습니다.

국가 공식통계상의 불법 산림훼손지 면적과 항공사진을 통해 새롭게 추적한 훼손 의심지를 비교해보니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훼손의심지가 공식 통계보다 2배 내지 48배까지 큽니다.

그만큼 단속의 사각지대가 상당히 크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김형규 / 산림청 산지정책과 서기관 : 시군 인허가 담당 공무원의 숫자가 워낙 적고 현장 확인이라든가 여력이 적기 때문에, 현장에서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죠.]

산림청은 항공사진을 통해 파악한 불법 훼손지 면적이 실제보다 과대 혹은 과소 평가됐을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고 지적합니다.

불법 훼손지를 잡아내려면, 합법적인 산지 전용 영역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아직도 산림청이나 지자체에 관련 데이터가 지리정보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산림을 몰래 훼손해도 기껏해야 벌금 정도에 그치곤 하는 처벌의 강도는 높이고, 공간 데이터의 철저한 구축을 통한 정밀 감시가 시급합니다.

YTN 함형건[hkhah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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