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설 곳이 없다

시간강사, 설 곳이 없다

2016.05.07. 오전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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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시간강사법'은 대학 시간 강사들에게 최소 9시간의 강의 시간과 4대 보험을 보장하고 교원의 지위를 인정해주는 법입니다.

열악한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보장해 주기 위한 법이지만 실제로는 시간강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대학 통계에서도 드러나는데, YTN 데이터저널리즘 팀이 분석해봤습니다.

김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대에서 1년 만에 강사 자리를 내놓게 된 음대 강사들이 학교 앞에 농성 천막을 쳤습니다.

1:1 레슨을 하는 음대 특성상 5년 이상 강사 계약을 유지하던 성악과이지만, 올 1학기를 앞두고는, 시간강사를 절반으로 줄였기 때문입니다.

[전유진 / 서울대 음대 해직 시간강사 : (교수) 다섯 분이 학생들 레슨도 다 감당이 안되세요. 그래서 강사들이 레슨도 다 감당을 하고 있고 전공 수업이나 이런 것도 저희가 다 담당을 하고 있는데... 결국은 학생들의 교육의 질 저하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문제죠.]

시간강사가 대학 강단에서 밀려나고 있는 현상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전임 교원과 시간강사가 맡는 수업 비율은 2012년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임교원의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시간강사는 반비례해서 줄어든 겁니다. 올해 1학기 기준으로 그 차이가 38.7%p까지 벌어졌습니다.

역시 비전임 교원이면서 시간강사가 아닌 겸임 초빙 교수의 경우도 줄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시간 강사의 교원 지위를 보장하는 이른바 '시간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입니다.

비슷한 때에 교육부는 전임 교원이 강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좋은 점수를 주는 방향으로 대학 평가 기준을 바꿨습니다.

법안은 2018년까지 유예됐지만 결국 각 대학은 재정상·운영상의 부담을 이유로 시간강사를 대거 줄이고 전임교원의 수업을 늘리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임순광 / 비정규직교수노조 위원장 : 이 평가 지표와 법을 그대로 두고서는 교원들의 노동 조건이 악화하고 학생들의 교육권이 악화하는 이런 부분들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시간강사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지만, 보수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 대학에서 최대치인 9학점을 강의한다고 가정하면 한 학기에 평균 747만9천 원을 받습니다.

한 달로 따지면 124만 6,500원입니다.

4인 가족 최저 생계비를 한참 밑돕니다.

결국 먹고 살려면, 여러 대학을 돌아야만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최근 시간강사 시급은 국내 최저 시급 인상률에도 못 미칠 정도로 찔끔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출산의 여파로 10년 뒤인 2026년에는 학생 숫자도 12만여 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교수 대 학생 비율을 적용할 때, 강사 자리는 만 6천 개가 사라질 것으로 보여, 시간 강사의 설 땅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김수진[sue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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