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쿵'...차에 치인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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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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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쿵'...차에 치인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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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도로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이고 어떡해, 저걸 어떡하면 좋아." 길가에 있던 아주머니들의 탄식, 도로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있었습니다.

[와이파일] '쿵'...차에 치인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법

다급하게 바둥거리는 앞다리, 꺾여 있는 등, 꿈쩍도 하지 않는 뒷다리. 미처 SUV를 피하지 못한 고양이의 모습은 참혹했습니다.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다른 차들이 고양이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그 순간, 어머니 한 분이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가까스로 차를 막은 뒤 양손으로 고양이의 양발을 잡고 번쩍 들어 인도로 옮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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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가장자리로 옮겨진 고양이

고양이는 고통에 몸부림쳤습니다. 애써 올려놓은 한 뼘 높이의 인도에서 다시 도로로 힘없이 떨어졌습니다. 제발 도와달라고 온몸으로 절규하는 몸짓 같았습니다. 제 머릿속은 하얘졌습니다. 결국 119를 눌렀습니다.

119: 119입니다.
기자: 아예 제가 여쭤보려고 전화를 드렸는데요. 도로에서 고양이가 치여 갖고 죽지는 않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119: 선생님, 110번으로 전화 한번 주실래요?
기자: 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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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에 전화한 뒤 도착한 문자들

110은 정부민원안내 콜센터입니다. 정부 관련 민원을 상담해주는 전화번호입니다. 저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110: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기자: 도로에서 고양이가 치였는데요. 죽지는 않고 다리를 못 쓰는 상황인데, 혹시 이런 경우에는 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110: 선생님, 동물 보호는 시청이나 구청 쪽에서 담당하고 있어서 제가 연결을 해드리겠는데요. 끊지 말고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시청과 연결됐습니다.

기자: 도로 지나다가 여기 길고양이가 치여서 죽지는 않고 다리를 못 쓰는 상황인데, 이런 경우에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시청: 잠시만요. 선생님, 거기 위치가 어디인가요?
기자: 여수엑스포 신항 앞인데요.
시청: 선생님, 알아보고 전화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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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 직후 고양이의 모습

전화를 끊고 고양이를 봤습니다. 두 눈을 뜨고 입을 벌린 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등에는 아직 온기가 따뜻하게 남아있는데, 털도 이렇게 보드랍게 만질 수 있는데, 고양이는 이미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제가 엉뚱한 곳에 전화하느라 5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사이에 말입니다.




▲ [영상] 로드킬 후 고양이의 모습. 취재진이 다른 건으로 출장을 나왔다가 촬영했다

조금 전까지는 산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서였다면 이제는 죽은 고양이를 떠나보내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했습니다. 그대로 둔다면 또 차량에 밟힐 게 분명했으니까요. 휴대전화로 검색해보니,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리면 된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근처 슈퍼로 가서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한 장을 샀습니다. 그리고 죽은 아이를 넣었습니다. 나중에 슈퍼에서 산 고양이 간식 2개를 고양이 옆에 넣어주었습니다.




▲ [영상] 죽은 고양이를 쓰레기봉투에 넣는 모습

동물 취재를 종종 했지만, 고양이 2마리를 3년 넘게 키우고 있지만 눈앞이 깜깜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고양이나 개를 잘 모르는 시청자분들도 저처럼 저 상황에서 당황하시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로드킬 당한 개나 고양이를 봤을 때, 저같이 잘못된 방법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그래서 혹시라도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대처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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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119, 110, 시청과의 통화 내역. 119는 응급 신고를 받는 곳이기 때문에 로드킬 상황에서 전화를 걸면 119 구조대원분들의 업무를 방해할 수 있다

■ 로드킬 당한 개나 고양이가 죽었을 경우

1) 종량제 쓰레기봉투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제가 한 것처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보내주는 겁니다. 그러면 봉투에 담긴 다른 일반쓰레기와 함께 매립되거나 소각됩니다. 간혹 떠난 개나 고양이가 너무 불쌍해서 근처 야산이나 땅에 묻어주고 싶어 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안 됩니다. 불법입니다. 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상 생활폐기물인데요. 폐기물관리법 8조 2항에는 '허가 또는 승인을 받거나 신고한 폐기물처리시설이 아닌 곳에서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개인이 임의로 사체를 땅에 묻거나 소각하면 68조 3항에 의거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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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봉투에 담긴 고양이

