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한국 광고 자막 논란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해?"

유니클로, 한국 광고 자막 논란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해?"

2019.10.18. 오후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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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한국 광고 자막 논란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해?"
사진 출처 = 유니클로 Celebrating LOVE & FLEECE 광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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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 유니클로가 최근 광고에서 강제 동원 피해자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을 겨냥하는 듯한 한국어 자막을 달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일 일본 유니클로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2019 가을/겨울 광고가 공개됐다. 유니클로 코리아를 운영하는 에프알엘(FRL) 코리아에 따르면 해당 광고 영상은 국내에서 케이블 TV와 디지털 광고로 방영되고 있다.

광고에는 98세의 할머니와 13세 소녀가 등장해 영어로 이야기를 나눈다. 소녀는 할머니의 스타일을 보고 "정말 멋있다"라고 말했고, 할머니는 "심플한 옷에 액세서리를 바꾸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게 좋다"라고 답한다.

이어 소녀가 "할머니가 내 나이 때는 어떻게 옷을 입었나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안 나네(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말한다.

문제는 마지막 대사에 나오는 한국어 자막이었다.

광고 속 할머니가 영어로는 '오래돼 기억이 안난다'라고 말하지만 한글판 광고 자막에 해당 대사는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처리됐다. 일본어 자막에도 '80년'은 언급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한국어 자막에서만 '80년 전'이라고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나왔고, 소셜 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이미지가 빠르게 퍼졌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인 1939년은 일제가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 노역에 동원하고 조선인 여성을 일본군 '위안부'로 끌고간 시절이었다. 최근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된 계기도 지난해 대법원이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이 보복성 수출 규제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에 해당 자막을 본 누리꾼들은 "교묘한 자막", "영어 대사나 일본어 자막엔 80년 전이라는 언급이 없고 한국어 자막만 다른 것은 문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증언의 신빙성을 돌려 말하고 있는 것", "우리에겐 800년이 지나도 못 잊는 일"이라며 분개했고, 불매 운동을 이어가자는 반응도 쏟아졌다.

하지만 에프알엘 코리아 측은 YTN PLUS에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에프알엘 코리아 관계자는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98세의 실제 패션 컬렉터(IRIS APFEL)와 13세의 실제 패션 디자이너(KHERIS ROGERS)를 모델로 기용했다"라며 "이들의 나이 차이가 80살이 넘는 만큼, 두 사람 모두 '후리스' 제품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즉각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글로벌 광고와는 별도로 한국에서 추가로 두 사람의 나이 차이에 대해 자막 처리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 방침상 유니클로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및 단체와 어떠한 연관관계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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