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은 4년..."조재범, 올림픽 한 달 전에도 성폭행"

악몽 같은 4년..."조재범, 올림픽 한 달 전에도 성폭행"

2019.01.09. 오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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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나연수 앵커
■ 출연 : 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 /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조재범 전 코치를 강력 처벌해 주세요. 지금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 이 청원 참여 인원이 20만 3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어젯밤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피해 고소 사실이 알려지고 만 하루 만에 부처에서는 근절 대책이, 국회에서는 입법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 문제인지 오늘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오랫동안 이 문제를 연구해 오신 전문가 모셨습니다.

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 나오셨고요.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 함께합니다. 두 분 안녕하세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이고 전 국민에게 사랑받고 응원받는 심석희 선수에게 이런 악몽이 있는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주제어 먼저 보고 오시죠. 어젯밤에 법률 대리인 측이 이제 보도자료를 내서 알려지게 됐고요. 시기랑 기간 같은 거를 볼 때는 정말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나온 심석희 선수 측의 주장을 좀 정리를 해 주신다면요?

[정윤수]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서, 사실 복기하는 것조차도 사실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언어를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단순한 폭력 이상의 성폭행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금할 수가 없는데, 만 17세, 정말 우리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 그 아이의 관점에서 본다면 실제로 그런 표현도 나왔습니다마는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었다.

다 차단되어 있고, 다 막혀 있고 이런 속에서 4년 넘게 지옥 같은 시간이 흘러간 거죠. 너무 이렇게 좀 마음이 서글프고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사건 중심적으로 이렇게 보도를 통해서 이것을 파악해야 되고 또 긴급하게 알릴 것도 알려야 됩니다마는 평소에 스포츠 관계자, 저도 거기에 포함되겠습니다마는 문체부, 대한체육회, 대한빙상연맹,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고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우선 그거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앵커]
스포츠계에 그동안 여러 가지 폭행이라든지 폭언 논란이 있었지만 그런 과정들을 계속해서 지켜보신 전문가가 보기에도 이번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이런 말씀이시죠?

[정윤수]
그렇죠. 그리고 특히 심석희 선수, 우리가 다 사랑하고 또 쇼트트랙 링크를 돌 때 다 열광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한편으로 또 이런 생각을 해 보는 것이 심석희 선수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다, 또 국민청원 20만까지 넘는 그런 상황일 수도 있는데, 수많은 무명의 선수들도 있습니다.

또 수많은 여성 선수들이 지금 이 보도나 또 우리 오늘 뉴스나이트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나도 말할까? 나도 말해도 될까 이런 심정에 있는 선수들도 저는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문체부라든지 대한체육회에서 뭔가 조치를 한다고 오늘 낮에도 이렇게 브리핑도 있고 그랬습니다마는 이번에는 정말 끊어야 됩니다.

차차 더 구체적인 사실들은 우리가 더 논의를 해 가봐야 되겠습니다마는 이번에 끊지 않으면 이거는 끝도 없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지금 문제는 이제 10대 국가대표 선수가 10대 시절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 올림픽 직전까지도 고통을 받았고 장소를 봐도 상당히 충격적이에요.

[최동호]
그렇죠. 국가대표 훈련하는 장소가 현재 두 군데가 있죠. 태릉 선수촌, 곧 없어질 예정이지만요.
그리고 진천에 또 선수촌이 있습니다. 이 태릉선수촌과 진천선수촌에 국가대표로 소집이 되어서 훈련하는 동안에 여자 선수의 라커룸에서 범행이 이루어졌고요.

그리고 또 수석 모교죠. 한국체대 라커룸에서도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더욱더 충격이 크다고 할 수가 있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말은 이제 너무 지나치게 반복돼 와서 식상한 면도 있습니다.

스포츠계에 있으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아직까지도 근절되지도 않을 수가 있을까에 대한 개탄스러움이 먼저 있고. 우리 심석희 선수가 이번에 폭행도 그렇고요.

또 성폭력도 그렇고요. 공개하고 고소하고 이런 심정에는 다시는 나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이것을 보면 저는 심석희 선수가 어떤 피해가 있더라도 이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쩌면 먼 길을 떠났다는 뜻에서 심석희의 투쟁이라고 이번 사건을 명명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심석희의 투쟁인데, 내일 체육 시민단체들의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도 마련되어 있고요.

오늘 하루 동안에도 문체부에서 빠른 대응에 나섰고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고 입법운동에 나섰기 때문에 이번에는 심석희의 투쟁이 정말 외롭지 않게 진행이 되어서 의미 있는 괄목할 만한 결과를 좀 얻어내기를 기대를 해 보겠습니다.

[앵커]
일단 조재범 전 코치 측에서는 입장이 나왔습니까?

