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의출발새아침] "친일파에게 수여 욱일훈장, 수상거부 안한 이유가...?"

[김호성의출발새아침] "친일파에게 수여 욱일훈장, 수상거부 안한 이유가...?"

2018.12.14. 오전 09:0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김호성의출발새아침] "친일파에게 수여 욱일훈장, 수상거부 안한 이유가...?"
AD
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8년 12월 14일 (금요일) 
□ 출연자 :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라는 자는 각자의 영리만을 생각하고, 위협에 벌벌 떨면서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어 …”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모두들 들어보셨을 분들도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시일야방성대곡의 한 구절인데요. 우리들에게 역사란 무엇일까요. 을사오적, 일본 제국주의에 나라를 넘긴 을사늑약에 서명한 다섯 명 가운데서 이완용이란 사람이 있죠. 이 사람 ‘욱일훈장’을 받았습니다. 일본으로부터 받는 최고의 영예훈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욱일훈장을 말이죠. 김종필 전 총리를 비롯해서 아직까지도 현존해 있는 많은 한국의, 그것도 유력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한 번 오늘 짚어보도록 하죠. 한신대학교 일본학과 하종문 교수, 연결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이하 하종문): 안녕하세요.

◇ 김호성: 조금 전에 제가 말씀드렸습니다만 욱일훈장, 이 훈장이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는 건지 설명해주실까요?

◆ 하종문: 예. 일본은 1868년에 메이지유신으로 근대국가가 되고 난 다음에 훈장규정을 제정합니다. 아시다시피 서양에서도 훈장을 달고 나오는 유력 인사들을 볼 수 있다라는 게 일종의 근대화의 상징이었다고 보여지고요. 제일 먼저 제정한 것이 욱일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다시 여러 훈장이 만들어져서, 훈장의 계보를 말씀드리면 제일 위가 국화장·동화장·욱일장·서보장·보관장 이렇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다시 훈1등부터 8등까지가 주어지게 되면서 이완용이 받았던 훈1등 욱일동화대수장이라고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이후에는 각료급 정도에게 주어지는 훈장입니다만, 훈장의 명목은 이렇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공적의 내용에 착안하여 현저한 공적을 쌓은 자에게 준다. 이런 형태의 이유로 인해서 이완용에게 훈1등 욱일동화대수장을 준 것이죠.

◇ 김호성: 이것이 바로 이토 히로부미가 받았다는 그 훈장입니까?

◆ 하종문: 이토 히로부미는 그보다 더 높은 훈장을,

◇ 김호성: 더 높은 단계 훈장이죠.

◆ 하종문: 그렇죠. 네, 국화장을 받았습니다.

◇ 김호성: 일본 정부에서 훈장을 수여한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어떤 맥락으로써 이것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 하종문: 예. 훈장은 나중에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일본이나 일본 정부, 그다음에 훈장을 수여하려고 판단하는 부처에서 일본에게 해가 되는 사람들은 당연히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 의미를 조금 더 강하게 말하면 친일파가 되겠지만, 적어도 일본에 대해서 충분히 여러 가지 외교적이든지 공적이 있는 사람한테 주는 거고요. 조금 제가 다른 한 사람을 얘기를 드리면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은 굉장히 공습을 많이 받았는데 공습의 공군사령관이 커티스 르메이라는 대장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1964년에 마찬가지로 훈1등 욱일대수장을 받았는데요. 그때 이유가 물론 일본을 공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후에 항공자위대를 육성하고 미일관계에 헌신했다. 이런 이유로 받게 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는 일본이 일본에게 유리한, 일본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을 육성하는 작업, 그게 결국 훈장 수여와 연결되는 것이죠.

◇ 김호성: 그렇다면 지금 현존해 있는 우리 한국인들 가운데 이 훈장을 받은 사람들은 한일관계에 나름대로 일본 쪽에서 바라봤을 때 긍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평가한 것이겠군요.

◆ 하종문: 그렇습니다. 현재는 조금 규정이 달라져서 욱일장 같은 경우에는 국가 또는 공공에 대해서 공적이 있는 자에게 수여한다. 그런데 정확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에 대해서는 흔히 말하는 국빈이 방문할 때 서훈하는 게 있고요. 아니면 통상적으로 외국인 공적자에게 주는 것인데, 대부분 외무성이 주관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외교적 관계에 대한 배려, 이런 부분들이 작동했다고 보여지는 것이죠.

◇ 김호성: 고 김종필 총리도 그렇고요.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지냈던 이병기 실장 같은 분들도 이 훈장을 받았다고 하는데, 최근에 받은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이 훈장들을 받은 것이죠?

◆ 하종문: 훈장을 어떻게 받았는가에 대한 이유는 사실 공개되지 않습니다. 결국 내정한 상태에서 본인한테 알리고, 본인이 만약 거부하겠다. 그러면 당연히 받지 않겠지만, 수령하겠다고 그런다면 나중에 일본을 방문해서 천황 앞에서 훈장을 수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결국 왜 받았는가, 어떻게 해서 받았는가에 대한 경과에 대한 부분은 알려지지 않습니다.