2) 반려동물 화장업체
어떻게 불쌍한 고양이를 봉투에 버리냐, 더 마음을 써서 보내주고 싶다, 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반려동물 화장업체가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에 '반려동물 화장', '반려동물 장례'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회사가 나오는데요. 그 중 한 곳을 골라 연락해서 화장하시면 됩니다. 비용은 적게는 7, 8만 원에서 20, 30만 원 정도입니다. 보통 사체의 크기가 클수록 화장 비용이 비싸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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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장례식

이런 업체는 피하셔야 합니다. 이동식 장례 차량에서 사체를 소각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곳인데요. 불법입니다. 화장 시설을 운영하려면 법에서 정한 여러 복잡한 기준을 갖춰야 합니다. 이런 이동식 장례 차량은 법에서 정한 기준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동물 화장시설도 사람 화장시설처럼 혐오 시설로 인식되다 보니, 적지 않은 합법 화장터가 교외에 있는데요. 그 빈틈을 노려 어디든 사체가 있는 곳으로 와서 불법 화장을 해준다고 홍보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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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발전 가로막는 동물 화장장 결사 반대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3) 고속도로나 국도에서는 110으로 전화
시내가 아닌 고속도로나 국도에서는 사체를 직접 처리하는 게 위험합니다. 길가에 차 세우고 동물을 치우려다 뒤에 오는 차에 치여 2차 사고가 날 수 있어서인데요. 그럴 때는 110으로 전화하시면 됩니다. 고속도로와 국도 모두 이쪽으로 거시면 되고요. 고속도로라면 도로공사 콜센터인 1588-2504로 전화하시면 좀 더 빨리 연결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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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 휴게소에 붙어 있는 로드킬 신고 포스터

■ 로드킬 당한 개나 고양이가 살았을 경우

1) 주변 동물병원에 데려가 사비로 치료
안타깝지만 구조한 개인이 사실상 모든 것을 부담해야 합니다.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어서인데요. 먼저 휴대전화로 내 주변에 있는 동물병원을 검색하고요. (밤이라면 24시간 동물병원) 거기서 차에 치인 개나 고양이를 데려가 치료하시면 됩니다. 길에서 살던 아이라면 완치된 뒤 보호소 같은 곳에 맡기시는 것도 방법이고요. 불행 중 다행으로 누군가 집에서 키우던 아이인데 길을 잃어서 사고를 당한 거라면 반려동물 몸 안에 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등록제라고 해서 2014년부터 시행된 제도인데요. 그 칩을 통해 주인을 찾아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병원에는 칩을 인식하는 리더기가 있으니 그렇게 주인을 찾아주시면 더없는 해피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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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에 제보된 로드킬 당한 강아지

2) 동물단체의 도움
일부 동물권 운동단체에서는 치료비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로드킬 당한 개나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입원시킨 뒤 해당 단체에 연락하면 치료비의 30~50%를 지원하는 건데요. 입원과 동시에 신청을 해야 하고, 완치 후 구조한 사람이 해당 동물을 책임져야 한다고 약속해야 하는 전제가 있습니다. 신청하시는 분이 워낙 많은데 재원은 한정돼 있어 모든 신청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는 못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단체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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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킬 사체 처리하는 과거의 서울시 기동팀

3) 야생동물이라면 전담 구조센터로 연락
'로드킬 등록 및 신고'라는 스마트폰 앱도 있습니다. 동물이 살아있는 경우 신고할 수 있는 지역별 야생동물구조센터 전화번호가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주로 개나 고양이 같은 유기동물이나 반려동물이 아닌, 새나 고라니 등 야생동물에 초점이 맞춰진 곳이라서요. 연락을 해도 직접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는 게 관련 협회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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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킬 등록 및 신고' 스마트폰 앱

■ 근본 해결책은 체계적인 관리

근본적인 해결책은 반려동물의 체계적인 관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개인이 몇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구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길거리에 개와 고양이가 넘쳐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거죠. 지금처럼 동물을 사고파는 데 별다른 제한이 없고, 동물을 가족이 아닌 물건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줄지 않는다면, 펫샵에서 산 개를 마음에 안 든다고 휴가철에 버리고, 팔리지 않는 고양이들이 거리에 넘쳐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도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겠죠.


취재기자: 한동오 [hdo86@ytn.co.kr]
촬영기자: 이상엽
영상편집: 이자은
VJ: 이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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