[최동호]
조재범 전 코치는 지금 수감 중이죠. 본인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고요. 변호사를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폭행 사실은 인정을 하나, 성폭행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라고 강력하게 부인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제 경찰이 조 전 코치의 핸드폰과 태블릿PC 등을 압수해서 수사에 들어갔거든요. 분석 중인데, 조 전 코치는 자신이 쓰던 핸드폰에 비밀번호도 본인 스스로 알려줄 정도로 수사에 협조적이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죠.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니까 심석희 선수가 처음에 올림픽 앞두고 선수촌을 이탈했다, 그것이 코치의 폭행 때문이었다, 이 소식 알려진 게 정확히 거의 1년 전이더라고요?

[정윤수]
그렇습니다. 지금 벌써 작년이 됐습니다마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히 굉장히 중요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표 선수들과 함께 큰 어떤 행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 금메달 유력주자이고 또 스타이고.

그런데 이제 자리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던 거죠. 그러나 그때 대한체육회라든지 올림픽 관계자들이 했던 얘기는 좀 몸살이 있어서 오늘 나올 수가 없었다.

저는 그때부터 그렇게 말한 부분부터 그 관계했던 그때 이미 폭행 때문에 선수촌을 이탈한 상태였었거든요.

그 후로 이제 이것이 사건화되면서 경찰 수사가 착수되고. 한때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마는.

[앵커]
기각은 왜 됐던 건가요?

[정윤수]
그때는 이제 본인의 반성 그리고 또 주변 사람들, 경계인들의 탄원서, 이런 것이 좀 선처해달라.
주로 그런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서로 쌍방이 항소하면서 다시 법정 구속이 됐고 곧 이제 아까 말씀드렸습니다마는 14일에 1심 선고를 남겨두고 있습니다마는.

2심 선고가 남겨 있죠, 며칠 후에.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조재범 선수 측에서는 아마 어떤 경우라도, 범법자라고 하더라도 법률적 구조활동, 자기구조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있으니까 그 과정에서 심석희 선수뿐만 아니라 심석희 선수를 포함해서 7명의 선수들, 다른 선수들을 이제 일종의 어떤 합의라든지 또 선처를 부탁한다라든지 그래서 몇몇 선수들은 또 합의를 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결국 고립무원의 상태로 심석희 선수 혼자만 남게 됐고 심석희 선수는 여기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거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다른 선수들에게 합의를 좀 해 달라, 이런 거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하던데요.

[최동호]
심석희 선수 입장에서 보게 되면 너무나 뻔뻔스럽게 느껴진 겁니다. 그러니까 지난달 27일에 항소심 2차 공판에도 심석희 선수가 출석을 해서 증언을 하기도 했고요.

이와 같이 출석한 재판정에서 조재범 코치의 태도와 언행을 보지 않을 수가 없겠죠. 이때 지난날의 어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어떤 뉘우치는 감이 있고 반성의 감이 있고 심석희 선수, 그 이전에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겠죠, 뒤늦게 깨달아서.

이런 것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만 있었다고 한다면 아마 성폭력 폭로까지는 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뉘앙스의 말을 심석희 선수가 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지난달 17일에 말씀드린 조재범 전 코치의 항소심 최종 공판이 있었고 이 자리에 심석희 선수가 직접 나와서 본인의 피해 사실을 어렵게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내용을 잠깐 띄워주시죠. 심석희 선수,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스하키채로 맞아서 손가락 뼈가 부러진 일이 있다.

중학교 진학 이후에는 코치의 폭행 강도가 더 세졌다. 올림픽을 앞두고 이제 밀폐된 곳으로 끌고 가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일이 반복이 되고 급기야 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수촌을 나왔다라고 그때 여기까지는 얘기했지만 성폭행 사실은 그날 공판장에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죠?

[정윤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마는 일종의 아까 말씀주신 대로 만약에 조재범 선수와 변호인 측에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정말 무릎 꿇고 사죄하는, 합의를 하고 어떻게 사후를 어떻게 하고 이런 게 아니라 정말 마음 깊숙이 사과의 조치가 있었다라면 혹시라도 몰랐겠습니다마는 좀 전에 제가 말씀드린 대로 심석희 선수 혼자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조재범 코치가 집행 유예로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 상황이 된 것이죠.

여기서 심석희 선수는 결국 차마 평생 비밀로 하고 싶었던 그런 일을 이제 폭로, 말하면서 용기를 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이제 심석희 선수 측, 그리고 변호인들이 일종의 어떤 법정에 대응하는 전략을 아주 슬기롭게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수사가 성폭행과 관련된 수사들은 굉장히 치밀한, 작은 바늘 끝만 한 어떤 증거에 의해서 좌우되는 수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좀 일찍 말하기보다는 경찰을 통해서 경기남부경찰청이 지금 조사하고 있습니다마는 경찰을 통해서 충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어떤 조금은 효과적인 전술을 활용을 했는데요.

그런 며칠간의 과정을 통해서 결국 이제 부득이하게 상습 상해 부분만에 대해서 말을 했던 것을 결국 성폭행까지 무려 만 4년에 걸친 지옥 같은 시간을 폭로하게 된 것입니다.

[앵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지난달 17일 최종 공판 나와서 심석희 선수가 아주 굳은 얼굴로 엄벌에 처해 달라 이런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에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 경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담당 경찰의 이야기 잠깐 듣고 오시죠.

