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희의출발새아침] “이춘재 심경변화, 역사에 남는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

[노영희의출발새아침] “이춘재 심경변화, 역사에 남는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

2019.10.02. 오전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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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의출발새아침] “이춘재 심경변화, 역사에 남는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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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백기종 & 이호선의 ‘사건 Y파일’

□ 방송일시 : 2019년 10월 2일 (수요일) 
□ 출연자 : 백기종 前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 이호선 심리상담 전문가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

-화성연쇄살인 DNA수사 결정적, 유류품 보관이 핵심
-이춘재 자포자기 자백, 라포 설득 효과?
-이춘재 심경 변화, 강호순 자백 받아낸 프로파일러가 큰 공신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사회에 대한 넓은 이해와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충만하신 두 분이죠.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나와 계시고요. 안녕하세요.

◆ 백기종 前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이하 백기종): 안녕하십니까.

◇ 노영희: 이호선 심리상담전문가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이호선 심리상담 전문가(이하 이호선): 안녕하세요.

◇ 노영희: 오늘 이슈는 정말 대단하다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을 것 같은데요. 어제 저녁,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가 드디어 자백을 했다. 그런데 자백한 범행 건수가 화성 연쇄살인 건수보다 훨씬 많더라. 무슨 얘깁니까?

◆ 백기종: 화성 연쇄살인 사건 같은 경우는 10건, 그중에 8차 사건이 모방범죄라고 해서 그 당시 범인이 잡혔었고요. 나머지는 미제사건이었는데 지금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 형사들을 투입을 해가지고 소위 우리 흔히 말하는 라포라고 하죠. 인간적인 유대관계, 관심사항, 환경, 사고력 이런 걸 심리동조를 형성하고 친근감을 가진 다음에 자백을 받아내는 기법이라고도 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됐는데 드디어 14건의 범행을 자기가 했다, 이춘재가 했다. 이렇게 자백을 했는데. 이 건 같은 경우에는 기히 발생사건이 아닌 경우도 지금 자백을 했고요. 특히 94년 1월 달에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건 말고도 청주에서 두 건의 더 범행을 자백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데. 이걸 보면서 이춘재의 심리 상태, 그리고 현재 이게 정말 진정한 자복이고 자백인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경찰이 지금 총력대응을 하고 있는 그런 사안입니다.

◇ 노영희: 가석방이 안 되니까 자포자기해서 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다, 여죄가 너무 많아서 몇 개만 자백하면서 수사를 더 못하게 하려는 거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런 식의 자백은 믿어도 되는 거예요?

◆ 백기종: 사실 자백이라고 하는 부분이 임의성이나 신빙성, 객관성 이런 게 담보돼야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검증 방법이 굉장히 다양하게 있어요. 어떤 거냐면, 이 사람이 어떤 일시, 정확하게 일시 장소를 이야기하지만 어느 시점에 어느 장소로 가면 그 피해자의 연령대나 인상착의, 그리고 범행 방법, 현장 상황, 장소,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봐요. 그런데 자백을 한 사람이 그에 비슷한 이야기도 아닌 전혀 상반된 이야기를 하면 이건 허위자백이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퍼즐 맞추기 식으로 맞춰보면, 왜 그러냐면 기록이 지금 다 보존이 돼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자기가 14건의 만약에 범행을 했다라고 하면 어느 정도 기억을 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 기억에 반하는 정황들이 나오면 이건 허위자백이거든요. 그러나 이 사람이 자백한 부분, 예를 들어서 연령대라든가 환경이라든가 범행 수법, 범구, 소위 범행도구를 범구라고 하는데요. 이런 부분들이 유사하거나 일치하면 그 사람 자백이 맞다라고 하지만, 전혀 가깝지 않고 유사하지 않은 경우엔 허위자백으로 보거든요. 이런 부분 때문에 여기에 맞춰서 대조를 해보는 그런 부분들은 시간이 좀 걸릴 걸로 생각됩니다.

◇ 노영희: 교수님, 범인이 처음에는 부인을 했잖습니까. 그런데 아홉 차례 대면 조사 끝에 자백을 했다, 이렇게 나오는데. 이게 범인에게 어떤 심경 변화가 있는 겁니까?

