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만 명이 이용하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 가슴은 멍드는 이유

2500만 명이 이용하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 가슴은 멍드는 이유

2019.03.25. 오후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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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만 명이 이용하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 가슴은 멍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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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준비위원장


2500만 명이 이용하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 가슴은 멍드는 이유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오늘 휴일인데, 밥하기도 귀찮고, 혹시 배달음식 시켜 드셨습니까? 최근에는 전화 배달이 아니라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많이 이용하시던데요.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이용자 수가 2013년 87만 명에서 올해 2500만 명으로 무려 29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가 이렇게 늘면, 당연히 배달을 해주시는 분들의 수도 그만큼 폭발적으로 늘어야 가능한 일일 텐데요. 오늘 열린라디오 YTN, 사람이 먼저, 시간에는 배달을 해주시는 라이더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준비위원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준비위원장(이하 박정훈)>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라이더유니온. 이제 막 출범을 앞두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어떤 단체입니까?

◆ 박정훈> 라이더들이 배달을 하다 보면, 사고의 위험도 있고, 손님들로부터의 갑질, 그리고 사장님으로부터의 부당한 일들을 당하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는데 라이더들은 혼자 일하거든요. 그래서 뭉치기가 쉽지 않아서 같이 모여서 우리 이야기를 말해보자, 이렇게 해서 라이더유니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김양원> 쉽지 않은 일, 시작하셨어요. 그러면 박정훈 위원장님도 배달 일을 하고 계세요?

◆ 박정훈> 네, 배달하고 있습니다. 지금 프렌차이즈 업체에서 배달 일을 주 3회 정도 하고 있습니다.

◇ 김양원> 그리고 나머지는 유니온 일을 하고 계시고요?

◆ 박정훈> 그렇습니다.

◇ 김양원> 사실 배달 일을 하시다 보면, 아까 갑질, 또 부당대우,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아무래도 평소에 위원장님이 일을 하시면서 몸소 느꼈던 문제점들을 바꿔보자, 조금 낫게 해결해보자, 이런 취지로 유니온을 출범시키기로 하셨을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 박정훈> 제가 일하고 있는 프렌차이즈 매장에서는 한여름이었는데, 헬멧 같은 것을 공용으로 사용하더라고요. 그래서 헬멧이 앞사람의 땀에 절어서 헬멧을 쓰고 나면 정말 냄새가 심하거든요. 그리고 보호 장구도 공용으로 지급했는데, 저는 몸이 작은 편이고, 제 직장 동료 같은 경우는 몸이 엄청 큰 편인데요. 팔꿈치나 무릎 보호대 같은 경우 끈을 늘렸다가 줄였다가 자주 그러니까 헐거워져서 무릎 보호대가 끌려다니는, 하나마나한 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안전을 위해서도 개인 지급을 하라고 이야기했더니 실제로 이것이 바뀌더라고요. 그런 경험도 있었고, 지난 여름에 워낙 덥지 않았습니까? 폭염에 우리 노동에 대한 존중을 해달라는 의미에서 폭염수당 100원 1인 시위를 했었고요.

◇ 김양원> 폭염수당 100원이요? 1000원도 아니고요?

◆ 박정훈> 위험수당을 너무 높게 부르면 안 좋습니다. 왜냐하면, 라이더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더 열심히 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저는 어쨌든 여름에 일하는 수고로움에 대한 회사의 존중을 보여 달라는 의미에서 폭염수당 100원 얘기를 했었고, 이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아서 제가 라이더유니온이라는 조직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적 책임감, 이런 것을 느꼈습니다. 노동자 이야기가 언론에 나오거나 신문, 방송에 나오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까?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겠다, 그러려면 조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라이더유니온을 만들게 됐습니다.

◇ 김양원> 그러셨군요. 아까 제가 서두에도 말씀드렸지만, 최근에 배달 관련 시장이 커졌어요. 커지다 보니까 당연히 그 일을 하시는 분들도 수가 많아지지 않았을까, 짐작이 되는데요. 파악된 숫자가 있습니까?

◆ 박정훈> 현재 정확하게 파악된 숫자는 없고, 일부 논문 중에서 통계상으로는 늘참 배달업이라고 하는데, 이게 전국적으로 1만 명이라고 나와 있는데요. 말도 안 되는 숫자죠. 훨씬 더 많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배달 대행의 유명 업체가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라이더가 1만 명 정도 된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통계상 1만 명이라고 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해서 일단 국가에서 실태조사부터 제대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양원> 아까 저희 배달앱 이용자 수가 2500만 명이라고 했어요. 물론 누적이겠지만. 우리나라 인구 중 대다수가 배달앱을 이용하시는 건데, 1만 명으로 2500만 명한테 배달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그러면 라이더유니온을 찾는 분들, 찾아오시는 분들, 이렇게 라이더유니온을 찾는 분들은 대부분 어떤 문제로 찾아오십니까?

◆ 박정훈> 연락 오셨던 분들은 원래부터 라이더들의 조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평소 고민했던 분들이 일차적으로 왔었고요. 두 번째로는 사고를 당하셨거나, 혹은 직장 내에서 갑질을 당하셨거나 이 일에 대해서 라이더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에 대해서 위로를 받으신 분들이 많아요. 왜냐하면, 라이더 일을 한다고 주변에 말을 하기가 굉장히 힘들거든요. 보통 혼자 일하고, 자신의 고통이라든지, 힘들었던 점, 기쁨도 있거든요. 이런 것을 나눌 수 있는 집단 자체가 잘 없기 때문에 그 마음을 이해해준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느끼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 김양원> 그렇군요. 갑질이나 내가 피해를 당했던 사고, 이런 것들도 있지만 공감, 동료로서 같은 일에 종사하는 동료로서의 공감을 얻고 싶은 분들의 욕구가 있었군요?

