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故 윤한덕 센터장 공백, 말도 못하게 크다"

이국종 "故 윤한덕 센터장 공백, 말도 못하게 크다"

2019.02.08. 오전 11:1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이국종 "故 윤한덕 센터장 공백, 말도 못하게 크다"
AD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9년 2월 8일 금요일
□ 출연자 :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故 윤한덕 센터장 사망, 한국 사회 큰 손실
-응급의료 국제 기준 도입 위해 애써와...소명의식 강한 분
-닥터헬기, AED 대중화 등 노력… 각계 압력도 많아
-現권역외상센터 체계 다시 설계해야… “가망 없어”

-경기 24時 닥터헬기 도입 아직… 야간엔 소방헬기 이용
-출동 40% 야간에 하는데… 민원 등 문제 산적
-문제 해결 앞장섰던 윤 센터장 공백 크게 느껴져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설 연휴에 너무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지난 4일 일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우리가 명절이나 주말 등 휴일에 어느 때고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건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료인들 덕분이죠. 오늘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신,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전화 연결해서 이야기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이하 이국종): 안녕하세요.

◇ 장원석: 바쁘실 텐데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타까운 내용으로 인터뷰를 하게 돼서 저희도 마음이 참 무거운데요. 어제 고인의 빈소도 다녀오셨죠.

◆ 이국종: 예, 예.

◇ 장원석: 평소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고인과 교수님의 지향점이 비슷했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더 침통하실 것 같습니다. 어떠십니까?

◆ 이국종: 윤한덕 선생님께서 저하고 오래 같이 일하면서 있었던 개인적인 친분관계뿐만이 아니고요. 윤한덕 선생님이 의사로서 그리고 또 정부의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10여 년 넘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한국 사회에 어떻게든지 구체적인 체계, 외상진료 체계 그리고 응급의료체계를 한국 사회에 어떻게든지 뿌리내리게 하려고 굉장히 애를 많이 쓰셨거든요. 한국 의료계의 여러 가지 상황에서 의료계 전체뿐만이 아니라 정부쪽에 진출해 있는 의사들까지 다 통틀어 봐도 15년 이상 동안을 응급의료 한 분야에 이렇게 온 자기 인생을 다 던져서 매진한 사람들이 사실 거의 없어요. 그만큼 전문성을 갖추기도 힘들 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활로 계속 가져가기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한국 사회 전체를 다 뒤져봐도 윤한덕 선생님 같은 사람이 사실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 걱정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다가 한국 사회에 계속 접목시키려고 하는 노력들을 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게 한국 사회 전체로 봐도 굉장히 큰 손실입니다.

◇ 장원석: 교수님 저서에서도 고인을 한 챕터를 할애해서 묘사하셨기 때문에 또 그런 응급의료 체계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강조해주셨고요. 설 연휴에도 고인이 일터를 떠나지 못했고요. 그전에도 물론 몸이 부서져라 의료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을 해오셨는데. 이렇게 자기 몸을 챙기지 못할 정도로 일하게 된다는 것, 결국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요?

◆ 이국종: 사실 지금 의사들뿐만 아니고 어느 대한민국 사회 조직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중간관리자급 이상 되면 사실 쉬는 날 따로 없이 자기 부서에 대해서 계속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잖아요. 저는 사실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특히 의료계 전체를 놓고 보면 그 중에서도 아무래도 응급의료 중증외상 분야 이쪽 분야가 아무래도 지원하는 사람들 자체가 적고 여기에 걸려있는, 여기는 조금만 저희가 흔들리게 되면 그냥 국민 생명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니까요. 환자분들이 그냥 그 자리에서 돌아가실 수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긴장감이 팽배하죠. 그래서 그런 것들이 스트레스가 더 많은 편입니다, 사실.

◇ 장원석: 그렇군요. 그렇다고 사명감만으로만 그 자리에 있기가 참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 이국종: 또 윤한덕 선생님 같은 분은 그런 것에 대해서 자기가 소명의식 같은 게 굉장히 강하신 분이에요. 제가 봐도 놀랄 정도로 내가 대한민국 응급의료 체계, 중증외상 체계의 최후의 보루다. 이런 생각을 굉장히 이렇게 진하게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고전적인 의사들의 방식이에요, 굉장히 고전적인. 옛날에 의사분들이 좀 그런 모습이 그래도 지금보다는 더 많이 있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게 현재 이런 세상이 흘러가는 그런 트렌드하고는 전혀 맞지가 않는 거죠.

