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검사인데..." 돈 뜯으려 목소리 연기하다 덜미

'나 검사인데..." 돈 뜯으려 목소리 연기하다 덜미

2016.09.13. 오전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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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검사와 검찰 수사관인 것처럼 목소리 연기까지 하면서 지인에게 수억 원을 받아 가로챈 40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목소리 굵기를 바꾸고 사투리를 섞어가면서 혼자서 네 명 역할을 했지만 흉내를 냈던 검사가 여성이어서 결국 들통이 났습니다.

김영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41살 안 모 씨가 지난 2010년부터 운영해온 사회인 야구리그 홈페이지입니다.

안 씨는 리그 운영자금이 필요하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46살 김 모 씨에게 1억 7천만 원을 빌렸습니다.

하지만 돈을 갚을 형편이 안되자 형사 사건에 연루돼 통장이 압류됐다며 거짓말 연기를 펼쳤습니다.

처음에는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김 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검찰 수사관 사칭 통화 내용 : 검사님 말씀하신 대로 전달 해 드리면….]

그리고는 목소리를 바꿔 검사 흉내를 냈습니다.

[검사 사칭 통화 내용 : (검사님은 맞나요?) 맞습니다. 맞는데 지금 현재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고요.]

검사 행세를 할 때는 표준어에 굵은 목소리, 검찰 수사관은 얇은 목소리와 사투리를 쓴다는 나름의 규칙까지 만들었습니다.

휴대전화 번호 4개를 사용하면서 검사와 문자메시지를 나눈 것처럼 꾸미기도 했습니다.

안 씨는 통장에 9억 원이 들어있는 것처럼 은행의 잔액 조회서를 위조해 피해자를 안심시켰습니다.

합의금을 내야만 돈을 갚을 수 있다고 속여 김 씨에게서 4억5천만 원을 추가로 받아 가로챘습니다.

[김 모 씨 / 피해자 : 사투리와 억양을 많이 바꿔서 제가 깜빡 속을 수밖에 없었고, 목소리 변조를 해서 제가 당했죠.]

하지만 피해자 김 씨가 검찰청사에 직접 전화를 걸면서 어설픈 거짓말이 들통이 났습니다.

안 씨가 사칭한 검사가 실제로는 여성이었던 겁니다.

[윤종탁 / 서울 송파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 피의자가 사칭한 검사는 여자 검사였고 현재 육아 휴직 중으로 확인되면서 범행이 발각된 겁니다.]

경찰은 안 씨를 구속하고 추가 피해 사례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YTN 김영수[yskim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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