[윤성혜 /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 압수물 분석을 먼저하고, 어느 정도 분석이 끝나면 조사를 하려고 해요. 어쨌든 객관적인 증거를 첩보해야지 피의자를 할 수 있으니까 압수물을 디지털 포렌식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증거관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휴대전화를 포함해서 어느 정도 압수물이 확보가 된 것 같아요.

[최동호]
예, 조금 전에 인터뷰에서도 나온 대로 경찰에서는 포렌식 분석에 들어갔고요.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과 관련된 고소가 공개가 되면서 이전에 있었던 폭행과 성폭행 사이의 그 연관성, 그러니까 경찰에서 주로 얘기하기로는 성폭행이 이루어지기 전에 폭행과 폭언 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연관성을 밝히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하고요.

또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데 심석희 선수가 폭행과 그 이후에 성폭행 건을 고소했기 때문에 이 두 사건을 병합해서 심리나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느냐라는 질문도 계시는데, 14일에 있을 예정인 항소심 선고공판은 예정대로 이뤄집니다.

성폭행 건은 고소가 접수된 지, 지난달 17일에 접수가 됐으니까 경찰이 아직은 초동수사라서 증거라든지 수집 단계이고 분석단계이기 때문에 두 사건을 병합해서 한꺼번에 재판하기에 좀 무리이고 성폭행 사건은 별건으로 다뤄질 거 같습니다.

[앵커]
상해 혐의 먼저 항소심 공판은 진행이 되고요. 지금 심석희 선수, 마음이 어떨까, 굉장히 걱정도 되고 우려스럽습니다.

고민을 많이 하다가 어렵게 용기를 내서 고백을 했을 텐데 어떤 이유들이 있었을까요?

[정윤수]
아주 구체적인 계기가 됐던 것은 팬미팅을 통해서 또 여러 팬들이 심석희 선수가 그동안 상습 상해로 인해서도 그것 자체로도 얼마나 고통스럽습니까?

그것 자체로도 고통스러운 과정에서도 심석희 선수가 굴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법정에서 이렇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많은 팬들이 성원을 해 주고 또 팬미팅 같은 데서도 격려의 그런 아까 우리 최동호 선생님 말씀하셨지만 함께 걷는 사람들이 많아진 거죠.

이게 구체적인 계기가 됐고 최근 1, 2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 미투라고 요약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가릴 수 없고 더 이상 비밀과 거짓말로 숨겨질 수 없는 일들은 반드시 밝혀내야 된다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함께 작동을 해서 심석희 선수가 의연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이렇게 생각됩니다.

[앵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조금이라도 조재범 전 코치가 좀 반성하고 사과하고 어떤 죄든 달게 받겠다, 이런 태도를 보였으면 용서를 해 줬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에 대한 당혹스러움 이런 게 있었던 거 같아요.

[최동호]
그렇죠. 그래서 더욱더 분개했을 수도 있고요. 코치와 선수 사이를 떠나서 인간과 인간에 대한 어떤 깊은 좌절감, 절망감.

그래서 반드시 처벌을 이뤄지게 하겠다라는 생각을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재범 코치가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조재범 코치하고 같이 운동했던 분들이나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는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저는 그렇게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러면서 조재범 코치를 보면서 한 가지 떠오르는 게 흔히 우리가 인용을 하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거든요.

이 얘기가 무슨 얘기냐면 스포츠 세계가 아닌 스포츠 바깥의 세계에서의 삶은 굉장히 평범한 한 생활인이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좋은 사람이었다고 칭찬도 듣고 그런데 이 사람이 스포츠 세계에 들어가서 코치라는 지위만 갖게 되면 선수들에게 이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라는 거거든요.

이게 뭐냐 하면 구조적으로 조재범 코치도 운동을 맞으면서 해 왔기 때문에 그 자신 스스로 운동 세계에서는 이 정도 해서 괜찮다, 그리고 선수가 받게 되는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외면하게 되는 새로운 가치관, 운동선수, 코치로서의 가치관, 스포츠 세계에만 들어가게 되면 이게 만들어진다는 거죠.

이렇게 허용될 수 있었던 그리고 이렇게 한 인간을 코치로서 악마적인 본질을 갖추게 된 이런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뭐냐.

이것이 이제 우리가 지금 살펴봐야 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지금 최동호 평론가께서 조재범 코치를 두둔해 주신 게 아니라 밖에서는 어떻게 보였든지 간에 이 스포츠계라는 세계 안에 구조적인 문제가 어떤 더 나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최동호]
어떻게 보면 바깥 세상에서의 인간 조재범과, 스포츠 세상에서의 코치 조재범은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라고 봐야지 되겠고.

이 새로운 코치 조재범이 탄생된 과정이 바로 한국스포츠의 구조적인 문제다라고 말씀을 드리는 거죠.

[앵커]
지금 스포츠계 폭력, 또 성폭력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보겠습니다. 마침 어제 대한체육회가 이런 보고서를 냈습니다.