◇ 장원석: 지금 여러 가지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돈을 좇기보다는 2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계속 묵묵하게 일해 오셨는데. 윤한덕 응급의교센터장이 응급의료 전용헬기라든지,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의료와 같이 이런 체계 구축에 헌신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지금 교수님께서 몸담고 계시는 외상센터와, 그리고 응급의료는 한 몸과 같지 않나. 이렇게 생각이 드는데요. 고인께서 외상센터 발전에도 얼마나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는지요?

◆ 이국종: 왜 그러냐면 사실 응급의료 체계라는 전체적인 큰 틀을 놓고 볼 때요. 가장 취약한 곳 중의 하나가 이제 중증외상 분야거든요. 그리고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헬리콥터를 이용한 항공이송이라든가, 의료진들이 사고 현장까지 출동해서, 병원 전 단계라고 합니다, 그쪽을. 병원 전 단계, 항공의료, 그리고 외상체계 이쪽이 응급의료 전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윤한덕 선생님이 응급의학과 전문의였지만 이쪽 분야를 계속 들여다보게 되면 이쪽이 제일 취약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제일 관심이 많이 가고, 이쪽을 어떻게든지 개선해보려고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죠. 제가 예를 들면 2008년에 그때 런던에서 오자마자 보건복지부하고 의료계 관계 회의에서 발표했던 적이 있어요.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의료진들이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고, 환자를 사고 현장에서부터 어떤 경우에는 헬리콥터 안에서 수술도 하고 그러면서 어떻게든지 살려 와서 외상센터로 데리고 와서 수술하고. 그런 것들이 보편적으로 런던에서 제가 했던 일들을 가지고 가져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의료계에서 모이신 분들이나 그런 분들 중에서도 들어주는 사람조차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걸 유일하게 그래도 거기서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했던 분들이 아주 극소수의 한두 분이 있는데, 그중에 한 분이 윤한덕 선생님이셨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항공이송이라든가 그런 것을 도입하려고 애를 많이 쓰게 됐죠.

◇ 장원석: 그렇군요. 그렇게 큰 사업들도 있습니다만, 사람 한 명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응급환자가 병원까지 오는 사이에 의사가 아니더라도 심전도, 그리고 의료기기를 활용해서 최대한 의사 지시를 받아서 환자에게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부분도 강조하셨다고 들었거든요. 그건 어떻습니까?

◆ 이국종: 지금 한국 사회가 아직도 자격증이라든가 아니면 관료적인 데 많이 방향이 묶여있는 데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논란이 되지만 이미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논란이 다 끝난 부분들이거든요, 사실은. 그러니까 그런 게 어떻게 보면 저나 윤한덕 선생님이, 저희들이 그냥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서 말씀드리는 게 아니고요.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의료 선진국들뿐만이 아니라 웬만한 한국 정도의 개발도상국가들에서도 다 통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있습니다. 그걸 한국 사회에 어떻게든지 접목시키려고 하다 보니까, 마치 그게 기존의 의료관행하고 달라지니까 그게 마치 튀는 것처럼 보였던 거예요. 그런데 그런 게 많이 답답했죠, 윤한덕 선생님이. 그런 것도 힘들고. 그리고 또 그러다 보면 각계에서 어떤 압력 같은 게 들어온다고요. 그런 것에서 중간에 시달리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이 굉장한 스트레스로 오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만 지금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것이,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에서는 전혀 그게 나쁜 일이 아니거든요. 단지 윤한덕 선생님이나 저나 그런 것들이 제가 지금 개인적인 생각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전 세계적인 표준적인 치료 지침이라고요. 그걸 어떻게든지 한국 사회에 관료적으로 딱 엮여있는 기존의 관행만 지키려고 하는 것을 어떻게든지 빼보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접목시키려고 했던 노력들의 일환입니다.

◇ 장원석: 끝으로, 외상센터가 지금 전국적으로 17개소가 선정돼 있고 그중 4곳이 수도권에 있는데요. 인구 절반이 수도권이 몰려있는데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돼야 하지 않느냐. 그리고 응급의료 인원 부족 같은 문제. 전반적으로 어떤 점들이 지금 현재 당면한 문제라고 보시는지요?

