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어버이날...달라진 '효도 문화'

세계의 어버이날...달라진 '효도 문화'

2019.05.07. 오후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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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변상욱 앵커
■ 출연 : 오찬호 / 사회학자·작가, 이에바 / 국제회의 통·번역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는 관점이 다른 저녁 시간입니다.

내일이 5월 8일, 어버이날입니다. 어버이날을 맞아서 달라지는 효 문화에 대해서 오찬호 작가 그리고 에바 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 어서오십시오. 어버이날 있어요?

[에바]
네. 일단 러시아에는 저희가 부모의 날이라고 해서 부모님의 날인데 사실 오늘이에요. 오늘이 그날인데 저희가 한국은 살아계시는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선물드리고 그러시는데 저희는 돌아가신 분들 그러니까 이미 조상님들을 기리러 묘에 가거나 또는 돌아가신 부모님들을 기리러 묘에 찾아가는 그런 문화라서 보통 묘를 찾아가요, 부모의 날에.

그리고 이제 또 전 세계 사실 169여 개국에서 어머니의 날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어버이날은 미국에서 제일 먼저 시작됐는데 또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을 따로 챙기는 나라들도 일부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해서 중국, 일본, 독일, 터키, 케냐 등이 5월 둘째 일요일이 어머니의 날이라고 하고요. 캐나다는 6월 셋째 일요일을 아버지의 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한국에서는 카네이션을 선물로 드리는데 중국에서는 카네이션 대신에 원추리이라는 꽃을 드린다고 합니다.

이게 자녀들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근심을 잊으라는 그런 부모님께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담긴 그런 꽃이라고 하고.

영국은 또 정성이 담긴 선물을 준비하는데 한국에서 많이 주는 현금, 현금을 영국에서 주는 게 성의가 없다고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러시아도 따로 어머니의 날도 있고 가족의 날도 따로 있어서 한국처럼 어버이날 개념이랑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앵커]
에바 씨가 얘기한 대로 예전에 돈으로 드리면 아니, 이 녀석이 부모를 얼마나 생각 안 했으면 대충 알아서 사세요 이런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니까 에이, 몹쓸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뭘 선물해드리지 지난해에는 뭐 했고 다 꼼꼼하게 생각해 봤다가 필요로 하시는 걸 파악했는데 언제부터인가 현금이 당연히 넘버원이라고 하니까 계속 바뀌는 모양이에요.

[오찬호]
그래도 현금이 곧 정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공감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 꽃으로 퉁칠 생각하지 마라, 그런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요즘 오히려 받기 싫어하는 선물 조사 이런 걸 해 보면 꽃, 건강보조식품, 혹은 디지털 기계. 이런 것들이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건강보조식품 반갑지 않습니다. 쌓이기만 하고. 그래요. 그다음에 요새는 스마트폰 해드리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오찬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해서 약간 부담스러워 하시는 거죠. 내가 즐거워야 하는데 내가 끙끙 거리면서 기계나 만지고 있어야 되고 그런 면에서 내가 소비하고 싶다. 그러면서 현금이 대세가 되고 있죠.

[앵커]
현금이 대세. 좋습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저희 기자가 취재한 리포트를 보면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어버이날 부모님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은 뭘까.

[박영래 / 서울 불광동 : 무조건 돈이죠. 나이 든 사람들이 돈벌이가 없으니까 자식들이 돈을 좀 주면 좋은데.]

[김 순 / 인천 강화군 : 현금이나 상품권 이런 것이 아무래도 누구나 다 그렇듯이 좋더라고요.]

[기자]
지난 1년 동안 SNS에 어버이날 선물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를 분석해봤더니 현금을 포장한 '용돈 박스'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자식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전화와 편지도 2위와 3위로 뒤를 이었습니다.

[육정민 / 서울시 상암동 : 부모님께 못했던 말이나 하고 싶었던 말이나 그런 거를 손으로 담아서 드리면 제가 직접말 안 해도 바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

[김수민 / 수원시 율전동 : 평소에 꽃이나 편지 같은 거는 드리기 어려우니까이번 기회로 좀 감동하셨으면 좋겠어요.]

[기자]
미혼 자녀의 경우 부모님을 위한 선물로 '선을 본다'는 트렌드도 등장했습니다.

[최재원 / 다음소프트 이사 : 올해 새로 등장한 게 선이라고 하는 선물이 올라왔는데요. 이 의미는 비혼주의가 강해지면서 결혼 안 하겠다고 하는 자녀들이 많다 보니까 어버이날 선물로 '내가 선이라도 봐주겠다' 이런 느낌으로 해석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기자]
부모님이 제일 받기 싫어하는 선물은다름 아닌 책이었습니다. 열심히 살라는 압박으로 느끼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케이크와 꽃다발도 예상을 깨고 좋아하지 않는 선물 2, 3위에 올랐습니다. 또 부모님들이 사용하기 어려운 스마트 기기를 선호하지 않는 풍조를 반영한 것인지 휴대전화가 싫어하는 선물 5위를 차지했습니다.

YTN 이지은입니다.

[앵커]
저도 남 일 같지 않습니다마는 그러니까 결국 어제의 주인공 그러나 오늘은 떠밀려난 사람들. 이렇게 부모의 위치를 스탠스를 정해놓고 따지니까 선물이 저런 게 나오는 거 아닌가 싶네요.

