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형님 결혼하던 날...유명 연예인이 사회·축가 까지

조폭 형님 결혼하던 날...유명 연예인이 사회·축가 까지

2015.11.03. 오후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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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서울 도심에서 부산 최대의 폭력 조직 칠성파의 핵심인물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 현장에는, 전국 각지의 조직폭력배 두목급 인사들이 집결했고 하객 반, 경찰 반의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특급 호텔에 경찰 기동대와 순찰차들이 등장했습니다.

호텔 안팎은 건장한 체구의 남성 수십 명이 점령했습니다.

검은색 고급 세단들이 속속 도착하고 남성들은 허리를 90도 가까이 굽혀 인사합니다.

남성 한 명을 대여섯 명이 따라붙어 호위하기도 합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성들이 한 자리에 몰려 시민들이 불안을 느끼지만, 이것만으로 법적인 처벌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임방글, 변호사]
"과거에는 이렇게 조직폭력배들이 경조사나 결혼식에 이렇게 모여서 세를 과시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을 때 이것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우리가 수사했습니다. 예를 들면 그 사람들에게 어떤 위세를 과시하면서 위화감을 준다. 이러면서 조직이 또 모이면서 조직을 결속하는 그런 의미도 있잖아요. 이랬는데 대법원에서 이렇게 경조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범죄단체들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 이런 판결이 나온 이후에는요, 만약에 저렇게 경조사나 결혼식에 저렇게 많이 모였다고 해도 특별히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위해를 가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따로 처벌은 하지 않습니다."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은 영화 친구의 소재이자 부산 지역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의 행동대장 56살 권 모 씨.

권 모 씨는 영화 ‘친구'의 실제 모델인 조직원 정 모 씨와 함께 곽경택 감독을 협박해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부산 칠성파는 한때 국내에서 손꼽히던 폭력조직이었는데요.

지난 2010년 두목 이강환에 이어 최근 부두목도 검거되며 세가 위축됐습니다.

그런데도 권 씨의 결혼식은 250여 명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호화롭게 치러졌습니다.

하객들에게는 1인당 10만 원이 넘는 식사가 제공됐고 식장 앞 복도는 건설업체 등 기업들과 각계 인사들이 보내온 화환으로 가득 찼습니다.

과거부터 조폭들의 경조사는 조직의 세를 과시하는 기회였습니다. 이 때문에 조폭 행동강령에는 '식구들의 경조사에는 반드시 참석한다'는 조항이 빠지지 않습니다.

결혼식에는 칠성파뿐 아니라 신상사파의 두목 신 모 씨 등 원로 조폭과 조직원들이 참석하면서 경찰도 비상이었습니다.

권 씨의 결혼식으로 칠성파의 세 규합과 조직간 충돌이 우려되자 대비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이날 칠성파 행동대장의 결혼식, 눈에 띄는 또 한 가지가 있었는데요.

결혼식의 사회를 유명 탤런트 S씨가 맡았고, 유명가수 K씨가 축가를 불렀다는 겁니다.

권 씨는 다양한 조폭을 초청해 세력을 과시하고 유명 탤런트에게 사회와 축가를 맡겨 연예계 인맥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를 맡았던 유명탤런트 S 씨는 신랑과의 관계를 묻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옛날부터 아는 형님일 뿐 어떤 분인지는 잘 몰랐다고 답변했는데요.

연예인과 조직폭력배의 친분, 그렇게 생소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김대오, 연예부 기자]
"연예계 활동을 하다 보면 폭력 조직의 인물들과 교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이제 밤무대에 연예인들이 많이 서곤 했는데 그곳에 폭력 조직 출신들이 사업을 펼치는 곳이 많았죠. 그렇게 인연을 맺기도 했고요. 사실 S 씨와 K 씨 같은 경우에도 과거에 듀엣 활동을 하면서 가요 음반을 내기도 했죠. 그러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 80년대와 90년대에는 폭력 조직 출신의 인사들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많이 진출해 있었습니다. 매니저로서 활동하기도 했고 음반 제작자로서 활동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이제 S 씨와 K 씨에게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을 했던 지인도 역시 음반 제작사를 운영했던 B 씨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하객 수와 맞먹는 230여 명의 경찰을 예식장 안팎에 배치했지만 결혼식은 다른 조직과의 충돌이나 불상사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다고 하는데요.

특급 호텔에 인기 연예인까지 동원한 조직 폭력배의 화려한 결혼식에 시민들은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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