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탄광에서, 아이들이 죽어갔다

바다에서, 탄광에서, 아이들이 죽어갔다

2019.08.14. 오전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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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일제 강점기 아동 강제동원 실상을 중점 보도합니다.

당시 식민지 조선의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어린이 사망 사례는 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일부는 기록으로 확인됩니다.

고한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45년 4월, 일본군은 전남 해남 옥매광산에서 일하던 조선인 노무자 2백여 명을 강제로 끌고 제주도로 갔습니다.

모슬포 인근에서 방어진지 만드는데 동원됐던 그들은, 4개월 뒤 해방을 맞고 꿈에 그리던 귀향길에 오릅니다.

그러나 해방의 기쁨도 잠시, 타고 가던 배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절반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수장된 노무자 명단 가운데는 14살 안 된 어린이 2명도 포함됐습니다.

[박철희 / 옥매광산 유족회장 : 너무 어린 사람들 데려가서 수장시켰으니 죄 받을 사람들이에요. 진짜 사죄라도 받고 싶은데 그것이 나 살아서 될지 안 될지 모르겠어요.]

일제 강점기, 얼마나 많은 식민지 조선의 아이들이 강제동원 돼 일하다 목숨을 잃었는지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난 2013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조사 위원회에 접수된 피해 현황을 보면 일부 사망 사례가 확인됩니다.

한반도 내 군수 시설에서 일하다 숨졌다고 신고된 건 1,073명.

이 중 가장 어린 나이는 만 10살, 14살 이하는 32명입니다.

비행장 만들고 철도 놓는 토목 공사를 하다가, 탄광에서 철광석을 캐다가, 사고로 혹은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주린 배를 달래며 아동 노예나 다름없는 노동을 강요당했던 생존자들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고통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옥순 / 10살에 강제동원 : 강냉이 열 알. 한 끼 밥이…. 그거를 먹고 그 기계를 다 돌려야만 해요….]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중노동과 심각한 영양 부족.

그렇게 아이들이 죽어갔지만, 일본은 강제동원 사과는커녕, 여전히 식민지 지배가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합니다.

YTN 고한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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