◆ 이호선: 있었다고 봐야겠죠. 그 사이에 초기에 3명의 프로파일러, 그다음에 6명의 프로파일러가 투입됐다. 이 모든 과정에는 그 사이에 프로파일러의 투입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외부 정보가 아마 이춘재 씨에게 전달됐을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지금 그전에는 함구하고 부인했던 그 부분들이 이제는 입장을 바꿔서 자백하고 공개하는 방식으로 갔는데 본래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단 말이에요. 도대체 왜 그랬을까. 몇 가지 우리가 정황증거들은 생각해볼 수 있죠. 하나는 우리가 다 알고 있던 것처럼 공소시효 지나가지고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하더라도 형량에 대한 영향이 크게 없을 수 있다, 라는 것. 또 하나는 지금 현재 가석방이 이야기되고 있다가 이런 상황이 되면 가석방이 거의 불가하게 됐다, 라는 걸 아마 본인이 판단했을 거고요. 또 한 가지, 이미 이름하고 얼굴이 다 공개되지 않았습니까. 이런 상황이 된다면 아마 이춘재도 생각했을 거라는 거죠. 과거엔 내가 심정적으로 이 연쇄살인과 관련해서 내적 전능감을 가지고 그 사람들이 굴복하고 내 앞에서 뭔가를 했을 때 내가 느꼈던 성적 쾌감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서 스릴도 느끼고 쾌락도 느끼고 약간 경찰이 아무것도 못하는 그 무력감을 보면서 얼마나 쾌감을 느꼈겠어요.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어떤 식으로든지 본인에게 유리하지 않다면 국면 전환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역사에 남는 영웅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닐까.

◇ 노영희: 영웅이요?

◆ 이호선: 이를테면 우리가 그전에 무슨 유영철이나 이런 연쇄살인범들이 있습니다만, 그만큼까진 가지 않았어요. 그러나 우리가 지역과 연계해서 오히려 유영철이 어느 지역에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없지만 이춘재가 화성 지역에서 했던 그 사건들이 영화까지 만들어진 것 아니겠어요. 그랬을 때 제가 볼 때는 이제는 내적 전능감은 벗어나서 이제 끝났다 생각하고 오히려 본인 스스로가 범죄 역사에 새로운 하나의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물론 그 사이에 굉장히 많은 심정적 변화나 이런 진술들을 이끌어내기 위한 여러 굉장히 많은 노력들이 있었을 거고 그게 효과가 있었겠지만, 최종적으로 이춘재가 생각했던 심경의 변화의 핵심은 뭐였을까. 외적인 자극에 의한 것이었을까. 아마 내적인 판단에 의한 게 아니었을까. 저는 생각해봅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에 수사와 관련해서 법최면이라고 하는 것이 도움을 줬다, 이런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한참이던 1986년 9월부터 91년 4월까지 화성에서 성폭행이 있었는데 성폭행을 당한 30대 여성 A씨에 대해서 지난주에 한 시간 동안 최면을 해봤다는 거예요. 그랬더니 자신이 성폭행 당했을 때 자신의 옷으로 결박당하는 그런 것들도 기억해내고. 그래서 이걸 단서로 해서 추궁을 하고 그랬더니 자백을 하더라. 그러면 법최면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수사기법으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건가요?

◆ 백기종: 그렇습니다. 법최면 수사가 과학수사의 일환인데요. 법최면 수사라고 하는 부분은 예를 들어서 10년 전에 어느 지역엘 갔는데 자동차를 봤다. 이런 사례를 들면 그 자동차가 스쳐 지나가는데 그때 자기는 지금 기억을 못하지만 자기 뇌리에 들어와요, 시야에. 그런데 그게 저장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걸 인위적으로 끌어내는 방법인데. 이게 뭐냐면 뇌 속에 저장된 그 차량 번호라든가 색깔이라든가 형태라든가, 이런 것을 최면 상태에서 밝혀내는 거거든요. 그런 부분인데, 지금 이춘재 같은 경우에는 자백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죠. 왜 그러냐. 많이 밝혀졌지만 목격자 진술, 그리고 현장에서 여성 한 분이 동물의 변 때문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도주한 현장도 있었거든요. 그런 부분. 그다음에 법최면 수사. 그리고 또 하나, 이게 소위 프로파일러들이 라포를 형성한다고 하는 부분은 설득 방법도 하나에요. 어떤 거냐면, DNA라고 하는 부분은 정말 10억이면 10억 모두 다 다르고, 그다음에 현장에서 나온 부분과 여기에 있는 당신의 DNA 유전자는 일치한다고 나오면 이것은 거역할 수 없는 거다, 라고 하는 설득. 이런 부분 때문에 자포자기 형태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 가지 정황들을 이춘재한테 이야기하고 설득하고, 그리고 어차피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당신 어차피 무기징역형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반성하는 모습, 그리고 회개하는 모습, 이런 부분들이 유족의 마음을 위로하고 돌아가신 영혼들에도 사죄하는 것이다, 라고 하는 설득. 이런 부분들이 결국 겹쳐져서 자백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봅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우리가 여기서 잠깐 법의학 전문가 이야기를 듣고 가겠습니다. 그동안 범행을 부인해 왔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이 씨가 자백하게 된 또 다른 결정적인 배경이 바로 DNA 검사 결과라는 건데요. 5차·7차·9차 사건의 DNA가 일치한 것 이외에 4차 사건에서는 5가지 이상의 유류품에서 DNA가 나왔다. 이게 아주 결정적이었다, 이런 얘긴데요. 과학수사기법의 발전이 결국 이번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주요한 열쇠가 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국내 법의학계 권위자이신, 그리고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전자 분석을 맡으신,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 전화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이하 이정빈): 네, 여보세요.