2018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라는 것을 어제 발표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어제 이제 심석희 선수의...

[정윤수]
해마다 2년씩 그 조사는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마는.

[앵커]
문제가 터진 거죠. 그래서 저희가 지금 그래픽으로 준비를 해 봤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2년에 한 번씩 조사를 하고 2016년과 비교를 해서 한번 수치를 보겠습니다.

일반 선수들의 경우, 파란색 막대 그래프는 폭력 피해 현황이고요. 빨간색 막대 그래프는 성폭력 피해 현황인데요. 일반 선수들의 경우에 폭력은 26.9%에서 26.1%로 거의 비슷합니다.

[정윤수]
비슷하죠.

[앵커]
성폭력은 3.0%에서 2.7%.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우에는 그래도 국가기관에서 관리를 해서일까요.

3.8%에서 3.7% 폭력 피해, 아주 조금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요. 성폭력은 오히려 적은 수치지만 늘었습니다.

[정윤수]
그런데 이 지수를 보면서 조금 이 지수를 그대로 우리 시청자분들과 함께 더 이렇게 보고 싶은데 폭력의 개념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에 의해서 이 지수는 충분히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즉 대한체육회에서 스포츠 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마는 과연 구체적으로 어떠어떠한 것을 폭력이라고 규정할 것이냐.

그리고 그 폭력의 범위에 대해서 어떤어떤 것까지를 당했다, 굉장히 아플 만큼 이렇게 느꼈다라고 가혹한 체벌이라든지 가혹한 훈련이라든지, 훈련을 빙자한 폭력이라든지 여러 형태의 폭력의 유무형이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물리적인 체벌, 또는 물리적인 가격, 상해만이 폭력이 아니라 어떤 구조 안에서, 보이지 않게 위계서열화되어 있어서 본인들의 어떤 신체적인, 정신적인 여러 가지 자유가 박탈되거나 훼손되거나 차단되는 경우까지도 사실 넓게 보면 폭력이라고 할 수가 있거든요.

똑바로 앉아 있어 해서 두 시간, 세 시간 앉아 있으면 그것도 폭력이지 않습니까? 여기서 말하는 폭력은 물리적인 가해만을 놓고 봐서도 사실 높은 수치죠.

26%까지 나와 있고 국가대표 3.8%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마는 그렇지 않은 좀 더 넓은 의미의 폭력과 구조적인 폭력들, 정신적인 폭력들까지 다 포함해서 다시 좀 더 면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제가 이 조사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이 조사는 육체적으로 느낀, 육체적으로 확인된 폭력에 대해서 아마 조사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지 않은 폭력의 유형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것까지 포함한다면 사실은 현실은 조금 더 참담할 수 있다라고 생각해 봅니다.

[앵커]
참가로 이 조사가 지난해 6월부터 다섯 달 동안 전국 선수 및 지도자 1992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고요.

일반 등록 선수 및 지도자 1201명, 별도로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 791명을 전수조사했다고 합니다.

아까 이제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가지고 악이 너무나 만연해 있을 때는 그 악이 악인지를 모른다, 이런 취지로 말씀을 해 주셨는데, 교수님 말씀하신 걸 들어보면 거꾸로 선수들 입장에서도 이런 폭력이랄까요, 체벌이랄까요.

이게 어릴 때부터 많이 체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당해도 이 정도는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조사를 할 때 보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동호]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앞서 말씀해 주신 대로 폭력과 성폭력 실태조사가 2년마다 이뤄지고요.

최초로 2010년에 이루어졌거든요. 2010년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현저하게 폭력과 성폭력 경험한 비율의 수치는 줄어듭니다.

그러니까 경향적으로 추세적으로 그래도 폭력과 성폭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고요. 그런데 이 조사 방법이 일대일 대면조사였다고 그래요.

여성 선수에게 조사원이 가가지고 성폭력 당한 적이 있느냐, 언제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느냐. 몇 차례였었냐. 이렇게 조사가 되면 말하지 않을 선수들이 더 많았으리라고 보고요.

설사 남성 선수라고 하더라도 폭행이 인간성과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이므로 인데 이것을 말하지 않는 선수도 많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때문에 드러나는 수치보다는 훨씬 더 많은 선수들이 폭력과 성폭력을 경험했으리라고 보고요.

이 결과 대한체육회에서 조사를 하는 건데, 대한체육회가 좀 더 인권과 폭력 또 성폭력에 대한 근절에 대한 이 인식의 깊이가 더 있다고 한다면 이런 조사 방법은 당장 바꾸겠죠.

이런 면에서는 좀 많이 아쉬움도 느껴집니다.

[앵커]
최소한의 수치로 봐야겠군요. 지금 관련해서 저희 추가로 들어온 소식이 있는데 잠시 전해 드리죠.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피해 고백에 이어서 다른 지도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현직 빙상선수들이 나와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현직 지도자 또 빙상인들로 구성된 젊은빙상인연대는 성명을 내고 조사 결과 심석희 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도 빙상계 실세 세력들에게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에 시달려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을 해 왔습니다.