[오찬호]
전통적인 노인의 상 같은 거죠. 그러니까 건강해라, 혹은 젊은이 하고 소통해라, 이런 건데 그냥 본인의 삶에 더 충실하게 소비하고 싶은 욕망이 강하니까 그래서 현금이 훨씬 더 실리적인 거죠.. 거죠.

[에바]
현금이 편하죠. 생각할 필요가 많이 없으니까 원하시는 거를 직접 사시는 게 더 좋지 않나 생각해서 편한 것 같아요.

[오찬호]
꽃도 감동이니까 현금이 더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앵커]
자기 결정권이나 선택권을 부모님에게 넘여드리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건 선물에 대한 이야기이고 효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오찬호]
결국은 우리가 현금 드린다고 정성이니 이런 말 하지 않는 분위기가 과거처럼 이제 효를 실천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까 과거에는 어떻게 부모에게 직접 하는 효의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각자 영역에서 잘사는 거예요, 그냥.

부모님을 부양하고 그런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더 구속되지 않고 그냥 각자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그 자체가 효가 되는 거죠.

이런 데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세대이고 자녀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거든요.

이들이 이런 어떤 자신의 억울함이라 그럴까 이런 것을 보상받으려고 하지 않아요. 내 자녀들이 나에게 구속되지 않고 종속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굉장히 잘했으면 좋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현대 사회에서 효심이 가득한 사람이에요, 그런 상주고 하는 거 있잖아요. 그런 것도 조금 변화가 돼서 개인이 행복한 것이 가장 좋은 사회다, 그런 흐름으로 가야 되겠죠.

[앵커]
유대 격언에 그런 게 있었거든요. 한 아버지가 열 아들을 키울 수 있어도 열 아들이 한 아버지 제대로 못 모실 거다, 이거 다 옛날이야기입니다.

탈무드의 격언도 바꾸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에바 씨 다른 나라에서 효도의 개념이 무엇인가요?

[에바]
효도, 일단 미국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일반적인 그런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미국인들도 효도 문화가 약간 동양식 유교 관습이랑 사뭇 비슷하다고 해요.

심지어 메사추세츠와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부모의 부양을 거부하는 자식에 대해서 강제집행 또는 징역형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도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사실 러시아도 일단 부모 부양과 지원이 필요한 부모에게 부양료를 지급해야 되는 법률이 있어요.

그런데 한국의 그 효도라는 개념과 러시아가 생각하는 부모 공경, 저희가 번역할 때도 효도라는 그 말을 번역하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이게 한국만의 그런 문화인 것 같아요.

[앵커]
영어로 하면 뭐라고 그래요? 효?

[에바]
영어로 그러면 뭐라고 하죠?

[오찬호]
효.

[에바]
저희는 러시아 어로 풀다보니까 부모의 공경이라고 하거든요.

[앵커]
리스펙트 러브.

[에바]
그렇죠. 존경, 사랑 이렇게밖에 안 되니까 이게 개념 자체가 다르고 또 러시아는 반대로 부모가 아이를 굉장히, 그러니까 자녀를 굉장히 사랑하는 문화가 좀 더 세요.

그래서 오히려 부모님이 아이를 떠나보내려하지 않고 독립시키려고 하지 않되, 오히려 아이가 아, 난 이제 부모님이랑 그만 살아야겠다, 귀찮다.

부모의 사랑이 케어가 너무 심하다라고 해서 독립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게 좀 뒤바뀐 거죠, 어떻게 보면.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건 그냥 부모님이 그 아이랑 살고 싶어서 사는 거지, 아이가 부모를 모시기 위해서 같이 사는 그런 개념이 아니에요.

[앵커]
동양에서의 효나 예라고 하는 것은 절대자인 신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 그다음에 군주와 신하의 관계. 이런 거랑 다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그동안 통역하려고 애썼겠어요.

[에바]
정말 저희가 종교적인 부분이 많아서 참 어렵습니다.

[앵커]
그런데 결국 효는 가족하고의 문제이니까 가족의 개념 자체가 세태에 따라 달라지는 거겠죠.

[오찬호]
그렇습니다. 이 변화에 대해서 제대로 해석을 해야겠죠. 세상이 끝장났어 이런 식으로 해석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저는 오히려 지금까지 가족공동체가 더 개인을 핍박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회 시스템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공동체가 굉장히 똘똘 뭉쳐야 되거든요.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자기 역할을 잘하고 즉 희생을 전제해서 가족이 돌아가는 것이죠.
이제 그런 것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의문을 제기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

이제 그런 걸 요구하는 측면에서 효의 개념이 달라지니까 이런 것을 가족의 붕괴, 전통의 해체 이런 거창한 단어로 해석하지 말고 불평등을 찾아내고 불평등을 없앨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 가야겠죠.

[앵커]
아무튼 가족이 최후의 보루이고 최후의 방어선, 저지선이고 사회 안전망에 마지막도 가족이고 그러니까 가족이 포기하면 다 같이 포기해야 되고 이런 거였는데 이런 게 아니고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들은 빨리 떠맡아야 되겠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오 선생님, 에바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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