◇ 노영희: 드디어 자백이 나온 건데요. 25년 만에 과학수사로 미제사건이 풀렸다. 당시 유전자 분석을 직접 담당하셨던 분으로서 소회가 어떠신가요?

☎ 이정빈: 언젠가는 잡히게 되겠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남아있다, 있기만 하다면.

◇ 노영희: 지난번 인터뷰에서도 사실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때 당시에 90년대였는데 일본에 유전자 분석을 맡겼고, 그런데 그게 잘못되는 바람에 우리가 방향을 잘못 잡게 되었고 좀 너무 아쉬웠다, 이런 이야기 하셨는데요. 이번에 이춘재를 특정하는 데 사용된 기술은 그때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해졌다. 그리고 지난번에 잠깐 간단하게 설명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쉽게 한 번만 더 기억을 더듬어서 설명해주시죠.

☎ 이정빈: 옛날 기법은 처음 그 당시가 지금 쓰는 기법 초기입니다. 제일 그 해, 90년에 그런 기법이 나왔거든요. 그래서 91년 처음 이 건에다가 적용을 하면서 그런 오류가 나왔겠죠. 그런데 그때 당시 필요한 세포 수는 대개 50개 이상 수가 많이 있어야 검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 기법이 점점 발달되면서 지금은 두서너 개, 아주 적은 수에서도 DNA를 찾아낼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땀 같은 거 흘린다고 그러면 그게 몇 방울, 한두 개, 두서너 개 세포가 있겠죠. 이런 것에서도 찾아낼 수 있는 기법. 아주 세밀한 기법입니다. 옷 여기저기에 몸싸움이든지 서로 버티든지 하면서, 또 가해자의 몸에서 나온 이런 것들이 꼭 정액이 아니더라도 다른 데 가서 묻게 되면 이걸 갖다가 찾아낼 수 있는 이런 아주 세밀한 기법이 나왔기 때문에 지금 같은 이번과 같은 결과가 나온 걸로 보고 있습니다.

◇ 노영희: 예전에는 분석하기 위해서 50개 이상의 세포 수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2~3개만 있어도 되니까. 어쨌든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겠습니다만, 혹시라도 범행을 당하신 피해자 분들은 끝까지 어쨌든 범죄자의 DNA를 확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요.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또 다른 미제사건들도 다 이렇게 풀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런 희망을 갖고 계시거든요. 혹시 경찰에서 지금 들여다보는 미제사건 중에서 추가로 이렇게 범인이 특정될 수 있을 만한 사건들이 있을까요?

☎ 이정빈: 지금 경찰들 알아보면 경찰들이 미제사건을 다시 다 쭉 분석하고 있습니다. 찾아낼 수 있는지, 없는지. 그래서 DNA가 남을 수 있는, 다시 얘기해서 세포가 남을 수 있는 이런 사건이고, 제일 저기 한 게 강간 사건이 제일 그럴듯한 사건이겠죠. 그런 사건이고. 그다음에 그 당시에 유류품이 다 남아 있고 이렇다면 그걸 한 번 다시 다 재조사할 필요가 있겠죠. 그래서 그게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그래가지고 유류품이 남아있고 세포가 묻어있을 수 있는 이런 것에 대해서 분석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강간사건, 미제 강간사건 등은 아마도 유류품이 남아 있다면 어느 정도 밝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세포가 묻어있을 수 있는 유류품들이 존재하는 사건이라든가 강간 사건이라든가, 이런 사건들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미제사건 전담반이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조금 응원하면서 지켜보자. 이런 얘기시네요.