이 젊은빙상인연대는 성폭력 피해를 본 선수들을 정부가 확실하게 보호해 주고 진정한 빙상개혁을 위해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준다면 피해 선수들과 함께 진실을 이야기하겠다 이렇게 호소했고요.

심석희 선수와 별도로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선수들은 조만간 가해자를 공개하고 조재범 코치가 아니라 또 다른 가해자가 있다는 얘기겠죠?

형사고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추가로 들어온 소식입니다. 제가 방금 들어온 소식 전해 드리면서 제 몸에도 저도 모르게 소름이 쫙 돋는데요.

저희 조금 전에 얘기하면서 띄워주셨던 그래픽 다시 한 번 보여주시죠. 지금 국가대표 선수들의 응답 중에서 눈에 띄는 부분을 저희가 그래픽으로 뽑아봤습니다.

신체적 폭력, 언어 폭력, 이 밖의 정서적 폭력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마는 눈에 띄는 것들을 뽑아봤더니 95%, 94%.

대부분의 경우가 지도자나 선배로부터 폭력을 당했고 장소가 훈련장이나 숙소, 경기장이었어요. 성추행의 경우에는 100%가 지도자, 장소는 100%가 훈련장과 경기장이었습니다.

조재범 전 코치의 변호인이 경기장 라커룸, 훈련장 라커룸, 공개된 장소여서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해명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 결과랑 전혀 상반된 주장이에요.

[정윤수]
그렇습니다. 대한체육회의 이번 조사에서도 이 사실은 명백하게 나오는 겁니다마는 우선 기본적으로 우리 한국 스포츠의 기형적인 어떤 성장과정이라든지 훈련 트레이닝 과정에 의해서 훈련장이라든지 합숙소라든지 특히 참 국가대표 선수촌이라고 하면 태릉선수촌, 진천선수촌 하면 정말 거기 못 들어가서 참 안타까운 선수들도 많았을 경우가 되는데.

바로 그 훈련장, 경기장, 라커룸 이런 공간이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그 상황에 처해 있는 선수들, 대개들 어린 선수들이고 후배 선수들 기본적으로 또 여성 선수들일 텐데요.

그 고립감과 공포감을 한번 생각해 보게 되고 더불어 동시에 조금 냉정하게 좀 말씀을 드리면 한국 스포츠가 이렇게 고립된 섬으로 작동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어떤 삶이라든지 다른 여러 친구 관계라든지 이런 것이 거의 다 차단이 됩니다.

굉장히 모순이고 역설이죠. 운동을 잘하면 잘할수록 사회와 고립되게 되어 있죠. 그리고 고립된 그 섬에서는 그 섬에서만 작동하는 룰이 있고 제도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회에서는 통용될 수 없는 룰이고 제도인데 그 안에서는 작동을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라커룸이고 훈련장이고 하나의 범죄 현장이 되는 그런 안타까운 일들이 있는데.

바로 이렇게 하나의 어떤 고립된 섬으로서 스스로 폐쇄된 속에서 위계서열화된 구조 안에서 폭력 또는 성폭력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고립된 섬에서의 룰이 있다, 이런 말씀을 해 주셨는데 이런 부분을 조금 보여주는 증거가 있습니다.

지도자들, 그러니까 100% 성추행 가해자가 지도자라는 저희가 조사 결과를 보여드렸는데, 이 지도자들도 피해자가 될 때가 있거든요.

지도자들도 조사를 했더니 피해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언어 폭력, 성희롱, 성추행, 정서적 폭력 등등을 당했어요.

이 경우에는 또 가해자가 감독, 코치, 협회지도자들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들이었던 거예요. 결국에는 아까 계속해서 말씀하신 구조적인 문제, 여기서 나온다고 봐야 되겠죠?

[최동호]
그렇죠. 일종의 피라미드, 먹이사슬 관계가 형성이 된 거죠. 대표적인 사례로 조재범 전 코치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명규 감독으로부터 받았던 편지하고 지시, 그러니까 성적을 내라는 압박을 당했고 전명규 감독의 연구실에서 폭행까지 당했다 이런 증언을 하기도 했죠.

이것을 보면 초보 코치는 상급자인 감독, 감독은 또 연맹의 집행부로부터 또 성적을 내라는 압박을 받고 그 이전 세대가 해 왔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다 보니까 또 어떻게 보면 내가 선수를 은퇴하고 난 뒤에 어떤 감독이나 코치로서의 자리를 보장받고 현재 우리 이 체육 구조의 엘리트, 주류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선배 세대로부터 이어져온 것들을 그대로 수용해서 답습을 해야지 그 주류 속에 편입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런 판단을 내린 것들이 폭행과 성적을 내기 위한 여러 가지 부조리, 악들에 젖어들어가는 거죠.

이러다 보니까 코치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상사라고 할 수 있는 감독에게, 감독은 또 연맹 집행부에게 성과를 내기 위한 갖은 일종의 착취를 당하는 구조가 형성이 된 겁니다.

