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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도구를 전문적으로 취급해온 마포구 호미화방이 얼마 전부터 "스크린톤(만화에 쓰이는 투명 필름 스티커로 명암을 표현할 때 쓰인다)을 무료 배포한다"는 공지를 냈다.
스크린톤 판매대는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아예 문 밖에 나왔다. 군데군데 누렇게 변색된 종이가 스크린톤이 이곳에 있던 시간을 짐작케 한다.
만화를 읽어본 독자라면 스크린톤이라는 단어는 낯설어도 펜선 대신 망점으로 명암을 표현하는 기법은 눈에 익을 것이다.
컬러 인쇄가 불가능하던 시기에 다양한 명암 표현을 위해 사용했던 스크린톤은 다양한 표현기법을 위한 도구이자 마감 시간에 쫓기는 작가들을 위해 빠르게 배경표현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만화를 그려본 경험이 있다면 한 장에 2000~3000원 정도 하는 스크린톤을 낭비 없이 쓰기 위해 요리조리 '칼질'을 하며 '스크린톤 깎는 장인'에 대한 경험이 남아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무료나눔은 온라인에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만화 시장이 종이에 그리는 수작업에서 컴퓨터 작업으로 완전히 옮겨간 상징과 같기 때문.
홍대 호미화방 팀장은 "사장님의 지시"로 무료 나눔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스크린톤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2015년도부터는 국내 스크린톤을 생산하는 업체도 거의 사라져 파는 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과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인근 미술학원에서 '기법'을 설명하려고 한두 차례 스크린톤을 써보는 일 아니면 스크린톤을 써서 만화를 그리는 사례는 없다. 일 년에 몇 장 팔리는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애니메이션과 에서도 '웹툰'을 가르치고 신티크나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스크린톤을 써볼 기회는 거의 없다.
아날로그의 느낌을 내고 싶으면 포토샵으로 스크린톤 패턴을 만들어 스크린톤은 쓰일 일이 없다. 만화가들 사이에서도 웹툰으로 시장이 옮겨가면서 만화 원고용 종이, 잉크, 펜, 스크린톤은 모두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만화의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도 달라졌다. 홍대 터줏대감인 '한양문고'도 문을 닫고 온라인 쇼핑몰만 남겼고 요즘 만화는 '웹툰'으로 성공한 다음에야 소장용으로 책이 나온다. 과거 스크린톤이 등장한 배경이던 값싼 종이에 흑백으로 대량으로 찍어내는 인쇄 만화 시장 자체가 재편됐다.
호미화방에서 스크린톤을 무료 배포한다는 소식에 회화 작가 허민희(41세) 씨는 화방에 들어서다 말고 판매대에 서서 신중하게 스크린톤을 몇 장을 골랐다.
허 씨는 "무료배포가 아니더라도 드로잉 할 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에 있는 느낌을 내기 위해 종종 스크린톤을 사 왔다"면서 "이번 무료 배포가 끝나고 나면 일본에라도 가서 사와야 할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웹툰 작가를 준비하고 있는 박모 씨(30세) 역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어릴 때 스크린톤을 처음 사서 만화 속 인물의 머리칼 색을 표현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박씨는 "나부터도 컴퓨터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지만, 인쇄 망점에 담긴 독특한 아날로그 느낌을 모르는 세대도 나올 거고 기분이 묘하다"는 소감을 남기며 스크린톤을 몇 장 챙겼다.
호미화방 팀장은 "일단 들여놓은 스크린톤을 모두 무료로 나눠준 후에는 다시 (스크린톤을) 들여오는 일은 없다"면서 "아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다양한 도구가 또 나오고 사라지고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스크린톤 판매대는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아예 문 밖에 나왔다. 군데군데 누렇게 변색된 종이가 스크린톤이 이곳에 있던 시간을 짐작케 한다.
만화를 읽어본 독자라면 스크린톤이라는 단어는 낯설어도 펜선 대신 망점으로 명암을 표현하는 기법은 눈에 익을 것이다.
컬러 인쇄가 불가능하던 시기에 다양한 명암 표현을 위해 사용했던 스크린톤은 다양한 표현기법을 위한 도구이자 마감 시간에 쫓기는 작가들을 위해 빠르게 배경표현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만화를 그려본 경험이 있다면 한 장에 2000~3000원 정도 하는 스크린톤을 낭비 없이 쓰기 위해 요리조리 '칼질'을 하며 '스크린톤 깎는 장인'에 대한 경험이 남아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무료나눔은 온라인에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만화 시장이 종이에 그리는 수작업에서 컴퓨터 작업으로 완전히 옮겨간 상징과 같기 때문.
홍대 호미화방 팀장은 "사장님의 지시"로 무료 나눔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스크린톤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2015년도부터는 국내 스크린톤을 생산하는 업체도 거의 사라져 파는 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과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인근 미술학원에서 '기법'을 설명하려고 한두 차례 스크린톤을 써보는 일 아니면 스크린톤을 써서 만화를 그리는 사례는 없다. 일 년에 몇 장 팔리는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애니메이션과 에서도 '웹툰'을 가르치고 신티크나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스크린톤을 써볼 기회는 거의 없다.
아날로그의 느낌을 내고 싶으면 포토샵으로 스크린톤 패턴을 만들어 스크린톤은 쓰일 일이 없다. 만화가들 사이에서도 웹툰으로 시장이 옮겨가면서 만화 원고용 종이, 잉크, 펜, 스크린톤은 모두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만화의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도 달라졌다. 홍대 터줏대감인 '한양문고'도 문을 닫고 온라인 쇼핑몰만 남겼고 요즘 만화는 '웹툰'으로 성공한 다음에야 소장용으로 책이 나온다. 과거 스크린톤이 등장한 배경이던 값싼 종이에 흑백으로 대량으로 찍어내는 인쇄 만화 시장 자체가 재편됐다.
호미화방에서 스크린톤을 무료 배포한다는 소식에 회화 작가 허민희(41세) 씨는 화방에 들어서다 말고 판매대에 서서 신중하게 스크린톤을 몇 장을 골랐다.
허 씨는 "무료배포가 아니더라도 드로잉 할 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에 있는 느낌을 내기 위해 종종 스크린톤을 사 왔다"면서 "이번 무료 배포가 끝나고 나면 일본에라도 가서 사와야 할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웹툰 작가를 준비하고 있는 박모 씨(30세) 역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어릴 때 스크린톤을 처음 사서 만화 속 인물의 머리칼 색을 표현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박씨는 "나부터도 컴퓨터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지만, 인쇄 망점에 담긴 독특한 아날로그 느낌을 모르는 세대도 나올 거고 기분이 묘하다"는 소감을 남기며 스크린톤을 몇 장 챙겼다.
호미화방 팀장은 "일단 들여놓은 스크린톤을 모두 무료로 나눠준 후에는 다시 (스크린톤을) 들여오는 일은 없다"면서 "아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다양한 도구가 또 나오고 사라지고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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