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 SK케미칼이 숨겨온 '유해성 보고서' 확인...내일 영장심사

단독 檢, SK케미칼이 숨겨온 '유해성 보고서' 확인...내일 영장심사

2019.03.13. 오후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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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수사에 나선 검찰이 살균제 원료를 독점 공급했던 SK케미칼 임원들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의심되는 연구 보고서 문건을 SK케미칼이 최근까지 숨겨놓은 것으로 YTN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6년 국정조사에서 SK케미칼 대표가 이 문건이 없다고 진술해 위증이 의심됩니다.

신지원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SK케미칼은 지난 1990년대 초반, '가습기 메이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서울대학교 이영순 교수팀에 유해성 실험을 의뢰했습니다.

당시 연구팀은 6개월에 거친 실험 끝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백혈구 수가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SK케미칼은 제품 출시를 강행했고, 2016년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국정조사에서 연구 보고서 제출을 요구받았습니다.

당시 김 철 SK케미칼 대표는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문건을 찾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송기석 / 前 국민의당 의원 (2016년 8월 국정조사) : (1994년) 흡입 독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 안전성 확인했다고 했지만, 아직 연구에 관한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왜 그렇죠?]

[김 철 / SK케미칼 대표 (2016년 8월 국정조사) : 서울대학교 연구소에 그 문서가 보관되어있지 않고, 또 저희도 그 문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아서….]

사건을 재수사하는 검찰은 그러나 지난달 압수수색에서 이 연구보고서가 최근까지 관계자의 손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전직 간부의 하드디스크에서 유해성 연구 보고서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이 삭제된 흔적을 발견한 겁니다.

검찰은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인식하고 해당 연구 보고서를 숨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만약 김철 대표가 이를 알고 있었다면 국정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미 2016년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회기가 종료돼 고발이 어려운 만큼, 위증죄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가습기 피해자 측은 국회에 개정안 발의를 촉구할 방침입니다.

[김기태 /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 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 특별조사위원회나 국회의 회기가 끝난 이후에도 증인이 만약 위증했다면, 일정 기간 내에 3년이든 5년이든 고발할 수 있도록 법률안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검찰은 김 대표가 유해성 연구 보고서를 감춘 정황을 알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입니다.

YTN 신지원[jiwonsh@ytn.co.kr]입니다.

[앵커]
검찰은 SK케미칼 임직원들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감추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조직적으로 은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차 수사 때 검찰의 칼끝을 피했던 SK케미칼 부사장 등 임직원들은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구속 갈림길에 섰습니다.

양일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3년,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질병관리본부는 대대적인 피해의심사례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러자 SK케미칼은 당시 박철 현 부사장 등을 중심으로 특별 대응팀을 꾸렸습니다.

1994년 '가습기 메이트' 개발 과정에 있었던 서울대학교 연구팀의 유해성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한 겁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SK케미칼이 유해성 관련 자료들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의혹에 관한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연구 자료 등 내부 문건을 비밀리에 관리한 겁니다.

앞서 2016년 수사에 나선 검찰은 옥시 등을 재판에 넘겼지만, SK케미칼은 원료 물질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아 기소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최근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SK케미칼 임원들이 자료 은폐에 관여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지난달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은 전직 간부가 보관 중이던 하드디스크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관련 자료들이 삭제된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검찰은 SK케미칼 임원들이 해당 간부에게 연락해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박 부사장 등 SK케미칼 임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들 임원이 구속될 경우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감춘 사실이 어느 정도 소명되는 만큼,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YTN 양일혁[hyuk@ytn.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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