☎ 이정빈: 그렇습니다.

◇ 노영희: 그러면 후배들이 끈질기게 노력한 끝에 이번 사건이 풀린 건데요. 여기에 대해서 자랑스러운 마음이 제일 큽니다만, 앞으로 이런 종류의 사건을 해결할 때 우리가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초동수사에서 증거 확보라든가 이런 측면에서요.

☎ 이정빈: 유류품은 꼭 보관돼야 하고, 그 보관 상태가 좋아야 할 거라고 봅니다. 이 사건이 풀릴 수 있었던 것은 유류품이 보관돼 있었다. 보관 상태가 좋다. 그렇게 해가지고 다시 재조사 해볼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라도 유사한 사건이 있다면 그 당장에 검사도 하겠지만 또 더 좋은 기술이 발달돼서 세포 하나에서도 딱 찾아낼 수 있는 이런 기술이 나온다면 다시 남아있는 유류품으로 검사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겠죠. 따라서 제일 중요한 것은 유류품 보관이라고 하겠습니다.

◇ 노영희: 단서 하나라도 소홀히 다루지 말고 중요하게 확보한 다음에 보관 상태를 아주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그런 게 필요하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라, 이런 말씀이신 거죠?

☎ 이정빈: 예, 예.

◇ 노영희: 고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정빈: 예,

◇ 노영희: 지금까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전자 분석을 맡으셨던,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지금 두 분은 인터뷰 들으셨는데요. 진짜 수사 실무를 담당하시는 분으로서 백기종 팀장님이 생각하시는 부분들도 어느 정도 일치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면 이호선 교수님 보시기에는 지금 우리 교수님 말씀하신 것은 물적 증거와 관련된 부분들에 대해서 말씀하셨잖아요. 그러면 제가 봐서는 심리분석과 관련된 자료들도 그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를 남겨놨다가 또 다시 한 번 다각도로 재구성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어떠세요?

◆ 이호선: 그렇죠. 우리가 사실 시간의 순서에 따라서 기억들을 나열한다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미묘한 여러 정보들을 안고 있거든요. 우리가 과거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난다든지, 혹은 과거의 진술과 현재의 진술이 잘 맞지 않는 경우에는 그 진술 사이의 간격에 대한 여러 분석들을 해볼 필요가 있잖아요. 우리가 지금 현재 미제사건이라고 하는 게 엄청난 사건들이 많이 있었고, 그 사건들 중에는 우리한테 알려진 충격적 미제사건들은 거의 대부분 이게 사회적 외상이에요. 이런 사회적 외상이라는 게 실제 위험요소가 관건이 아니라 혼란과 무력감인데. 만약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심리적 자료들을 여전히 남겨두고, 또 말씀하셨던 이런 물리적 자료들이 함께 나타나고 여기에 기술적 진보가 함께 이뤄진다면 제가 볼 때는 사회적 외상으로 거대하게 우리한테 마치 쌓인 먼지처럼 들러붙어 있는 사회적 두려움과 집단이 가지고 있었던 여러 어려움들을 풀어내는 데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 노영희: 그렇군요. 사실 이번 사건의 아주 결정적 공헌자라고 한다면 프로파일러들의 역할을 우리가 또 말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주말도 잊어버리고 9번이나 대면하고, 끈질기게 그 사람과 라포를 형성하면서 단서 하나를 잡고서 물고 늘어졌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춘재 자백을 이끌어낸 주인공 중의 한 명이 2009년도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았던 프로파일러 공은경 경위라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프로파일러들은 정말로 우리들이 잘 모르는 뭔가 특별한 기술이 있는 건가요?