◆ 박정훈> 그래서 저희가 한 달의 한 번 정모를 하는데, 이분들이 정말 말이 많으세요. 집에 가지를 않으세요. 12시 넘게 얘기하시고요.

◇ 김양원> 아무래도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시잖아요. 이러다 보니까 교통사고에 굉장히 취약할 것 같고요. 아무래도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가장 많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 박정훈> 프렌차이즈에 소속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신분의 노동자 같은 경우는 사고가 났을 때 근로자 신분의 산재 처리도 잘 안 해줘요. 이것은 산재에 대한 오해, 그리고 사장님들이 이것에 대해 산재 처리를 하기 싫어하는 것 때문에 그런 건데요. 하지만 법적으로는 가능한 사안이고요. 그런데 배달 대행 같은 경우는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오토바이에 대한 소유권도 자신한테 있어요. 리스에요. 사고가 났을 때 오토바이의 수리비 같은 것을 다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어떤 경우냐면, 오토바이 보험 같은 경우는 자기 차량 파괴에 대한 손해보험이 있지 않아요.

◇ 김양원> 워낙 사고율이 높다 보니까 그렇겠죠.

◆ 박정훈> 그렇죠. 그리고 자기 신체에 대한 보장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배달용 보험을 들려고 하면, 저 같은 30대 같은 경우 연 300만 원, 20대 같은 경우는 500~600만 원을 내거든요. 이런 자기 차량에 대한 손해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 사고에서 오토바이의 과실률이 높으면 자기가 벌었던 돈을 다 덤탱이 써야 하는 경우가 있고요. 이제 이런 사고의 위험이라든지, 사고 이후의 치료비라든지, 이런 것들을 다 일하는 사람에게 떠넘기는 형태. 이것을 소위 ‘플랫폼 노동’이라는 형태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양원> 참 플랫폼 이야기를 미디어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플랫폼에 관한 이야기를 이 앞에도 했거든요. 그런데 플랫폼 노동이라는 것은 또 생소한데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프렌차이즈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 신분이어도 산재 보상이나 이런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데,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그냥 일반 음식점이나 영업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오죽하겠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러면 저희가 택배나 퀵서비스 같은 다른 배달 노동자들도 있잖아요. 이런 분들하고는 차이가 있나요?

◆ 박정훈> 차이가 있다면 퀵서비스 같은 경우는 장거리라서 이분들은 배달하시는 분들보다 훨씬 사고 위험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긴 거리를 시간 안에 가야 하기 때문에 속도를 많이 내야하고, 위험한 경우고요. 그다음에 택배 같은 경우는 산업이 들어서면서부터 저가, 아직도 무료 배송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배송료 2500원을 매우 아까워하시고요. 배달 한 건당 택배 기사가 받는 돈이 100원 정도인데, 배송 서비스가 공짜라는 인식 자체가 문제인 사업장인 거예요. 새벽에도 오시고요. 노동 시간이 제한이 없는 것들, 이런 것이 매우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죠.

◇ 김양원> 그렇군요. 사실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 이것이 노동자의 기본권이죠. 이것부터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말씀하시니까 답답하네요. 해결 방안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래서 라이더유니온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고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세요?

◆ 박정훈> 일단 최근에 사고에 대한 상담들을 많이 하고 있고요. 최근에 들어온 상담 중에는 음식 가게에 고용된 라이더인데, 이분들은 산재 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산재 처리가 가능한 근로자 신분이거든요. 지금 최근에 배달법이 바뀌어서 개인 사업자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산재 가입을 하지 않았더라도 산재 처리가 되도록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산재 처리하면 되는데, 이번 같은 케이스는 뺑소니를 당하셨는데, 뺑소니 범을 못 잡았어요. 그랬더니 사장이 치료비는 주겠는데, 오토바이 수리비는 네가 내라. 뺑소니를 당했는데. 그래서 저희가 상담만 했었는데, 라이더유니온이라는 말만 했더니 사장님이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한 사례가 있었고요. 수리비도 내주시겠다고 했고요. 최근에 포항의 한 배달 대행 같은 경우는 혼자 넘어졌는데, 배달 대행사와 수리 업체와 오토바이 리스 업체가 같은 곳이에요. 근로자가 넘어진 오토바이에 대해서 여쭤보니 수리비 견적서로 190만 원 정도를 근로자에게 청구한 사례도 있어서 보통 이렇게 얘기할 때 사장님이 협박조로 얘기하시거든요. 내용증명 보냈다,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건데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저희가 변호사님과 법률 대응을 진행하고 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곧 포항으로 내려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 김양원>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배달 노동자분들이나 아니면 그 가족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혹시 내가 도움을 받고 싶다, 이런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 박정훈> 지금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해서 신분에 상관없이 사고가 났을 때 산재처리가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라이더유니온을 찾아주시면 되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검색하셔도 되고, 페이스북에서도 검색하시면 되니까 꼭 찾아오셔서 상담을 받으시길 바라고요. 다만 이거 한 가지만 기억하셔야 할 게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라는 게 있어요. 이것을 쓰게 되면 산재 적용이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산재 가입을 안 하신다고 하더라도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만큼은 쓰지 마시기 부탁드립니다.

◇ 김양원> 네, 알겠습니다. 방송 듣고 계시는 배달 노동자분들, 그리고 그 가족분들. 지금 박정훈 위원장께서 하신 말씀 명심하시고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꼭 도움 받으시길 바랍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박정훈> 네, 고맙습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배달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준비모임이죠.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준비위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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