굉장히 부끄러운. 이거 어떻게 보면 이거야말로 체육 구조의 사적 사유화이거든요.

그러니까 그들만이 갖고 있는 주도권과 권력을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해내기 위한 일종의 양심 테스트에서 이것을 통과한 사람들, 그러니까 악의 쪽으로 통과한 사람들만이 걸러내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내용이죠.

[앵커]
그래서 이런 문제는 체육계 전반, 여러 분야에 걸쳐서 잊을 만하면 계속해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기존에 좀 어떤 사례들이 있었습니까?

[정윤수]
일일이 셀 수도 없고요. 나열하기도 참 굉장히 힘듭니다마는 우선 최근에 가장 작년 연말에 문우람 선수의 방망이 폭행을 당했다,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마는 지금 화면에 나오다시피 1979년 최동원 선수 체벌 못 이겨 잠적했다.

쇼트트랙 집단 이탈, 야구 문우람 선수, 선배 선수에게 방망이 폭행 피해. 이렇게 있습니다마는 여기에는 또 잡히지 않은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요.

그것 때문에 실은 저는 이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좀 이해하고자 하냐면 제가 조금 전에 고립된 섬이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고 우리 최동호 평론가께서 스포츠계의 어떤 폐쇄적 집단주의 이렇게 말씀주셨습니다.

그런데 한편 그 말씀을 들으면서도 동시에 생각드는 것이 이것이 스포츠계의 또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낙인 찍기로 이 발언이 오해되어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하향평준화라고 그럴까요?

그 표현이 적당한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우리 사회 전반이 현재 그렇습니다. 스포츠계만의 폭력과 성폭력, 또 앵커께서 정확히 표현해 주셨는데 정서적 폭력 구조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이른바 그것이 심해지면 그루밍 성폭행이라는 것까지 형성이 되는데 나를 위해서 이렇게 하시는구나, 이렇게까지 정신적으로 왜곡이 되는 거죠. 이것이 반드시 한국 사회의 스포츠에서만 있느냐, 종교계, 교육계, 언론계 수많은 쪽에서 집단서열이 있고요.

그들 나름의 룰이 있고 그것을 거부하거나 거기서 이탈하면 그 계통에서 생존 자체가 보장받지 못하는 이런 한국 사회의 아주 치명적인 어떤 그릇된 문화의 일반적인 모순 속에서 스포츠계 역시 또 굉장히 심하게 그런 사건과 경우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지, 우리 사회는 굉장히 건전하게 발전하고 있는데 체육계가 이게 문제다 이렇게 보기에는 좀 어렵다.

그렇게 보니까 더 우울하긴 합니다마는 어쨌든 한국사회 전반의 모순 속에서 스포츠계의 특수한 모순들이 발현되고 있다 이렇게 봐야 되겠습니다.

[최동호]
이 말씀 꼭 드리고 싶어서. 우리 정윤수 선생님 말씀에 전반적으로 공감을 하고요. 고립된 섬이라는 표현, 그것이 제가 보기에는 체대 문화, 체육 문화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80년대 이후에 겪게 되었던 민주화의 경험 이후에 인권과 개인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이 있었고 그때에 우리 사회의 주류 세력들이 교체가 되죠.

시민사회가 전면적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개인과 인권, 복지 등을 얘기하게 되는데 그때에도 제외됐던 곳이 바로 체육계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권력을 갖고 있는 곳에서 체육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정치적으로도 금메달 하나 더 따는 게 유리했어요.

그러니까 체육계에는 우리나라정부 수립 이후에 체육 권력의 주류는 메달을 많이 따는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체육 코치를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들은 메달을 따냄으로써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이런 인권이라든지 폭행이라든지 외면하고 눈을 감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는 우리 역사의 발전과 함께주류의 교체 경험을 하면서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는데 체육은 왜 아직까지 안 되었느냐, 스포츠가 있고 스포츠도 우리 사회의 한 분야이기도 한데, 스포츠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

금메달 효용. 정치적으로 그 효용에 다 올인이 된 거고요. 체육에서 계속 답습되어 왔던 것이 신체적 퍼포먼스만 그냥 신장시키는 데 노력을 해 왔기 때문에 중간에 어떤 스포츠의 가치라든지, 정신이라든지 아까 말씀드렸던 주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내려오는 때려서라도 성적을 내라, 여기에 양심 테스트를 해서 결국에는 항복하고 편입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계속 재생산되어 왔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는 거죠.

오늘 문체부에서도 다양한 개선책을 내놨거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제도나 시스템, 또 결국 사람이 운영하거든요.

이미 10년 전서부터 이런 똑같은 개선안을 내놓았는데 왜 아직까지도 안 고쳐지느냐. 결국에는 사람이 잘못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앵커]
우리 사회의 스포츠계를 향한 성적 지상주의, 이 부분까지 지적을 해 주셨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오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근절대책이 나왔습니다.