◆ 이국종: 사실은 이게 설계 당시 때부터 원래 윤한덕 선생님하고 외상센터들 만들어서 전국적인 체계를 구축하려고 그럴 때도, 그것도 벌써 10여 년이 훨씬 더 지난 저희가 과제였는데. 처음에 윤한덕 선생님하고 디자인할 때,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서 저희가 만들 때는 이런 식으로 디자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좀 하게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대형 센터들이 전국적으로 한 6개 정도만 설치하는 걸로 됐거든요. 그리고 나머지는 다른 레벨의, 좀 하위 레벨의 외상센터들을 차별화시켜가지고 하려고 했었지, 전국에 일괄적으로 동일한 기준의 동일한 시설 규모를 다 적용해서 17개를 설치하려고 했던 건 윤한덕 선생님이 처음 했던 게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지금 와서 정상화시키려고 하면 완전히 10여 년 전에 저희가 처음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서 어떤 정치적인 고려라든가 어떤 지역적인 고려가 아니고 원칙에 따라서 저희가 디자인했던 완전히 초기 디자인으로 해서 가야지, 지금 와서 한두 개를 고친다고 이것은 그렇게 해봐야 되지가 않습니다. 가망이 없을 거예요, 이렇게 가면. 그 부분에 있어서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이건.

◇ 장원석: 그렇군요. 그것은 저희가 또 가슴 깊이 새겨야 하겠고요. 그리고 경기도가 지난해 말에 남부권역외상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서 24시간 운영 가능한 닥터헬기 도입을 약속했는데요. 지금 도입되고 있나요?

◆ 이국종: 이것도 기존의 닥터헬기들이 다 주변 지역만 하고 좀 전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패턴하고는 안 맞게 이렇게 처음에 시작했거든요. 그걸 지금 와서 바꾸려고 하다 보니까 걸리는 난제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지금 아직 시작 못 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난제라는 것이 사실 북부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최대한 환자를 빨리 옮기기 위해서 1층 센터 입구와 가까운 지상에 헬기착륙장 마련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교수님, 주민 민원이라든지 여러 가지 고충이 있으셨잖아요. 그런 문제 때문인가요?

◆ 이국종: 민원 문제나 그런 것이 굉장히 심각한데. 사실은 헬기를 기존에 운행했던 관행도요. 기존에 저희가 예를 들면 지금 출동하는 건수를, 저희가 작년 같은 경우는 출동하는 건수를 구성해보면 저희가 연간 수백 건의 출동 중에서 42%, 40%가 넘게 야간에 출동하고 있거든요. 저희는 그걸 지금은 경기도 소방헬기를 타고 출동한다고요. 소방헬기 경기소방 한 군데만 지금 전국적으로 야간에 출동해서 의료진들이 탑승해서 출동하는 걸 하고 있는데, 기존의 닥터헬기들은 지금 주간에만 타고 있었거든요. 그러면 그걸 태우려면 글로벌 스탠더드로 바꿔야 하지 않습니까. 그 과정에서 저항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오늘 짧게 이야기 나눠봤습니다만, 지금도 나아가야 할 길이 아직 멀어 보입니다. 그게 참 걱정이군요.

◆ 이국종: 네. 그래서 윤한덕 선생님의 공백이 말도 못하게 크게 느껴집니다. 이걸 뚫고나가는 데 사실 좀 전에 말씀하신 헬기 탑승 문제만 해도 사실은 거의 좌초 직전까지만 해도 갔었는데 다시 윤한덕 선생님이 중간에서 조정을 하셔가지고 지금 한 발짝 한 발짝 간신히 가고 있었거든요. 왜냐하면 기존의 정부라든가 아니면 기존의 업체, 그리고 기존의 의료계에서는 하던 대로 그냥 주간만 한 게 통했잖아요, 그렇죠. 그쪽에서 오는 저항이 어마어마하게 셌어요. 그런데 그런 걸 윤한덕 선생님이 중간에 다 맞아가면서 그걸 조정했어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그런데 이제 그런 걸 해주실 분이 없어진 거죠, 지금.

◇ 장원석: 저희가 알지 못했던 뒷이야기까지 이렇게 들려주셨는데, 갑자기 또 소중한 분을 잃게 돼서 안타깝습니다만, 고인의 뜻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발전하는 데 남은 우리들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교수님 건강 염려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국종: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