◇ 김호성: 외교부장관이라든가 일본 대사라든가, 이런 분들이 받은 것을 보면 한일관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었는데, 이 훈장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우리가 지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하종문: 훈장은 아무래도 지금 말씀드린 대로 기본적으로는 일본과 우호적인, 특히 외국인에 대해서는 외교관계에 기여한 사람이다. 김종필 총리 같은 경우에는 한일협정부터 그랬고요. 오랫동안 사실은 일본을 아는 가장 유력한 정치가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수여가 됐을 것 같고요. 이병기 대사도 마찬가지로 주일대사를 지내면서 특히 위안부 합의 같은 이런 여러 가지 공적이 있다고 판단해서 아마 수여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보자면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한일관계의 해당 시기 정부의 어떤 면에서는 구미에 맞는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이렇게 판단하는 게 옳겠죠.

◇ 김호성: 이게 안 받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거부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 거죠?

◆ 하종문: 거부는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거부는 내정 단계에서 본인에게 알려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부를 하는 사람들은 거기에서 거부가 되는데, 문제는 정부는 거부한 사람 이름을 공표하지 않고요. 단지 본인이, 일본 같은 경우 오에 겐자부로 같은 노벨상을 받은 분들이 문화훈장이라고 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본인이 얘기를 했기 때문에, 본인이 공개했기 때문에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거죠.

◇ 김호성: 사실 수상의 영예 같은 것도 있지만, 사실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수상을 거부하는 사례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자면 사르트르 같은 사람은 노벨문학상도 거부한 적이 있었고요. 아카데미상 영화상 시상식에도 보면 말론 브란도 같은 배우들은 본인이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고 이렇지 않습니까. 거기에는 분명히 거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왜 한일관계에 있어서 일본으로부터 받는 훈장에 소위 말하는 유력인사들이 ‘나는 이것을 거부하겠다’라는 사례가 없는 것일까요?

◆ 하종문: 그것은 아마 거부한 사례는 저는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굳이 본인이 공개하지 않아서 그렇다, 라고 지금 추측할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 또 훈장에는 묘한 부분이 하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텐데, 금고 3년 이상의 형벌을 받으면 박탈이 됩니다. 그런 면에서는 이병기 대사가 대사로서 받았을 때 지금 현재 재판 중입니다만 이분이나중에 형을 받게 되면 이게 어떻게 될지도 한 번 관찰을 해야 할 포인트가 아닌가 싶은데요.

◇ 김호성: 지금 중국 같은 경우에는 난징대학살 추모기념일이 있었는데, 욱일기를 소지만 해도 처벌·제재하도록 한다, 이런 소식이 알려졌는데. 중국과 우리의 과거 역사인식에 대한 차이를 바라보는 단면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하종문: 예. 그 측면에서 중국, 특히 이 부분은 난징시에서 조례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국가적인 법률은 아니고 잘 아시다시피 독일처럼 하켄크로이츠를 금지하는 그 정도의 국가적 법률의 단계는 아직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향후 일본에서 지금 현재처럼 우경화가 계속적으로 추진될 때 중국에서 그런 기류에 대한 반발이라고 해석한다면, 한국에서 우익의 문제가 논란이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조금은 고민해야 할 지점이 아닌가 싶으네요.

◇ 김호성: 교수님, 조금 전에 언급하신 하켄크로이츠라는 것은 독일의 철십자 문양을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독일은 전쟁범죄라는 역사인식과 관련해서 그렇다면 일본과는 대단히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하종문: 예. 그런 면에서 일본이란 나라는 분명히 과거에 군국주의를 청산한다고 했으면서도 이게 불충분하게 청산이 되고, 그다음에 훈장의 부분에서 훈장을 수여하는 주체가 천황인데 그 천황이 지금도 남아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일본의 전쟁책임과 식민지배에 대한 청산이 불충분하다라는 것과, 욱일기라든지 그다음에 욱일훈장에 관한 논란들이 결국에는 전후 일본의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이렇게 봐야 되겠죠. 독일하고는 전혀 다른 양상인 것이죠.

◇ 김호성: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정치인이나 일본 정부의 문제이지, 일본 자체에 있는 양심적인 세력, 그런 사람들은 별개의 영역이지 않겠느냐.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 하종문: 예, 저는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문화훈장에 대해서 오에 겐자부로가 거부하면서 내걸었던 말이 ‘민주주의보다 우월한 가치나 가치관은 없다’ 이 얘기는 결국에는 사실은 천황제를 포함해서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거든요. 그리고 정치가들 중에서도 미야자와라든지 아니면 호소카와 수상이라든지, 이런 사람들도 당연히 훈장을 받을 텐데 본인이 거부를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가 말하는 일본이란 나라를 통틀어서 볼 게 아니고 개별 인간들이 어떻게 언행을 해나가지는지, 이런 부분을 우리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것이죠.

◇ 김호성: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하종문: 고맙습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 하종문 한신대 교수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