직접 한번 들어보고 이야기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노태강 /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 앞으로는 중대한 성추행의 경우에도 영구제명하는 등 영구제명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체육 단체 간 성폭력 징계 정보 공유시스템을 구축하여 성폭력 가해자가 체육 관련 단체에서 종사하지 못하도록 올해 3월까지 규정을 정비하겠습니다. 또한 폭력이나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의 혐의가 확정이 그 사실을 국제올림픽위원회, 전세계국가올림픽위원회 그리고 해당 종목 국제경기연맹에 통보하고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가해자가 해외에서의 활동을 제한하도록 하겠습니다. 외부전문가가 주도적으로 활동하고문체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이 조사를 적극 지원하는 방식의 합동조사반을 구성하여 회원종목단체나 가맹단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올해 3월까지 실시하겠습니다. 스포츠 비리 신고센터내에 추가로 체육분야 성폭력 지원 전담팀을 구성하여 성폭력 피해 신고의 접수 피해 사실 확인 및 수사기관 고발을 위한 기초조사 법률상담, 피해자 정서 회복 프로그램 등을 원스톱서비스로 제공하겠습니다.]

[앵커]
이 사건이 나온 지 만 하루가 되지 않아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아주 구체적이고 신속한 근절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페이스북에 이미 10년 전에 다 내놨던 대책이다, 이런 지적을 하셨더라고요.

[정윤수]
10년 전, 2008년, 2009년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스포츠와 인권, 스포츠 인권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냐, 단지 선수들의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는가에 대한 것이다라는 관점에서 인권위원회에서 굉장히 주도적으로 그리고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대한체육회도 마지못한 듯했지만 결국 합류해서 같이 하면서 10년 전쯤에 실태조사도 하고.

[앵커]
직접 참여를 하셨던 거죠?

[정윤수]
저도 뭐 살짝 가서 했습니다마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같이 강의도 하고 여러 가지 했는데 그리고 스포츠 인권백서라고 해서 상당히 두툼한, 그리고 굉장히 읽을 만한.

지금 봐도 다시 괜찮은 그런 기전이 있습니다마는.

[앵커]
일부 전문가들이 강의를 다닐 때 이거를 모범 사례로 들고 다니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윤수]
그랬습니다마는 그것이 체육계의 오래된 높은 장벽을 뛰어넘기는 어려웠고요. 특히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6 리우올림픽,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메가이벤트의 연속 속에서 지금 선수들이든, 부모들이든 또 대한체육회, 또 지도자들 이분들이 메달 하나 더 따고 성적 한 건 따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오래된 폐습 하나와 지난 9년 동안에 정부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어떤 위상의 추락, 또 스포츠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 등등으로 인해서 사실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10년 후에 다시 이러한 내용들, 물론 이거와 방법은 조금 더 세련되고 더 강화됐습니다마는 만약 10년 전에 그랬더라면.

10년 전에 그것이 실시돼서 좀 더 강하게 응징할 건 응징하고 가치를 발현할 건 발현했더라면 2013년, 2015년에는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2019년에 이런 일을 다시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늦었지만 이번에 차관이 직접 발표까지 했기 때문에 좀 더 강력하게 실현되기를 바라고 여기서 한 가지 좀 주의해야 될 점이 이러한 문제를 죄와 벌의 관점에서만 들어가게 되면 단기적인 효과나 전수조사 효과 외에는 남지 않는다.

[앵커]
죄와 벌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게 되면.

[정윤수]
어떤 그룹에 대해서 이러이러한 것이 이제부터는 죄다. 여기에서 몇몇을 집어내서 응징의 차원으로 이거를 그치게 되면 사실 그때만 약간 좀 모면하고 지나가게 되는 거죠.

죄와 벌의 관점에서도 분명히 이렇게 개입이 돼야 하고 즉각적으로 개입이 돼야 하고 더 강화된 방식으로 개입이 되어야 되는 건 틀림없습니다마는 좀 더 장기적으로 본다면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그 자체 안의 철학, 그 자체 안의 가치, 그 자체 안의 깃들어져 있는 고결한 어떤 의미들을 가지고 우리가 꼭 이렇게까지 운동을 해야 되는 것인지.

우리가 국가대표가, 또 여러 자라나는 학생 선수들이 공부도 안 하고 메달 하나 더 따고 올림픽에서 10위권 들어가면 박수해 주고 이렇게까지 우리가 가야 되느냐, 스포츠가 도대체 뭐냐.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내적 가치를 발현시킴으로써 그 속에 지도자와 성장하는 선수들이 스포츠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그래서 이것이 장기적으로 극복되기를 바라고요.

당장은 그거는 요원한 일이니까 당장은 지금 노태강 차관이 오늘 발표한 것이 좀 더 실효성 있게 강화적으로 되기를 바랍니다.

[앵커]
심석희 선수가 도화선에 불을 붙여줬다, 오늘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심석희법, 이런 이야기가 나오던데요.

이런 근절 대책 보완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최동호]
일단 입법에 대해서 강제한다는 것도 효과가 있을 수 있겠고요.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행정부에서, 문체부에서 좀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동력은 될 수 있다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론적으로 대안책, 개선할 개선대안책은 나올 거는 다 나왔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이런 폭력 범죄가 계속 되풀이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비교컨대, 군대에서 보통 고참들한테 괴롭힘을 많이 당할 때 이런 얘기 많이 합니다, 예전에.

