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룰 논란' 여대 男 강사 강의 배제…"여대 가면 바닥만 보고 걸어"

'펜스룰 논란' 여대 男 강사 강의 배제…"여대 가면 바닥만 보고 걸어"

2019.07.15. 오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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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룰 논란' 여대 男 강사 강의 배제…"여대 가면 바닥만 보고 걸어"
숙명여자대학교 전경 제공=숙명여자대학교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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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모 학부에 출강하던 남자 강사가 자신의 SNS에 '펜스룰'이 연상되는 글을 올렸다 논란이 일자 다음 학기 강의에서 배제됐다.

15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이 학교에 출강하던 강사 A 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사진을 올리며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고개를 돌려 다른 데를 본다.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A 씨는 "여대에 가면 바닥만 보고 걷는 편"이라며 "죄를 지은 건 아니지만 그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어 "내가 인사 못 하면 바닥 보느라 그런 거야. 오해하지 마. 얘들아"라고 덧붙였다.

이에 해당 학부 학생회는 A 씨의 글이 펜스룰을 강조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에게 입장문을 요구했다. 또한 학부장 등 교수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하원의원 시절이던 2002년 인터뷰에서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 유래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지를 줄여 나가고 스스로 조심하자는 의미가 담겨있지만, 여성들과 얽히는 일 자체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며 사회 속에서 여성 배제하거나 고립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A 씨는 입장문에서 "글을 보고 불편함을 느꼈다면 무조건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불필요한 오해를 안 사게 주의하는 행동으로 바닥을 보고 다닌다는 내용인데 오해를 사서 안타깝다"며 "(여대생을) 예민한 여성 집단으로 생각한 적도 없으며 그러한 의도도 없다. 바닥만 보다가 학생 인사를 못 받아준 적이 있어서 글을 올린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학부는 교수 회의를 통해 오는 2학기부터 A 씨에게 강의를 맡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소통 방식이 적절하지 못해 A 씨가 자숙하고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2학기 강의에서 배제하기로 했다"며 "다만 2019학년도까지 한 계약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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