◆ 백기종: 예, 제 후배도 권일용 지금 동국대 사법경찰대학의 후배도 있고, 프로파일러 1호죠. 공은경 경위, 방금 말씀하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공은경 경위가 40세 프로파일러인데요. 사실 2009년도 강호순 연쇄 살인사건에 여성으로서 흉악한 범인을 접견하고 투입이 돼서 여러 차례에 걸쳐서 결국 라포, 말씀하신 라포를 형성해서 자백을 이끌어내기도 했었는데. 프로파일링 기법이라고 하는 부분은 사실 체계적인 공부를 해야 하고요. 그다음에 심리분석이라든가 범인, 소위 흉악한 범인이라도 그 사람의 성격, 심리에 접근해서 친근감을 형성한 다음에 자백을 이끌어내는 이런 기법인데. 결국 공은경 경위 같은 사람들이 이번에도 9차례나 반복해서 9명이 투입돼서 자백을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는데. 사실 프로파일링 기법이라고 하는 부분은 체계적인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일선에서 현장 경험, 사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앞에서 보면 보도에 ‘프로파일러와 형사’라고 돼 있잖아요. 베테랑 형사들이 투입되면 많은 사건을 하면서 범인들의 심리를 자기도 모르게 익혀요.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행동 패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고, 그다음에 그 가정형편이나 부모관계를 캐치해서 대화를 나누게 되면 그 사람이 쉽게 무너지는 경우가 있죠, 쉽게 말씀드리면. 그래서 결국 자백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금 더 말씀드리면 지금 장기 미제사건이 2011년도부터 시행됐잖아요. 그런데 대체로 DNA에 의해서 밝혀진 유명한 사건이 바로 17세 된 여고생 드들강 성폭행 살인사건, 이게 2001년도였고요. 그다음에 98년도에 유명한 사건 있었죠. 그때 한참 전셋집을 보러 다니는 여성이 많았는데 전셋집을 보러 가는 여성을 집안에서 살해하고 성폭행하고 강도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것도 무려 20년 만에 뭐로 밝혀졌냐면 바로 유전자, DNA로 밝혀졌어요. 이런 것들인데, 현재 장기 미제사건 20여년 이상, 15년 이상 된 사건이 지금 52건이 해결됐습니다. 265건의 장기 미제사건 중에 52건이 해결됐다고 하면 굉장히 큰 성과거든요. 앞으로도 이정빈 교수님 말씀하셨지만 유류품만 남아있다고 하면 거기서 채집된 DNA가 지금 전국에서 검거되지 않은 흉악범들을 벌벌 떨게 하는 그런 기법이다. 그래서 2010년도부터 DNA법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하고, 그다음에 강력한 범죄를 저질러서 수감 중인 사람과 대조작업이 계속되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하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장기 미제사건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봅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결과적으로는 공소시효가 다 이미 끝나서 처벌은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이런 사람을 꼭 잡아야 한다. 이런 이야기 지금 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결국 완전범죄는 없다라고 하는 믿음을 우리가 확인을 한 번 해봐야 하는 것이고. 또 가해자의 심리, 피해자의 심리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정확히 인식해서 앞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활용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이호선 교수님, 우리가 이런 식의 범인들을 끝까지 추적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또 그리고 이런 사건을 바라볼 때 우리 국민들이 어떠한 식의 접근방법이나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좋을지 한 번 얘기 좀 해주세요.

◆ 이호선: 제가 아까 잠깐 말씀드렸는데, 우리한테 남겨진 충격적 미제사건은 이게 그냥 개인적 사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외상이어서 사실 이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집단 무의식 속에 아주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지 결국 풀리고 혹은 결국 범인은 잡힌다. 이런 결과를 귀로 듣고 눈으로 보게 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해소 효과를 내는데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집단불안은 당연히 줄어들고요. 그리고 보호체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증가하게 되고. 그리고 이런 사건들이 계속 풀려나가고 잡힌다는 걸 알고, 누군가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걸 알면 범죄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완전범죄에 대한 꿈은 당연히 사라지는 거죠. 범죄예방 효과까지 있기 때문에 사실 끝까지 잡겠다. 그리고 반드시 잡는다, 라는 말은 굉장히 의미 있는 말이고 또 치유적인 말이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특별히 이런 말을 듣고 그 말에 대해서 부정하거나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렇구나, 라는 걸 우리가 이런 사건사고를 통해서, 이번 이춘재 건도 그렇고 다른 사건들을 통해서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일종의 심리적 보호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사건이 해소됐구나, 그러면 단순한 해소가 아니라 내 스스로도 안정감도 확보되는구나.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이렇게 해결될 수 있구나라는 일련의 사회적 학습이 진행되는 거기 때문에요. 저는 국민의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에 대한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이런 종류의 문제해결은 직접 피해자뿐만 아니라 우리 온 국민에 대해서 사회가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의미에서, 또 범죄 예방 효과를 가져온단 측면에서 매우 필요하다. 이런 얘기인 것 같습니다. 두 분 말씀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백기종, 이호선: 안녕히 계세요.

◇ 노영희: 지금까지 백기종 전 팀장, 이호선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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