멀리 있는 사단장이 무서운 게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고참이 더 무섭다. 그러니까 문체부는 우리나라 체육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의 정부기관이죠.

그리고 분명히 개혁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교 그리고 아마추어 체육의 가장 많은 영향력, 선수와 지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은 바로 대한체육회이거든요.

그러니까 문체부가 입안한 정책을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집행하고 영향력을 미치는 단체는 대한체육회인데, 문제는 제가 보기에 대한체육회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론의 공격을 받을 때만 여론의 어떤 피치에 몰릴 때만 마지못해 끌려나가는 추세인데 당장 하나만 보더라도 이번 건, 이번 심석희 선수 건만 아니라 이전에 심각한 폭행, 성폭력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문체부는 오늘 차관이 나와서 대책발표 하기 이전에 국민께 사과했습니다.

진정 사과를 해야 될 분은 대한체육회장이라고 봅니다. 대한체육회가 학교 체육, 또 학원 체육 또 국내 모든 아마추어 체육에 대한 선수, 지도자 관리감독하고 육성을 책임지고 있는데 어찌하여 문제 있을 때는 한마디, 사과 한마디 안 하는지.

이것이 바로 체육회장과 체육회 집행부 임원들이 한국체육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조금 더 부정적으로 표현한다고 한다면 하나의 수단화이거든요.

수단이라는 것은 뭐냐 하면 자기의 사적 목적, 그러니까 정치적인 입지 다지기나 아니면 개인적인 사업 활용이라는 데 이런 데 활용하기 위한 체육회의 간판이 필요했기 때문에 스포츠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카메라를 보고 말씀을 하셨는데 따끔한 지적 제대로 전달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지난해에 미국 체조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래리 나사르라는 선수에 대해서 성폭행, 성추행 이런 폭로가 나오면서 파장이 컸는데요. 이때 당시 재판부의 판단이 아주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로즈마리 아킬리나 / 판사 : 당신은 감옥 밖에서 걸어 다닐 자격이 없습니다. 당신의 범죄행위는 계산적이며 치밀했고 비열합니다. 이미 피해자들이 모두 진술했기에 제가 더 추가로 할 말이 없습니다. 당신에게 징역 175년 형을 선고합니다. 방금 당신의 사형 집행 영장에 서명을 마쳤습니다.]

[앵커]
당신은 감옥 밖에서 걸어다닐 자격이 없다. 징역 175년을 선고를 한 미국의 사례를 보고 왔습니다.

심석희 선수, 금메달리스트이기 때문에 지금 이 사건 해외 외신들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죠?

[정윤수]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만의 관심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이 될 수밖에 없고요.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국제올림픽위원회라든지 이런 곳에 구조화 기구들이 많습니다. 진상조사라든지 인권, 직권으로 개입도 할 수 있을 정도인데요.

한국스포츠의 그야말로 민낯, 한국사회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지금 화면에도 이제 다른 나라, 가까운 중국의 반응도 이렇게 나오고 있습니다마는 저는 이제 마치는 시간이 돼서 더 말씀을 드리자면, 마지막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과거에도 이러한 일이 있었을 때 이와 관해서 토론을 하거나 칼럼을 쓰거나 이렇게 하면 아까 대한체육회 말씀 주셨습니다마는 그 이전에 역대 대한체육회장과 책임 있는 임원들의 기고문이나 칼럼에서 꼬리자르기가 계속 만연이 됩니다.

그리고 이 집단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이 구조가 아니고서는 우리 스포츠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 이런 강변들이 있는데, 저는 조금 우리가 아쉽고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더라도 더 이상은 아시안게임 3위 이내, 중국을 따라잡느냐, 안 잡느냐.

올림픽 10위권 이내, 세계 선진국에 도약했다. 우리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네덜란드, 덴마크. 스포츠 선진국입니다.

그렇지만 올림픽에서 20위, 40위, 60위 하고 있습니다. 그 나라의 인권지수, 그 나라 선수들이 공부도 하고 생활도 하고 수많은 사회적 커뮤니티와 생활에 관한 그 선수들의 활력 넘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될 한국 사회, 좁게는 스포츠의 미래가 무엇인가를 과연 종목에서의 몇 위권 안에 드는 게 아니라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다 30위, 40위 하거든요, 올림픽에서.

누가 거기를 스포츠 후진국이라고 합니까? 우리의 패러다임 자체를 이번 기회에 바꿔야 됩니다.

[앵커]
우리가 그동안 스포츠를 국위선양의 도구로만 보지 않았는가 하는 문제까지도 언급을 해 주셨습니다.

오늘 이야기 나누는 동안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조재범 전 코치 강력 처벌해 달라는 청원은 20만 7174명까지 늘었고 젊은빙상인연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 선수가 또 있다, 이런 소식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앞으로 사건 추이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두 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윤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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