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성추행 허위 아냐"...최영미 시인 승소

"고은 성추행 허위 아냐"...최영미 시인 승소

2019.02.15. 오후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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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 출연 : 신지원 사회부 법조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그리고 앞서 보신 것처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실형 선고까지 오늘 판결 내용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법조팀 신지원 기자 나왔습니다. 어서오십시오.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법원에서 크고 작은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먼저 오늘 문화예술계 미투의 대표적인 사례였죠.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 소송 결과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고은 시인은 지난해에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 등이 자신에 대해서 제기했던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1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늘 오후 2시쯤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1994년 서울 종로의 한 술집에서 고은 시인이 음란행위를 한 장면을 목격했다는 최 시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최 시인이 당시 일기 등을 통해서 그 상황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주장한 반면 고은 시인은 이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관련 내용을 보도했던 동아일보 등 언론사와 소속 기자들도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는데요. 고은 시인이 문화예술계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만큼 범법행위를 보도한 것은 언론이 해야 할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라고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한 최영미 시인의 반응 한번 보시겠습니다. 직접 보시겠습니다.

[최영미 / 시인 : 저는 진실을 말한 대가로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레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용인하면 안 됩니다.]

[기자]
이처럼 판결에서 최영미 시인 측을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입장을 발표를 했는데요. 다만 술자리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던 박진성 시인에 대해서는 법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서 1000만 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박 시인이 법정에서 진술을 하기를 거부한 데다가 다른 관계자들의 증언과도 엇갈린다는 점을 토대로 허위 내용을 유포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다만 박 시인의 제보 내용을 토대로 보도한 언론사의 경우 당시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면서 따로 배상 책임을 묻지는 않았습니다.

[앵커]
박진성 시인의 폭로는 잠깐 차치하더라도 최 시인의 폭로, 고은 시인이 성추행 했다, 그런데 고은 시인은 아니다, 명예훼손이다, 손해배상 청구할 거다 했는데 법원의 판단은 명예훼손 아니다. 그러니까 고은 시인의 주장을 어떻게 보면 인정하지 않고 최 시인의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렇다면 이번 판결에서 고은 시인에 대한 미투 폭로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인정된 셈인가요?

[기자]
지금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 가운데 일부는 사실이라는 겁니다.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된 사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1994년 사건과 2008년 사건인데요. 최영미 시인이 폭로했던 1994년 종로 술집에서 고은 시인이 음란행위를 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이 관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면서 사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박진성 시인이 제기한 의혹, 고은 시인이 2008년 술자리에서 여학생에게 자신의 신체 일부를 노출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고은 시인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이 아니라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허위 내용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재판 결과입니다. 하지만 배상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폭로 내용이 허위인지 사실인지 부터 따져봐야 된다는 점, 자연스럽게 성추행 의혹에 대한 법원 판결이 드러났습니다.

[앵커]
최근 안희정 지사의 법원 판단도 그렇고 미투 의혹에 대한 판단이 잇따라 나왔는데 가장 중요한 법원의 판단 근거가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기자]
최근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민형사상 재판의 결과가 잇따라 나왔는데요. 세부 내용은 다 다르지만 공통적인 판단 근거는 진술의 신빙성입니다. 성범죄의 경우 은밀하거나 순식간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만큼 관계자의 일관된 진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 판결과 달리 형사소송이기는 하지만 예를 좀 들어보겠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이 경우 법원이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 김지은 비서의 진술과 안 전 지사의 진술 중에 누구 말을 믿느냐에 따라서 유무죄가 갈렸습니다. 이밖에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로 법정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의 경우에도 관계자들이 진술 신빙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한 사람이 얼마나 일관적으로 진술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다른 관계자들의 증언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앵커]
미투 폭로에 대한 판결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고요. 또 오늘 법원 선고가 있었습니다. 황제 보석으로 논란이 됐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3년 실형 선고 받았는데 어떤 내용인지 정리를 해 주시죠.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오늘 두 번째 파기환송심에서 횡령과 배임혐의에 대해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와 별도로 법인세 9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전 회장 한 사람에 대해서 이번에 두 개 형량이 선고가 나온 것은 금용사 지배구조법이라는 법률 때문인데요.

그래픽으로 한번 보시면 기업의 대주주 적격 심사에 대해서는 금융 관련법, 공정거래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그리고 지금 이 전 회장이 받고 있는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토대로 이 사람이 대주주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데요. 그 기준이 되는 게 관련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결문입니다. 이런 혐의들에 대해서 다른 기준이 되지 않는 범죄들과 함께 선고를 내려버리면 심사 과정에서 이 사람이 조세포탈 혐의로 몇 년형을 선고받았는지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이 이 부분은 따로 분리해서 선고를 해 줘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도 이런 취지에 따라서 조세포탈 혐의 부분을 분리 선고하라면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는데요. 이번에 서울고등법원이 대법원에 재파기환송 취지에 따라서 횡령 배임혐의와 조세포탈 혐의를 따로 판단한 만큼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이 전 회장의 형량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2011년 처음 이 전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이후 8년 만에 여섯 번의 법원 판단을 거쳐서 최종형이 판결되는 셈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법조계 판결 내용들, 신지원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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