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의 안보이야기-8] 평균주의(平均主義)를 지향하는 국방부

[김주환의 안보이야기-8] 평균주의(平均主義)를 지향하는 국방부

2016.05.18. 오후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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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의 안보이야기-8] 평균주의(平均主義)를 지향하는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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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즈펠드 (Donald Henry Rumsfeld). 그는 2번의 국방장관 경력을 지낸 특이한 인물이다. 베트남전 종전과 함께 45세의 나이에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 미국 역사상 최연소 국방장관, 이후 지난 2000년대 초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두 번째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힘에 의한 평화’를 주창한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강경론자였다.

그에게는 일화가 많다. “나는 미 국방부를 앉아서 보고 받지 않겠다. 내가 지시하는 방식으로 국방부를 운영하고 싶다. (I want to run this department from my outbox, not my inbox.)” 그는 평소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국방부 고위 관료들에게 메모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업무지시를 내렸는데, 그 메모지가 워낙 많아 ‘눈송이(snowflakes)’처럼 날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가 왜 메모지 방식을 택했을까? 그는 기존의 관료주의에서 탈피해 공격적으로 국방개혁을 단행하려 했다. 기존 관료들 방식대로 일대일 보고를 받으면, 해당 부서만 그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이른바 업무의 수평적 확장성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런 방식을 통해 국방부내의 아이디어를 모아 첨단·미래전쟁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국방개혁을 추진했고, 상당한 결실을 얻었다. 바로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에 대비했던 것이다.

최근 국방부가 현역자원의 대체ㆍ전환 복무제도를 전부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다. 국방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인구감소로 2020년 이후 병력자원이 급감한다는 전망 때문이다. 20세 남성인구가 현재는 35만 명이지만 2020년에는 25만 명으로 줄어 병력감축 계획을 이행한다고 해도 해마다 2만∼3만 명의 자원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현재 병역특례 혜택을 받는 현역자원 2만8천 명을 여기에 보충하겠다는 구상이다.

옳은 말이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병역자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절차가 잘못됐다. 정교하지 못하다. 만일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한다고 치자. 이때 싸울 병력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쟁은 언젠가 끝이 난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겠는가?

역사적 사례를 보자. 1941년 독일의 전격적인 소련 침공으로 독소전쟁이 발발했다. 1945년 5월까지 계속된 전쟁에서 소련은 인구 3,000만 명을 잃고 경제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래도 소련은 전쟁에서 승리했다. 승리의 요인이 여러 가지 있었겠지만, 독일 공군의 공습을 피해 각종 군수공장을 우랄산맥 너머로 이동시켰다. 당연히 숙련된 기술자들을 후방으로 철수시켰다. 이들이 독일군보다 더 많은 전차를 생산했음은 물론이었다. 2차 대전 당시 패색이 짙었던 일본 역시 군 복무 중이던 과학자는 물론 인문학자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켜 전쟁이 끝날 때까지 보호했다. 이들이 전후 일본을 재건하고, 일본 국민을 하나로 묶는데 큰 몫을 했다는 사실을 국방부는 알고 있는지 반문해보고 싶다.

이런 고급 인력들은 하루아침에 양성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인재’와 관련된 부분이다. 이른바 고급 인재는 하룻밤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특성화대학교 재학 전문연구요원의 경우를, 다른 일반 대학교의 병역대상자와의 특혜성 시비를 없애야 한다는 차원에서 관련 병역 특례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한다. 국방부는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과 비슷한 성격의 특례제도인 예술ㆍ체육특기자의 병역특혜의 경우도 폐지로 가닥을 잡았으나, 이는 병역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장기 과제로 돌렸다고 한다.

특성화대학교의 특성을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특성화대학교는 병역법 개정 사안이 아닌가? 병역법 제72조 3항(특정연구기관 육성법에 따라 지정된 연구기관 - 한국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및 울산과학기술원 - 의 경우에는 자연계 박사학위 과정과 부설 연구소를 포함한다)고 되어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이 부분은 병역법 개정 없이도 특례 대상 숫자를 줄이면 자연히 해소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국방부가 내세우는 또 다른 논리 가운데 하나가 선발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현재 병무청은 매년 일반대학 이공계 박사과정생 600명(수도권 70%, 비수도권 30%)을 석사과정 학점과 TEPS 점수를 절반씩 반영해 뽑는다. 영어 점수가 당락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이 선발과정 역시 개선하면 될 것 아닌가? 국방부 혼자 능력으로 안 되면 공청회 등을 열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면 될 것 아닌가? 지혜는 이럴 때 모으는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지난 4월 4일 자) 이 코너에「여성의 군 복무에 관한 이설(異說)」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때 북유럽 국가들의 여성 의무복무제도의 이유에 관해 설명을 했다. 당장 대한민국 여성을 의무복무토록 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다. 올해 이들 가운데 징병검사 대상자가 올해는 2,199명, 2019년에는 3,626 명, 2024년에는 4,73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미 군 복무중인 다문화가정 자녀가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중 2명이 부사관으로 복무중이었는데, 한 명은 결국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역을 했다고 한다. 수많은 다문화가정 자녀 중에 왜 장교는 단 한 명도 없는가? 육·해·공군 사관학교 입학 전형에 다문화가정 자녀 선발 기준은 현재 전혀 없다. 우리가 한국계 미군 장성이 나올 경우 매우 기뻐한다. 한민족이 타국의 유리천장을 뚫고 신분상승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예를 들어 아프리카계 대한민국 장성은 나오면 안 되는 것인가? 미 국방부가 지휘관 및 고급장교의 민족·인종 구성 다양화를 위해 미군판 ‘Rooney Rule’(미 프로풋볼(NFL)의 각 팀이 코칭스태프를 뽑을 때 흑인 후보를 면접 대상에 넣도록 한 규정)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이번에 국방부가 내놓은 방안은 아무리 봐도 평균주의(平均主義)의 전형적인 행태다. 국방부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

정치선임데스크 김주환 [kim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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